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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성추행 파문 은폐의혹

이제는 개인이 아니라 당차원의 문제로...

 

 

한나라, 성추행 파문 은폐의혹


한나라당 의원들이 2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류정민 기자


28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는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 ⓒ류정민 기자
최연희, 민노당 행사에 축하사절 참석…이계진 대변인 "사과로 끝날 줄 알았다"

한나라당이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심야 술자리 도중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했던 최 의원은 이틀이 지난 26일 민주노동당 전당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한나라당 대표로 참석했다. '2·18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는 김영선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축하사절로 참석한 바 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28일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 최대 행사인 전당대회에 최연희 의원을 축하사절로 보낸 것을 보면 동아일보가 보도하지 않으면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표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느꼈다면 최 의원을 다른 정당의 축하사절로 파견하는 것을 막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박 대표는 지난 24일 동아일보 편집국 관계자들과의 만찬에 참석했다. 최연희 의원이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 하던 당시에는 박 대표가 자리를 함께 하지 않았다.


이계진 대변인 "(사과 이후에)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후 사건의 얘기를 전해 들었고 다음날인 지난 25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 백배사죄 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동아일보 기자와 통화를 한 다음날인 26일 최연희 의원이 당 사무총장 자격으로 민주노동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 "(전당대회 참가) 시간을 보면 은폐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동의할 수 없다"며 "만찬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고 (최연희 의원은) 딸 같은 기자에게 사죄를 했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했고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다"고 말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성추행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인물이다. 이계진 대변인은 "(사과 이후에)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기사를 쓰느냐 쓰지 않느냐에 따라 사과를 받아들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기자가 용기 있게 써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대국민 사과…의원직 사퇴 문제는 언급 안해
동아일보가 기사를 쓰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은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사건 직후의 은폐 의혹에서 멈추지 않는다. 동아일보가 이번 사건을 보도한 27일 최연희 의원의 행동을 성토하며 강력한 책임 추궁을 요구했던 여야 정당의 열기가 하루가 지나자 한풀 꺾인 것이다. 최 의원은 27일 한나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의원직 사퇴를 하지는 않았다. 여성단체와 언론단체들은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언론인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당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며 "적절하지 못한 언행에 대해 깊이 자성했다"고 말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는 말을 했지만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이재오 원내대표와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채 입장을 물어봤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최연희 의원 본인이 탈당을 공식 언급했다. 의원직 사퇴 요구가 있지만 당 절차라는 것이 있다. (탈당한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당이 할 일은 정리됐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역풍' 우려…"정동영, 최연희 의원직 사퇴 요구 동의 안해" 여야 여성의원들을 중심으로 최연희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지만 여야가 이번 사건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 지리한 공방을 거듭하다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연희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직 사퇴 문제에 대해서는 밝힐 입장이 없다. 최연희 의원은 의원 사무실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최연희 의원의 의원직 사퇴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정동영 의장은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다른 정당의 악재를 즐기는 것보다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소극적 태도는 정치권에 관행으로 남아 있는 남성 우월주의 문화를 유지·고착화시키는 역할만 할 것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사건을 정치 쟁점화 할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러한 태도 역시 사건의 본질보다는 정치적 이해타산에 앞선 행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노동당 "법원에 접근금지명령 요구해야"
반면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원칙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박용진 대변인은 "법원에서 접근금지 명령을 내린다면 최연희 의원은 동아일보 여기자의 근처에 가지 못하게 되고 100m 접근금지 명령이 나온다고 가정할 경우 국회의사당에서 의정활동을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최연희 의원이 국회 활동을 한다는 것은 (국회 출입기자인) 피해자에게 떠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해자가 떠나야지 피해자가 떠나서는 안된다"며 "동아일보도 해당 여기자를 다른 출입처로 빼서는 안된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과의 관계 때문에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그런 상황은 다른 언론의 기자가 파업을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동료기자가 아니라 방관자가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류정민 기자 dong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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