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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할 짓인가!” 이라크 포로학대 사진공개 일파만파

 

 

인간이 할 짓인가!” 이라크 포로학대 사진공개 일파만파
美 정부 관리 “사진 공개는 포로의 사생활 침해” 궤변까지
입력 :2006-02-17 15:54   유성호 (bonjourpoem@dailyseop.com)기자
▲ 현지 시간으로 지난 15일 호주 공영 SBS TV에 의해 공개된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장면. 사진들은 YTN과 KBS 등의 뉴스 화면 캡처 
파키스탄에 진출한 한국 기업 삼미대우가 ‘무하마드 만평’ 사건에 항의하는 현지 시위대의 공격으로 한화 50억 원 가량의 피해를 입은 지난 15일,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장면을 찍은 미공개 사진이 호주 공영 SBS TV에 의해 방영됐다.

이번에 새로이 공개된 사진은 성적 학대와 전기고문, 그리고 유혈이 낭자한 시신 사진 등이 포함돼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호주 공영 SBS TV는 현지시각으로 15일 오후 8시 30분 자사의 프로그램인 ‘데이트라인’을 통해 이라크 바그다드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미군이 이라크인 수감자에게 행한 학대 행위를 찍은 2004년 당시의 미공개 사진 40여 장을 방영했다.

“미군의 ‘노리개’인 이라크 포로들”

15일 호주 공영 SBS TV에 의해 방영된 사진과 비디오 화면에는 피투성이가 되거나 발가벗겨진 채 쓰러져 있는 포로의 모습이 담겨 있다.

포로들의 사진 중에는 분뇨로 얼굴과 몸이 더럽혀진 사진이 있는가 하면, 피범벅이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도 있으며, 군용견의 위협에 떨고 있거나 머리에 봉지가 덮어씌워진 수감자 등 지난 2004년 공개된 것보다 훨씬 잔혹한 장면이 포함돼 있다.

특히 한 수감자는 수갑을 찬 채 머리를 철문에 계속 부딪쳐 선혈이 낭자한 사진 등이 촬영돼 여러 번 잔혹 행위를 당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날 SBS TV는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이 수감자는 저항하는 방법을 실험해 보겠다는 미군들의 ‘노리개’가 됐다”고 보도했다.

‘데이트라인’의 책임프로듀서인 마이크 커레이는 “우리가 그 사진을 입수한 이상 그것들을 방영해야 할 의무가 일단 있다고 생각했다”며 사진 공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SBS TV가 입수한 수백 장의 사진 중 일부 사진은 성적으로 모욕을 당하는 장면이 들어 있으나 너무 ‘사실적’이어서 공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SBS TV 측은 사진의 출처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했지만, ‘신뢰할 만한 통로’를 통해 입수했다고 말했다.

이 사진들은 즉각 아랍 위성방송을 통해 재방영됐고,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번져 나가면서 미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뉴스 전문 채널인 CNN도 곧 이들 사진을 전 세계에 주요 뉴스로 내보냈다.

미 정부 관리, “포로 학대 사진 공개는 포로의 사생활 침해(?)”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번 사진 공개에 대해 “사람들의 분노에 불을 지펴 더 많은 폭력을 낳게 될 것”이라며 냉소적인 입장이다.

BBC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의 한 법률 자문가는 “미국 정부가 사진이 공개되지 않는 것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그것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진 속 사람들의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 역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포로 학대 주장에 대한 조사가 이미 행해졌다”는 게 미 국방부 측의 변명이다.

