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말만 하는 것과 듣기만 하는 것

2007/01/22 12:11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 기준이 있다.

 

자기말만 하는 사람, 그리고 남에게 물어볼 줄 아는 사람 이 두가지이다.

 

 

내가봤을때 세상사람들은 대체로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그들이 관심가지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매우 한정되어있는데- 자기가족,  자기 애인, 그리고 직업상

자기가 꼭 밀접하게 되어야만 하는 또는 얻어낼 것이 있는 소수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여기서 '권력' 이라는 의미는 꼭 통상적으로 쓰이는 제도권 안에서의 정치적 파워보다는 넓은 의미이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질문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알고 싶다는 것이고, 알고 싶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것인데 관심이 없게 되면 그 사람의 삶의 뼈대인 가치관과  관심사및 살아온 인생에 대하여 물어보지 않는 것이고 또한 알고자 하는 생각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렇게 되면 자신에 관하여 묻는 것에 대하여 대답은 열심히 하지만 먼저 '물어보거나'  '당신생각은 어떻습니까?' 라고 결코 묻지는 않는다.

 

 

내가 최근 몇년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쪽에서 그 사람에 대하여 질문을 했을때, 저쪽에서도 함께 나를 알기 위하여 질문을 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나마 있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운동-스포츠말고-에 관심을 가진사람들 부류였다. )

 

 

나는 한두번 볼 사이가 아니라면 어색해지지 않기 위해서 또는 조금이라도 가까워져야만 편해질것 같아서 small talk를 좀 시도를 먼저 하는 편이다.  그 사람의 하는 일, 학교, 관심분야에 대해서 적당히 물어보고 아는 체를 한다.  이건 내가 꼭 그 사람에게 관심이 대단히 있어서라기보다는 (물론 관심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게 예의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몇번 이상씩 정기적으로 보는 사이라면, 필요를 위한 기능적 활동만 한 후에 "해산~!' 하는 것이 별로 인간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허나 멍석만 깔아지고, 상대방이 편하게 느껴진다 싶으면 주구장창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슬프게도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사회생활을 오래했을수록, 그리고 남자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다.  사람이 남의 눈치를 살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자신이 하는 얘기로 인하여 상대방이 지루한지 아니면 즐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애초에 타인의 눈치를 별로 살필 줄 모르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함께 술자리를 가져도 내 얘기를 할 틈도 주지 않고, 또 내 입으로 굳이 끼어들어서 말하지 않으면 나에 대하여 물어보지도 않은 채로 자신의 얘기만 하다가 헤어지게 된다. 물론, 얘기하다가 반응이 좀 뜨뜻 미지근해서 민망해진다 싶으면 "너는... 뭐에 관심있니?" 라고 묻는 경우도 있다.

 

허나 이런식으로 인간관계를 맺다보니 몇번 이상씩 만나서 연락을 하고 지내도 나에 대해서 여전히 잘 모르면서 친구나 선배라는 이름으로 전화번호부에 올라있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다.  예를 들자면 올해로 11년째 친구관계를 맺고 있는  내 친구A는 선량한 성품이고 약간 소심하며 위에 얘기한 부류들과는 달리 자기말만 하는 타입이 아니라 들을 줄도 아는 타입이다.  그러나 이 친구가 들을 줄 안다는 것은, 사실 상대방에게 큰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소 성격상 차분하고 수동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편하게 대화를 하는 사이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이친구와 얘기를 하다보면 여전히 나의 관심사와 먼 얘기를 하고 있다고 느낄때가 많다.  직장얘기, 가족얘기,  앞으로 살아갈 인생얘기 이런것들을 이 친구와 주로 하게 되는데 A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남자와 결혼하기를 바라는 A 어머니의 얘기가 나오면서 A가 "나도 엄마가 말하는 것처럼 의사나 이런 사람들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  하면서 어머니의 태도가 너무 노골적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자신도 어머니와 비슷한 욕구를 갖고 있다는 식의 얘기를 했다.

