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제 무덤 파기

칼럼

 

필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오래 전 이 블로그에서 예측한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이 기대한 건 더 많은 소득이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최저임금 값을 못하는 직원의 해고다.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 아래의 몸값을 가진 노동자들의 취업 기회를 빼앗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될 거라는 생각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하여 사업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경제현상을 정태적으로 인식한 것. 그러나 경제는 동태적이다. 사업자들은 반응한다. 우선 최저임금 값을 못하는 직원은 해고된다. 그리고 인상된 임금만큼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도록 한다. 사업자들이 잘못한 건 없다. 노동자들이 제 이익을 쫓는 것처럼 사업자들도 그럴 뿐이니까.

(이와 비슷한 예로,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강사법이 오히려 강사들을 대량해고하는데 일조하였다. 어떤 법을 만들 때는 반드시 되먹임을 고려해야 한다. 살아있는 사람, 자기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그 법에 대하여 어떻게 반응할지 살펴야 한다는 것. 이걸 고려하지 않으면 그 법은 기대한 것과 정반대의 효과를 내고 국민들의 고통을 더 무겁게 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도 못 줄거면 사업 때려치라'는 얘기는 비합리적이다.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면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폐업한 자영업자가 다시 취업 대기자가 되기 때문에 기존 노동자틀의 경쟁자가 된다. 이렇게 노동의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면 노동의 가격은 떨어진다. 따라서 자영업자의 몰락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떨어뜨린다. 법으로 임금을 고정해도 노동의 강도가 높아지고 노동의 환경은 악화된다. 사업자라면 더 까다롭게 고를 수 밖에 없다. 시간만 때우고 가는 사람들을 더이상 봐주기 어렵다. 어차피 비싸게 주고 쓰는 것 적은 인원을 쓰되 최고의 인력을 확보하고 신규 인력 채용에 보수적이 되고 만다. 이것이 최저임금 인상 후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다.

임금노동자들은 '자영업자들이 너무 많아서 망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노동자들이 너무 많으니 노동의 가격이 추락하는 것 아니냐?'라고 되물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노동자의 수를 줄여야만 여러분들의 임금이 회복될 것이다. 왜 지금 당장 한강으로 가지 않는가? 자영업의 공급이 많은 것이 자영업 폐업의 원인이고 거기에 어떤 문제도 없다면 같은 논리로 노동의 공급이 너무 많아서 노동자들의 실업이나 노동가격의 하락이 생긴다고 하여도 거기에 어떤 문제도 없는 것이다. 하나의 논리를 사용하여 임금노동자는 도와주고 자영업자는 족쳐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논리에 어떤 정당성이 있는가?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탓한다면 임금노동자들의 경쟁력도 탓해야 한다. 당신이 일자리가 없는 것은 당신이 '노오력'하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당신이 경쟁력이 없어서 그것 밖에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자영업을 하는 이웃을 털어서 배를 채우려고 하는가? 정치적인 도둑질 아닌가?

노동자들은 자영업자에게 자기를 '착취하지 말라'고 한다. 바보 같은 얘기다. 자영업자가 노동자의 노동을 살 때는 수요 공급의 법칙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될 뿐이다. 누가 누구를 착취하나? 서로 조건이 맞아서 노동을 사고 팔았을 뿐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역전도 일어난다. 그 때는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넘어버린다. 그러면 임금이 오른다. 고용자들이 일할 사람 못 찾아서 안달하게 된다. 그럼 그 때 노동자들은 자영업자에게 임금의 일정 부분을 양보할 텐가? 더 적은 가격에 합의할 텐가? 그게 아니라면 왜 지금 자영업자들이 임금노동자들에게 양보해야 하는가? 왜 자영업자가 임금노동자에게 수요 공급의 법칙으로 결정되는 것보다 더 많이 줘야 하는가? 거기에 어떤 정당성이 있는가? 경기 안좋은 게 자영업자 탓인가? 그게 아니라면 왜 엉뚱한 곳에 분풀이를 하나?

자영업자가 잘 되어야 임금노동자도 잘된다. 대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를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주는 급여의 하한선은 노동자가 자영업으로 벌 수 있는 소득에 가까울 것이다. 그보다 적게 주면 노동자는 기업에 고용되지 않고 제 사업을 할 테니까. 그래서 자영업자들이 잘 살아야 노동자도 잘 살게 된다. 이러한데도 다른 OECD국가에 비해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는 둥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당연시하는 시선이 있다. 사실 이런 주장은 별로 순수해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살펴보라. 그것으로 이익을 볼 사람이다. 예를 들어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한다면 이미 기존 시장을 지배하는 극소수의 사업자는 남아있는 파이를 전부 먹어치울 것이다. 때문에 이 주장의 배후에 있는 의도는 별로 순수하지 않다. 이런 주장에 임금노동자들이 동조하는 것은 사태가 어찌 돌아가는지 감을 못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해도 제대로 벌 수 없다면 임금노동자는 더욱 그가 고용된 기업에 의존하게 된다. 그는 자기 인생에서 다른 가능성을 꿈꿀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노예가 되어 주는 대로 받아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을 법으로 고정하더라도 일자리가 줄고 노동의 강도는 높아질 것이며 노동의 환경은 악화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반기를 들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노동자는 스스로 자기가 대피할 곳, 즉 자영업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기를 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어리석은 어떤 노동자들은 법으로 모든 노동환경을 고정시키려 할 것이다. 그는 마르크스주의로 달려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고용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도대체 어느 누가 이익이 나지 않는데 사람을 쓰겠나?)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받는 수혜는 누구나 받아먹는 게 아니다. 일단 취직이 되어야 하는데 일자리가 한정되어 있으니 일부만 수혜를 받는다. 자영업자가 망하면 그 한정된 일자리가 더 줄어들고 노동자의 공급이 증가하니 이것은 이중으로 노동자들의 상황을 악화시킨다. 지금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하는 것은 이미 취직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선동하여 아직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의 취업 가능성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도 그 수혜를 영원히 보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언제든지 다른 노동자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재취업은 더 힘들 것이다. 그 때 그들은 스스로 자기 목을 졸랐음을 알게 되리라. 이 모든 어리석음은 얼마나 근시안적인가!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노동자들 호주머니에 더 많은 돈을 넣어주고 노동자들이 그 돈을 소비하여 경기를 살리자는 얘기다. 노동자들 호주머니에 돈이 적은 것은 돈이 규직적으로 순환하지 않고 소수의 계좌에 쌓여있기 때문. 정부는 그 돈을 끄집어내고 싶은 것이다. 그래, 취지는 나쁘지 않다. 정부에게 최저임금은 그 수단이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노동자들은 더 많은 임금을 받고, 그 돈으로 다시 뭘 사고, 그 소비로 재고가 해결되어 생산이 촉진되고,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겠거니...' 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정부는 중요한 점을 놓친다. 그것은 대기업 노동자들 상당수가 이미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고용된 상태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채웠다. 그 정책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한테 무거운 부담을 주었다. 그들은 시장가격 이상을 주고 노동을 사야 한다. 정부는 여기서 다시 머리를 굴린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반발할 수 있으니 지원금을 주자. 그럼 그들이 잠잠할 것이고 이 정책에 반대하지 않을 거야'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눈으로 보면, 그 지원금은 터무니 없이 적고, 그 지원금을 받고 최저임금을 맞추어 채용하면 4대보험료 등의 추가부담금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고용된 사람들의 임금체계가 한 번에 무너진다. 가장 말단에게 최저임금을 챙겨주면 그 윗대가리들은 그보다 더 줘야 한다. 이런 식으로 원래 최저임금보다 더 주고 쓰던 숙련노동자들한테 들어가는 비용도 크게 증가한다. 이런 충격을 극복하려면 중소기업들은 숙련노동자를 자르고 비숙련노동자만 채용해야 한다. 이것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대기업과 비교할 때 상품경쟁력이 더 떨어진다. 만일 숙련노동자를 해고하지 않고 전체 인력의 임금수준을 끌어올리면 이번에는 대기업에 대한 가격경쟁력이 사라진다.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이 정책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위협한다.(상대적으로 자영업자들은 중소기업보다 많은 타격을 입게 된다. 중소기업에 더 많은 지원금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도 벌어지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격차도 벌어진다. 이런 정책은 양극화를 극대화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거기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한다. 물론 임금노동자들은 이 모든 메커니즘에 대하여 극도로 무지하며, 아주 근시안적이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반기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위에서 상술한 메커니즘에 의해 결국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형성되었던 시장의 임금과 고용체계를 무너뜨려 많은 자들이 실직하고 해고당하며 국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고용과 보조금에 의해 연명케 될 뿐이다. 하지만 이 계층들은 국가재정에 점점 많은 부담을 주게 될 것이므로, 정부는 결국 이들을 계속 부양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자유주의로 인도될 것이다. 그러면 많은 부분에서 거대한 민영화가 이루어지고, 그동안의 비효율적이었던 인력에 대한 대량해고가 이어질 것이다. 지금 정부가 최저임금에서 오버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그만한 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반동이다.

이 모든 건 비극이다. 이 비극의 원인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한테는 더욱 비극이다. 문제는 사실 단순하다. 돈은 왜 규칙적으로 사회 곳곳을 순환하지 않는가?

경제란 분업이다. 여럿이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경쟁하면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생산할 수 있다. 생산한 것은 교환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은 효율적인 교환매개물이 필요하다. 바로 돈이다. 하지만 현재의 화폐는 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모든 재화는 낡고, 닳고, 보관료 보험료가 드는 등 시간이 흐를 수록 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기존 화폐는 액면가가 불변하여 시간이 흘러도 비용이 들지 않으니, 그 유리함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때만 재화와 교환되며, 즉 순환하며 그러지 않을 때는 순환을 멈추고 쌓여있기에 경제를 주기적으로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비오 게젤은 재화가 꾸준히 감가상각되는 것처럼 돈의 액면가도 규칙적으로 감가상각되는 개혁을 주장하였다. 스탬프머니를 통하여, 돈을 쌓아두는 것에 대하여 주기적으로 소정의 벌금을 물게 한 것. 이렇게 하면 돈이 저축의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사라져 교환매개물로만 사용되고, 규칙적으로 순환한다. 그것은 곧 규칙적인 구매이고, 규칙적인 판매이며, 규칙적인 고용을 뜻한다. 이것이 진정한 근본요법이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어리석음에 영합하지 말고 이러한 근본요법에 귀 기울여야 한다. 노동자들도 억지 부리지 말고 최저임금 인상이 '제 무덤 파기'임을 빨리 깨닫고 돈의 순환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2.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것이 분명하다. 사업자들은 일반적으로 더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려고 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을 시간만 때우려고 하거나 일하는 요령이 없는 사람과 차별하지 않는다면 그 사업은 망하게 된다. 그런데 이제 정치적인 행위로 임금을 올리거나 고용을 고정해버리면 노동자는 그것에 대하여 임금을 주는 사업자에게 고마워할 이유가 없고, 따라서 업무에 대하여 어떤 동기부여도 되지 않으며, 당연히 자기들이 받아야 할 몫을 받았다고만 느끼게 된다. 이런 흐름은 많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생산성 향상은 내팽개치고 더욱 더 정치적인 행위에만 몰두하도록 유도한다. 머리에 띠를 두르고 더 달라고 떼를 쓰게 되는 것이다. 전체 경제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미친 짓이고 다같이 망하는 길이다.

지금 노동계는 자기네 이익을 합리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통계는 확실히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증명한다. 이론과 실제 모두가 그들의 주장을 부정한다.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던 노동자는 해고되고 그들의 삶은 추락하고 있다.

지인 중에 화물운송을 하는 분이 있다. 이 분은 직업 특성상 여러 산업체를 볼 일이 많다. 이 분 얘기로는 이번 정부 들어서 공장 가동을 멈춘 곳이 부쩍 늘고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도 많이 안좋다는 것이다. 박근혜 때보다 안좋다고 한다. 이 분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던 분이다.

난 서민(임금노동자)과 중산층(자영업자)을 분열시키는 정책은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이미 강조한 바 있다. 중산층을 털어서 서민층을 채워주는 정책은 멈춰야 한다. 중산층이 돌아서면 그 정권은 오래 가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일자리와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무능함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브레인들의 한계다.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들 호주머니에 더 많은 돈을 넣어주긴 커녕 오히려 일자리를 줄여 해고당하게 하였고, 더 많이 받는 소수의 노동자들도 화폐 액면가가 불변하기 때문에 그들이 그 돈을 쌓아둘 수 있으며 그것을 반드시 소비할 까닭이 없으니 경기가 반드시 좋아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런 정책은 바로 폐기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화폐순환 성장'을 천명해야 한다. 그리고 돈이 규칙적으로 순환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실비오 게젤에게 배워야 한다.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문제는 이미 실비오 게젤에 의하여 100년 전에 답이 나온 것이다. 단지 그 처방을 현실에서 구현하려는 노력이 극도로 부족했을 뿐이다. 사실 소득주도성장도 돈순환이 무너진 어떤 지점을 포착한 측면이 있다. 다만 그 순환을 복구하기 위해 효과적인 처방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 뿐이다. 소득주도성장은 돈을 순환시키기 위해서 인위적인 힘을 이용한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곧 경제주체들의 저항에 직면하고 그 효과가 상쇄된다. 하지만 실비오 게젤이 주장하는 화폐순환성장은 자연스러운 사람의 욕망을 이용한다. 애초에 돈 액면가가 규칙적으로 감가상각되도록 설계한다면 누구나 자기 이익을 위해서 스스로 그 돈을 규칙적으로 소비해버릴 것이다. 그것은 곧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을 자연스럽게 올릴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저항도 발생하지 않으며 지속적인 효과를 낸다.

요약하면 최저임금 인상은 정당하지도 않고 효과도 없다. 얼마나 줄 것인지는 시장(수요와 공급)이 결정해야 공정하고 효율적이다. 그것을 권력이 결정하는 것은 폭력이고 억압이고 독재다. 문재인 정부는 고리타분한 방법, 효과 없는 방법에 얽매어있지 않기를 바란다. 답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때에는 유연하게 턴(turn)하는 것이 우아한 태도다. 실비오 게젤의 공짜돈 개혁Free money Reform은 돈의 규칙적인 순환을 촉진하여 돈의 부족으로 고통받는 모든 경제주체들을 구할 것이다. 그것은 경제주체들의 행동을 자발적으로 교정하여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 것이다. 스탬프머니를 사용하면 경제주체 스스로 돈을 쌓아두는 것을 회피하게 된다. 돈을 소비하게 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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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0 22:45 2018/07/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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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nes was wrong

칼럼

Keynes said in his book <General Theory> that future generations will learn more from Silvio Gesell than Marx. But this is only the use of Gesell as a counter-argument against Marxism, not the affirmation of Gesell's theory itself. In fact, Keynes denied Gesell. According to him, other goods also have liquidity premium, so even if money lose it by stamp script, substitutes will come out and Gesell's plan will be failed. But what is the liquidity here? It means how easy it is to exchange your property for money. Why do you want to do that? Because you can keep your wealth without loss. Therefore, this liquidity is only liquidity in words, and Its essence is solidity, the solidity of capitalists. Paper money, coins, electronic money, whatever its form, most money does not flow like a liquid and is piled up like a solid in their safe. why? All the goods are worn out and rotted, and the loss increases with time. But those who have money do not suffer losses. Because the face value of money is constant.1 But if money does not circulate, it cannot mediate the exchange of goods. It means periodical crisis. So Silvio Gesell proposed regular depreciating the face value of money through stamp script. In the condition, you cannot hoard money. It destroys the so-called 'liquidity premium'. By free-money reform money only work as a medium of exchange, not as a medium of saving.

So what happens to the substitutes? Do Keynes' substitutes replace the medium of exchange or the medium of savings? They can't replace the medium of exchange. Gresham's law proves it. 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 Here bad money is a good medium of exchange. Because you can't hoard it and you will dispose of it. It means you will buy something with your money. At present, there are many substitutes for the medium of exchange in order to compensate for the irregular circulation of money. Free-money reform eliminates them all.

Substitutes for the medium of saving could appear. But no problem. They could be problems only when speculation is possible. In Gesell's new order, speculation is impossible. ​At present, most goods are in the hands of the merchants. For this reason, demand is sensitive. When supply is falling, demand becomes urgent. They want to get a little more goods as soon as possible. As a result, demand increases rapidly. On the other hand, when supply is increasing, demand drops sharply. Price fluctuations are severe. Thus, the existing economic order worsens the situation by further amplifying the imbalance between supply and demand. But in Gesell's order, this is the opposite. Consumers do not wait any longer because they want to avoid regular depreciation of the money they have. They buy something regularly. If you do not have anything to buy, you lend it to someone else who needs to buy something. So most goods are in the hands of consumers. In this condition, supply fluctuations have little impact. The demand can't increase rapidly because there are extra goods in consumer's hands. And producers increase the supply quickly because it can be more profitable. They also can borrow enough money to produce it. People will lend it to them because they want to avoid the regular depreciation of the money. Even In oversupply, the consumer will not stop buying. If you hoard money, you'll have a regular loss. So you will buy something, or you'll lend it to someone else to buy it. In this way, Steady purchasing supports steady production. Gesell's "natural economic order" keeps imbalances​ between demand and supply constantly offset. Price fluctuations are getting smaller. Therefore, speculation is difficult. And the fact that you cannot hoard the money makes the speculation impossible, too. What is speculation? you have to build up the money, buy the cheapest, sell it for the high price. If the money is depreciated regularly, you cannot hoard money. you cannot postpone the purchase. You can't wait. Therefore speculation is impossible.

For this reason, the liquidity premium, the concept that Keynes used to contradict Gesell, originated from a misguided conventional monetary system. Free-Money reform will break down the foundations of Keynes. Keynes' thought was locked in the prison of the liquidity premium. Unfortunately, Keynes’s imagination was not enough to think of the world outside it. And the contemporaries who worshiped his authority, too. Finally, Keynes' limit was the limit of mankind. Keynes tried to hunt a lion called capitalism, but he was rather eate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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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f you want to talk about QE effect, I'm going to tell you that. Even under QE, most money didn't flow.텍스트로 돌아가기
  2. Maybe Keynes might not have tried to hunt the lion from the beginning. Maybe Keynes tried to save capitalism, so he used Gesell to stop Marxism, and then protected it by providing symptomatic therapy instead of adopting Gesell's original therapy.텍스트로 돌아가기
2018/02/04 22:10 2018/02/0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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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히 부하려는 자, 올무에 걸리기 쉽나니

칼럼

가상화폐는 대형 금융기관이 파산하고 정부가 손을 쓰지 못하는 초현실적 상황의 도래를 전제하여 '정부나 금융기관을 배제한 화폐 제도'를 구상한 것이 그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의 가상화폐는 전혀 그런 교환매개물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 붐은 가상화폐가 투기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며 정부나 금융기관 배제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초기에 가상화폐 시장에 들어간 사람들은 가상화폐를 매개로 추격매수자들이 열심히 갖다바치는 돈을 빨아들이고 은행으로 현금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현금은 쌓여 있다.

즉 가상화폐는 전혀 교환매개물의 역할을 하지 못하며, 폰지사기의 효율적인 도구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토시 나카모토가 처음에 의도한 대로 하려면 어떻게 화폐를 설계해야 할까?

화폐의 액면가가 시간흐름에 따라 정기적 규칙적으로 감가상각되면 된다. 예를 들어 처음 액면가를 1만원이라고 하면 한 달마다 1000원씩 줄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화폐 소지자들은 그 돈을 액면가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서 규칙적으로 처분하게 된다. 즉 그 돈은 순환하여 재화 및 서비스의 교환을 매개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할 일이 적어진다. 돈은 은행에 쌓여있지 않고 계속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를 순환하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구매할 것이 없는데 그 액면가의 손실을 회피하고 싶다면 그 돈을 남에게 빌려주게 된다. 그러면 나는 그 손실을 회피하고 돈을 빌린 사람도 바로 무엇인가를 구매할 것이기에 그 손실을 회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둘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미래 은행의 업무는 이 둘을 연결하는 것으로 바뀌며, 다른 업무는 거의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이 모델이 사토시가 의도했던 것에 가장 근접하다. 이런 화폐는 그 누구도 감히 투기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것은 오로지 교환매개물로만 작동한다. 저축은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것으로만 가능하며(액면가 손실을 피해야 하므로) 이것이 상호호혜를 도모하게 되는 것이다. 1

 

우리가 쓰는 정부 통화는 액면가가 고정불변하여 그 역시 투기의 공격에 늘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정부의 정책으로 통화안정, 환율안정을 도모하려는 노력이 존재한다. 이것은 (IMF외환위기가 보여준 것처럼 )불완전하지만 화폐를 매개로 한 국가경제가 미쳐돌아가지 않게 보호하는 최소의 안전장치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보라. 여기에서는 통화안정을 위한 노력은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다. 여러 사람이 돈을 공급(채굴)하니까 더 안전하다고? 도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가상화폐 거래소를 봐라. 거의 수초단위로 가격이 큰 폭으로 출렁거린다. 여기에 통화안정이 도대체 어디 있다는 거냐?

