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경제학의 시대>를 읽고

칼럼

이 책은 실비오 게젤의 공짜돈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다루고 있다. 저자 찰스 아이젠스타인은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게젤의 개혁안을 제시한다.

이 책 2부 '12.역이자 경제'라는 챕터는 게젤의 이론을 소개한다. 필자는 찰스 아이젠스타인을 지지한다. 그가 게젤 이론에 주목하고 그 진면목을 발견하였다는 점이 반갑다. "악한 돈"이 아니라 "신성한 돈"을 만들자는 저자의 취지에 적극 동감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하게 될 비판은 그의 관점을 철저히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1. 우선 '들어가는 글'에서 그는 "돈의 문제를 다른 여러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하였고 "다른 이슈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했는데 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돈의 결함은 모든 사회문제의 근원이다. 인간의 모든 경제행위가 돈을 매개로 이루어지는데 돈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모든 움직임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 블로그 '돈은 네트워크다', '원전도 돈문제'를 참조할 것.

2. 239쪽에 "(뵈르글에서) 스탬프머니 효과의 원인이 체선료(스탬프비용) 때문인지 지역화 때문인지 증명할 길이 없다"는 발언도 문제다. 문제를 실천적으로 해결하는 임상에서는 '증명'이 아니라 '추론'을 해야 한다. '지역화'만으로는 그런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스탬프머니가 아닌 다른 지역화폐를 보면 알 것 아닌가?

3. '고도성장 환경에서는 이런 화폐가 필요없다'는 발언도 문제다. 기존경제질서에서 고도성장이 의미하는 것은 인플레 아닌가?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는 인플레 디플레가 없다. 물가는 안정되고 그 안정된 기반에서 성장하는 것이 정상이다.

4. 235쪽.'(게젤은) 지구와 기술이 무한경제성장을 수용할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는다'라는 부분도 수긍하기 어렵다. 게젤의 화폐개혁은 생태주의를 완벽하게 실현한다. 게젤은 생태주의에 대한 관점이 없었을지 몰라도 그가 제안한 방법은 그 어떤 해법보다도 생태주의를 만족시킨다는 이야기다. 이 블로그 '원전도 돈문제'를 참조할 것. 아이젠스타인도 각주에서 게젤이 생태주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는지 알려달라고 하면서 판단을 살짝 유보한다.

5. "역이자 경제"라는 챕터 제목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블로그 '유럽 경제위기의 해법'을 참조할 것. 새로운 언어로 게젤 이론을 묘사하기 전에 게젤의 관점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게젤의 지지자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6. 245쪽. '지급준비금에 요금을 부과하면 기존 은행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은행을 안심시키는 것 같다. 게젤의 개혁안대로 해도 은행은 남을 수 있다. 단 지금보다 규모와 인원이 줄어들고 업무도 단순해진다.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5.공짜돈은 어떻게 판단될까 B.현금출납원을 참조할 것. 은행에서 해고된 사람들은 돈순환이 만들어내는 노동수요의 폭증으로 더 좋은 일자리를 얻게 되니 염려할 필요가 없다.

7. 271쪽. "공짜돈도 인플레처럼 소비를 지나치게 촉진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체선료율이 지나치게 높아서 가치저장수단으로 돈보다 물품을 선호하는 경우에만 그렇다"는 어설픈 답을 하였다. 또 각주에서 이렇게 말한다. "체선료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투기성 투자가 발생하여 과잉생산,인플레,심한 경기변동을 초래한다. 이 때 중앙은행이 체선료율을 조절하여 경기과열을 해소할 수 있고, 이자율을 다시 플러스로 할 수도 있다.이자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게 유지되면 이자가 야기하는 부의 집중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이 천연자원 사용에 의존 안하고 사회자본이 회복되어 유료서비스 영역이 위축되면 이런 시나리오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이젠스타인은 여기에서도 인플레와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를 혼동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는 인플레 디플레가 없다. 총공급에 대하여 총수요가 일정하게 구현되어 돈의 가격이 일정하다.