 

그러나 사실 내가 의뭉스러운건지, 아님 그런게 버릇이 된건지 딱히 그런얘기(?) 들에 이의를 표하거나 "너는, 네가 그런 전문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면서 왜 굳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충분히 할 수 있으면서도 결혼을 통해서 여성이 더욱 높은 경제적 안정감을 찾으려고 하는게 당연시 되는게 난 가끔 도둑놈 심보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라는 식으로 결코 (!) 얘기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그런 얘기들을 포함하여 선봐서 결혼하는 내용을 화제로 삼아서 얘기하는 것을 내가 썩 좋아하지 않음을 살짝 느끼고는 있을지 몰라도 정작 잘은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식으로 내 앞에서 마치 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실 그런 악의는 전혀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자신은 한때 노조에도 가입하고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가졌지만 "그런건 이제 소용없고" ( --->이 말이 중요하다) 지금은 철저히 자본주의에 영합하여 살아가기로 했다고 몇번씩 말하는, 꽤 여러번 만남을 가진 선배가 있기도 했다. 그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한다는 것을 안다면 뻔뻔한 성격을 가진사람은 아니니만큼 그런식으로 화제를 몰고가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글쎄, 그러나 왠만큼 멍석깔아져서 마음 편하지 않은 이상 나처럼 자기 표현을 잘 하지 않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앞에 말한 두명의 내 지인이 나를 그렇게 알고 있는 이유는 꼭 그들이 대단히 눈치 없는 사람인 탓이 아니다.  사실  나를 한껏 밝히게 되면  인간관계가 거북스러워 질 만한 생각의 노선을 두사람이 갖고 있기 때문에 나를 밝히지 않은게 사실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좀더 나를 밝히는 것도 내가 쭉쭉 자신감과 요령을 가졌다면 못했을 것도 아니다.  물론 그 후에 인간관계가 거북스러워 지게 된다면 그것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말이다.

 

 

 고로 많은 사람들의 ' 청취자' 역할을 하면서 인간 군상들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듣는 것이 결코 흥미롭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나처럼 '듣는 역할만 주로 하는 것' 이 ' 자기말만 하는 것' 만큼이나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말만 하는 사람' 과는 딱히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 한 인간관계를 계속하지 않는 것이 좋고 또 굳이 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상황이 있다면,  情을 나누는 사이가 되기보다는 오고가는 업무만 하게 되는 것이 나의 심리적으로 좋다는 것이다.  관행적인 인간관계의 틀 속에 나를 집어넣는 이들에게는  결코 그 이상의 성의로 화답할 생각이 없다.  어떤 이름으로 맺어진 관계이던지, 그 관계속에서 기본적으로 만족을 해야만 그 관계는 건강하고 살아가는 힘이될 수 있지,  어떤 관계라는 '명명' 만 있고 의무나 기대만 있다면 없느니만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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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적인 삶

2007/01/18 04:37

어제 오늘 이어 소화가 계속 되지 않는 다는 것을 핑계로 공부를 중단하고

큰맘먹고 구입한 두권의 책을 보았다.

 

하나는 꽤 잘 쓴 일본 추리소설 '火車' 라고...- 여자작가인데 카드빚에 몰려 극단적인 삶의 방식을 택하게 된 젊은이의 얘기를 아주 섬세하게 풀어쓴 얘기였다.  이런 식의 얘기도 쓸 수 있구나. 현실에서 유리되지 않은 소재로 재밌는 추리소설을 쓸 수 있구나. 라는 희망적인 모티브를 내게 던져준 책이었다. 그리고 역시 똑같이 내 취향에 맞는 소설가라면 여성작가의 글이 나를 더 편하게 해준다는 것도 확인하게 해주었다.  내용도 문체도.

 

나머지 하나는 '프랑스적인 삶'  이란 책이었다.

 

보아하니 꽤 인지도가 없지는 않은 책인것 같은데 대형서점에서 눈에 보이는 위치에 꽂혀있었으니

더욱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거기다 우리나라사람들의 '파리'와 '프랑스' 에 대한 동경은 아직도 문화적으로 풍요롭기를 원하는 식자와 속물냄새가 뒤섞인 이들에게 남아있으니 프랑스라는 제목을 내세웠고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였다는 이유만으로 어느정도는 팔리리라 예상됬다.

 

(사실 나도 식자는 못되지만 주변에 식자들이 좀 있고, 속물근성도 어느정도 있기 때문에 프랑스란 나라를 좀 좋아한다.  그래도 스스로를 좀 변호해보자면 우리나라처럼 사회복지가 열악하고 반공적인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이런 나라가 당연한 줄 알고 한숨쉬며 살다가 홍세화씨 '파리의 택시운전사' 로 시작된 저서들만 봐도 우리나라랑 너무 다르지 않은가.  그런점에서 그 나라를 동경한다.)