거래소에 들어가서 너희들이 하는 짓거리라고는 그냥 투전판을 벌리는 게 아니냐? 그런데 청와대에 가서 한다는 소리가 꿈을 꾸게 해달라고? 니들이 말하는 꿈은 도박해서 한몫 잡는 꿈을 말하는 거냐?

너희들 가운데 이렇게 말하는 자가 있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인플레를 유발하여 너희들을 가난하게 한다고. 그래서 이러한 음모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국가통화와 싸우기 위해 가상화폐에 투자해야 한다고. 오! 너희들은 큰 피해망상에 젖어 살고 있다. 정부가 서서히 인플레를 유도하는 것은 가격이 올라야 너희들이 구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희들이 서로의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해야 경제가 돌아가고 너희들이 먹고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점진적인 인플레는 필요악이었다. 그리고 이런 필요악이 필요했던 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쓰는 기존 화폐의 결함 때문이었다. 액면가가 불변하여 저축매개물로서 너희들이 생산하는 재화 및 서비스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그래서 물가가 조금씩 올라주어야 너희는 충분히 서로의 재화를 구매할 것이고 경제가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기존 화폐의 결함을 보상하기 위해 점진적 물가상승이 불가피했다.

너희는 지금 경제상황을 불평하면서 오히려 너희를 벼랑으로 몰고 가고 있다. 너희가 참여하는 폰지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 것 같으냐? 그 게임을 만들었거나 초기에 진입한 자들 뿐이다. (그 둘은 같을 때도 많다) 네가 너보다 멍청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사람도 딱 너처럼 생각한다. 그리고 이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그런 바보들의 의도를 이미 앞질러 간다. 그 게임의 끝에는 돈을 차지한 극소수와 빈털터리가 된 대다수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빈털터리가 된 자들은 이제 서로의 재화를 구매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다시 경기를 침체시키고 너희를 벼랑으로 몰고 갈 것이다.

너희가 이제부터 살고 싶으면 두 가지를 해야 할 것이다.
첫째, 가능한 빨리 그 게임에서 나오라 (손절매도 감수하라)
둘째, 기존 화폐를 어떤 식으로 개혁해야 하는지 실비오 게젤한테 배워라.

너 혼자 이 게임에서 이겨서 혼자 잘먹고 잘살면 좋겠지만 니 능력을 잘 살펴보고 그럴 가능성이 희박한 것 같으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돈순환을 규칙적으로 만들 수 있는 화폐의 조건에 대하여 실비오 게젤한테 배우고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눠라. 그런 형태의 지역화폐를 만들어서 서로 구매를 촉진하라.

너희 머리 속에 남아있는 한 가지 너절한 희망을 부수어주는 것에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어떤 이는 가상화폐가 '디지털 골드'라고 하면서 기존 기축통화인 달러가 약해지면서 그 자리를 가상화폐가 차지할 거라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놈들은 경제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일 뿐이다. 달러가 무너져도 금본위로 회귀할 일은 없을 것이며, 특히 통화안정의 기본도 안되어 있는 가상화폐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가상화폐는 지금 현재도 우후죽순처럼 새로운 종류가 생겨나고 있다. 그 누구도 그 양을 통제할 수 없다. 통화안정은 물 건너간 것이다. 너라면 매일 지진이 나는 곳 위에 집을 지을 수 있겠나? 또한 금본위로도 회귀할 수 없을 것이다. 금의 채굴도 임의적이긴 마찬가지여서 경제주체들이 원하는 만큼 충분하고 정확하게 수요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본위에서 종이돈으로 갈아탄 이유나 곰곰히 생각해보라.



속히 부하려는 자, 올무에 걸리기 쉽나니 -디모데전서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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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또한 이런 식으로는 설계할 때는 굳이 전자화폐의 형태를 취할 필요가 없다. 종이와 인쇄기만 있으면 된다, 이런 감가화폐는 낮은 수준의 테크놀로지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테크놀로지를 보급하거나 운용할 수 없는 가난한 국가나 공동체들이 쉽게 도입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정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유는 돈수요에 맞는 돈공급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화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물가가 끝없이 변동한다. (지역화폐로 설계할 때는 적은 양을 발행하면서 거래량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관찰해보고 통화 발행량을 서서히 증가시키면 된다. 그리고 감가화폐는 가상화폐와 달리 정부의 통화정책을 교란하지 않고 보완할 수 있다. 감가화폐는 돈의 순환속도를 규칙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시스템에서 돈이 잘 돌지 않는 곳에 딱 필요한 만큼만 작동하도록 설계가 가능하다)텍스트로 돌아가기
2018/01/17 00:10 2018/01/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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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증후군

칼럼

가상화폐는 다단계사기를 매개하고 있을 뿐이다. 그 가격이 오르려면 추격매수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폰지게임의 속성상 계속될 수 없다. 아니면 가상화폐를 만든 기업가가 왜 자기가 가진 가상화폐를 처분하겠는가?

정부가 만일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시장에 다음과 같은 신호를 줄 것이다.

첫째, 정부는 이 새로운 형태의 다단계사기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둘째, 정부는 이 새로운 형태의 다단계사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첫번째는 부패를, 두번째는 무능을 뜻한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 아래에서 비슷한 형태의 다단계 사기가 폭증할 것이고, 그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것은 초기진압에 실패한 인질극처럼 점점 다루기 어려워지고 매우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이다. 이 다단계사기에 걸려드는 사람의 숫자는 급증할 것이고, 이들은 이 거대한 사기의 구조에 연결된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이런 형태의 사기를 옹호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인질 구출을 어렵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인질들이 희생당하는 지점, 즉 거품이 꺼질 때, 그 인질들이 여태까지 들어보지도 못했던 도둑한테 스스로 전재산을 헌납하였음을 깨닫게 되어 삶을 완전히 포기하게 되는 지점까지 나아가면 정부는 그동안 보여준 우유부단함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배 한 척 때문에 무너졌다. 가상화폐 다단계사기는 그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다. 세월호에서는 사람들이 물에 빠졌지만, 가상화폐 다단계사기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 물로 들어갈 것이다. 정부가 시간을 끌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한강에 갈 것이고 우유부단하고 무능한 정부는 교체될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방치한 것은 한국정치사에서 최악의 실수로 기록될 것이다.

가상화폐 다단계사기에 참여한 국민들보다 참여하지 않은 국민들이 아직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정부는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그리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금을 놓치게 되면 실기失期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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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4 23:31 2018/01/1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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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투기수단일 뿐이다

칼럼

비트코인은 합법적인 도박장이 되었다. 전국민이 애용하는 도박장이라니! 비트코인 옹호자 중 일부는 비트코인을 실비오 게젤과 엮으려고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실비오 게젤과 관계가 없다. 비트코인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대안화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게젤의 이론과 연관지으려고 하는데 이론적 배경이 다르다. 게젤의 공짜돈은 중앙에서 통화량을 조절한다. 이것만 봐도 개별적인 채굴이 이루어지는 비트코인과는 거리가 있다.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은 '탈중앙화' 운운하면서 개별적인 채굴을 합리화하는데, 게젤의 탈중앙화는 아무나 돈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 것이 아니라 돈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순환하는 것을 뜻한다. 비트코인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순환하면서 교환을 매개하고 있나? 아니다. 쌓아두고 도박을 하고 있다. 그런데 '탈중앙화'란 말을 왜 쓰는가? 여럿이 함께 도박판에 끼여드는 게 '탈중앙화'인가?

무엇보다 개별적으로 채굴을 하면 통화량 조절이 불가능하다. 개개인이 얼마를 만들지 누가 알겠나? 그리고 그 양은 또 어떻게 조절하나? 그러면 공급에 맞는 수요를 어떻게 구현하나? 비트코인은 통화정책을 쓸 수 없다.

또 채굴을 하려면 점점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가 소비되므로 수요를 구현해야 할 때 충분히 돈을 공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돈 찍어내는데 그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가야 할 까닭이 무엇인가? 필요한 것은 종이와 인쇄기 뿐이다. 왜 바보같이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야 교환매개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건가? 그 에너지 낭비와 환경파괴를 생각하니 에콜로지스트로서 한숨만 나온다. 멍청하게 돈을 만드는 방식 때문에 기후변화는 빨라질 것이다. 이런 방식의 돈공급은 자기가 앉아있는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것과 같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서 얻은 거니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건가? 그런데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옹호하는 네가 수학문제를 풀든지 국어문제를 풀든지 관심이 없고 그냥 교환매개물이 필요하다고! 교환매개물을 만들려고 수학문제를 풀어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비트코인은 화폐 액면가가 규칙적으로 감가상각되지 않으므로 그 역시 교환되어야 하는 강제에 종속되지 않아 돈을 쌓아둘 수 있다. 이것은 비트코인을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원인이다. 그리고 투기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교란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중앙은행에서 통화량을 늘려도 그 돈은 비트코인 등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아무 교환도 매개하지 못하는 곳에 몰릴 것이다. 그 돈은 재화의 교환을 제대로 매개하지 못하고 묶일 것이고 투전판의 재료로 전락할 것이다.이러한 점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은 비트코인을 사용 금지하도록 유도될 가능성이 높다.

게젤이 주장한 공짜돈(스탬프머니)은 비트코인과 다르다. 스탬프를 붙이는 날마다 그 액면가가 규칙적으로 감가상각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비용을 물지 않으려고 돈을 처분한다. 뭘 사든지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빌려주든지 해서. 따라서 쌓아둘 수 없고 투기는 불가능하다. 그것을 지역화폐로 사용한다면 지역경제를 살리면서 기존 국가화폐의 불규칙한 돈순환을 보완할 수 있고, 국가화폐로 쓴다면 국가 전체의 내수경제를 살리면서 외국의 환투기 세력으로부터 국가경제를 보호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 그런 거 없이 종이랑 인쇄기만 있어도 된다. 스탬프머니가 불편하니까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발행연월일이야 발행되는 돈에 모두 똑같이 찍혀있고 1년마다 모든 화폐를 회수해서 갱신하기 때문에 그걸 일일히 확인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스탬프를 제 때 붙인 돈만 돈 액면가 그대로 취급하는 것이니 감가액을 일일히 계산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애초에 '돈순환 문제를 풀기 위해서 복잡한 테크놀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착각이다. 문제의 본질은 테크놀로지가 아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핑계로 한 폰지게임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면서 도박을 용인받으려고 한다. 이에 정부는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차일피일 규제를 미루기만 한다. 워렌버핏은 코인 자체가 어떤 이윤도 창출해내지 않음을 상기시켰다. 그렇다고 그것이 재화의 교환을 제대로 매개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이 하는 것은 오직 투기의 수단이 되어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될 뿐이다. 수년전에 이 도박장을 들어간 사람은 이제 웃으면서 희생자들이 더 들어오길 기다린다. 얼마전에 들어간 사람들도 자기가 산 게 올라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 나는 돈을 땄으니 너도 한 번 해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높은 변동성에 가격이 떨어지면 어쩌나 불안하여 잠도 제대로 못잔다. 이렇게 하여 완벽한 다단계 사기의 구조가 성립한다. 정부가 건드리지 않고 전국민이 참여하는 다단계 사기의 구조, 정말 멋지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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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9 22:09 2018/01/0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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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ost page in economics

칼럼

There is a lost page in economics. And on it, we can find the answer to the old question of economics. That is: How can we overcome the limits of capitalism? Capitalism has already revealed many deficiencies, and the sufferings and conflicts are turning into limitations. You may say "All is well" as capitalists say. Or you can say "No capitalism" without offering a clear alternative as Marxists do. Or you can only increase public intervention without touching capitalism as socialists do. But I know a better way. That is Silvio Gesell's plan, <The Natural Economic Order>. This book was published in 1916, influenced famous economists such as Keynes and Irving Fisher and contributed greatly to the modern regional monetary movements, but the essence of his theory has yet to be fully understood. So I translated the book into Korean to introduce the economic theory and open a new economic discourse. The natural economic order will replace capitalism. This is the economics for future generations.

Silvio Gesell's natural economic order reforms the land system and the monetary system and solves all the economic problems. According to him, the limitations and adverse effects of capitalism cannot be resolved in capitalism. It must be resolved by transforming capitalism into another economic order. Existing social therapies only work on the local parts of social organisms, their effects are very short and have long-term side effects. In such a way, civilization cannot be cured. In contrast, Silvio Gesell 's therapy is a holistic medicine that treats the entire body mass of the social organism. It is a radical therapy touching the core of social pathology.

Economically summarizing social problems is growth and distribution. In other words,
1. We cannot produce enough wealth.
2. And it is distributed unfairly.

Generally, liberalists are interested in growth. Marxists are interested in distribution. Socialists are interested in reconciliation between them. Liberalists argue that economic growth can only be achieved by promoting free economic activities and reducing government interference. Marxists argue that governments should control it to decrease the gap between the rich and the poor. They do not listen to each other. Their claims always run parallel.

Liberalists are wrong because the existing conditions of competition are not fair because of rent and interest. History teaches us what happens in capitalism without changing this condition. The rich get richer and the poor get poorer. Poverty will expand and poverty will result in crimes. The politicians will turn the arrow of anger abroad and the war will burst. Then the poor will serve as cannon fodder.

Marxists are wrong. if you can not get the proceeds of your labor, you don't work hard. Then the wealth as a whole will decrease. The nationalization should be applied not to the proceeds of labor, but to the land (including natural resources) and monetary circulation because the land is the place on which the labor work and money links labor and labor. If we nationalize both of them, privatization of the rest make no problem.

Socialists are wrong. They try to console people with tax and welfare policies. But all the benefits of the welfare system are absorbed by rents and they go into landowners' pockets. hence the effects of the welfare system are canceled.

In short, liberalism has no solution to distribution, Marxism has no solution to growth, and socialism is filling a bottomless jar. So what should we do? 

Listen to Gesell. According to him, growth is limited because of hoarding money. If you make the face value of money depreciated regularly, hoarding money will be a loss, therefore the money will circulate regularly and it will spread to every corner of the society. And distribution is unfair because workers are robbed of their proceeds of labor by interest and rent. So Gesell proposed sharing the rent and eliminating interest. It needs nationalizing the Land. People will use the land by public lease, the rents will go to public fund and be used for public welfare. At the same time, anybody cannot make rent personal profits since the amount paid on their leases would keep pace with the rise of rent. The way to get rid of interest is the same as the way to prevent money-hoarding. If money is depreciated regularly as if the goods are worn out and rotten, the basic interest* will be disappeared. If basic interest disappeared, the interest of all kinds of real capital born from money will die.

Free-Land reform and Free-Money reform means that you don't need to pay any charge when you use land and money. It can achieve both goals, that is growth and distribution. Free economic activity will be guaranteed and government intervention will be disappeared as liberalists want. Workers will get the right of the whole proceeds of labor as the Marxists hope.

I've met Silvio Gesell's theory in 2011 and I have analyzed it from various angles and now I've convinced it is the ultimate solution for mankind. It will not only be economic salvation, but also a social, cultural, ecological, and even spiritual salvation. This is no exaggeration. You should note that all the pathological symptoms of modern civilization are attributed to the land system and the monetary system. The root of evil is economic order not harmonized with human nature which pursues one's own interests above all. Human nature will not change forever. The attempt to change it is in vain. If you fight against your nature, you cannot solve the problem fundamentally, but only to confuse the world. It is the reason why we must adopt the natural economic orde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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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4 23:26 2017/05/1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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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에서 두 번째 강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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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 마을활력소에서 두 번째 강의를 했습니다. 지역화폐에 감가화폐 개념을 도입할 때 어떤 점이 염려되시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허심탄회하게 지역화폐 운영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low: 2년 전 제가 여기 왔을 때 홍동에서 감가화폐를 도입하시길 기대했다. 그런데 아직 소식이 없다. 어떤 점이 염려되어서 못하고 계신지?

활력소: 빵가게 주인은 빵을 팔면서 감가화폐보다는 원화로 받고 싶어할 것 같다.

$low: 빵가게 주인은 안 팔리는 것보다는 감가화폐로라도 팔리길 원할 것이다. 안 팔리면 썩어서 내버려야 하니까. 따라서 그는 감가화폐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돈을 쌓아두지만 않는다면 감가화폐로 받아도 손해는 나지 않는다. 벌어들인 감가화폐로 다른 걸 더 많이 살 수 있으니까 이익이다.

활력소: 한 달마다 지역화폐에 우표를 1개씩 붙인다면, 한 달의 마지막 날 감가화폐를 다 들고 와서 그 빵가게 빵을 사 갈 것 같다. 그럼 주인이 싫어할 것 같다. 가격할인을 당한 셈이니까.

$low: 그래도 안 팔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활력소: 한 달의 마지막날에 감가화폐로 지불하면 인격도 감가상각될 것 같다. (어느 분의 조크)

(모두 웃음)

활력소: 감가화폐를 쓰면 그 감가상각되는 비용, 즉 우표 판매비는 어디에 쓰나?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쉽게 도입 못할 것 같은데..

$low: 모두에게 n분의 1로 돌려준다. 따라서 돈을 쌓아두는 사람은 손해를 볼 것이고 나머지는 이익을 볼 것이다.

활력소: 현재 우리 지역화폐는 감가화폐가 아니다. 발행하면 얼마 안되어 활력소(지역화폐발행처)로 돌아와버린다. 지역화폐 가맹점들이 손님들한테 지역화폐를 받으면 '어디 쓸 데가 없다'고 다시 원화로 바꾸러 온다. 그 가맹점들은 지금도 지역화폐를 쓰고 싶어하지 않는데 감가까지 도입하면 아예 안쓰려고 하지 않을까?

$low: 원화로 환전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지역화폐가 아니다. 언제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준 셈이다. 그래서 감가화폐를 도입한 다음에는 환전해주면 안된다. 독일의 킴가우어처럼 환전할 때 수수료를 받아서 환전을 억제하는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 감가화폐를 받는 게 가맹점들한테도 이익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감가화폐를 받으면 아주 많이 팔 수 있다. 그리고 쌓아두지만 않으면 많이 살 수 있으니 사는 입장으로 봐도 결국 이익이다.

력소: 감가를 지역화폐에 도입하려면 사람들이 1대1로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는 주말장터나 인터넷장터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촉진자가 필요할 것 같다.

$low: 맞다. 감가화폐를 쓰도록 억지로 설득하기보다는 그런 장터를 마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활력소: 감가화폐를 먼저 만들어야 하나, 인터넷장터를 먼저 만들어야 하나?

$low: 감가화폐를 먼저 만드는 게 좋을 듯. 감가를 하면 인터넷장터가 더 쉽게 만들어질 것이다.

활력소: 우표를 붙이는 비용은 뭘로 결제하지? 그것도 감가화폐로? 아니면 원화로? 우표를 붙임으로써 감가화폐 액면가가 유지되려면 원화로 해야 할 것 같다.

$low: 원화로 해야 한다.

활력소: 1달에 한 번이라도 우표 붙이는 건 사용자가 번거로울 것 같은데?

$low: 1달에 한 번 붙여도 되고 분기별로 붙여도 된다. 설계하기 나름.

활력소: 지금 생협은 조합원이 아니라도 매장에서 같은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까 조합원이 별 이점이 없다. 지역화폐도 그렇다. 지역화폐로 내든 원화로 내든 사는 사람은 마찬가지다. 우리 모임은 좋은 뜻을 갖고 있어서 일부러 지역화폐를 쓰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

$low: 그런 점에서 감가화폐는 다르다. 감가화폐 가맹점은 다른 매장보다 훨씬 더 많이 팔게 된다. 감가화폐는 쌓아둘 수 없으니까. 구매자의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판매자나 생산자의 관점에서 보면 감가화폐는 무조건 이익이다. 많이 팔 수 있으니까. 구매자 입장에서도 사실 나쁘지 않다. 많이 살 수 있으니까. 많이 팔아야 많이 살 것 아닌가? 많이 팔려면 감가화폐를 써야 한다.

활력소: 감가화폐 발행의 적정규모는?