미 국방부 측은 “200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죄에 책임을 졌으며, 특히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포로 학대 건에 대해서도 25명이 처벌을 받았다”며 새삼스럽게 포로학대 문제를 제기하느냐는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미 국방부 관리는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에 대해 “새로운 것이 없다”고 애써 그 의미를 축소했다. 그에 따르면, 이 사진들은 “지난 2004년 이후 행해진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 대한 미군 당국의 조사에서 이미 다 나왔던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 측의 이와 같은 ‘발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현지인들을 비롯한 아랍권의 분노는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로이터’ 등 외신은 이라크 현지의 여론은 미국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유엔,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해야”

최근 미국과 영국 등, 이라크 주둔 국가의 현지 주민에 대한 잔혹행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 관타나모 해군기지의 테러용의자 수용소에 대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폐쇄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CHR)가 임명한 인권특별보좌관 5인은 16일 18개월에 걸쳐 마련한 54쪽짜리 보고서 발표에 즈음한 성명을 통해, “관타나모 수용소를 즉각 폐쇄하고 이들을 적법한 사법절차에 회부하거나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미 행정부가 국제적 기준에서 허용되지 않는 심문기술을 사용키 위해 ‘반테러 투쟁’이라는 틀로 고문의 의미를 재정의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미국 측이 지난 수년간 합법적인 것과 비합법적인 심문 기술을 혼동한 것은 지극히 놀라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역시 “이날 인권위 보고서 내용에 모두 동의하진 않지만 관타나모 수용소는 조만간 폐쇄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난 사무총장은 “기본적인 것은 누군가가 개인들을 영원히 수감할 수 없고 (테러) 혐의는 제기돼야 하며 (수감자들에겐) 해명의 기회가 주어진 후 기소되거나 석방돼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유럽의회도 이날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관타나모에 억류되고 있는 모든 수감자들은 국제 인도주의 법규에 따른 대우를 받아야 하며 적법하고 독립적이며 공평한 법정에서 공정한 재판을 지체 없이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의안은 또 “유럽연합(EU)이 중점을 두어온 대외정책 중 하나인 ‘테러와의 전쟁’은 인권과 시민적 자유가 완전히 존중될 때에만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며 모든 형태의 고문과 인권유린 행위를 비난했다.

국제앰네스티(AI)도 유엔측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요구를 지지하면서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용시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뿐이라고 밝혔다. 엠네스티 관계자는 “미국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관타나모 수용소를 계속 운영할 명분이 더 이상은 없다”고 주장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1월 이후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테러 용의자로 체포된 500여명을 재판 없이 구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로부터 인권유린 등의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촘스키,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워싱턴 폭격해야 한다”

이라크와 아프칸 등지에서 계속되는 미국과 영국 등 점령국의 안하무인격인 행동에 대해 세계적인 지성이자 진보적인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노엄 촘스키 미국 MIT 교수가 부시행정부의 테러와 전쟁 정책을 맹비난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미 공군은 워싱턴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베네수엘라 국영 ABN뉴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촘스키 교수는 최근 보스턴의 매사추세스기술학회(ITM)에 참석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루이스 까릴레스라는 중미의 테러리스트의 신병을 베네수엘라에 인도하지 않고 계속 미국에 보호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미 공군은 (이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기 위해) 워싱턴을 폭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촘스키 교수는 이어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대해 “부시행정부는 전 세계의 국가나 개인을 향해 아무한테나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것처럼 믿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 미국의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관계자도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로 학대 사진이 또 공개됨으로써 남은 것은 미국 정부가 대응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과연 이번 사건을 포로 학대의 구체적 실상과 책임자를 밝혀내는 기회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은 미군 병사들이 포로들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학대한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3월 18~19일은 ‘국제반전행동’의 날”

한편 미국의 이라크를 침공 3주년을 맞아 다음달 18~19일 양일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각지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및 점령에 반대하는 ‘국제반전행동’이 진행된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제 6차 세계사회포럼 사회운동총회’에서 이 국제시위를 호소하는 선언문이 채택됐으며, 이 취지에 따라 현재 ‘3.19 국제 시위에 대한 공동 웹사이트(http://www.march-in-march.org)’가 개설되어 있다.

17일 현재 등록된 도시들은 서울, 런던, 뉴욕, 오사카 등 48개이며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반전행동은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인 2003년 2월에 시작됐으며, 지난해 이라크 침공 2주년 규탄 행사에 이어 올해로 4번째 행사를 맞는다.

서울에서는 오는 3월 19일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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