 

 아무튼 '프랑스적인 삶' 이라는 '팔릴것 같은 제목' 을 가진 이 책은 50대의 남자가 여러정권이 바뀌는 오랜 세월동안 함께 흘러온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 식으로 쓴 이야기이다.  사실 평범한 이야기이다. 2차세계대전 후에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나 권위적인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던 1950-60 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며 성에 눈떠가고 억압적인 방법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얘기,  68혁명 전후에 대학시절을 보내며 해방적이고 전위적인 가치에 편승할뿐만 아니라 그것을 일상속에서 체화한 듯 보이지만, 정작 부르주

아적 여성과 사랑하고 결혼하여 살아가는 삶속에서는 수동적으로 아내가 가져다주는 물질적 안정을 누

리며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과의 거리에서 오는 정신적 공황을 사진찍기로 소일하며 살아가는 것,  다소 권태롭게 느껴지는 불륜얘기 등등 특별한 얘기들은 아니었다.

 

 그냥,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두개의 큰 혁명을 치른 자유스럽고 개인을 존중하는 분위기와 사회주의가 제도적으로 길게 뿌리내린 역사를 가진 프랑스니만큼, 우리나라처럼 소수를 위하여 다수가 죽어지내는 전반적인 암울함과는 다른 삶의 양식을 ' 프랑스 적인 삶' 이라는 책에서 확인할수 있지 않을까 싶은 예감에서 였던거 같다. 

 

 확실히 이 평범한(?) 프랑스인이 살아간 삶의 큰 흐름은 생노병사를 겪으며 느끼는 감정의 흐름의 면에

서 여느 한국인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진 않다고 해도, 구체적인 부분에서  50대의 한국인과 그 살아온 삶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도 80년대가 해방을 부르짖는 시대였지만 문화적으로는 여전히 억압적이어서 그런지, 돈 있는 집 젊은이들조차도 마리화나를 피우면서 섹스하는 파티를 즐기거나 취미로 밴드생활 하나정도는 필수적으로 하는 그런 삶을 즐기지는 못하지 않았는가? 이 프랑스인 주인공이 보낸 시대는 대학에서 강의하나 안듣고 레폿하나 제출 안해도 '사회체제에 결합하는 지식을 양산하는 체제에는 순응할 수 없다' 라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컸기때문에 교수가 암말못하고 졸업시켜줬던 시대이다.  (부... 부러워라)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일상적인 억압' 에 도전하는 학생의 목소리가 패권을 가졌던 시대가 있었던가 싶다. 

 

 일용직으로 살면서 여자친구와 둘이 사는 삶, 이것도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으로나 관습적으로나 허용되기 힘든 삶일게다.  50대에 정원사로 취업해서 살아도 자괴감 갖지않고 두사람을 부양해서 먹고 살수 있는 것도 그렇고, 주인공은 판에박힌 사회주의자 (....라기보다는 사회주의자라는 이름을 가진 지도자를 무조건 찬양하는) 어머니를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나처럼 정치에 무관심하고 남편이 찍는대로 그냥 투표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시는 어머니를 둔 사람으로서는 그 정도로 사회정의 에 대한 열의 (비록 발전하지 못하여 박제된 모습이라 할지라도) 를 가진 모습을 부모님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신선하다고 해야겠다.

 

 

 그냥 .... 한인간이, 것도 한 남자가 '욕심없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와 그 삶의 한 부분 한부분들에서 나는 담담하고 소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내가 보아왔던 내 아버지 뻘의 남성상과 상당히 다르고 또 막판에 닥쳐온 삶의 고난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보는 삶의 모습과는 또 다른면이 있었다.  뭐라고 해야 될까. 한탄하거나 감내한다기보다는 그냥 느끼면서 사색하고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자기인생을 자기가 그런식으로 묘사해서 그런지 몰라도)  행복이 찾아오기를 굳이 억지로 견디면서 살아가지 않아도 되는 삶, 다소 고되어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삶이라고 해야될까. 그래서 그렇게 말년에 쪽박차도 그렇게까지 불행해보이진 않았다. 

 

 a처럼 살기도 b처럼 살기도 원하지 않고 그저 자신답게 할만한 것들로 인생을 채우고 싶은 젊은이들,  자유스러운 가치를 존중하고 구속없이 살기를 원하지만 사회경제적인 모순에 대해서는 완곡하게 주장하는 바가 있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자는 아닌 이들이 읽기에, 이 책은 특별할건 없지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딱히 열성적으로 살지 못해도 추하지는 않은 모습으로 살 수도 있구나. 괴로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많은 것을 느끼면서 살수도 있구나.  나는 요즘 그렇게 감각적인 가능성을 내게 제시해주는 책들에게 흥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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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2007/01/13 03:58

어서 행복해져서

 

너의 사소한 행동으로 인하여 슬퍼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런게 사랑인가?