$low: 작게 시작하시라.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에는 창대하게 될 것이다. 킴가우어도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이랑 경제공부하려고 만든 거다. 그런데 지금은 대도시 두 개를 커버할 정도로 성장했다. 회원 각자 1만원씩 거둬서 그걸 담보로 감가화폐를 발행해보시라. 1만원이라도 10번만 순환하면 거래액이 10만원이다. 10명 정도가 참여해도 거래액이 100만원이다. 그게 잘 돌아가면 사용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활력소: 사용처가 없는데 감가된다고 하면 대책이 없지 않나?

$low: 감가가 안되니까 사용처가 없는 것 아닌가? 돈을 쌓아둘 수 있으니 사용처가 줄어드는 것이다. 감가되면, 안쓰면 손해 아닌가? 사용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최소한 농산물은 거래할 수 있도록 미리 세팅해두는 게 좋겠다. 그러면 나머지 거래망은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이다.

활력소: 감가화폐가 마을은행에 입금될 때 그 돈도 감가상각하나? 아마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러면 사람들이 감가화폐를 모두 마을은행에 집어넣고 안쓰게 되니까.

$low: 맞다. 그런데 마을은행에 쌓아둘 일이 없을 것이다. 감가화폐는 그 속성상 쌓아둘 수가 없다. 교환매개물로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끊임없이 순환한다. 그리고 은행으로 들어가도 바로 누군가에게 대출될 것이다.

활력소: 지자체랑 같이 해야 하나? 그렇게 하면 나중에 지자체 입김에 휘둘리지 않을까? 길게 보면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는게 나을 것 같은데.

$low: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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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8 21:24 2016/12/0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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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스트에게 보내는 편지

칼럼

*안녕하십니까? $low입니다.

 

저는 얼마전 여러분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실비오 게젤과 헨리 조지의 사상이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둘은 모두 '지대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이론과 해법은 다르지요. 실비오 게젤을 알아야 ‘지대 공유’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편견과 선입견을 내려놓고 이 편지를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헨리 조지는 땅사유권을 남겨둔 채 땅의 임대료를 세금으로 몰수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실비오 게젤은 그렇게 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땅사유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세금으로 임대료를 몰수해도 땅주인이 다시 그 세금을 임대료에 집어넣어서 세입자한테 떠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류)경제학의 통설은 '토지의 공급탄력성이 0이므로 완전경쟁시장에서 지대세는 전가 등 경제 왜곡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말을 쉽게 풀어쓰면,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새로운 땅이 생길 일은 없을 테니, 땅주인한테 세금을 물리더라도 그 땅주인이 새로운 땅으로 갈아탈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토지 임대료에 부과하는 세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얘기 같습니다. 이 말은 맞습니다. 지대세를 내는 것은 땅주인입니다. 하지만 그 땅주인은 그 세금을 임대료에 집어넣어서 세입자한테 떠넘길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시다시피, 땅은 감가상각이 안되지요. 반면에 노동자들이 생산한 재화와 노동자들의 노동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감가상각됩니다. 재화는 점점 낡고, 썩고, 닳고, 보관료나 보험료가 듭니다. 노동력을 유지하려면 먹고 자는 등 비용이 들어갑니다. 노동자는 땅주인의 땅을 빌리지 않으면 점점 손실이 커지는 반면 땅주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둘의 거래관계에서 땅주인은 우위를 차지합니다. 바로 여기서 지대를 거둘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이 힘은, 세금으로 지대를 몰수할 때 그 세금을 임대료에 집어넣어 세입자한테 떠넘길 수 있는 힘이기도 합니다. 조세라는 수단으로 임대료를 몰수하여도, 땅은 감가상각되지 않음으로 땅이 재화와 노동에 대하여 갖는 우위는 변하지 않습니다. 땅주인은 거래를 안하면 그 뿐입니다. 하지만 노동자는 손실을 입겠지요. 그래서 땅주인이 지대세를 임대료에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지요.

 

 

* 어느 분은 "땅주인이 지대세를 임대료에 집어넣으면 세입자가 다른 땅으로 갈아탈 수 있으니까 떠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갈아타는 땅도 임대료를 내야 하는 땅 아닙니까? 그러면 그 땅의 주인도 지대세를 임대료에 집어넣을 것 아닙니까? "세입자가 다른 땅으로 갈아탈 수 있으니까 땅주인은 지대세를 임대료에 집어넣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다른 땅이 공짜땅이어야 합니다.

 

분명히, 공짜땅이 있다면 땅주인의 땅에 의존하는 정도가 제한될 것입니다. 게젤에 따르면 공짜땅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지구상의 어디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진짜 공짜땅

2. 명목상의 비용을 내고 쓸 수 있는 땅, 즉 거의 공짜땅

3. 땅을 집약적으로 활용하여 얻는 '공짜땅이 생기는 것'과 같은 효과

 

공짜땅 때문에 땅주인은 임대료를 어느 한도 이상 올리지 못합니다. 더 올리면 노동자들은 위의 공짜땅으로 도피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땅주인의 땅은 공짜땅과 경쟁합니다. 어떤 조지스트들은 땅주인의 땅들끼리 경쟁해서 임대료가 떨어질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런 경쟁에서 모든 땅의 임대료를 합한 총임대료는 변하지 않습니다. 총임대료를 변하게 할 수 있는 경쟁은 오직 땅주인의 땅이 공짜땅과 경쟁할 때 뿐입니다. 땅의 임대료를 세금으로 몰수해서 위의 세 가지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를 늘리는데 사용한다면, 그 세금은 노동자들한테 떠넘겨질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가 지금 빌려 쓰는 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보다 커져서 노동자들이 공짜땅으로 도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땅주인과 노동자의 몫 사이에 동적 평형이 이루어집니다.

 

 

* 어느 분은 '땅주인이 시장에서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닌데 어떻게 무조건 지대세가 세입자들에게 전가된다고 하느냐? 만일 그렇다면 지금도 더 올릴 수 있을 것 아니냐?'고 합니다. 하지만 실비오 게젤은 지대세가 무조건 전가된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지대세로 얻은 돈을, 노동자가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를 늘리는데 사용하지 않는다면 지대세 부담이 세입자한테 전가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지대세로 얻은 돈을, 노동자가 주인이 있는 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를 늘리는데 사용한 만큼 지대세 부담은 세입자한테 전가된다'는 것입니다. 즉 조건부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대세가 전가되지 않는 조건을 자세히 살펴봅시다. 정부가 지대세 걷은 돈으로,

1. 첫 번째 부류의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를 늘리는 경우: 한국의 노동자가 땅주인이 없는 해외 오지에서 일해서 얻은 생산물을 한국에서 수입할 때 지대세로 걷은 돈을 수입업자한테 보태준다면 그 때 지대세는 세입자한테 전가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공짜땅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

2. 두 번째 부류의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를 늘리는 경우: 두 번째 부류의 공짜땅은 넓은 의미로는 '무역으로 수입을 확대하는 조치'를 포함합니다. 수입을 확대하면 외국땅을 수입한 효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외국산 제품을 수입할 때 지대세 걷은 돈을 수입업자한테 보태주면 그 때 지대세는 세입자에게 전가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외국 산업에 대하여 자국 산업을 역차별하는 것이므로 자국 산업을 말려죽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보호관세와 정반대의 효과) 당연히 내국인들이 반대하겠죠.

3. 세 번째 부류의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를 늘리는 경우: 실제로 물리적인 공짜땅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공짜땅이 생긴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 것만으로 노동자들의 노동대가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 세 번째 공짜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들겠습니다. 얼마전 '점포쉐어링'이라는 사업이 등장했습니다. 한 점포를 서로 다른 사람이 시간별로 나눠쓰도록 돕는 것입니다. 낮에는 식당을 하다가 밤에는 술집으로 바뀌는 식이지요. 기존 임차인이 다른 사람과 점포를 나눠씀으로써 임대료 부담을 떨어뜨리고 자기들의 소득을 높이는 겁니다. 그 사람이 10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자기가 사용 안하는 밤에 다른 사람한테 점포를 빌려주고 50만원을 받는다면 그의 노동대가는 늘어납니다. 물리적으로 공짜땅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기능적으로 ‘공짜땅이 생긴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오면 노동자들의 노동대가는 늘어납니다. 따라서 이 세 번째 부류의 공짜땅이 노동자들의 노동대가를 결정합니다. 문제는 이것으로는 지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해결하려면 전 국토를 국유화하여 공유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전 국토를 공짜땅으로 만드는 수 밖에 없습니다.(공짜땅 개혁)

 

이처럼 지대세 전가는 조건부이지만, 전가되지 않는 조건을 선택하는 것은 내국인들의 반발을 유도하여 사실상 불가능하며 그렇게 해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주지 못하므로 우리는 지대세가 아니라 공짜땅 개혁을 해야 합니다. (20190607 추가)

 

즉, 한 나라의 땅을 모두 공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소유'가 아니라 '사용'임에 유의할 것) 공짜땅 개혁은 일종의 토지공공임대제입니다.(중국 본토의 것과는 다릅니다. 홍콩의 초기 모델과 비슷합니다. 20190721 추가) 땅사유권을 폐지하므로 모든 지대는 공공기금으로 흘러가고, 이 기금은 복지에 사용합니다. 냈던 임대료를 복지로 돌려받으므로 임대료를 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기존 복지정책과 다릅니다. 기존 복지정책은 그 효과가 임대료 상승으로 상쇄되니까요. 여러분이 지금 생각하는 복지정책은 땅사유권을 그대로 놔두고 지대세를 거두어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하거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인데, 그 취지는 좋으나 다시 살펴보십시오. 그러한 방식은 위의 세 가지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를 늘려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노동자들한테 임대료의 형태로 떠넘겨진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 어느 분은 '지대세가 전가된다면 복지국가들의 땅값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되묻습니다. 그런 경우 임대료 상승을 상쇄할만한 요인, 즉 무역에 의한 수입 확대(두 번째 부류의 공짜땅), 공유경제의 증가(세 번째 부류의 공짜땅)처럼 노동자들이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의 증가가 그동안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복지정책은 지대를 끌어올렸을 것이며 다만 그동안 두 번째와 세 번째 부류의 공짜땅 확대로 인하여 그것이 체감되지 않았던 것 뿐입니다. 그런 나라들도 공짜땅 효과가 약해지면 문제가 겉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통계자료를 볼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그 자료 배후의 맥락을 정확하게 살피지 못하면 잘못된 결론으로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20190607 추가)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노동자들의 노동대가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노동대가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야만 노동자들의 노동대가가 지대조세제와 공짜땅 개혁에서 각각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추론과정을 구성하는 기본개념인 '노동대가'를 올바르게 정의하는 것은 이 거대한 담론의 기초가 됩니다.

 

실비오 게젤은 노동생산물·노동산출물·노동대가를 구별하였습니다. 쌀농사 짓는 농부를 예로 들면, 쌀은 노동생산물이고, 그 쌀을 팔아 번 돈(임금)은 노동산출물이며, 그 돈을 주고 산 물건은 노동대가입니다. 임금은 분명히 노동대가와 다른데, 돈을 많이 벌어도 물가에 따라 필요한 물건을 많이 살 수도 적게 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노동산출물과 노동대가는 엄밀히 구별되어야 하는데, 헨리 조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헨리 조지의 법칙은 기초개념인 ‘노동대가’에서부터 더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하며, 그렇게 하면 실비오 게젤이 발견한 법칙과 같아지고, 그 법칙으로 미루어 판단한다면 게젤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입니다.

 

실비오 게젤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땅주인의 땅을 빌려서 일할 때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는 '그가 공짜땅에서 일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노동대가'로 결정됩니다. 그보다 많이 얻는다면 땅주인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건 내 땅을 빌렸기 때문에 생긴 거야. 따라서 그 초과분은 내가 임대료로 가져야겠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노동자들의 노동대가는 위의 세 번째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로 결정됩니다. 노동자들의 노동대가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부류의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보다 낮아질 수는 있지만 세 번째 부류의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보다 낮아질 수는 없습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물리적으로 공짜땅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기능적으로 ‘공짜땅이 생긴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오면 노동자들의 노동대가는 늘어납니다. 따라서 이 세 번째 부류의 공짜땅이 노동자들의 노동대가를 결정합니다.

 

땅사유권을 폐지하지 않고 지대세를 거두어 인구수 n분의 1로 나누어 준다고 할 때 그것은 정말이지 문외한의 귀에는 솔깃하게 들리겠지만, 그것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를 올려주지 못합니다. 따라서 그런 방법으로는 노동자들의 노동대가를 늘리지 못합니다. 그 지대세는 임대료에 집어넣어져서 다시 노동자들이 부담하게 됩니다. 이것은 조삼모사朝三暮四입니다. 복지로 주었다가 임대료로 빼앗아가는 것이지요. 그래도 기뻐한다면 어리석은 원숭이 아닙니까?

 

땅주인과 농장노동자의 생산물 분배는 임의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모두 고유의 법칙에 따라 진행돼. 이 분배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더라도 틀림없이 이 법칙을 따라야 하고 거스르면 안돼. 안 그러면 그건 아무 효과가 없어.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1부 분배 12. 보호관세와 지대·임금

There is nothing arbitrary in the distribution of the product between landowner and farm worker; everything proceeds according to inherent laws. Any artificial interference with this distribution must be in accordance with these laws, not in opposition to them, otherwise it will come to nothing. -The Natural Economic Order Part I. Chapter 12. Protective-Duties, Rent and Wages

 

실비오 게젤의 이론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합니다. 저는 지난 주말 이코노미인사이트라는 잡지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프랑스에서 집세보조금 정책이 강력한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조금으로 400억 유로나 풀었는데 주택위기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집주인들이 보조금을 감안해서 집세를 올렸기 때문입니다. 보조금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이제 프랑스 정부는 보조금을 줄이고 있습니다. 파리시는 집세 규제로 보조금 정책의 실패를 보완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세입자들이 집세 신고를 잘 안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집주인이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땅사유권을 폐지하지 않고 복지정책을 구사할 때 필연적으로 이를 수 밖에 없는 결말입니다. 계속 보조금을 주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집세규제도 효과가 없습니다. 집주인은 거래를 안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비오 게젤의 공짜땅 개혁을 해야 합니다. 땅사유권을 완전히 폐지해야만 이 난제가 풀리는 것입니다.
 
(누구는 '이 경우는 그저 세입자들이 집세보조금을 받는다는 것을 집주인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집세를 그만큼 올려받을 수 있는 것이며, 만일 집주인들이 모른다면 그렇게 올려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집주인들이 모른다고 하여도 보조금이라는 이점에 이끌린 세입자들이 그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모여들어서 집세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지요.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이 기사에서 피에르 마데크라는 사람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닐 수도 있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2000년대 초부터 실질집세가 집세보조금보다 빠르게 올랐으므로 집세와 집세보조금이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리석은 주장입니다. 집세를 올리는 원인이 집세보조금 하나 뿐입니까? 분업이 고도화되고 도시가 발전하도록 만드는 수많은 요인에 의하여 지대는 올라갑니다. 보조금 말고 집세를 올리는 다른 요인들이 당연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요인들의 변동이 집세보조금에 더하여져서 집세가 집세보조금보다 빨리 상승하는 것이 집세상승과 집세보조금이 상관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세 명한테 얻어맞고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살살 때린다고 하여 그 놈은 죄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도대체 이 엉터리 같은 변론을 이 기사에 덧붙인 까닭이 무엇일까요? 우리는 위 기사에서 팩트만 봐야 합니다. 그 팩트는 결국 집세보조금만큼 집주인들이 집세를 올렸다는 것 그리고 올릴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에서 이코노미인사이트가 보여준 문제는 더 나은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하여 지금까지 써먹던 효과없는 정책들을 계속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지요. 그런 태도 때문에 사회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내는 일은 더 어렵고, 찾아냈다고 해도 채택되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기존 정책이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리면 근본적인 개혁을 도입해야 할 까닭이 없으니까요.)
 
땅사유권을 폐지하지 않고 복지정책을 할 때 그 효과가 지대에 의하여 상쇄된다는 증거를 하나 더 제시하겠습니다. 다음 뉴스에서 우리는 전통시장 지원금이 지대에 흡수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18389938​​

어느 분은 '지대세나 복지정책의 효과가 상쇄되기 전까지는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그 분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전통시장 지원금 정책의 효과는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완전히 상쇄되었습니까? 그것이 정말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까? 복지정책의 효과는 상쇄됩니다. 다만 지금까지 그것이 잘 보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약을 여러 개 먹는 환자는 좋아져도 무엇 때문에 좋아졌는지 모르고 악화되어도 무엇 때문에 악화되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현재의 복지정책이 그렇죠. 여러 가지 정책이 뒤섞여 있습니다. 여기서 정치가들과 국민들은 그 모든 노력이 그럭저럭 효과가 있었을 거라고 어림짐작할 뿐입니다.

둘째, 개미가 코끼리 등 위에 있으면 그것이 코끼리인지 모릅니다. 한 눈에 안 들어오니까요. 예를 들어,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한 나라에서 지대가 상승하더라도 그것은 쉽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그 둘 사이에 그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택 보조금이나 전통시장 지원금은 다르죠. 주택 보조금을 줄 때 집세가 올라간다든지 전통시장 지원금을 줄 때 시장점포세가 올라간다면 누구나 그것들이 관계있음을 쉽게 알아차릴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정책의 효과와 비교적 구별이 쉽고, 보조금을 주는 대상과 그것의 영향을 받는 대상이 가까운 거리에 있으므로 그 연관성이 한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시야가 좁기 때문에 관찰범위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고, 우리가 그 경제현상의 배후에 있는 원리를 모르기 때문에 더욱 그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생각을 예리하게 가다듬고 확장하여 더 거대한 현상들의 본질을 한 눈에 포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어떻게? 좀 더 단순한 예에서 궁극의 원리를 끌어내야죠. 그리고 그 원리를 다른 현상에 적용하여 정책이나 제도의 결과를 추론해야 합니다. 1887년 아서코넌 도일은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라는 작품에서 주인공 셜록홈즈의 입을 빌려서 이렇게 말합니다.
 
"논리적인 사람은 바다를 보거나 폭포소리를 듣지 않아도 물 한방울에서 대서양이나 나이아가라폭포의 가능성을 추리해낼 수 있다. 그래서 인생 전체는 거대한 하나의 사슬이 되고 우리는 그 사슬 일부를 보고 전체를 알 수 있다."
 
여러분이 실비오 게젤의 지혜가 있다면, 주택보조금 정책과 전통시장 지원금 정책의 실패에서 '모든 복지정책은 땅사유권에 의해서 실패한다'는 것을 보게 될 겁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니라 그 경제현상 배후에 있는 원리를 통찰하였기 때문에 그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이지요. 네, 이것은 추론의 과학입니다. 그래서 땅사유권을 폐지하지 않고 복지정책을 펼치는 것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정말 중요한 것으로부터 떨어뜨려놓는 아주 오래된 속임수입니다.
 
 

*어느 분은 “지대조세제를 하되, 임대료가 오르면 다시 세금으로 거둬들이면 될 것 아니냐?”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십시오.

 

옛날 옛적 걸리버라는 선원이 있었다. 그가 탄 배는 영국을 출발하여 인도로 향했는데, 아프리카 희망봉 근처에서 거센 파도에 휩쓸려 난파하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이름도 알 수 없는 섬에 떠밀려와 있었고,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사람들이 자기 몸을 밧줄로 묶고 있었다. 그 곳은 소인국이었던 것이다.

 

난장이들은 걸리버를 수레에 싣고 왕궁으로 옮겼다. 소인국의 왕은 배고픈 걸리버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물었다.

 

왕: 자네는 정말 많이 먹는군. 자네를 하루 먹이려면 우리나라 GDP의 1%가 들어갈 것 같네. 어디서 왔는가?

 

걸리버: 영국에서 왔습니다.

 

왕: 영국?? 처음 들어보는군. 그래, 그 나라는 살기 좋은가? 우리나라는 지금 심각한 경제난과 빈부격차로 백성들의 고초가 말이 아니라네. 하지만 다행히도 해법을 알게 됐지. 얼마전 자네처럼 누가 우리 나라로 떠밀려온 적이 있네. '헨리 조지'라고 경제학을 연구한다더군. 그 사람이 말하길, 세금으로 토지임대료를 몰수해서 백성들의 복지에 쓰면 된다고 했네. 그럴듯하지 않나?

 

걸리버: (닭고기를 입에 넣으며) 지대조세제군요. 그건 효과가 없습니다.

 

왕: 효과가 없다니. 왜 그런가?

