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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칼럼] 고1촛불시위 누가 이용하나

그렇다. 뻔히 보이는 수다.

너무도 천박하고 진부한 경영학 레토릭 '무한 경쟁이라는 급변하는 세계 경제 환경 변화 속에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초딩, 중딩들에게도 무한 경쟁 입시 지옥을 도입하자는 것들이 누구더냐?

국가 경쟁력 제고의 와중에 소모품 한둘 자살해도 불가피하다고 적반하장 펴던 것들이 누구더냐?

 

 

 

'고1촛불시위' 누가 이용하나
[손석춘칼럼] 낡은 '설교' 늘어놓는 저들의 속셈
  손석춘(ssch) 기자
"고1 촛불시위 부추기지 말라."

<중앙일보> 사설 제목이다. 사상 처음으로 고교생들이 대입제도를 비판하며 연 시위에 '여론 주도세력'의 눈은 대체로 차갑다. 냉갈령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기득권세력은, 그리고 그들을 대변하는 신문들은 촛불시위마저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찬찬히 톺아보면, 저들의 공통점이 있다. 고등학생들의 맑고 밝은 촛불을 굳이 색안경을 쓰고 살천스레 바라본다. <중앙일보>는 "어린 학생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일보>가 침묵할 리 없다. "고등학생까지 촛불 들고나서게 해서야"(사설 제목) 개탄한다. 엉뚱하게 "친 정권"을 들먹인다. "이 정권 들어 친정권 세력의 정치성 촛불집회가 잇따르더니 이제 16세 고등학생들까지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촛불을 들고 나서는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동아일보> 사설도 "高1 촛불시위 自制 바란다"고 훈계했다. "누구도 시위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으름장이다.

고등학생들의 촛불시위마저 '색깔' 덧칠

참으로 뜬금없지 않은가. 고등학생들의 자발적 촛불집회에 웬 '정치색깔'이고 웬 '친정부 타령'인가. 그 뿐인가. "다 큰 어른들이 어린 학생들 등에 올라타고 뭔가 생색 내기를 하려는 것 같은 모습은 보기에도 안 좋다"(조선)고 비아냥거린다.

물론, 세 신문이 그렇게 보는 것도 자유다. 정작 문제는 고등학생들의 시위를 매도한 저들의 노림수다. 그들은 다시 한목소리로 고등학생들에게 침묵을 강권한다. 가령 "어른들에게 맡기는 것이 바른 길"(동아)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시위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공부하는 것이 더 옳다"(중앙)고 꾸지람이다.

학생들의 촛불시위에 '정치색'을 덧칠하고 침묵을 요구한 저들의 과녁은 무엇인가. 어처구니없게도 '본고사 부활'이다.

<동아일보>는 사설(金부총리는‘내신의 亂’본질 알고 있나)에서 "정부가 입시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이어진 사설은 "대입 3不정책 법제화는 시대착오"란다. 노골적인 여론몰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 한 사람의 가치가 매년 1조 원의 이익을 내는 기업과 맞먹는다”는 발언까지 인용해가며 '경쟁'을 강조한다. 결국 이 신문에 따르면 "본고사, 고교 학력차 반영, 기여 입학제 등을 금지하는 3불(不) 정책"을 풀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도 "학교 간 학력격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제도로는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뽑는 데도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중앙일보>도 대학의 "독립적인 입시안"을 촉구한다.

그렇다. 결국 귀결점은 '경쟁 강화'다. 황당하지 않은가. 경쟁 중심의 교육, 학우들을 자살로 몰아가는 교실에 항의해 연 촛불집회를 '호기'삼아 되레 '경쟁'을 주문하는 저들을 보라. 첫단계는 촛불집회의 정치적 해석, 다음 단계는 학생들에게 공부만 하라는 주문, 이윽고 '경쟁 강화정책'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언죽번죽 주장한다. "학생들을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중앙일보 사설).

되레 "경쟁 강화"를 주문하는 저 부라퀴들

그래서다. 누가 고등학생들의 촛불집회를 부추기는지 참으로 묻고 싶다. 바로 당신들 아니던가. 끝없는 경쟁의 논리를 집요하게 주입하는 기득권세력과 그 '앞잡이 언론' 아닌가. 하릴없이 자문하는 까닭이다. 교육다운 교육을 받고 싶다는 청소년의 열망, 그 소망이 타오른 맑은 촛불도 부라퀴들의 캄캄한 잇속을 밝게 비추기에는 아직 부족한 걸까.

10대들의 촛불시위마저 '경쟁력 강화'로 몰아가는 저들에게 '경쟁'보다 '연대'가 사람 본연의 가치임을 깨우쳐 줄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촛불'을 들고 찾을 때다.
   [고태진칼럼] 경쟁 부추기던 그들이 과도한 경쟁을 걱정?
2005/05/09 오전 11:25
ⓒ 2005 OhmyNews
손석춘 기자는 오마이뉴스 고정칼럼니스트 입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한겨레> 비상임 논설위원입니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로 EBS의 아침8시 <월드FM손석춘입니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문읽기의 혁명> <아직 오지 않은 혁명>을 비롯한 언론비평서들과 함께 장편소설 <아름다운 집>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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