 

사랑이 뭔지 아직 모르겠지만

 

너의 행동하나하나에 영향받을 정도로 아직 상당히 종속된것만큼은 분명하다.....

 

나의 기쁨도 슬픔도 완전히 너에게서 벗어나려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할지.

 

더도말고 덜도 말고 심하게 그리워하는 것만큼은 이제 하지 않게 되었으면 한다.

 

그럴수록 망쳐지는 것은 나 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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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일은 없으나...

2007/01/10 03:20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적고 싶었다.

 

누구와도 '소통' 이라고 할만한 대화를 하지 않으며 살아가다보니, (물론 가족들과 일상적인 대화라는 걸 나누지만, 그건 소통이 아니다)이런 상태가 누적되다보면 한번씩 쏟아내고 싶을때가 생기는 법이다. 

 

 요즘 그냥 살고 있다. 극심한 슬픔이나 감정의 격동에 휘말리는 일은 없고, 강박증처럼 불안했던 심리상태도 그럭저럭 나아지고 있다. 나의 누적된 실력의 정도로 보아 이번 시험은 날아가 버린것이 분명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마음정리가 어느정도 됬고, 내년 한해에 학교 수업과 병행해야만해서 공부할 양을 하루하루 얇게 spread 할 수 밖에없다해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중이다. 

 

내가 봤을때 나는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신에 대해서도, 사건에 대해서도.

그러나 그 장점을 잘 활용하질 못한다.  어차피 나라는 인간과 그 사람은 맞지 않는다고 마치 남의 연애사 상담하듯이 잘 분석해서 끝내버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운까지 없을정도로 쿨하고 강인한 인간이 못된다는 것이다.  무슨 선택을 할떄마다 신중하게 고려하고 선택을 해서 그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지만, 그렇다고 행복해지지도 않는다. 최악의 상황이 오는것만을 막을 뿐.....

 

어제 우연히 잘 안쓰는 지갑을 열었는데, 그 친구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미끈하게 머리를 젤 발라서 넘

기고 양복입고 찍은 이력서용 증명사진이었다.  나는 굳이 사진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거절했는데, 부득불 그가 나에게 주고 싶다면 준 사진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 별로 닮지 않아 별로 친근감이 들 

지는 않지만 그 친구와 관련된 거의 모든것을 버린상태에서 이것이라도 남겨두어야 겠다는 생각에 그냥 지갑에 쑤셔 넣었다.

 

 뼈아프게 사랑하지도 않았고 오랜기간 만난것도 아니지만, 역시 어려운 상황에 있을떄 만나고 헤어진 사람이라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상황에서 아직 벗어나질 못한 처지라서 종종 생각이 난다. 세상에 이별을 경험한 사람은 나뿐인양 청승떠는 건 타인에게 진부한 느낌을 줄 까봐 성격상 딱히 표현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었을때 그가 이제 나에게서 완전히 맘돌린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미련담은 어리석은 문자를 살짝 보내보는 그런 행동을 하여 심적 황량함을 조금 해소해 보는 짓도 할 수 없다.  더 안좋은 꼴을 마주치느니, 한마디로 내가 버림받았음을 직시해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느니 그냥 이상태로 잊었으면 한다.

 

 그래도 두번째로 잠시나마 그와 만났음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따뜻하게 맞아준 그에게도 고맙게 생각한다. 좋은 인연만나고.... (그의 성격과 습벽으로 미루어보아 누구하고든지 오래 갈런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은데 취업해서 자기 자신과 가족들 잘 건사하는 사람 되기를 바란다.  이미 그의 행 불행은  나와 크게 관련이 없는 상태에서 불행까지 바랄정도로 그가 증오스럽지는 않다. 불행하면 나를 더욱 가

슴 아프게 하고 나의 머릿속에서 불필요하게 잔류하는 시간이 길어질 뿐이다.