 

걸리버: 헨리 조지는 좋은 사람이지만, 지대조세제는 효과가 없습니다. 토지임대료를 세금으로 몰수해서 복지에 쓰면, 그것은 '주인이 있는 땅'의 이점을 늘려준 것이므로 임대료가 상승합니다. 그래서 복지를 통해 노동자들의 노동대가가 늘어난 것을 상쇄하지요. 그래서 효과가 없습니다.

 

왕: 이해가 안되는군. 임대료가 오르면 다시 세금으로 거두어들이면 될 것 아닌가?

 

걸리버: (스푼을 내려놓으며) 폐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이 나라 전체의 토지임대료가 얼마입니까?

 

왕: 100원이네.

 

걸리버: 세금으로 그 임대료 100원을 몰수해서 백성들의 무상교육비로 씁니다. 그러면 백성들의 노동대가는 100원이 늘어난 것과 같죠. 하지만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그 땅에 더해져서 임대료는 100원이 올라서 총 200원이 됩니다. 땅주인은 임차인에게 "200원을 안 내려면 다른 곳(공짜땅)으로 가"라고 하죠. 하지만 임차인은 갈 수 있는 다른 곳(공짜땅)이 없죠. 그래서 임대료 200원을 지불합니다. 그러면 노동자의 이익은 얼마가 늘었죠?

 

왕: 늘어난 노동대가 100원이 늘어난 임대료 100원으로 상쇄되었으니 0원이네.

 

걸리버: 땅주인한테 얼마가 남죠?

 

왕: 세금으로 100원을 몰수당했지만 임대료는 200원이 되었으니 100원이 남는군. 땅주인이 100원의 이익을 보네.

 

걸리버: 그러면 다시 세금으로 임대료 200원을 몰수해서 백성들의 무상의료비로 씁니다. 그러면 백성들의 노동대가는 200원이 늘어난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무상의료를 받을 수 있는 이점이 그 땅에 더해져서 임대료는 200원이 더 올라서 총 400원이 됩니다. 그러면 노동자의 이익은 얼마가 늘었죠?

 

왕: 늘어난 노동대가가 임대료 상승으로 상쇄되었으니 0원이네.

 

걸리버: 그러면 땅주인은 얼마가 남죠?

 

왕: 세금으로 처음에 100원 그리고 나중에 200원, 총 300원을 몰수당했지만 임대료는 400원이 되었으니 100원이 남는군. 땅주인이 여전히 100원의 이익을 보네.

 

걸리버: 이와 같이 노동자는 100원을 땅주인한테 임대료로 빼앗기는 겁니다. 세금으로 지대를 몰수할 수 없다는 겁니다. 주인이 있는 땅의 이점을 늘린다면 그것은 임대료를 상승시키므로 노동자들의 노동대가는 늘어날 수 없습니다. 노동자들이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는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로 결정됩니다. 임대료를 내야 하는 땅의 이점이 증가한다면 그것은 임대료에 반영되어 재분배 효과는 무력화되는 겁니다.

 

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걸리버: 땅을 국유화하고, 국민들이 공매로 땅을 사용하도록 하십시오. 거기서 얻은 임대료는 복지에 쓰십시오. 그리고 지대가 오를 때마다 임대료도 그만큼 올리세요.

 

왕: 지대조세제와 같지 않나?

 

걸리버: (고개를 가로저으며) 땅을 국유화하고 공매로 임차인을 구합니다. 그 임차인한테 받은 총 임대료가 100원이라고 합시다. 그 100원을 모두 복지에 씁니다. 그러면 노동자는 노동대가가 얼마나 늘어난 셈이죠?

 

왕: 정부가 복지에 쓴 100원만큼 늘어났네. 그 땅에서 사는 이점도 100원만큼 늘어났으니 지대도 100원 올라가고...

 

걸리버: 지대가 올라간 만큼 임대료를 올리면 임대료는 200원. 그리고 그 임대료는 정부에 귀속되고 정부는 그 200원 전부를 다시 복지에 사용하면...

 

왕: 노동자는 노동대가 200원 증가. 다시 지대 200원 상승.

 

걸리버: 지대 올라간 만큼 임대료 올려서 임대료 400원. 그 임대료는 정부에 귀속되고 정부는 그 400원 전부를 다시 복지에 사용하면...

 

왕: 이제 알겠네. 개인이 지대의 상승에서 이익을 뽑아먹을 수 있는 틈이 제거됐군.

 

걸리버: 이제 식사를 계속 해도 될까요?

 

왕: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더 주문하게.

 
 
*어느 분은 '지대조세제에서 지대세가 세입자들한테 떠넘겨지는 것처럼 토지공공임대제도 임대료가 소비자들한테 떠넘겨질 수 있다. 그러니 둘 가운데 어느 하나가 더 나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공짜땅 개혁은 지대조세제와 다르고 기존 토지공공임대제와도 다릅니다.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 사람은 정말이지 농장임대료를 지불해야 해.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그 지대를 돌려주고 있어. 그 지대는 땅의 생산물이 아니라 사회의 생산물이야. (사회society 란 말은 돌려받는 걸 뜻해.) 그리고 사람은 땅에 대해 청구할 게 있지. 사람에 대해서는 청구할 게 없어. 따라서 그 사람이 자기 농산물의 가격으로 사회에서 모은 지대를 농장임대료로 사회에 돌려주면, 그 사람은 그냥 경리나 세금징수인처럼 움직이는 거야. 자기 땅에 대한 권리는 그대로 남아. 사회는 그 사람한테 농산물값으로 그 사람이 일한 것보다 더 많이 지불하고, 그 사람은 그걸 다시 사회에 되돌려줄 뿐이야. 하지만 그 농부는 그 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 사람도 농장임대료로 자기 몫을 받아. 그래서 실제로는 지대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셈이야. 그 사람은 단지 자기가 모은 지대를 돌려줄 뿐이야. 자기 계좌가 사회에서 더 정확히 처리될 수 있게 말이야.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2부 5장 땅국유화를 위한 변론

He must, indeed, pay a farm-rent, but in so doing he is merely giving back the rent of the land which is not the product of the soil, but of society (the word means what is given back). And man has a claim on the earth, but not on men. If, therefore, he restores to society, as rent for his farm, the rent that he collects from society in the prices of his farm products, he simply acts as an accountant or tax gatherer; his right to the soil remains intact. He gives back to society what it has paid him in advance in the price of the products of the soil, over and above his labour. But since the farmer himself is a member of society, he, also, receives his share of the farm rent. So in reality he pays no rent at all; he merely hands over the rent collected by him, in order that his account with society may be settled more accurately. -The Natural Economic Order Part II. Chapter 5. The Case for Nationalisation of the Land

이처럼 실비오 게젤의 공짜땅 개혁에서는 생산자가 자기가 제공하는 재화의 가격을 정할 때 임대료를 거기에 끼워넣지만, 그 임대료는 생산자의 몫으로 남지 않고 정부로 들어가고, 정부는 그걸로 복지를 합니다. 이 때 그 생산자는 지대를 효율적으로 모으는 것을 돕는 심부름꾼처럼 일하게 될 뿐 그 지대를 자기 호주머니에 넣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땅사유제에서 땅주인이 세입자한테 임대료 인상을 통하여 지대세를 떠넘기는 것과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재화의 가격을 통하여 임대료를 떠넘기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는 지대를 사유할 수 있는 빈틈이 있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분은 “토지공공임대제도 땅사용권이 소유권화되지 않냐?”고 염려합니다. 이것은 중국에서 일어난 현상을 두고 말하는 것입니다. 중국 도시의 땅은 국가 소유이고 개인이나 기업이 사용하려면 사용권을 얻어야 합니다. 사용권은 크게 획발(劃拔)과 출양(出讓)으로 나뉩니다. 획발이란 국가에서 정부기관·공공시설·공공단체에 사용권을 공짜로 준 것을 말하며, 사용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정부에서 필요할 때 임의로 회수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개인이나 기업이 건축부지·공장부지로 땅을 사용하고자 할 때 쓰는 방법이 출양입니다. 출양은 시, 현급의 토지관리부서와 어느 땅을 일정기간 일정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계약을 하고 사용권을 사는 방식입니다. 출양 계약할 때 땅을 사용하는 기간을 결정하는데, 사용목적에 따라 최대사용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거주용는 최대 70년, 상업․관광․오락용은 최대 40년, 공장부지는 보통 50년이 보장됩니다. 이렇게 취득한 토지사용권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받을 수도 있으며 제3자에게 사용권을 양도하거나 임대해 줄 수도 있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획발 사용권은 처분권이 없는 순수한 의미의 사용권’이고, 출양 사용권은 ‘처분권이 있는 변형된 의미의 사용권’입니다. 출양 사용권은 허가 받은 기간 동안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을 뿐 아니라, 증여·임대·저당권설정·교환 등 모든 법적인 권리가 보장되므로 이름만 사용권일 뿐 한국의 소유권과 다름없습니다.

 

"사용권이 소유권화된다"는 것은, 땅소유권으로 지대를 사유화하여 이익을 취하듯이 사용권을 매매할 때 지대를 사유화할 수 있는 빈틈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땅을 오랫동안 빌려줄 때 분업의 고도화에 의하여 지대가 상승할 수 있는데, 그것에 비하여 임대료는 고정된 상태라면 당연히 사용권을 팔 때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출양 사용권으로 수십년을 보장받으면 그 동안 사람이 모이고 도시가 개발되어 지대가 폭등할 수 있는데 만일 임차료가 고정되어 있다면 팔 때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원인은 화폐제도에 있습니다. 기존 화폐는 액면가가 불변하여 돈소유자가 임의로 돈을 쌓아둘 수 있는데, 이것 역시 땅사용권 투기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줍니다. 투기라는 것은 돈을 쌓아두었다가 돈과 재화의 교환시점을 돈소유자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화폐 액면가가 불변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합니다.

 

실비오 게젤의 공짜땅 공짜돈 개혁은 이 두 가지 원인을 모두 바로잡습니다. 첫째, 정부가 지대 변동에 따라 임대료를 변경할 권리를 가집니다. 즉 지대가 오르면 임대료를 올립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매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스탬프머니와 같은 방법으로 화폐 액면가를 정기적으로 감가상각되도록 만들기 때문에 돈을 쌓아둘 수 없고, 따라서 투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땅 뿐 아니라 다른 재화에 대한 투기도 모두 불가능합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땅이 낳는 지대는 조세로 몰수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돈이 낳는 이자(기본이자)도 조세로 몰수될 수 없습니다. 돈의 액면가도 땅과 마찬가지로 감가상각이 안되므로 재화나 노동력에 대하여 우위를 점유합니다. 여러분은 1000원짜리 지폐와 1000원짜리 빵 가운데 무엇으로 저축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지폐일 것입니다. 빵은 썩겠지만 돈의 액면가는 썩지 않으니까요. 돈이 재화나 노동과 교환되려면, 재화나 노동이 돈에게 그 돈이 가진 유리함에 상응한 조공을 바쳐야 하는데, 그 조공을 실비오 게젤은 '기본이자'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기본이자를 세금으로 몰수해도, 돈이 재화나 노동에 대하여 갖는 우위에 영향을 주지는 못합니다. 기본이자는 결과일 뿐, 그 원인은 화폐 액면가의 불변함에 있기 때문입니다. 원인을 바로잡지 않는 한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분업에 의지하므로 분업을 매개하는 돈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반면에 돈소유자는 화폐의 액면가가 불변하므로 돈을 반드시 재화나 노동과 교환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기본이자를 세금으로 몰수하려고 하면, 즉 교환에 세금을 더 물린다면 시장은 침체하게 될 것입니다.

 

만일 돈 말고 교환을 매개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노동자들이 돈에 더 적게 의존할 것입니다. 기존 경제질서에서 그런 방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물물교환

2. 환어음

3. 지역화폐(감가화폐만 해당됨)

 

이 세 가지 방법이 있기 때문에, 돈은 그 기본이자를 무한정 올리지 못합니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위의 세 가지 수단으로 대피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런 방법이 있어도 기본이자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기본이자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국가화폐의 액면가를 정기적으로 감가상각해야 합니다. 이것을 '스탬프머니'라고 합니다.(아래 그림 참조) 이것은 정해진 기한이 지나서 돈을 사용하려면 돈에 우표를 붙이게 하는 것입니다. 우표를 사는데 들어가는 비용만큼 돈의 액면가는 감가상각되는 셈이고, 돈을 쌓아두는 사람은 손해를 봅니다. 돈을 쌓아두는 것에 대하여 비용을 물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돈을 가진 사람들은 우표를 붙여야 하는 시간이 오기 전에 돈을 소비하게 됩니다. 그것은 '돈이 돈다'는 것이고, 돈이 돌면 경제도 돌아가는 것이지요. 이 방법은 실제로 강력한 효과가 있음이 이미 대공황 시절에 증명되었고, 지금도 킴가우어같은 지역화폐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지역화폐뿐 아니라 국가 화폐에 적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조세로 지대와 이자를 몰수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은 사민주의자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 불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조세라는 허약한 수단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조세라는 틀 밖으로 나와야만 비로소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대와 이자가 사유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공짜땅 공짜돈 개혁을 해야 합니다. 토지제도와 화폐제도 그 자체를 개혁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실비오 게젤이 100년 전에 주장한 것이고, 이것이 근본요법입니다. 이것을 안하고 조세만 만지작거리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입니다.

 

 

*실비오 게젤이 제안한 개혁의 순서는 [공짜땅-공짜돈]입니다. 공짜돈은 다시 국내통화개혁과 국제통화개혁으로 나뉘고, 국내통화를 국제통화보다 먼저 개혁합니다.

공짜땅 개혁을 공짜돈 개혁보다 먼저 해야 합니다. 공짜돈 개혁을 먼저 하면 공짜돈이 분업을 촉진하여 땅값이 오릅니다. 그러면 그렇게 값이 오른 땅을 국유화하려면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그리고 공짜돈 개혁에서 국내통화를 국제통화보다 먼저 개혁해야 하는 까닭은, 환율안정은 각국 물가안정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각국 물가가 안정되고 그 물가를 표시하는 통화들끼리 만나야 환율이 안정된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따라서 개혁의 순서는 공짜땅-공짜돈(국내통화개혁-국제통화개혁)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공짜땅 개혁]
정부는 땅국유화증권을 발행하여 땅주인들한테 땅을 사들입니다. 신용으로 사는 것이지요. 그럼 그 증권의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겠지요. 이자를 갚는 건 쉽습니다. 그 땅을 국유화할 때 땅주인들한테 건네는 땅값은, 그 땅이 낳는 지대를 자본화해서 정하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해 정부가 그 땅을 빌려주어 받은 임대료를 땅주인들한테 건네면 그것이 이자를 갚는 것이지요. 여기에서는 소유권만 땅주인에서 정부로 바뀐 셈이지요. 그러면 원금은 어떻게 갚느냐? 공짜돈 개혁을 해서 갚습니다.

 

[공짜돈 개혁]
1.국내화폐개혁; 국내화폐를 스탬프머니로 개혁합니다. 따라서 돈은 더이상 기본이자를 낳지 못하고 시장이자율은 점점 0으로 수렴됩니다.
 

게젤은 땅국유화증권이 그 평가平價를 유지할 정도의 이자만 낳아야 한다고 합니다. 만일 그 증권이 고정이자를 낳으면, 시장이자율은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그 증권으로 몰리기 때문입니다. 그 증권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지요.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고 땅국유화증권 이자를 미리 시장이자율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도록 해 둡니다.

시장이자율이 0으로 수렴되면서 땅국유화증권의 이자도 0으로 수렴됩니다. 반면, 그 증권을 주고 사들인 땅은 여전히 지대를 낳으므로 차액이 발생합니다. 바로 그 차액으로 원금을 갚습니다. 다 갚은 다음에는 지대를 복지에 사용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돈이 낳는 기본이자가 사라진다고 바로 자본이자와 대출이자가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직 그 전까지 사용했던 돈의 영향력이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그 전까지 사용한 돈은 액면가가 고정불변하여 기본이자를 낳았고, 기본이자는 생산수단의 생산을 억제했습니다. 따라서 생산수단의 공급은 수요보다 부족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생산수단은 여전히 이자를 낳습니다. 생산수단이 이자를 낳으면 그 생산수단과 교환되는 돈 역시 이자를 낳게 되지요. (그러한 조건에서만 돈이 생산수단과 교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 단계에서는 아직 돈을 빌릴 때 이자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이자는 돈 액면가가 불변하여 돈이 교환에서 재화보다 우월한 포지션을 차지하여 얻었던 '기본이자'가 아니라, 아직 생산수단의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하여 생기는 이자가 돈에 옮겨붙은 것입니다. '기본이자'라는 장애물이 사라졌으므로 결국 생산수단의 공급이 꾸준히 늘어서 수요와 일치하게 되면 생산수단의 이자는 마침내 사라집니다. 이 때 생산수단은 이자를 낳을 수 없으므로 더이상 자본으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때 비로소 돈을 빌릴 때 지불해야 하는 이자도 사라집니다.

한 가지 더. 돈은 전세계를 넘나들기 때문에 국내의 이자가 완전히 사라지려면 다른 나라들의 이자도 사라져야 합니다. 다른 나라들 돈이 낳는 이자가 남아있다면 국내의 돈이 낳는 이자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 돈이 낳는 이자가 더 많다면 우리 나라 돈은 다른 나라 돈으로 교환되어 다른 나라로 투자될 겁니다. 그렇게 하여 국내 이자와 다른 나라들의 이자는 일종의 동적평형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진행될 겁니다. 우리 나라가 공짜돈 개혁을 하면 다른 나라의 이자도 점점 하락하게 될 것입니다. 만일 '우리 나라 돈순환이 규칙적이 되어 경기가 안정된 것'을 보고 다른 나라도 공짜돈 개혁을 도입한다면 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두 개 이상의 나라가 공짜돈 개혁을 도입하였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2.국제통화개혁; 국내화폐를 위와 같이 개혁한 나라들끼리 국제통화로 무역을 합니다. 이 국제통화를 이바(IVA: Inernational Valuta Association)라고 부릅니다. 이바는 환율을 안정시키는데, 그 원리는 단순합니다. 어느 나라에서 수출이 늘면 이바가 그 나라로 들어오죠. 그러면 그 만큼 자국통화를 늘립니다. 그러면 물가가 오르죠. 물가가 올랐으니 이번에는 수입이 촉진되고 그러면 이바는 다시 빠져나갑니다. 이바가 빠져나가면 그만큼 자국통화를 줄입니다. 그러면 물가가 원래대로 회복되죠. 이런 식으로 들어온 만큼 나가고 나간 만큼 들어와서 환율이 저절로 안정되는 것입니다. 마치 파이프로 연결된 시스템에서 일시적으로 한쪽 수위가 높아질 때 저절로 같은 수위로 돌아오는 것처럼, 이바로 연결한 나라에서 물가는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됩니다. (아래 그림 참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방법은 케인지언에게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케인스가 2차세계대전 후 브레튼우즈에서 제안한 ICU(international clearing union)가 바로 게젤의 IVA를 모방 또는 표절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IVA와 ICU는 다릅니다.

게젤의 IVA는 국내에 들어온 국제통화만큼 국내통화를 자동으로 늘립니다. 그러면 물가가 올라서 수입이 촉진되고 국제통화가 들어온 만큼 다시 빠져나가게 되지요. 반면, 케인스의 ICU는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국내통화가 순환되어야 하는 강제에 종속되지 않으므로 국제통화가 들어올 때 자국통화를 그만큼 늘려도 물가가 올라갈 거라는 보장이 없지요. 따라서 중앙의 인위적인 개입이 필요해지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의 국제통화 잉여금이 어느 한도 이상을 넘어가면 ICU에서 그 잉여금이 청산될 때까지 맡아두는 것이지요.

