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벌레가 어찌 이를 알겠는가

칼럼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할까? 자본가? 중산층? 서민층?
답은 중산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가는 기존 경제질서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때문에 스스로 개혁하기 어렵다. 그리고 서민층은 그 삶의 조건상 사회문제에 대하여 기계적인 반작용 밖에는 할 수 없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모색해볼 여력이 없다.

우리가 "계급분열의 메커니즘"에서 살펴보았듯이, 기존 경제질서에서 중산층이 자본가를 보호하는 방어벽이 되어버리면 개혁은 어렵다. 이것은 거꾸로, 중산층이 사회개혁의 주체가 되면 개혁은 아주 쉬워진다는 뜻이다. 중산층이 움직이면 자본가들이 기존 경제질서를 지켜낼 수 없다. 중산층이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를 향해 움직인다는 것은 개혁의 장애물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이다. 역사의 강물을 막고 있는 댐이 무너져서 고여있던 갈등의 찌꺼기들을 시원하게 흘려보내게 되는 것이다. 중산층이 실비오 게젤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움직일 때에만 진짜 진보의 첫 발을 내딛게 될 것이다.

통화확장주의는 과거, 중산층이 붕괴하지 않는 데 이바지한 면이 있다. 그것은 어느 정도 고용안정에 기여했고 중산층을 보호했다. 하지만 그 약발이 다하고 있다. 경제를 뒷받침할 건전한 분업은 그것을 매개할 돈순환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너질 것이다. 청년실업은 그 초기 징후다.

막대한 통화확장 그리고 동시에 순환하지 않는 돈의 성질은 시장을 양극화했다. 한 쪽에서는 한 끼 식사에 수십만 원을 내지만 반대쪽에서는 3000원짜리 김밥을 팔고 있다. 노동력과 재화를 교환해야 할 돈은 소수의 개인금고와 통장 안에서 잠자고 있고 투기의 재료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전세계경제는 거대한 도박판이며 판돈이 움직일 때마다 경제의 단단한 바탕이 되어야 할 물가와 환율은 매일 영화 <샌 안드레아스>처럼 들썩거린다. 그 경제적 재난으로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빌딩 옥상에서 점프를 하고, 서로를 할퀴며 온갖 비극의 드라마를 찍어댄다.

이것은 돈이 순환해야 하는 강제에 종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즉 돈을 쌓아둘 수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중산층은 자기들의 현실 속에서 적당히 미쳐 있다. 그들은 정치가들한테 모든 걸 떠맡기고 욕설을 내뱉고 그리고 자기들은 뒷짐지고 아무것도 안하고 오늘의 평안이 계속 되리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은 자기의 예금통장에 붙는 쥐꼬리만한 이자를 보호하는 순간 그 바보짓 때문에 얼마나 막대한 금액이 거대자본가들의 금고 안에서 잠자게 되는지 깨닫지 못한다. 그 돈들은 바로 지금 쇠락하는, 삶의 질이 떨어져서 투덜거리는 바로 그 중산층의 고용을 보장하고 그의 지갑으로 흘러갈 수 있는 돈이라는 걸 그들은 정말이지 알지 못한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5/19/0200000000AKR20150519045200002.HTML

장자莊子에 이런 대목이 있다.

蜩與學鳩笑之曰   
매미와 비둘기가 붕을 비웃으면서 말했다..
我決起而飛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날아도
搶楡枋而止             
박달나무나 느릅나무에 부딪힌다.
時則不至而控於地而已矣
게다가 종종 나무에도 이르지 못한 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기 일쑤지.
奚以之九萬里而南爲
그런데 어찌하여 붕은 구만리나 솟구쳐 남쪽으로 가는 것일까?
適莽蒼者                        
교외로 나가는 사람은
三飡而反                       
세 끼 식사만 하고 돌아와도
腹猶果然                   
여전히 배는 부르다.
適百里者                 
백리길을 가려는 사람은
宿舂糧                       
밤새도록 식량을 찧어야 하고,
適千里者           
천리길을 떠나는 나그네는
三月聚糧
세 달 동안 식량을 모아야 한다.
之二蟲又何知
이 두 벌레가 어찌 이를 알겠는가

 

중산층이 제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조그만 이자와 지대를 지키려고, 거대자본가들이 자기들의 노동대가에서 빼앗아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이자와 지대를 허용한다면 어찌 이 어리석은 두 미물과 같지 않으랴? 중산층이 "나도 부자야"라며 거들먹거리고 보수적인 경향으로 자기를 무장할 때, 그는 자기 밭에 묻힌 자기도 모르는 보물을 가장 큰 도둑한테 빼앗기는 농부와 같다. 정확히 말해서 중산층의 보수적인 경향,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경향은 자기들의 목을 죄고 있다. 중산층이 이 점을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는지가 문제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과정에서 언론은 지금처럼 눈을 감을 것이고 오히려 사람들의 주의를 엉뚱한 곳으로, 본질적이지 않은 곳으로 돌리기 위해 애쓸 것이다. 연예인들의 엉덩이나 좇아다니면서 대중의 관음증을 부추기고 자기들의 현실을 돌아보지 못하게 방해할 것이다. 아니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 예를 들어, 어떤 노래를 민주화운동 기념 행사에서 제창으로 부를지 합창으로 부를지 무척 심각한 표정으로 다룰 것이다. 아, 도대체 그게 진정한 진보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이 모든 미친 짓거리에 중산층은 동조하고 "좀 더 재밌게 해줘"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중산층은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기분좋게 익어갈 것이다.

 

중산층은 지금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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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8 13:32 2015/07/1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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