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다른 누군가가 챙긴다.

[잡생각]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다가, 찾던 책 옆에서 <비-장소>(마르크 오주)라는 얇은 책을 발견하고, 같은 제목의 다른 논문을 떠올리며 뽑아들었다. 펼치자 마자 3분의 1 지점이 벌어졌는데, 아! 이럴수가. 곱게 말린 네잎 클로버가 2개나 있더라. 속물적인 나로서는, 5만원권이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누군지 모르지만, 풀밭에서 따서 책 속에서 말린 듯 하다. 그리고 잊어버렸겠지. 덕분에 행운은 내가 챙겼다. 얼마전에, 가지고 있던 네잎 클로버를 누군가에게 줬더니, 2배로 되돌아 온 것인가? 그러고 보니, 누군가에게 뿌리 뽑혀 아예 잊혀져서 갑자기 제3자에게 도착한, 네잎 클로버 자체가 주변 관계로부터 뿌리 뽑힌 유동하는 공간, 혹은 아무런 의미를 상실한 공간인 비-장소와 같은 듯도 하다. 아님 말고. 그래도 나는 마치 내게 로또는 아니지만 약간의 행운이 오길 바란다. 뭐, 원래 인간이란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가?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쓸데 없이, 블로그나 번역은 왜하냐고 누가 물으면, 비록 소극적인 활동이지만 누군가는 도움을 받지 않겠는가, 라고 심심하게 답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 누군가는 쓸모 없음을 쓸모 있게 만들겠지, 라고 말이다. 따지고 보면 운명이나 행운은 다른 누군가가 잡아채는 법이니까. 여하튼, 웬지 기분이 좋다. 언젠가 기념으로 <비-장소>도 읽어주마. 추가--결국, 뺏겼다. 애들한테 뭘 자랑하면 안 된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11/11 18:54 2010/11/11 18:54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simppo/trackback/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