케인스의 ICU는 또 한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현대의 무역결제는 전자화폐의 형태로 실시간 주고받습니다. 그래서 게젤의 IVA를 도입하면 무역수지의 균형을 거의 실시간으로 자동조절할 수 있습니다. 국제통화 잉여금이 생기자마자 바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케인스의 ICU는 잉여금이 어느 한도 이상으로 올라가야 중앙에서 개입하므로 IVA보다 반응속도가 느립니다. 따라서 그만큼의 변동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 변동이 국제무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예를 들어 내수가 아주 강한 나라 A와 내수가 아주 약한 나라 B가 무역을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가 B한테 수출을 많이 해서 국제통화 잉여금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ICU가 그걸 맡아두고 A가 B한테 뭔가를 수입해서 그 잉여금을 청산하기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A는 내수가 강하기 때문에 무역을 안하고 버틸 수 있고, B는 내수가 약하기 때문에 무역을 안하면 버틸 수 없습니다. 따라서 B는 조만간 나라 경제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B는 A한테 자기 나라 재화를 수입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어떤 프리미엄이나 조공을 제공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돈을 쌓아둘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국내경제 뿐 아니라 국제무역에서도 각 나라가 서로 공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사태는 B가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통해서 이러한 결과를 상쇄하지 못한다는 전제 위에서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이런 조건은 충분히 실제 무역에서 조성될 수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런 시스템으로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뿐만 아니라 B 말고 C D E 등 여러 참여자들이 있을 때 사태는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내수가 강한 나라 A가 내수가 약한 나라 B를 공격해서 얻은 프리미엄 때문에 더 강해지고 그래서 B뿐 아니라 C D E한테도 더 강한 포지션을 굳혀갈 수 있습니다. ICU가 각국이 청산해야 할 잉여금의 한도를 낮추어 잡으면 이런 문제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겠지만 이것은 무역량이 크게 늘어난 지금 비효율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내수가 약한 나라 B가 A뿐 아니라 C D E와 무역을 할 때도 적자가 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이런 여지는 결국 국제분쟁과 전쟁을 유도합니다. 따라서 이 시스템은 그 자체로 결함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가능성이 낮다고 얼버무리기 전에 이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실비오 게젤의 IVA를 국제무역구조로 채택해야 합니다.

케인스의 ICU는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는 국내 돈순환을 안정시키지 않고 국제무역구조에 질서를 부여하려고 하다보니 이런 약점이 생기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게젤의 IVA는 자동조절시스템이고 환율이 안정되는 반면, 케인스의 ICU는 계속 인위적으로 개입해야 하고 환율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의 개혁을 실행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 단계인 공짜땅 개혁만 해도 땅사유권을 폐지하자는 것이니까 땅주인들의 거센 반발을 받지 않을까요? 그럴 겁니다. 그 반발을 해소하지 못하면 이 개혁은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분열되는 것을 봅니다.

 

1명이 99명을 지배하는 방법은 99명을 분열시키는 것입니다. 계급분열, 이것이 모든 진보를 막아냅니다. 계급을 크게 셋, 즉 자본가-중산층-서민층으로 나눠봅시다. (물론 더 세분화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셋으로 나누는 것은 그저 계급분열이 어떻게 진보를 방해하는지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더 세분화해도 메커니즘은 같습니다.) 이 구도에서 중산층은 자본가를 서민층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어벽 역할을 합니다. 기존 경제질서에서 자본가와 서민층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필연적으로 갈등이 초래되지만, 중산층이 서민층에 동조하지 않음으로써 자본가는 서민층의 요구를 묵살할 수 있습니다.

 

중산층이 서민층으로부터 자본가를 보호하게 되는 이유는 서민층의 사회운동이 중산층의 이익을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쟁을 살펴봅시다. 알바를 쓰는 어느 편의점 점주는 최저임금을 올릴 때 자기 이익이 줄어들 것을 염려합니다. 그는 손익계산을 해보고 알바직원 수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오히려 알바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셈입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강사법이 오히려 강사들을 대량해고하는데 일조하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분명히 바보일 겁니다. 어떤 법을 만들 때는 반드시 되먹임을 고려해야 합니다. 살아있는 사람, 자기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그 법에 대하여 어떻게 반응할지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걸 고려하지 않으면 그 법은 기대한 것과 정반대의 효과를 내고 국민들의 고통을 더 무겁게 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계급이 분열되어 보수질서가 유지됩니다. 따라서 중산층과 서민층의 이해관계를 분열시키는 정책은 효과가 없습니다. 개혁은 중산층과 서민층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야만 성공합니다. 중산층이 자본가를 보호하는 방어벽이 되어버리면 개혁은 어렵습니다. 이것은 거꾸로, 중산층이 사회개혁의 주체가 되면 개혁은 아주 쉬워진다는 뜻입니다. 중산층이 움직이면 자본가들이 자본주의를 지켜낼 수 없습니다. 중산층이 움직인다는 것은 개혁의 장애물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중산층을 움직일까요?

 

맑스주의자들은 중산층이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도하거나 테러나 선전으로 사회불안을 유도하여 중산층이 자기들에게 합류하기를 기대했습니다만 그런 철없는 행동은 오히려 중산층의 반발을 샀고 그들이 위험한 세력임을 각인시켰을 뿐입니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빛입니다. 중산층에게 손해가 아니라 이익을 주어야 합니다. 실비오 게젤은 서민층 뿐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이익을 줍니다. 중산층이 자기들의 예금과 부동산으로 얻는 이자와 지대보다 자본가한테 빼앗기는 이자와 지대가 훨씬 많습니다. 중산층이 이걸 깨닫게 되면 변화를 원하게 될 겁니다. 사람은 결국 자기 이익을 쫓게 되어 있으니까요. 판단은 중산층이 알아서 할 겁니다. 움직일지 말지 중산층이 알아서 결정할 겁니다. 중산층을 설득할 필요가 없고 그냥 팩트만 제시하면 됩니다. 자본가들은 실비오 게젤의 개혁을 막으려고 중산층에게 여러 가지 달콤한 제안을 하게 될 겁니다. 경기부양책과 개발공약들이 난무할 것이고, 중산층은 다시 미혹될 겁니다. 하지만 중산층은 결국 깨닫게 될 겁니다. 아무리 계산해봐도 실비오 게젤의 제안이 더 이익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자본가들의 회유책이 아무리 근사하여도 지대를 공유하고 이자를 폐지해버리는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자본가들이 회유책을 제안하는 것은 바로 그 지대와 이자를 지키기 위함인데 당연히 그렇겠지요.

 

실비오 게젤의 개혁이 실행되면 자본가들이 쌓아둔 돈이 순환하면서 모든 계층이 골고루 큰 혜택을 입게 됩니다. 10조의 돈을 쌓아둔 재벌이 있다고 합시다. 공짜돈 개혁으로 연 감가상각률 5%만 적용되어도 연간 최소 500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됩니다. 그 재벌은 따라서 그 돈을 써버리게 됩니다. 그 돈을 사업에 투자하게 되고, 그 투자로 일자리는 늘어납니다. 다시 말해, 그 돈은 중산층과 서민층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2014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가 현대차에 팔린 가격이 10조라는 걸 생각해보십시오. 그 막대한 지대를 중산층과 서민층이 공유한다면? 그 이익에 비하면 중산층이 지금 예금과 부동산으로 얻어내는 임대료와 이자는 과자 부스러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산층이 이 개혁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차린다면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당장 근처 아울렛에서 세일만 해도 사람들이 몰립니다. 오로지 이익만이 사람을 움직입니다. 오로지 이익만이 중산층을 움직입니다. 중산층이 움직여야 개혁이 됩니다.

 

여러분은 오늘 광장에서 “이제 우리가 하나가 되었다”고 외치지만, 내일 시장에서 다시 분열될 것입니다. 여러분을 분열시키는 토지제도와 화폐제도를 개혁하지 않는 한, 사회문제에 대한 모든 시도는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정치가를 몇 명 더 갈아치우든지 그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정치가들의 미소만 보지 마시고, 그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살펴보십시오. 만일 그 해법이 조세라는 수단에 갇혀있다면, 그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는 겁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조세라는 수단으로는 지대와 이자를 몰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뉴스를 보니까 법인세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1boon.kakao.com/issue/corporationtax

새누리당은 법인세를 올려도 국민들한테 떠넘겨진다고 하고, 더민주당은 법인세를 내려도 기업들이 투자·고용을 늘리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둘 다 옳습니다. 이 두 의견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도 아닙니다.

 

법인세를 올려서 그 돈으로 복지를 한들 땅사유권이 남아있어서 그 효과가 무력화됩니다. 복지정책으로 땅에 붙는 이점만큼 임대료는 오를 것입니다. 즉 국민들한테 떠넘겨지는 것입니다.

법인세를 내려도 기업들이 남는 돈을 투자나 고용에 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돈의 순환이 돈을 가진 사람의 임의에 달려있는 한 그럴 것입니다.

 

따라서 땅사유권은 폐지하고 땅을 공유해야 하며,

돈의 액면가는 스탬프머니처럼 정기적으로 감가상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은 불변하는 전제를 깔고 전개해나가야 하는데

그 전제란 일반적으로 사람이 자기 이익을 먼저 쫓는다는 것입니다.

경제활동 대부분이 사람의 이기심을 기초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자기 이익을 우선 쫓으므로

땅주인은 공짜땅에서 얻을 수 있는 노동대가 이상을 노동자한테 남겨주지 않을 것이며

돈주인은 돈이 낳는 기본이자 이상을 얻을 수 있는 조건에서만 교환에 응할 것입니다.

 

따라서 땅사유권은 폐지하고 땅을 공유해야 하며,

돈의 액면가는 스탬프머니처럼 정기적으로 감가상각되어야 합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모두 쓸데없고 소모적입니다.

난 이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더이상 믿지 않습니다.

그들은 지금의 혼란을 연장시키고, 더 위험하게 변형시킬 사람들입니다.

 

실비오 게젤의 해법 외에는 병든 사회를 치유할만한 어떠한 처방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십시오. 그밖의 어떤 방법도 여러분을 도울 수 없습니다.

 

위 뉴스는 마치 여야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프레임을 설정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진실에 이르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시청자들한테 객관식 문제를 던지고 1번과 2번 가운데 선택하라고 유도하고 있으나, 정답은 그 질문 밖에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실비오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는 무려 100년 전에 나온 책입니다. 그 100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왜 진실을 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 ‘보지 않으려 함’이 너무 지나쳐서 가끔은 정답을 일부러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경제학에 발을 담그지 않은 우리 보통사람들은, 지금까지 근본요법을 쓰지 않아도 그럭저럭 먹고 살만 하였기에 이러한 경제학의 가리워진 진실에 무관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이십니까? 대증요법 때문에 전세계가 앓고 있는 병은 가지를 치면서 점점 더 복잡하게 증식하고 있습니다. 빈곤, 불평등, 실업, 차별, 부패, 범죄, 전쟁, 환경파괴, 중독적인 문화... 사람들의 물질적 정신적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그 고통을 위로하는 산업만 우후죽순으로 팽창하고 있습니다. 매춘, 마약, 도박, 사이비종교들... 눈을 감고 여러분이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모든 고통의 뿌리를 추적해보십시오. 그곳에는 어김없이 잘못된 토지제도와 화폐제도가 있을 것입니다. 땅과 돈이 만들어내는 고통이 너무 괴롭기 때문에 여러분은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보지 않으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강간을 당한 여자가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고통을 떠올리는 것은 여러분을 너무도 비참하게 만들어서, 여러분이 사실은 그저 노예에 불과하다는 것을 매순간 선명하게 일깨워주기 때문에, 여러분은 그 진실을 외면하고 그 고통의 원인으로 다른 우아한 핑계를 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외면하였던 그 진실은 이제 쓰나미가 되어 일상의 해변으로 밀려오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잠든 여러분의 어깨를 흔듭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귀에 속삭입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겪는 부조리는 모두 '토지사유권'과 '화폐 액면가의 불변함'에서 비롯한 악惡의 변주일 뿐이라고. 그러므로 바로 그것을 개혁해야만 그 모든 악을 멈출 수 있다고.

 

$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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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3 23:20 2016/11/1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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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17/04/05 03:01 URL EDIT REPLY
두번째, 다음 내용에 관해 의문이 있습니다. "걸리버: 세금으로 그 임대료 100원을 몰수해서 백성들의 무상교육비로 씁니다. 그러면 백성들의 노동대가는 100원이 늘어난 것과 같죠. 하지만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그 땅에 더해져서 임대료는 100원이 올라서 총 200원이 됩니다. 땅주인은 임차인에게 "200원을 안 내려면 다른 곳(공짜땅)으로 가"라고 하죠. 하지만 임차인은 갈 수 있는 다른 곳(공짜땅)이 없죠. 그래서 임대료 200원을 지불합니다. 그러면 노동자의 이익은 얼마가 늘었죠?"
이 비유를 달리 표현하면, 예전에 임대료 100원을 내던 것을, 이젠 같은 땅 사용을 위해 200을 내야 하니, 무상교육비 등의 재정분배를 통한 효과가 화폐가치 하락, 인플레이션, 또는 임대료 상승으로 상쇄된다는 말과 대동소이합니다. 같은 재화를 이용하는 데 이전에는 100원 들던 것이 200원 드니까요. 즉 임금은 제자리인데 땅값은 올라 실질물가가 상승하는 것처럼요. 그러나 무상교육비와 같이 지대를 재원으로한 복지프로그램때문에 실질 노동대가가 커지면 그 늘어난
실질 노동대가만큼을 땅주인이 더 높은 지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현실에서 볼 때나 이론적으로 볼 때도 오해하신 게 아닌 가 싶습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처럼 각종 현물 보조로, 실질 노동대가가 큰 복지국가에서는 그렇다면 복지재정 지출만큼 그럼 지가가 오르고, 지대가 올라야 하는 것인지요? 더욱이 지대세도 미비한 복지국가에서요. 그렇지 않습니까? 실질 노동대가가 늘어난 만큼 더 높은 지대를 청구할 수 있다면요. 즉 전가가 직접적이라면, 그 복지국가의 임대료 또는 땅값이 매우 비싸야 하겠네요.
그렇게 소득분배, 복지분배가 지대 상승으로 바로 반영된다는 연결고리를 어떻게 확신하시는지요? 지대세를 재원으로 한 재분배는 화폐 발행과 엄연히 다를 뿐만 아니라(단순히 공짜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부의 재분배입니다; 화폐공급을 늘리면 인플레이션이 되겠지요), 이미 창출된 부에서 재분배하는 것이며, 더욱이 무상교육비 100원은 그 무상교육을 제공하는 각종 인건비 및 재료값에 대한 비용인데, 그 비용을 지대에서 조달한다고 하여 임대료로 청구할 수 있는 지대가 100에서 200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님이 비유에서 가정을 전제했듯, 저도 가정을 하자면, 애초 총 생산된 부인 300에서 지대로 100, 임금으로 100, 이자로 100을 지출했다고 거칠게 가정할 시, 애초 생산되는 부가 300인데 지대 100을 거둬 무상교육비로 사용함으로써 노동 측의 생활비를 절감하였다 하여, 노동 측에 청구할 수 있는 지대가 200이 된다는 것은, 노동이 먹고 살 수 있는 임금몫이 아예 없어진다는 뜻이지요. 현실에서 그런 토지사용자를 토지주인이 구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되면 노동이 먹고 살 수 있는 임금 몫이 300 중에서 아예 없어져 버리는 데요.
제 요지는 지대세제 하에서 지대세 전가가 일어난다면, 공공토지임대제하에서도 지대(임대료) 전가가 일어날 수 있으며, 님께서 강조하시는 전제, 즉, 무상교육과 같은 복지 제공이든 기본소득으로의 직접 분배든 지대를 재원으로 한 모든 실질 노동대가를 늘리는 조치들이 지대 인상, 지가 인상으로 반영될 것이란 전제가 부의 분배 법칙 상 성립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입니다. 저도 님의 글을 읽으며 이치를 따지고 고민 중에 있으니 답변 부탁드립니다.
$low | 2017/04/27 20:44 URL EDIT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계속 답이 지워지네요. 해킹을 당하고 있을 수도 있고 프로그램상 버그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간단히 적겠습니다.

'안녕하세요님'은 노동자들의 노동대가가 어떻게 결정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전가 가능성은 거기서 추론됩니다. 그리고 복지가 성공한 나라는 게젤이 제시한 것과 비슷한 토지공공임대제를 하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핀란드가 그렇다고 합니다.(완전하지는 않지만)
$low | 2017/05/10 23:14 URL EDIT
추가하자면, 반론을 하시려면 논리나 근거를 분명히 제시하여야 합니다. 질문을 하려면 위의 글에서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되는지 구체적으로 질문을 하셔야 하고요. 명확하지 않은 소통은 귀한 시간을 낭비할 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를 정독한 다음에 질문을 하셔도 늦지 않을 겁니다. 서두르지 마십시오.
$low | 2017/05/11 23:00 URL EDIT
안녕하세요 님의 글을 가끔씩 곱씹어 읽고 있습니다. 이 분은 왜 이렇게 생각할까? 하면서요. 앞으로 가끔씩 댓글을 달겠습니다. 저는 이 소통이 마라톤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간에 끝날 수가 없지요.

님의 표현 중 어떤 부분은 매우 혼동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지대를 재원으로한 복지프로그램때문에 실질 노동대가가 커지면 그 늘어난 실질 노동대가만큼을 땅주인이 더 높은 지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현실에서 볼 때나 이론적으로 볼 때도 오해하신 게 아닌 가 싶습니다."라는 표현이 그렇지요. 지대세가 전가된다면 노동자들의 실질노동대가는 늘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따라서 님의 그 표현은 "지대를 재원으로한 복지프로그램 만큼 땅주인이 더 높은 지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현실에서 볼 때나 이론적으로 볼 때도 오해하신 게 아닌 가 싶습니다."라고 하시는 게 적절합니다. 말꼬리 잡는 것 같을 수도 있는데 엄밀하게 논리를 전개해가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지적 드리는 것입니다.
$low | 2017/05/11 23:00 URL EDIT
그리고 "전가가 직접적이라면, 그 복지국가의 임대료 또는 땅값이 매우 비싸야 하겠네요"는 불편합니다. 님이 반론을 하고 싶으시면 복지국가의 임대료 또는 땅값이 저렴한 실례를 찾아서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런데 그런 예를 들어주신 것도 아니고 그저 실비오 게젤의 이론에 대하여 어설프게 의심만 불러일으키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그런 태도는 진실을 추구하는 학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low | 2017/05/11 23:03 URL EDIT
게젤의 이론에 따르면, 복지정책에 성공한 나라들의 정책을 일부만 가져오는 것은 효과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핀란드처럼 국토의 핵심지를 국유화하는 성과도 없이 그냥 복지만 더한다고 그 효과가 지속되리라고 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low | 2017/05/11 23:03 URL EDIT
노동이 먹고 살 수 있는 몫은 남아있을 수 밖에 없지요. '세 번째 부류의 공짜땅'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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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지언에게 보내는 편지

칼럼

* 안녕하세요. 저는 $low라고 합니다. 병든 세상을 치유하려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케인스는 자본주의에 결함이 있기 때문에 정부개입으로 그것을 보완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자본주의에 결함이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정부개입보다 나은 해법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떠오른 화두 '경제민주화'는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공염불에 불과하며,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조화를 이루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합니다. 자본주의는 자본을 낳는 돈이 주인이므로 사람이 주인이 되어야 하는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민주주의에 걸맞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찾아야겠죠. 우리가 자본주의를 대체할만한 경제질서를 찾아낼 수 있을까? 경제주체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면서 그 결과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더해주면, 돈이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밑에서 봉사하면 그 경제질서는 자본주의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케인스는 그 역할을 마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도 될 것입니다. 이 편지는 그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것입니다. 편견이나 선입견을 내려놓고 읽어주십시오.

 

* 뉴스를 보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악순환이 거듭될까? 왜 전쟁, 범죄, 경제위기, 빈곤, 불평등, 부정부패, 환경파괴는 계속될까? 저 나름대로 답을 찾아본 결과 지금의 화폐제도와 토지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사람들의 경제행위가 이루어지는 기본바탕을 잘못 설계하였다는 것이죠. 모든 경제행위가 '땅' 위에서 '돈'을 매개로 이루어지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으니 모든 사회악이 생겨납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결정적인 이유는 실비오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입니다. 게젤에 따르면, 올바른 분배는 노동자들이 자기들이 일한 대가 전체를 얻을 수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불로소득을 폐지해야 합니다. 불로소득은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대가를 빼앗은 것이니까요. 게젤은 불로소득의 원천인 토지제도와 화폐제도를 개혁하자고 합니다. 게젤은 자기가 제안한 토지개혁을 공짜땅(Free-Land), 화폐개혁을 공짜돈(Free-Money)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땅과 돈을 사용하는데 지불하는 요금인 지대와 이자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그 요금을 땅주인과 돈주인이 나눠 갖죠. 모두의 경제활동에 사용되어야 할 공공재를 개인 소유로 인정하여 경제시스템에서 도둑질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공짜땅'은 땅(천연자원 포함)을 국유화하고, 공매로 사람들에게 임대하며, 거기서 나오는 임대료를 복지에 사용합니다. 그리고 지대가 오를 때마다 임대료를 올려서 지대를 사유화할 수 있는 빈틈을 없앱니다.
 