기존 경제질서에서 과잉생산=환경파괴를 뜻한다. 그래서 생태주의자들은 "과잉생산"이라는 말에 알러지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는 이 도식이 깨진다. 이 블로그 '원전도 돈문제'를 참조할 것.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는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이다.

즉, 물가변동 관점에서나 생태주의 관점에서나 호황이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효과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효과는 기존 경제질서에서 나오는 것이며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리고 체선료율을 계속 바꾸는 것은 경제주체들한테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사람몸에서 혈압을 인위적으로 자꾸 바꾸면 어떻게 될까? 체선료율을 계속 바꾸는 것은 사회유기체의 호메오스타시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 경제주체들이 만들어내는 공급에 따라 수요(공짜돈의 양)만 변하게 하면 된다. 체선료율이 아니라.

 

8. 다음은 번역에 대한 비판이다: Free-Money를 자유화폐로 옮겼는데, 자유화폐는 일본의 번역 自由貨幣를 아무 반성없이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전체 맥락으로 보면 '공짜돈'으로 옮기는 것이 정확한 번역이다. 이 블로그 '번역의 문제'를 참조할 것.

 

9. 아이젠스타인은 이 책에서 시민배당금(기본소득) 등 다른 정책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게젤의 개혁에만 집중하는 편이 낫다.

게젤의 개혁안 말고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면, 그 정책이 게젤의 개혁이 충족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충족해줘야 한다. 하지만 시민배당금이 지대를 원천으로 하는 경우 공짜땅 개혁과 비슷해지면서 공짜땅 개혁의 효과는 나오지 않는다. 시민배당금은 여전히 땅사유권을 남겨두기 때문이다. 땅사유권은 모든 복지정책이 낳는 이익을 모두 지대에 반영하여 그 정책의 효과를 무無로 돌려버린다.

 

안 그러면 땅주인은 소작인한테 말할 거야. "내 농장이 너한테 제공하는 모든 장점에 네 아이를 위한 공짜교육이 덧붙여졌어. 비옥한 토양, 건강에 좋은 기후, 호수의 아름다운 전망, 시장과 가까운 장소, 공짜학교 다 합쳐서 1에이커당 10달러를 내." 그리고 농장노동자한테 말하지. "임금을 깎을 건데 싫으면 가도 좋아. 계산해봐. 내가 너한테 주는 임금, 네 아이를 위한 공짜학교 그리고 다른 사회제도로 첫 번째·두번째·세 번째 부류의 공짜땅에 농사지으러 가는 것보다 잘 살 수 없는지 말이야. 가기 전에 곰곰이생각해봐."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Ⅰ. 분배 11. 지대·임금에 대한 입법의 개입
Otherwise he says to the tenant: "To the other advantages which my farm offers you, free education for your children is added. Rich loamy soil, a healthy climate, a fine view of the lake, a situation close to the market, free schools - sum total - you have got to pay me $10 an acre". And to his farm labourer the landowner says: "If you do not consent to a reduction of wages you may go. Calculate whether with the wages I offer you, together with free schools for your children, and other social institutions, you are not as well off as if you decide to cultivate freeland of the first, second or third class. Think it over before you go". -<The Natural Economic Order> Part 1: Distribution 11. LEGISLATIVE INTERFERENCE WITH RENT AND WAGES

 

시민배당금이 지대를 원천으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공짜땅 개혁과 비슷하면서 효과가 없는 짝퉁정책을 왜 붙잡고 있어야 하나? 처음부터 완전한 정책을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돈순환 장애까지 극복하려면 결국은 공짜돈 개혁을 해야 한다. 공짜땅에서 공짜돈까지 이어지는 사회개혁의 전체 구도를 이해한다면 시민배당금이 아니라 처음부터 공짜땅 개혁을 겨냥해서 움직여야 한다.

아이젠스타인은 게젤의 오리지널 이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보다 다른 여러 정책들을 곁들임으로써 개혁의 전체 그림을 번잡하게 만들었다. 좀 더 단순해져야 한다. 해야할 것은 많지 않다. 선택하고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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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8 10:11 2015/07/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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