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89세의 재벌 신랑과 26세의 스트립걸 출신 신부….’
미국
예일대 출신의 텍사스 석유재벌 하우드 마셜 2세의 1994년 재혼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충분했다.
당시 말기 암 환자였던 그의 새 신부는 금발 미녀
애너 니콜 스미스 씨. 두 사람은 1991년 고객과 스트립걸 신분으로 클럽에서 처음 만나 마침내 사랑의 결실을 보았다고 소개됐다. 하지만
플레이보이지 모델이기도 한 그녀에 대해 전처(前妻) 소생 아들인 피어스 마셜 씨는 유산을 노린 ‘백인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14개월 뒤 마셜 2세가 사망하자 예정된 수순인 듯 양측의 유산 분쟁도 뜨겁게 꼬리를 물었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 끝을 모르던 이 ‘탐욕과 기만의 재판’은 결국 지난달 28일 첫 심리를 시작으로 미 연방대법원으로 넘겨졌다.
세간의 관심은 ‘스미스 씨가 얼마를 받느냐’지만 법적으로 이번 소송의 본질은 관할권 문제다.
스미스 씨는 1996년 캘리포니아 주 파산법원에 “남편의 유산을 상속받지 못할 경우 가정부의 월급을 못 줄 정도로 파산 상태”라며 파산소송을 냈다.
파산법원은 2000년 마셜 씨의 아들 피어스 씨가 아버지의 유언 관련 서류를 위조해 스미스 씨가 유산을 받지 못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4억74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피어스 씨는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지방법원에 상소했으나 기각되자 다시 제9 연방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연방고법은 연방지법의 판결을 파기했다. 스미스 씨에게 최초의 승소 판결을 내린 파산법원이 피어스 씨의 유언 관련 불법행위를 다룰 권한이 없다는 것. 이번엔 스미스 씨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날 연방대법원 심리에 ‘마지막 희망’을 건 스미스 씨는 평소와 달리 검은색 치마 정장 차림의 단정한 모습으로 법정에 출두했다.
스미스 씨의 변호인단은 피어스 씨가 자신이 유일한 상속인이라는 내용으로 유언장을 위조했고 마셜 2세가 숨지기 전 스미스 씨의 접근을 통제한 사실 등을 강조하고 있다. 남편에게서 보석과 의류, 집 2채 등을 선물받은 스미스 씨는 ‘남편이 생전에 재산의 반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해 왔다.
피어스 씨 측은 이에 질세라 아버지를 돌보던 간호사를 내세워 스미스 씨가 유산(총 16억 달러·약 1조5500억 원)을 얻기 위해 병들어 기력이 쇠잔해 침대에 누워 있는 남편에게 가슴을 벗어 보이기도 했다고 폭로해 왔다.
현지 언론들은 양측의 치열한 공방전에 대해 “대법관들이 항소 법원의 결정을 뒤집을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6월 말경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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