'공짜돈'은 돈의 액면가를 정기적으로 감가상각하여 돈이 규칙적으로 돌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스탬프머니'라는 방법으로 실현하는데, 정해진 날짜마다 스탬프(우표)를 사서 돈에 붙여야 하는 것이죠. 돈 쌓아두는 것에 비용을 물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돈을 쌓아두지 않고 써버리고, 그것은 돈이 도는 것을 의미합니다. 돈이 돌면 경제도 돌아가는 것이죠.
 

이 놀라운 생각은 실비오 게젤에 의하여 바이에른 평의회 공화국에 적용될 뻔 하였다가 맑스주의자들의 반발로 실패하고, 이후 대공황의 사절 오스트리아 뵈르글의 시장 운터굿겐베르거가 시도하여 쇠락한 지역경제를 살려냈습니다. 그 드라마틱한 효과는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의 귀로 들어가 미국에서도 스탬프머니를 시도하고 10억달러의 스탬프머니를 발행하자는 법안까지 내놓게 되었습니다만, 권력분산을 두려워한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였고, 그리하여 사람들은 지금까지 경제문제에 관하여 대증요법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 대증요법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이에크로 대표되는 방임주의, 케인스로 대표되는 정부개입. 우리 시대의 심각한 문제는 경제담론의 큰 축이 케인스와 하이에크를 왔다 갔다 할 뿐이란 것이죠. 다시 말해 '큰 정부로 할까, 작은 정부로 할까? 내버려둘까, 개입할까?' 이 얘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죠.

 

방임주의의 문제점은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방임주의는 분명히 해답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편지에서는 케인스주의의 문제점만 방임주의자들과 다른 관점에서 파고들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왜 실비오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가 더 나은 대안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케인스의 대표적인 이론은 유효수요 이론입니다. 케인스는 부족한 수요를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수요가 부족해서 실업이 생기기 때문이죠. 수요가 부족해지는 것은 사람들이 번 만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번 돈의 일부을 쌓아두기 때문이죠. 이런 '돈의 정체상태'를 돌파하기 위해서 게젤은 다르게 접근합니다.

 

실비오 게젤은 애초에 돈이 잘못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재화는 썩거나, 녹슬거나, 소멸합니다. 하지만 돈의 액면가는 고정불변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저축매개물로 돈을 재화보다 선호하고, 그래서 돈은 저축매개물로서 재화보다 유리한 점에 상응하는 조공을 받아낼 수 있는 조건에서만 재화와 교환됩니다. 이 조공을 기본이자(basic interest)라고 하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자율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핵심입니다. 말하자면 돈이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아니라 '들어가는 걸 막고 요금 내는 사람만 들여보내주는 톨게이트'가 되어 버린 것이죠. 사람들이 재화를 교환하는 것에 기본이자라는 조건이 붙게 된 것입니다. 상품과 생산수단은 모두 돈을 매개로 생산하기 때문에 상품과 생산수단의 생산은 이 기본이자를 벌충할 정도의 이익을 얻어야만 가능합니다. 그럴 수 없다면 수요는 숨어버리고 실업과 경제위기가 옵니다. 따라서 게젤은 스탬프머니로 돈의 액면가를 정기적으로 감가상각하여 기본이자를 제거합니다. 재화가 종속된 소멸성을 돈에도 붙여 돈이 머뭇거리지 않고 재화와 교환되고 그 결과 실업과 경제위기는 예방되죠.

 

게젤은 기본이자가 왜 생기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없앨 수 있는지 파고드는 반면, 케인스는 기본이자를 '유동성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으로 합리화한 다음 그것을 없앨 수는 없으며 단지 정책으로 사람들의 유동성 선호 경향을 견제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합니다. 케인스는 <일반이론>에서 스탬프머니로 돈의 유동성 프리미엄을 빼앗아도 다른 대체물이 나올 거라고 했죠. 하지만 이런 비판은 틀린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중요한 대목이므로 먼저 케인스의 주장을 살펴보고, 실비오 게젤의 관점에서 그 주장을 비판해보겠습니다. (케인스의 주장을 명료하게 표현하려고 중요한 부분은 밑줄을 그었습니다)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23장 중상주의·고리대금방지법·스탬프머니·과소소비설에 대한 단상

[...]

VI

이쯤에서 낯설고 또 지나치게 무시되고 있는 예언자 실비오 게젤(1862-1930)에 대해 말해두는 게 좋겠어. 실비오 게젤의 작품은 깊은 통찰력의 빛줄기를 담고 있지만 게젤은 문제의 본질에 이르지 못했어. 전후 수년 동안 게젤의 제자들이 게젤의 작품을 가지고 내게 맹공을 퍼부었지. 하지만 그 주장에 어떤 분명한 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그 주장의 장점을 발견할 수 없었어. 불완전하게 분석된 직관을 가진 케이스가 흔히 그렇듯이, 게젤의 주장이 가진 중요함은 내가 내 방법으로 나 자신의 결론에 이른 다음에야 명백해졌어. 그동안 학계의 다른 경제학자들처럼 난 게젤의 심오하고 독창적인 노력을 괴짜의 작품보다 더 나을 게 없는 것처럼 다루었어. 그 책을 읽은 사람 가운데 거의 아무도 게젤의 중요함을 잘 알지 못해. 그래서 난 그 사람들과 달리 게젤한테 불균형적인 지면을 할애할거야. 게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성공한 독일인 장사꾼이었어. 게젤은 지난 80년대 경제위기를 보고 돈문제를 연구하게 됐지. 그 경제위기는 아르헨티나에서 특히 심각했어. 게젤의 첫번째 작품 Die Reformation im Münzwesen als Brücke zum socialen Staat는 1891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판됐어. 돈에 관한 게젤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같은 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Nervus rerum라는 제목을 달고 출판됐어. 그리고 많은 책들과 팜플릿이 뒤따랐지. 그리고 나서 게젤은 1906년 은퇴해서 스위스로 돌아왔어. 게젤은 그 때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 생계를 꾸려갈 필요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작업 두 가지, 즉 저작활동과 실험농법에 여생을 바칠 수 있었지.

 

게젤의 잘 알려진 작품의 첫번째 부분은 1906년 스위스 Les Hauts Geneveys에서 출판됐어. Die Verwirklichung des Rechtes auf den vollen Arbeitsertrag라는 제목을 달았어. 두번째 부분은 1911년 베를린에서 Die neue Lehre vom Zins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어. 그 작품 둘은 합쳐져서 베를린 스위스에서 전쟁 중 출판됐어. 그리고 6번째 판이 게젤의 생애 중에 Die natürliche Wirtschaftsordnung durch Freiland und Freigeld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지. 이것의 영문판이 (필립파이가 번역한) The Natural Economic Order야. 1919년 4월, 게젤은 단명했던 바에에른 소비에트 공화국에 재무부장관으로 합류했다가 군법회의에 회부됐어. 그리고 여생을 베를린과 스위스에서 보내면서 자기 이론을 널리 알리는 것에 힘썼지. 게젤은 자신을 조금 종교적인 열정으로 끌고 가면서 전세계에 제자 수천명을 둔 예언자로 추앙받게 됐어. 첫 번째 국제회의를 스위스·독일의 공짜땅 공짜돈 연맹이 열었고 여러 나라에 있는 그와 비슷한 조직들이 바젤에서 1923년 국제회의를 열었어. 1930년 게젤이 죽은 다음 게젤의 가르침과 같은 것들이 흥분시킬 수 있었던 독특한 타입의 열정들은 대부분 (내 의견으로는 게젤보다 못한) 다른 예언자들한테 방향을 틀었어. 부치 박사는 영국에서 그 운동의 리더야. 하지만 그 운동의 저작물은 텍사스 샌 안토니오에서 나왔고 그 책의 주된 영향력은 오늘날 미국까지 퍼졌어. 미국 학계에서 어빙 피셔 교수만 그 저작물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봤어. 게젤의 제자들이 미화했던 그 예언적인 표현들에도 불구하고 게젤의 주된 책은 차분하고 과학적인 언어로 씌여졌어. 그 책이 어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과학자로서 적당하지 않은, 사회정의에 대한 감정적인 헌신으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말이야. 헨리조지한테 끌어낸 부분은 그 운동이 가진 힘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중요한 원천이라고 해도 전적으로 두번째 관심사야. 그 책의 목적은 전체적으로는 반맑스주의를 세우는 거라고 그려낼 수 있어. 즉 맑스와는 전혀 다른 기초 위에서 자유방임에 맞서는 작용을 만들어가는 거지. 고전적인 가설을 받아들이는 대신 거부하고 경쟁을 폐지하는 대신 경쟁의 족쇄를 풀어버리는 거야. 미래세대는 맑스보다 게젤의 정신에서 많이 배울 거라고 난 믿어. The Natural Economic Order 서문은 독자들한테 게젤이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려줄거야. 독자들이 그런 부분에 관심이 있다면 말이야. 내 생각이지만 맑스주의에 대한 해답은 이 서문과 같은 선상에서 발견될거야.

 

돈과 이자에 관한 이론에 게젤이 특별히 기여한 부분은 다음과 같아. 우선 게젤은 이자율과 자본의 한계효율을 뚜렷하게 구별했어. 그리고 실물자본 성장률 한계를 정하는 건 이자율이라고 했지. 그 다음으로, 이자율은 순수하게 돈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라는 점을 지적했어. 그리고 '돈이자율이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돈의 특별한 점은, 부를 저장하는 도구로 돈을 소유하는 것이 그 소지자한테 무시할만한 제비용을 초래하는데 상품재고 같은 부의 형태는 제비용을 초래하며 사실 돈에 의해 정해진 기준 때문에 수익을 산출한다는 사실에 있어. 수세기 동안 이자율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는 것은 이자율이 순수하게 물질적인 속성에 의존하는 건 아니라는 증거라고 게젤은 말해. 물질적인 속성의 변동은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가면서 이자율에서 관찰되는 변화보다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커진 게 틀림없으니까. 즉 (내 용어로는) 이자율은 변함없는 심리적 속성에 의존하여 안정적으로 남았어. 반면에 폭넓게 변동하는 속성은 주로 자본의 한계효율의 스케줄을 결정하며, 이자율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많든지 적든지간에) 주어진 이자율이 실물자본 양이 성장하도록 허락하는 비율을 결정해. 하지만 게젤의 이론에는 큰 결함이 있어. 게젤은 상품을 건네주고 산출물을 얻게 하는 돈이자율의 존재가 어떠한 것인지 보여줘. 로빈슨크루소와 낯선 이의 대화는 이 요점을 드러내는 가장 뛰어난 경제적 비유야. 지금까지 씌여진 그런 종류의 어떤 비유와도 맞먹을 만큼 훌륭하지. 하지만 게젤은 돈이자율이 다른 상품의 이자율과 달리 마이너스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주면서 돈이자율이 왜 플러스인지 설명할 필요를 완전히 간과했어. 그리고 돈이자율이 왜 (고전학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생산자본의 산출물이 정하는 기준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지 설명하지 못했어. 이것은 유동성 선호라는 개념이 게젤을 비껴갔기 때문이야. 게젤은 이자율 이론의 절반만 세웠어.

 

게젤 이론의 불완전함은 게젤의 작품이 학계에서 왜 무시받았는지 의심할 여지없는 설명을 줘. 그런데도 게젤은 자기 이론을 실제 경제에 적용하라고 권하기까지 했어. 그 이론은 그 안에 필요한 것의 핵심을 담고 있을지도 몰라. 게젤이 제안한 형태 그대로 실현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말이야. 게젤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어. 실물자본의 성장은 돈이자율에 의해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래서 이 장애물을 제거하면 실물자본은 현대의 세계에서 아주 빠르게 성장하여 돈이자율은 당장은 아니겠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0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가장 필요한 건 돈이자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게젤은 이렇게 되려면 돈이 다른 상품들처럼 제비용을 유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해. 이것이 게젤을 그 유명한 '스탬프'머니라는 처방으로 이끌지. 게젤의 이름은 주로 스탬프머니와 연관되어 오르내리고 어빙 피셔 교수한테 인정받은 것도 스탬프머니 때문이야.

 

이 제안에 따르면 (적어도 은행화폐의 어떤 형태에도 역시 적용할 필요가 있겠지만) 통화권이 그 가치를 유지하려면 매달 스탬프를 붙여야 해. 보험증서처럼 말이야. 스탬프는 우체국에서 구입하게 돼. 스탬프 비용은 물론 적당한 금액으로 고정할 수 있을 거야. 내 이론에 따르면, 스탬프 비용은 (스탬프 비용을 제외한) 돈의 이자율이, 완전고용을 이룰만한 신규 투자에 상응하는 자본의 한계효율을 넘는 만큼과 거의 같아져야 해. 게젤이 제안한 실제 비용은 1주에 1000분의 1, 1년에 5.2%와 같아. 이건 기존 조건에서 너무 높겠지만 정확한 숫자야. 그 숫자는 이따금 바꿔야 할 거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말이야.

 

스탬프머니 뒤에 있는 생각은 건전해. 정말이지 그걸 적당한 규모로 실현하는 수단들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게젤이 못 본 많은 어려움이 있어. 특히 게젤은, 유동성 프리미엄이 붙는 건 돈의 특별함이 아니라 다른 물건들과 어느 정도 다를 뿐이고 돈이 다른 어떤 물건보다 유동성 프리미엄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중요하다는 걸 몰랐어. 그래서 스탬프머니 시스템으로 통화권에서 유동성 프리미엄을 제거하면 긴 대체물의 행렬이 나타날 거야. 은행화폐, 즉시채무, 외화, 보석과 귀금속 등과 같은 것 말이야. 내가 위에서 말해두었듯이 땅산출물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땅소유권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시대가 있었지. 그 열망은 이자율을 유지하는데 봉사했어. 게젤 시스템에서는 땅국유화로 이런 가능성이 제거되겠지만 말이야.

 

첫째, 유동성 프리미엄

케인스는 게젤한테 유동성 선호의 개념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케인스가 사용한 유동성(liquidity)이라는 말에 주목해야 합니다. 유동성은 무엇인가? ‘얼마나 쉽게 돈으로 갈아탈 수 있는가’입니다. 왜 돈으로 갈아타려고 하는데? 자신이 쌓아둔 부를 손실없이 유지하려고. 모든 재화는 감가상각되지만 돈의 액면가는 고정불변하니까. 유동성이라는 말 자체는 '액체처럼 흘러간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케인스의 용어법에서 이 말은 '돈이 쌓여있을 수 있는 상태'를 전제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말만 ‘유동성’이지 그 본질은 ‘고정성(solidity)’입니다. '유동성'이라는 표현은 사람들을 미혹케 합니다. 언제든지 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성질을 사람들은 좋은 것으로 보고 있죠. 물론 그건 개인적으로는 좋습니다.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 돈으로 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왜 시장 상황은 안 좋아질 수 있는가? 왜 경기는 주기적으로 침체하는가? 재화는 낡고 닳고 썩고 보관료 보험료가 드는 등 시간을 끌 수록 비용이 늘어나지만 돈은 그 액면가가 고정불변하여 그런 비용에서 자유로우니까. 저축매개물로서 더 유리하니까. 그래서 돈이 낳을 수 있는 이자 이상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순간 돈으로 튀는 거죠. 사람들은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유동성을 더 공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돈을 뿌려달라는 얘기죠. 하지만 돈을 쌓아둘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은 보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돈으로 아무것도 사지 않고 쌓아둘 때(즉 돈이 교환을 매개하지 않고 쌓여있기만 할 때) 정부는 빚을 내서라도 교환을 매개할 새로운 돈을 투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안 그러면 경제가 무너질 테니까요. 즉 케인스의 언어로 하면 '유효수요'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죠. 그러므로 소위 '유동성(사실은 고정성)'이라는 상태는 합리화될 수 없죠. 이 '유동성'이라는 단어의 가면을 벗기면 거기서 우리는 '액면가가 고정불변하여 쌓여있을 수 있는 돈’, 즉 고정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유동성이 부족하니 유동성을 더 공급해야 한다"는 말의 속뜻은 "돈이 돌지 않으니 더 많은 돈을 풀어야 한다"는 얘기일 뿐이고, 만일 게젤이 제안한 대로 돈의 액면가를 규칙적으로 감가상각한다면 돈이 규칙적으로 돌 것이고, 그러면 더 많은 돈을 풀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조건에서는 돈을 쌓아두면 손실을 입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을 재화와 교환하거나 재화가 필요한 다른 이에게 빌려줄 것이고 경제는 정말 물 흐르듯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처럼 케인스의 유동성 프리미엄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돈을 잘못 설계한 결과입니다.

 

둘째, 대체물

케인스는 돈에서 유동성 프리미엄을 없애면 돈의 대체물이 나타날 거라고 했지만, 그 대체물은 지금의 돈이 교환매개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주제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게젤의 다음 언급에 주목해야 합니다.

 

“돈은 확실히 교환매개물인 동시에 저축매개물이 될 수는 없어. 그건 박차를 가하면서 제동을 거는 꼴이야.”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Ⅲ. 돈은 어떠한가 13. 지폐발행 개혁

 

“it is clear that money cannot be simultaneously the medium of exchange and the medium of saving - simultaneously spur and brake.” -Silvio Gesell: The Natural Economic Order Part 3: Money as it is 13. REFORM OF THE NOTE-ISSUE

 

게젤은 교환매개물과 저축매개물은 반드시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기능을 한 가지 도구에 집어넣으면 안된다는 것이죠. 엑셀레이터를 밟으면서 브레이크를 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돈은 교환매개물 역할만 해야 합니다. 공짜돈 개혁을 하면 돈을 쌓아둘 수 없기 때문에 돈이 교환매개물 역할만 하고 저축매개물 역할은 못합니다. 따라서 교환매개물과 저축매개물이 분리됩니다.

 

그러면 돈의 대체물이 나올 거라는 케인스의 주장을 더 명료하게 만들어봅시다. 케인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의미로 분석되어야 합니다.

 

실비오 게젤이 제안한 대로 돈을 개혁할 때

1. 교환매개물의 대체물이 나올 수 있는가?

2. 저축매개물의 대체물이 나올 수 있는가?

 

게젤의 방법으로 교환매개물과 저축매개물은 분리되므로 케인스가 말한 돈의 대체물도 교환매개물의 대체물인지 저축매개물의 대체물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답에 따라서 게젤에 대한 케인스의 비판이 옳은지 그른지 결정될 것입니다.

 

먼저, '교환매개물의 대체물이 나올 수 있는가?'

없습니다. 이것은 그레셤의 법칙이 증명합니다. 그 법칙에 따르면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내죠. 하지만 여기서 나쁜 돈은 좋은 교환매개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사람들은 그 돈을 쌓아두지 않고 써버릴 테니까요. 그것은 돈이 돌아서 교환을 매개한다는 것이죠. 케인스가 말한 다른 대체물은 지금의 돈이 교환매개물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그 부족함을 보상하려고 나온 것입니다. 케인스가 열거한 대체물들을 살펴봅시다.

 

1. 은행화폐: 수표니 어음이니 신용으로 발행되는 은행화폐들은 돈이 필요할 때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구하기 어렵지만 필요하니까 신용으로 발행하죠. 그것들은 불규칙한 돈순환을 보상하기 위해 만든 장치이며 공짜돈이 나오면 그것들은 할 일이 없어집니다. 따라서 저절로 사라집니다.

 

2. 즉시채무: 공짜돈은 정기적으로 감가상각되므로 사람들은 남는 돈을 다른 사람한테 기꺼이 빌려줍니다. 자기가 쌓아두면 감가상각으로 손실을 입고, 빌려주면 이자는 못 받지만 원금을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즉 빌려주면 감가상각 손실을 돈을 빌린 사람한테 떠넘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돈을 빌린 사람도 그 돈을 바로 써버리니까 감가상각 손실을 입지 않죠. 따라서 모든 곳에서 돈의 순환은 유지됩니다. 이 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대출기간을 가능한 길게 잡으려고 합니다. 더 오래 감가상각의 손실을 입지 않고 원금을 보호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즉시채무도 사라집니다.

 

3. 외화: 공짜돈은 어쩔 수 없이 순환되어야 하지만 외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공짜돈을 더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내가 쌓아둘 것도 아니고 남과 교환하기 위한 도구일 뿐인데 굳이 구하기 더 어려운 수단을 선택할 필요가 있을까요?

 

4. 보석·귀금속: 역시 위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게젤의 공짜돈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보석·귀금속을 교환매개물로 사용한다면 사고 팔 때마다 그 사람은 무게·순도를 재야 하고 누가 자기한테 그 귀금속을 살지 찾아내야 합니다. 정부는 돈을 개혁한 다음에 금화의 무게·순도를 보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사람은 그것이 말썽 많고 번거로운 수단이라고 느끼고 결국 정부가 만들어낸 공짜돈으로 갈아탈 겁니다.

 

그러면 저축매개물의 대체물은 나올 수 있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액면가가 불변하는 외화로 저축을 하든, 귀금속으로 저축을 하든 그것은 아무 상관 없습니다. 교환매개물의 순환만 지키면 문제가 없습니다.

 

어느 한국사람이 액면가가 정기적으로 깎여나가는 공짜돈 원화가 싫다고 액면가가 고정불변하는 달러로 저축하여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 원화를 건네받은 미국사람은 그 돈을 쌓아둘 수 없으니까. 쌓아두면 정기적으로 감가상각되어 손실을 입으니까. 그래서 그 미국사람은 애초에 한국의 재화나 서비스를 살 용도로만 달러를 원화와 바꿀 것입니다. 즉 여기에서도 돈순환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따라서 경제는 여전히 잘 돌아갑니다.

 

즉 공짜돈으로 개혁된 원화를 들고 있다가 한국경제를 대상으로 투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경제를 대상으로 투기를 하려면 원화를 매개로 해야 합니다. 원화로 갈아타서 '쌓아두었다가' 적당한 시점에 팔아야 하죠. 하지만 공짜돈 개혁을 하면 원화를 쌓아둘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국제투기꾼들이 한국경제를 공격할 수 없습니다. 나라경제가 완벽한 돈순환으로 강력하게 보호되므로 투기의 공격 타겟이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한국이 지금 실제 무역에도 쓰지 않을 막대한 달러를 보유해야 하는 까닭은, 환투기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입니다. 원화에 대한 환투기가 불가능해지면 지금처럼 달러를 많이 쥐고 있을 필요도 없죠. 그래서 국제무역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막대한 달러를 보유하는 대신 그 달러로 더 많은 외국의 재화를 구매할 수 있으니 이익이죠.

 

국제무역구조를 개혁하기도 전에 국내통화를 개혁하는 것만으로도 환투기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해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순 교수는 얼마전 강의에서 한국 경제위기의 본질을 수입 대불황과 국산 소불황으로 나누고, 이 가운데 수입 대불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고백했죠. 맞습니다. 기존 경제질서 안에서는 수입 대불황에 대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이 문제는 경제질서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만 해결됩니다. 게젤이 내놓은 개혁의 순서는 공짜땅-공짜돈이고, 공짜돈은 다시 국내통화 개혁과 국제통화 개혁으로 나뉩니다. 여기서 국내통화 개혁까지만 밀고 나가도 수입 대불황을 원천적으로 봉쇄합니다. 해외 경제가 어찌 돌아가든 국내 경기(국내 돈순환)는 독립적으로 보호되고 동시에 국제무역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투기꾼들은 더이상 장난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돈을 쌓아둘 수 없다는 것은 경제에서 엄청난 의미를 가집니다.

 

따라서 공짜돈을 대체할 수 있는 교환매개물은 나올 수 없으며 저축매개물은 나오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케인스의 대체물들은 지금의 돈이 교환매개물 역할을 완전하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케인스는 돈과 그 대체물들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잘못된 결론을 끌어냈고, 그 잘못된 전제 위에서 자기의 경제학을 세웠습니다. 그 당시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런 주장을 비판 없이 받아들였고, 그 결과 병든 경제질서는 더욱 굳어졌습니다. 케인스의 생각을 받아들이면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뿐입니다. 돈이자를 최대한 낮추거나 돈을 더 찍어내거나. 이것이 근본대책이 아니라는 것은 지금 세상을 보면 너무도 분명합니다.

 

지금은 케인스 요법이 자유방임에 맞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주는 것처럼 세간에 인식됩니다만, 만일 실비오 게젤이 제안한 대로 화폐제도를 개혁하면 케인스 요법은 필요가 없어집니다. 근본요법을 쓰면 대증요법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대증요법의 부작용도 감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케인스 요법은 국가재정을 고갈시킵니다. 유효수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권력이 집중되고 부패, 비리, 물가불안, 환경파괴가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그 좋은 예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돈순환장애를 인위적으로 보상하는데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케인스나 하이에크와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며, 그것은 게젤이 제안한 대로 토지제도와 화폐제도를 개혁하는 것입니다. 하이에크는 자본주의의 결함으로 나타난 증상을 방임하는 것이고, 케인스는 그 증상에 대한 대증요법이라면, 실비오 게젤은 그 결함을 바로잡는 근본요법입니다.


 

*실비오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는 복지로 인한 재정악화도 없습니다. 이 부분은 복지를 주장하는 분들이 방임주의자들한테 누차 공격당하는 부분입니다.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는 토지를 국유화하여 공공임대로 사용토록 하는데 그 임대료를 복지재정으로 삼게 되므로 복지를 하는데 추가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막힘없는 돈순환이 만들어내는 일자리와 사회적 효과는 그 자체로 엄청난 수준의 복지가 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어느 재벌이 10조라는 돈을 쌓아두었는데 게젤의 공짜돈 개혁으로 돈의 액면가를 연 5% 감가상각한다고 합시다. 그 재벌이 계속 돈을 쌓아두면 연간 5000억의 손실을 입게 됩니다. 당연히 그 돈을 써버리겠죠. 그러면 그게 투자가 되고 일자리를 만듭니다. 아니면 그 재벌은 돈을 무이자로 대출해줄 겁니다. 쌓아두면 감가상각으로 손실을 입지만 빌려주면 그 손실을 입지 않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는 돈이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돈의 불균형적인 분포가 저절로 완화되죠. 이거야말로 공정한 질서를 통한 자연스러운 분배가 아닐까요? 정부가 임의적인 기준을 세워서 그 기준에 따라 분배하면 그 기준의 정당성이 늘 의심받고, 정권이 교체되면 그 기준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 방법은 미봉책입니다. 게젤의 방식은 경제질서 자체가 분배로 유도합니다. 다른 개입이 필요없고 지속적으로 유지됩니다.


 

*기존 복지정책은 그 효과가 모두 땅의 임대료로 계산 반영되어 결국 상쇄됩니다. 즉 복지정책으로 더해지는 이점이 임대료에 반영되어 올라가죠. 게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처럼 독일이 제공하는 직업활동·지식활동·사회활동을 위한 모든 장점은 지대로 몰수돼. 지대는 시·과학·예술·종교가 자본화된 거야. 콜론성당, 에펠의 시냇가, 너도밤나무 사이 새들의 지저귐. 지대는 이 모든 걸 현금으로 바꿔. 지대는 토머스켐피스의 종소리, 케벨라 유물, 괴테와 실러, 공무원의 청렴함, 더 행복한 미래를 위한 꿈, 한마디로 모든 것에 요금을 매겨. 그 요금은 노동자가 스스로한테 이렇게 물어보는 지점까지 올라갈 거야. 여기 남아서 요금을 낼까, 아니면 이민을 가서 이걸 모두 포기할까?”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Ⅰ. 분배 5. 사회환경이 지대·임금에 미치는 영향

 

“Thus every advantage which Germany offers for professional, intellectual and social life is confiscated by rent on land. Rent is poetry, science, art  and  religion  capitalised . Rent converts everything into hard cash: Cologne Cathedral, the brooks of the Eiffel, the twitter of birds among the beech-leaves. Rent levies a toll on Thomas à Kempis, on the relics at Kevelaar, on Goethe and Schiller, on the incorruptibility of our officials, on our dreams for a happier future, in a word, on anything and everything; a toll which it forces up to the point at which the worker asks himself: Shall I remain and  pay - or  shall I emigrate and renounce it all ?” -THE NATURAL ECONOMIC ORDER Part 1: Distribution 5. INFLUENCE OF SOCIAL CONDITIONS ON RENT AND WAGES

 

따라서 땅사유권을 남겨두면 기존 복지정책의 효과는 조만간 상쇄됩니다. 기본소득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젤은 땅을 국유화하여 이런 가능성을 배제합니다. ('조지스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참조할 것)


 

*실비오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도 대비됩니다. 피케티도 경제질서의 결함을 그대로 놔두고, 거기서 생기는 이자 불로소득을 조세제도로 몰수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도 문제의 근원을 놔두고 거기서 생기는 증상을 땜질하는 것입니다. 불로소득을 낳는 시스템을 놔둔 채 불로소득을 몰수하는 사회적 장치를 갖추는 것보다 불로소득이 처음부터 나오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나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피케티의 제안은 실현할 수 없고 실현해도 효과가 없습니다.

 

만일 A라는 나라의 조세제도는 이자 불로소득을 강하게 몰수하는데 B라는 나라는 그렇게 안하면 돈은 당연히 B로 흘러갈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A는 이자를 몰수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나라의 돈순환도 부족해질테니 대참사가 날 것입니다. 따라서 피케티의 방법은 전세계 조세제도를 전부 동시에 뜯어고쳐야 하는데 이것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하지만 실비오 게젤의 개혁은 한 나라의 토지제도와 화폐제도만 먼저 개혁해도 그 나라가 직면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한 도시에만 적용해도 그 도시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부분에서 전체로' 개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이 손쉬운 것부터 작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피케티의 방법은 실현이 불가능한데, 그 까닭은 '이자'의 핵심인 기본이자는 조세로 몰수될 수 없기 떄문입니다. 사람들은 분업이 필요하고 분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돈주인은 돈을 반드시 빌려줘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재화는 낡고 닳고 썩고 보관료나 보험료가 드는 등 계속 비용이 들고 노동 역시 유지되려면 비용이 들어가는데 돈은 그 액면가가 고정불변하여 보관하는데 아무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돈은 재화나 노동보다 저축매개물로서 선호되고 이 때문에 돈과 재화 또는 돈과 노동이 교환되려면 재화와 노동이 돈이 갖고 있는 그 유리함에 상응하는 조공(기본이자)을 바쳐야 합니다. 돈이 재화나 노동에 대하여 갖는 우위는 정부가 돈주인으로부터 이자를 몰수하려고 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기본이자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니까요. 원인은 '화폐 액면가가 고정불변하는 현재의 화폐제도'입니다. 원인을 바로 잡지 않으면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이자소득을 회수하려고 시도하면 사람들이 자기 돈을 은행에 맡길 까닭이 없고 그 결과 돈은 기업이나 개인에 대출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업의 마비, 경기침체를 뜻합니다.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다른 형태로 변형되어 남습니다. 그렇게 변형된 문제들에 대해 다시 대증요법을 가하면, 그에 상응하여 또 다른 문제가 새로운 가지를 칩니다. 이런 식으로 단순한 문제가 복잡하게 증식되어가므로 문제가 끝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고집하면 선의로 하는 행위도 악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이 점을 통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진보세력에 회의적이 되어갑니다. 지금 진보세력들은 근본처방을 사용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때우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진보를 믿지 않습니다. 좋은 예가 '일베'입니다. 일베한테 '민주화'는 조롱의 대상입니다. 사람들의 삶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파고들어 바로잡지는 않고, 민주주의가 그저 '구호'로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은 "민주화? 그거 해서 뭐가 달라졌는데?"라고 말할 겁니다. 네, 분명히 철없는 소리죠. 자기들은 사회를 위해서 뭔가 해보지 않고 뭔가 해보려는 사람을 욕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지금 그 사람들을 옹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무기력과 무관심, 비뚤어짐이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근본처방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문제는 점점 여러 갈래로 증식되어 그 하나 하나에 사회의 힘이 점점 더 많이 소모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문제가 사람들을 압도하다 보니 사람들은 이제 그런 문제들에 눈을 감고 있습니다. 현실을 부정하거나 도피하거나 비뚤어지는 것이죠. 그런 회의주의자들까지 모두 뛰쳐나와서 춤을 추게 하려면, 개혁에 동참하게 하려면 개혁방법이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실비오 게젤의 개혁은 사회문제 하나 하나를 간섭하여 수고롭게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가장 근원적인 요소를 전환하여 그것에서 파생된 모든 결과물을 자연스럽게 개혁합니다. 최소의 노력을 들여서 최대의 효과를 내죠. 토지제도와 화폐제도를 개혁하면 그 다음부터는 그 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되먹임과 그 되먹임의 결과에 대한 추가적인 되먹임의 연쇄에 의해서 사회개혁은 저절로 굴러갑니다. 이 개혁은 어떤 이데올로기와 도덕을 사람들한테 계속 주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계속해서 '이렇게 해야 해, 저렇게 해야 해' 잔소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비오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이익을 쫓는 마음이 그렇게 개혁의 방향으로 스스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끝없는 원천이 됩니다. 이것이 기존의 사회운동과 완전히 다른 점입니다.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는 우리가 먹고 사는 것 자체가 사회운동이 됩니다. 각자가 제 이익을 쫓으면 그 움직임이 그대로 사회에 유익을 주도록 경제질서를 설계하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따로 사회운동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부도, 봉사활동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두의 평범한 일상이 사회를 치유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 게젤은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Ⅳ. 공짜돈 (돈은 어떠해야 하는가) 5. 공짜돈은 어떻게 판단될까 에서 다양한 경제주체의 입장에서 공짜돈 개혁의 효과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게젤 자신이 실물경제의 다양한 입장에 서 보았던 경험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서술이라고 추정합니다. 이 챕터를 살펴보면 고리대금업자와 투기꾼 말고 이 새로운 경제질서에서 손해 볼 사람은 없습니다. 자영업자, 직장인, 제조자(기업인), 저축자, 협동조합원, 채권자, 채무자가 모두 공정한 질서 안에서 엄청난 이익을 얻고 시스템은 훨씬 효율적이 되며 단순해집니다. 경쟁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모두의 경제활동이 서로를 지탱하기 때문에, 사업에 실패한 낙오자들도 보호받고 재기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뛰어난 경제주체가 지불하는 막대한 지대는 복지재정으로 들어가서 약한 경제주체들을 보호합니다. 가장 뛰어난 경제주체가 벌어들이는 막대한 자금은 모두 순환하여 약한 경제주체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냅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공조'로 바뀌는 것입니다.

 

* 게젤의 해법을 도입하면 저소득층의 삶도 비약적으로 개선됩니다. 저소득층의 고민은 결국 돈문제와 땅문제입니다. 돈이 없다, 돈을 구할 수 있는 일자리도 없다, 따라서 그 돈을 주고 얻어야 할 생계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힘들게 얻는 노동대가마저도 땅이 낳는 지대에 대부분 흡수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최저임금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돈이 없으니까 '인위적으로 임금 하한선을 설정해서라도 돈을 더 많이 얻으면 되겠거니'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고용자인 중산층과 피고용자인 서민층의 이해관계를 분열시키고, 이미 직장을 가진 노동자와 실업자의 이해관계를 분열시켜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 방법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노동수요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지대와 이자를 완전히 제거하여 노동자들이 일한 대가 전체를 얻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게젤의 해법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죠. 게젤의 해법으로 노동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노동대가 전체를 얻게 됩니다. 저소득층은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만큼이 아니라 억눌려 있던 자기 가능성을 모두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넉넉한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얻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공정한 질서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훨씬 명예로운 일이죠. 불공정한 질서 안에서 강자에게 굽신거리게 만드는 것이 올바른 사회개혁의 방향은 아닐 것입니다. 빈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경제질서를 방치한 채 이타심만 독려하는 것이 진정한 해법은 아닐 것입니다. 저소득층은 더이상 강자의 자비를 구걸하며 움추러들거나, 억눌린 분노를 범죄나 테러의 형태로 쏟아내거나, 괴로운 현실을 잊으려고 술·담배·매춘·도박·게임·약물·사이비종교 등으로 도피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요즘 유럽이 마이너스 금리를 실행하면서 실비오 게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공짜돈과 마이너스금리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유명 칼럼니스트와 일부 경제학자도 이를 혼동하니 주의가 요구됩니다.

 

공짜돈은 돈의 액면가가 정기적으로 감가상각되기 때문에, 돈을 가진 사람이 돈을 쌓아둘 수 없고 정기적으로 소비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이너스금리는 돈의 액면가가 여전히 고정불변하기 때문에 돈을 쥐고 있는 사람은 돈을 쌓아둘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유럽에서 시도하는 마이너스금리는 효과를 보장할 수 없고 결국 양적완화를 병행하게 된 것입니다.

 

게젤은 정확히 말해서 마이너스 금리(negative interest)를 부정합니다. 게젤은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V. 공짜돈 이자이론 1. 로빈슨크루소 이야기에서 등장인물 "낯선 이"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하죠.

 

"낯선 이: 자네 제안을 거절하겠네. 그건 이자니까. 물론 양의 이자는 아니지만 음의 이자네. 대출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대출을 받는 사람이 자본가가 되는 거지. 내 종교는 고리대금을 허락하지 않네. 음의 이자라도 금하고 있지.

 

S. I must decline your offer, for it would mean interest - not indeed positive, but negative interest. The receiver, not the giver of the loan, would be a capitalist, and my religion does not permit usury; even negative interest is forbidden. THE NATURAL ECONOMIC ORDER PART V. THE FREE-MONEY THEORY OF INTEREST 1. A STORY OF ROBINSON CRUSOE"

 

제가 이 부분을 특별히 강조하여 말씀드리는 것은, 게젤의 이론이 엉뚱한 개념으로 오해된 채 실천되어 제대로 효과를 얻지 못했을 때 그것에 대한 불신이 자라는 것을 미리 막고자 함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처음부터 게젤의 개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게젤의 공짜돈 개혁을 인플레이션과 혼동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현상은 다릅니다. 경제학을 의학에 비유하면, 이것은 생리physiology와 병리pathology를 혼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플레는 경제가 병든 상태이고, 공짜돈이 만들어내는 돈순환은 건강한 상태입니다. 기존 화폐는 돈순환이 돈을 쥔 사람의 임의에 달려 있으므로 경제를 이랬다 저랬다 불안정한 상태로 유도하죠. 돈이 돌 때는 경기가 풀리는 듯 하다가 돈이 멈춰버리면 경기도 얼어붙습니다. 인플레와 디플레가 불가피합니다. 또 인플레는 돈이 시장 전체를 골고루 도는 게 아니라 어떤 부문에만 몰릴 수 있습니다. 반면에 공짜돈은 정기적으로 감가상각되기 때문에 돈을 쌓아둘 수 없고 따라서 돈이 늘 시장전체를 골고루 규칙적으로 순환합니다. 돈이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지속적으로 흘러가죠. 여기에는 병든 경제상태가 만들어내는 기복이나 편차가 없습니다. 돈을 사회유기체의 몸을 흐르는 혈액이라고 한다면, 인플레는 염증으로 피가 몸 한 곳에 몰려 발적된 것이고 공짜돈 개혁은 피가 온몸을 원활하게 순환하여 건강한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경제현상은 다르게 취급해야 합니다.

 

또, 게젤의 시스템에서 저축이 불가능할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게젤 이론을 깊이 연구해보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죠. 공짜돈은 액면가가 정기적으로 감가상각되므로 쌓아둘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잉여금은 대출을 하거나 투자를 하게 됩니다. 대출을 하면 감가상각으로 입는 손실을 돈을 빌리는 사람한테 떠넘길 수 있기 때문에 원금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투자 역시 적어도 '감가상각이 되는 만큼'을 배당으로 받을 것이므로 원금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이자를 배당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즉, 남에게 대출해주는 것으로 저축이 가능해지죠. 다시 말해 저축의 형태가 바뀌는 것일 뿐 저축은 가능하며, 지금까지 보통사람들의 저축을 방해했던 지대와 이자라는 요소가 사라지기 때문에 더 많은 저축을 하게 됩니다. 자본주의에서는 저축이 돈순환을 억제합니다. 하지만 실비오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는 저축을 하더라도 돈순환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돈은 은행에 쌓여있지 않고 시장에서 빠르게 순환하게 됩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저축이라는 행위가 사회가 생산하는 부를 줄이지 않고 늘리게 된다는 것, 저축이 반드시 투자와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사회문제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습니다

1. 사회가 생산하는 부가 줄어든다

2. 줄어든 부가 불공정하게 분배된다

 

1은 돈이 순환하지 못하여 나오는 결과이며, 2는 돈이 낳는 이자와 땅이 낳는 지대에 의하여 노동자들이 일한 대가를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실비오 게젤이 제안한 개혁의 순서는 [공짜땅-공짜돈]입니다. 공짜돈은 다시 국내통화개혁과 국제통화개혁으로 나뉘고, 국내통화를 국제통화보다 먼저 개혁합니다.

 

공짜땅 개혁을 공짜돈 개혁보다 먼저 해야 하는 까닭은, 화폐제도 먼저 개혁하고 토지제도를 나중에 손보면 더 많은 개혁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공짜땅 개혁을 하지 않고 공짜돈 개혁을 먼저 하면 부의 전체 크기가 늘어나긴 하지만 노동자들의 노동대가와 임대료의 비율은 그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즉 노동자들의 몫도 늘어나지만 땅주인들의 몫도 늘어납니다. 그 때 뒤늦게 공짜땅 개혁을 하려면 정부가 땅주인들한테 보상할 전체 액수가 크게 늘어납니다. 따라서 개혁의 1단계는 공짜땅 개혁입니다. 그리고 공짜돈 개혁에서 국내통화를 국제통화보다 먼저 개혁해야 하는 까닭은, 환율안정은 각국 물가안정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각국 물가가 안정되고 그 물가를 표시하는 통화들끼리 만나야 환율이 안정된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따라서 개혁의 순서는 공짜땅-공짜돈(국내통화개혁-국제통화개혁)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공짜땅 개혁]

정부는 땅국유화 증권을 발행하여 땅주인들한테 땅을 사들입니다. 신용으로 사는 것이죠. 그럼 그 증권의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겠죠. 이자를 갚는 건 쉽습니다. 그 땅을 국유화할 때 땅주인들한테 건네는 땅값은, 그 땅이 낳는 임대료를 자본화해서 정하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해 정부가 그 땅을 빌려주어 받은 임대료를 땅주인들한테 그대로 건네면 그것이 이자를 갚는 것이죠. 여기에서는 소유권만 땅주인에서 정부로 바뀐 셈이죠. 그러면 원금은 어떻게 갚느냐? 공짜돈 개혁을 해서 갚습니다.

 

[공짜돈 개혁]

1.국내통화; 국내화폐를 스탬프머니로 개혁합니다. 따라서 기본이자는 사라집니다. 기본이자는 그동안 상품 및 생산수단의 생산을 억제하였는데, 기본이자가 사라졌으므로 그 생산이 무제한으로 늘어납니다. 생산수단의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그것이 낳는 시장이자율은 점점 0으로 수렴합니다.

 

게젤은 '땅국유화 증권은 그 평가平價를 유지할 정도의 이자만 낳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일 그 증권이 고정이자를 낳으면, 시장이자율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그 증권으로 몰리기 때문입니다. 그 증권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죠.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땅국유화 증권 이자를 미리 시장이자율에 연동시켜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시장이자율이 0으로 수렴하면서 땅국유화 증권의 이자도 0으로 수렴합니다. 반면, 그 증권을 주고 사들인 땅은 여전히 임대료를 낳으므로 차액이 발생합니다. 바로 그 차액으로 원금을 갚는 것입니다. 다 갚은 다음에는 그 임대료를 복지에 사용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돈이 낳는 기본이자가 사라진다고 바로 자본이자와 대출이자가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직 그 전까지 사용했던 돈의 영향력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그 전까지 사용한 돈은 액면가가 고정불변하여 기본이자를 낳았고, 기본이자는 실물자본의 증가를 억제했습니다. 실물자본이 기본이자 이상을 낳지 못하면 그 실물자본을 더이상 생산하지 못하게 되죠. 그보다 더 생산하면 그것이 낳는 이자가 떨어지고 그래서 그 실물자본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돈을 빌리는데 갖다바쳐야 하는 이자보다 더 떨어지면 이익이 남지 않으니 더 생산할 까닭이 없지요. 따라서 실물자본의 공급은 수요보다 부족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실물자본은 여전히 이자를 낳습니다. 누가 실물자본을 빌리려면 이자를 내야 합니다. 실물자본이 이자를 낳으면 그 실물자본과 교환될 수 있는 돈 역시 이자를 낳게 되지요. (그러한 조건에서만 돈이 실물자본과 교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 단계에서는 아직 돈을 빌릴 때 이자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이자는 앞서 설명드린 '기본이자'가 아니라, 아직 실물자본의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하여 생기는 자본이자가 돈에 옮겨붙은 것입니다. 나중에 실물자본의 공급이 늘어서 수요와 일치하게 되면 실물자본의 이자는 마침내 사라집니다. 이 때 실물자본은 이자를 낳을 수 없으므로 더이상 자본으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때 비로소 돈을 빌릴 때 지불해야 하는 이자도 사라집니다.

 

한 가지 더. 돈은 전세계를 넘나들기 때문에 국내의 이자가 완전히 사라지려면 다른 나라들의 이자도 사라져야 합니다. 다른 나라들 돈이 낳는 이자가 남아있다면 국내의 돈이 낳는 이자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 돈이 낳는 이자가 더 많다면 우리 나라 돈은 다른 나라 돈으로 교환되어 다른 나라로 투자될 겁니다. 그렇게 하여 국내 이자와 다른 나라들의 이자는 일종의 동적평형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나라가 공짜돈 개혁을 하면 다른 나라의 이자율도 점점 하락하게 될 것입니다. 만일 '우리 나라 돈순환이 규칙적이 되어 경기가 안정된 것'을 보고 다른 나라도 공짜돈 개혁을 도입한다면 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두 개 이상의 나라가 공짜돈 개혁을 도입하였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2.국제통화; 국내화폐를 위와 같이 개혁한 나라들끼리 국제통화로 무역을 합니다. 이 국제통화를 이바(IVA: Inernational Valuta Association)라고 부릅니다. 이바는 환율을 안정시키는데, 그 원리는 단순합니다. 어느 나라에서 수출이 늘면 이바가 그 나라로 들어오죠. 그러면 그 만큼 자국통화를 늘립니다. 그러면 물가가 오르죠. 물가가 올랐으니 이번에는 수입이 촉진되고 그러면 이바는 다시 빠져나갑니다. 이바가 빠져나가면 그만큼 자국통화를 줄입니다. 그러면 물가가 원래대로 회복되죠. 이런 식으로 들어온 만큼 나가고 나간 만큼 들어와서 환율이 저절로 안정되는 것입니다. 마치 파이프로 연결된 시스템에서 일시적으로 한쪽 수위가 높아질 때 저절로 같은 수위로 돌아오는 것처럼, 이바로 연결한 나라에서 물가는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됩니다. (아래 그림 참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방법은 케인지언에게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케인스가 2차세계대전 후 브레튼우즈에서 제안한 ICU(international clearing union)가 바로 게젤의 IVA를 베낀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IVA와 ICU는 다릅니다.

 

게젤의 IVA는 국내에 들어온 국제통화만큼 국내통화를 자동으로 늘립니다. 그러면 물가가 올라서 수입이 촉진되고 국제통화가 들어온 만큼 다시 빠져나가게 되지요. 반면, 케인스의 ICU는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국내통화가 순환되어야 하는 강제에 종속되지 않으므로 국제통화가 들어올 때 자국통화를 그만큼 늘려도 물가가 올라갈 거라는 보장이 없지요. 따라서 중앙의 인위적인 개입이 필요해집니다. 어느 나라의 국제통화 잉여금이 어느 한도 이상을 넘어가면 ICU에서 그 잉여금이 청산될 때까지 맡아두는 것이죠.

 

이러한 케인스의 ICU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현대의 무역결제는 전자화폐의 형태로 실시간 주고받습니다. 게젤의 IVA를 도입하면 무역수지의 균형을 거의 실시간으로 자동조절할 수 있습니다. 국제통화 잉여금이 생기자마자 바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케인스의 ICU는 잉여금이 어느 한도 이상으로 올라가야 중앙에서 개입하므로 IVA보다 반응속도가 느립니다. 따라서 그만큼의 변동이 여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변동이 국제무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예를 들어 '내수가 아주 강한 나라 A와 내수가 아주 약한 나라 B가 무역을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가 B한테 수출을 많이 해서 국제통화 잉여금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ICU가 그걸 맡아두고 A가 B한테 뭔가를 수입해서 그 잉여금을 청산하기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A는 내수가 강하기 때문에 무역을 안하고 버틸 수 있고, B는 내수가 약하기 때문에 무역을 안하면 버틸 수 없습니다. 따라서 B는 조만간 나라 경제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B는 A한테 자기 나라 재화를 수입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어떤 프리미엄이나 조공을 제공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돈을 쌓아둘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국내경제 뿐 아니라 국제무역에서도 각 나라가 서로 공격하고 공격당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B가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통해서 이러한 결과를 상쇄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하지만 그와 같은 논리라면 더 사태가 악화되는 것도 가능하겠죠? 왜? 내수가 강한 나라 A가 내수가 약한 나라 B를 공격해서 얻은 프리미엄 때문에 더 강해지고 그래서 B뿐 아니라 C D E한테도 더 강한 포지션을 굳혀갈 수 있으니까요. ICU가 각국이 청산해야 할 잉여금의 한도를 낮추어 잡으면 이런 문제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작아질 수 있겠지만 이것은 무역량이 크게 늘어난 지금 비효율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내수가 약한 나라 B가 A뿐 아니라 C D E와 무역을 할 때도 적자가 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이런 여지는 결국 국제분쟁과 전쟁을 유도합니다. 따라서 이 시스템은 그 자체로 결함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가능성이 낮다고 얼버무리기 전에 이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실비오 게젤의 IVA를 국제무역구조로 채택해야 합니다.

 

케인스의 ICU는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는 국내 돈순환을 안정시키지 않고 국제무역구조에 질서를 부여하려고 하다보니 이런 약점이 생기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게젤의 IVA는 자동조절시스템이고 환율이 안정되는 반면, 케인스의 ICU는 계속 인위적으로 개입해야 하고 환율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케인스가 말한 유동성 프리미엄은 돈의 액면가가 고정불변하기 때문에 존재하고, 스탬프머니를 통하여 돈의 액면가를 정기적으로 감가상각하면 사라집니다. 그리고 케인스가 언급한 대체물들은 '돈이 교환매개물 역할을 제대로 못하여 초래되는 불규칙한 돈순환'을 보상하려고 나온 것일 뿐 그런 상황과 독립적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유동성 프리미엄을 핑계삼아 기존 화폐의 결함에 눈감아버린다면 어떻게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이 지대와 이자로 착취당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돈이 순환해서 모두에게 흘러가면, 지대가 공유되어 모두에게 흘러가면, 권력도 모두에게 분산됩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는 경제질서(economic order)를 개혁해야만 가능합니다. 이것이 '경제민주화'입니다. 이것 말고 다른 경제민주화는 없습니다. 기존 경제질서의 결함을 방치한 채 그 위에서 뭔가 해보려는 건 결국 실패할 것이고, 사람들은 진보세력에 더 큰 실망감과 회의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면 진정한 의미의 개혁은 다시 아주 긴 시간이 흘러야만 시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로 지금 여러분은 실비오 게젤을 연구해야 합니다.

 

불가佛家에서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장 훌륭한 케인지언은 케인스 이론을 뛰어넘어야 하지 않을까요? 조순 교수님이 케인스 경제학을 이 땅에 소개한지 30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한국사회가 케인스를 뛰어넘어야 하는 시점이 아닐런지? 케인스의 역할은 끝났습니다. 케인지언 스스로 그 도약을 이루어주시길 바랍니다.

 

만일 '유동성 프리미엄'과 '돈의 대체물'에 대해 저와 생각이 다르면 제 생각을 비판해주십시오. 아니면 실비오 게젤을 다른 분들과 함께 연구해주십시오. 이 두 가지 중 아무것도 안한다면 당신들은 게으르거나 위선적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실비오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를 읽고 어떻게 세상을 치유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동시에 실비오 게젤이 제시한 개혁방향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토대를 함께 만들고자 합니다. 진정으로 인본주의에 바탕을 두는 대동사회를 함께 열어가고자 합니다. 제 편지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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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4 21:57 2016/10/2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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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젤 연구는 게젤의 언어로

칼럼

1. 게젤 이론은 게젤의 언어로 연구해야 한다. 케인즈나 맑스의 언어로 게젤의 이론을 연구하면 안된다.

의학에 비유하면,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는 생리
physiology에 해당한다. 그리고 케인즈나 맑스가 다룬 것은 병리pathology에 해당한다. 케인즈가 다룬 것은 병든 몸에 스테로이드 같은 대증요법을 가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맑스가 다룬 것은 환자에게 이것저것 장치를 붙이고 몸의 기능을 모두 통제하려는 것이다. 의학에서는 생리가 기준이 되어야 하지 병리가 기준이 될 수 없다.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이런 의미에서 케인즈가 자기 책에 '일반이론General theory'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어폐가 있다. 정부가 유효수요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을 '일반적'이라고 받아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경제질서는 병들어 있다. 그 자체에 결함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게젤 이론을 게젤의 언어로 연구해야 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게젤의 언어가 쉽기 때문이다. 게젤은 독창적인 경제이론을 만들면서 특별히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았다. 거의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로 경제학 전체를 꿰뚫었다. 필자는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천재들의 공통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쉬운 언어로 가장 어려워보이는 주제를 다루는 것. 그래서 경제학이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 이게 게젤 경제학의 탁월한 점이다. 필자는 책을 읽다가 지식인들이 자기들만의 은어 만드는 걸 즐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다. 일상어로 할 수 있는 말을 굳이 전문어를 만들어 바꿔쓰는 걸 보면 어렵게 이야기하는 걸 즐기고 그걸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그런 행위의 뒷편에 자리잡은 건 천박한 허영심이 아닐까? 있는 말 없는 말 다 쳐발라서 빈 껍데기를 요란하게 꾸미려는 것이다. 아니면 진실을 가리려는 것이다. 지혜롭고 진실한 사람일수록 쉽고 간단한 말로 뜻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게젤은 그렇게 한다.

한편, 게젤이 부정한 단어는 게젤 이론을 연구할 때는 쓰면 안된다. 그런 단어는 게젤 이론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게젤은 경제학에서 '가치value'를 부정했다. 그는 가치이론을 부정한다. 가치이론을 쓰면 돈(수요)을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변함없는 내재가치가 있는데 뭘 관리하나? 하지만 돈의 가격은 변동한다. '돈의 순환량'과 '재화의 순환량'의 비에 따라서 변동한다. 그래서 돈의 가격(구매력)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관리되어야 하며, 그것을 관리하려면 돈을 규칙적으로 순환할 수 밖에 없는 강제조건에 묶여 놓아야 한다. 돈이 돈소유자의 임의에 따라 시장으로 몰리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면 그 가격을 어떻게 관리하겠나?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돈은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중앙은행이 돈을 회수해도 쌓여있던 돈이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면 '재화의 순환량'에 대한 '돈의 순환량'을 컨트롤할 수 없고 돈의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없다. 이처럼 가치이론을 돈에 적용하면 경제학과 그 실천이 혼란스러워질 뿐이다.

경제학에서 가치는 다룰 수 없고 가격만 다룰 수 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돈가격은 돈수요와 돈공급으로 결정된다. 돈수요는 상품공급이고 돈공급은 상품수요인데, 여태까지는 상품수요가 불규칙했다. 상품수요는 돈이 구현하는데, 돈순환이 돈소지자 마음에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게젤이 살던 시대는 금본위였고, 금본위는 가치이론에 뿌리박고 있었다. 그것은 "금에 변함없는 내재가치가 있으므로 돈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웃기는 소리. 가치가 아니라 가격만 존재할 뿐이다. 오늘날, 금본위 회귀가능성을 완전히 없애고 돈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꾸준한 돈수요'에 맞는 '꾸준한 돈공급'을 구현해야 한다. 돈이 순환될 수 밖에 없어야만 그것이 가능하다. 게젤은 스탬프머니로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스탬프머니는 일정주기마다 스탬프를 하나씩 붙여야만 그 돈을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돈을 가진 사람이 그 주기가 닥치기 전에 돈을 소비하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돈의 (가치가 아니라) 가격을 조절하는데 성공하려면 가치이론을 폐기해야 한다. 따라서 게젤 이론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가치'라는 단어로 게젤 이론을 설명하려고 하면 안된다. 게젤이 부정한 단어로 게젤 이론을 설명하는 것은 모순이다.

예를 들면, 공짜돈을 정의할 때 "돈 가치가 정기적으로 줄어드는 돈"이라고 하면 안될 것이다. "돈 액면가격이 정기적으로 줄어드는 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액면가를 영어로 face-value라고 하는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런 표현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만, 'face-price'가 경제학적으로는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value는 경제학적으로 정의할 수 없으므로. 그건 윤리학이 다룰 문제다.)

"토지가치세"라는 말도 쓰면 안된다. "토지세"라고 해야 한다. 필자는 지대(와 지대를 자본화하여 나오는 땅값) 말고 다른 토지가치가 있는지 조지스트들한테 묻고 싶다. 없다면 굳이 토지가치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과거 가치이론을 읊어대던 사람들처럼 "변함없는 내재가치"를 뜻하는 게 아니라고 해도 사용해서는 안된다. "가치"라는 단어가 경제학에서 그동안 어떤 맥락으로 쓰였고 어떤 혼란을 유발했는지 고려해본다면, 굳이 그 단어를 사용할 까닭이 없다.

"가치를 생산한다"고 해서도 안된다.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고, 그것들은 가치가 아니라 가격을 얻게 될 것이다.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도 안된다. 게젤의 제안은 돈순환과 땅을 공유하는 것이다.

'가치'라는 말은 모호하다. '가격'이라는 말은 명료하다. 경제학은 명료한 단어로 기술되어야 하고, 더이상 가치라는 단어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필자는 오래 전 맑스주의자들과 토론하다가 그들이 유독 "가치"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걸 발견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는데 아마 다음과 같은 까닭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기존 경제질서에서 노동은 제 값(가격)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가격"을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노동자들한테 지금 받고 있는 노동의 가격은 부족하다. 더 받아야 한다. 더 받으려면 그럴듯한 이유가 필요한데, 그것이 "가치"다. "원래 노동의 가치는 이만큼인데 가격은 잘못 책정되었다."는 논리다.
(이것은 비단 맑스주의 뿐 아니라 그것에서 영향받은 대부분의 사회운동이 읊조리는 레퍼토리 같다. 예를 들어 슬로우푸드 운동에서는 친환경 지역농산물의 진정한 '가치'를 자본주의는 모른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러한 배경을 이해한다. 하지만 가치를 이야기하면 주관적이 될 수 밖에 없고, 그 가치는 누가 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의 노동가치는 누가 결정하는가? 내가? 그러면 공정하겠나?

노동자들이 주장해야 하는 것은 "가치"가 아니라 "가격"이다. 다만 왜 노동의 가격이 잘 먹고 잘 살기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오르지 않았는지를 살피고, 그 원인이 되는 화폐제도와 토지제도의 결함을 바로잡아야 한다.

 

필자는, 맑스주의자들과 사민주의자들이 게젤 연구모임을 만들어서 이 이론을 연구해볼 것을 권고한다. 그리고 확신이 서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 보길 바란다. 그저 주어진 경제질서에 대하여 반항하거나 대증요법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근본적인 결함을 바로잡아 새로운 경제질서를 유도하려면 지성이 필요하다. 여러분이 사회유기체의 몸뚱아리에서 발생하는 염증의 일부 또는 그것을 억누르는 대증요법이 될지, 그 염증을 치유하는 힘이 될지는 여러분의 지성에 달려 있다. 여러분은 정부를 전복해서 새로운 정부가 수요와 공급을 통제하거나 부자들한테 세금을 왕창 걷어서 복지에 쓰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나도 기꺼이 그런 방식에 찬성하겠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자는 경제행위의 원동력이 되는 개인의 능동적인 동기를 억제하여 전체 경제의 활력을 감퇴시킨다. 내가 일한 만큼 얻을 수 없다면 아무도 더 열심히 일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면 전체 파이가 작아질 수 밖에 없다. 후자는 그 늘어난 복지만큼 지대가 상승하여 그 효과를 상쇄한다. (난 이에 대하여 조지스트들과 얘기해봤는데 그럴듯한 반론을 듣지 못했다. 그들은 일방적 진술만 늘어놓았다.)

한 가지 더, 게젤을 공부하려면 게젤의 책을 읽어야 한다. 케인즈, 찰스 아이젠스타인, 데이비드 하비 같은 사람들은 게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논문이나 관련 기사도 주의해야 한다. 수십년 묵은 수많은 오해로 범벅이 되어 있다. 게젤을 알려면 게젤의 책을 읽어야 한다.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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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4 22:43 2016/08/2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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