 

 

 허전한 것 같기도 하다.  며칠이나 됬다고 그와 있었던 괴로운 순간들은 잊혀지고 좋았던 순간들만 드라마 회상신처럼 뿌옇게 미화되어 생각난다.  아니, 생각 나는게 아니라 생각하고 픈 때가 많아서 하던 일을 멈추고 몇십분동안 생각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대단히 소중한 추억으로 가슴속에 꽉 채울만큼 나의 이성은 그와 나의 관계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진정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도 않은 흔한 남녀관계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당연히 좋은 사람 생기면 잊혀질 것이고 좋은 사람 안생겨도 내가 상황이 달라지면 희미해질것이다.  그래도 하찮게 여길 수 없는 것은 그 기억이 그나마

가끔 심장을 움직여 주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납덩이처럼 굳어있어서 가끔 압박이 느껴지는 심장을.

그래도 아름다웠던 것 같기도 하다.

 

 

 .............................

 

 

 최근에 읽은 책중에 '프라하의 소녀시대'  와 김산의 '아리랑' 이 좋았다. 우리집에는 불쌍할정도로

읽을 책이 없기 때문에 ( 책은 많은데, 머리도 식히면서 감동도 줄만한 그런 책들이 없다) 김산의 아리랑은 처음으로 좀 자세히 읽어봤는데 (그의 연애사 말고 혁명의 과정도 정독한것은 처음이었다)  깨달아

지는 바가 많았다. 좁은 세상에서 엇비슷한 사람들끼리 살면서 잦은 유혹과 어리석은 감정들에 휩싸여서 나약해지는 사람들이 읽으면 부끄러워지는 것이 있달까.  그리고 그 당시와 지금의 세상이 너무

달라서 혁명하는 방식,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 같은 것도 꽤나 다른 것들이 있다는 것이 새삼 마음에

다가왔다.  (여기에 대해서는 길게 쓰고 싶은 것이 많은데 귀찮아서 다음에 써야겠다.)  어쨌든 김산이라

는 사람이 나보다 훨씬 훌륭하긴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여러가지 갈등의 감정과 고민에

휘말렸던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은 나에게 위로가 되는 사실이었다.  어떤 결과물을 내는 것에

조급하기 보다는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과정을 거치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는 좀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2006년에는  사는 요령도 조금 터득한 것 같고. (가늘고

길게 사는 요령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속 살아남는것에 중점을 둬야겠다. 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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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께 여기서

2007/01/03 10:00

네가 돌아오지 않아도....

 

돌아오지 않는 편이 우리 둘다를 위하여 낫겠으니

 

그냥 기다릴께

 

전화한번이나 따뜻한 말이나 어디서 우연한 마주침일지라도

 

한번은 일어날 수 있으니까 

 

예전의 네 모습을 한번은 더 볼 수 있기를

 

만일 예전의 네가 아니라면 그냥 나만 기다릴께

 

너는 조용히 네 갈길을 가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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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기대

2006/12/20 07:49

그 사람이 무언가를 진심으로 열망하면서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

 

그 사람을 그런 마음으로 대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는데

 

내가 인간이 부족했구나

 

나도 참.

 

오늘 나는 타인이 나보다 항상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고

 

그 사람이 그러지 못할 경우에

 

그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그런 나의 뒤틀린 심성에대한

 

진심어린 반성을 했다.

 

내가 그만큼도 못되면서 왜 타인에게는

 

반듯하게, 초지일관으로, 허세없이, 진지하고, 순수하게, 소수자적 마인드로

 

상황상황을 살아갈것을 요구하는지.

 

나에게 채워지지 못한 부분을 타인에게 기대하는 것일 터이니

 

이제 나를 채워가면서부터는

 

타인에게 그런 무거운 기대를 지우지말고

 

채워지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관대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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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의 스킨쉽

2006/12/17 17:41

어제 꿈에 두 남자가 나왔다.

 

한 남자는 기억나지 않고, 또 다른 남자는 누군지 분명히 기억난다.

 

기억나는 그 남자는 내가 살짝 흠모하는 면이 없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러나 일상에서의 마주침이 없기 때문에 그 감정이 사실 별로 내게 영향을 크게 끼치는 건 없다.

 

또한 별로 심각한 감정일것도 없다.

 

그런데 그 남자분이랑 어제 함께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친밀한 분위기가 되다가 그 분이 살짝

 

이성적으로 느슨해진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키스를 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설레는 감정으로 키스를 해본적이 실제로는 없다.)

 

꿈에서 깨고나서, 왜 굳이 꿈에서 내가 그 사람과 설레는 마음으로 스킨쉽을 나누었는지

 

조금 생각해보고나니

 

(나는 꿈이 평소에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이건, 뒤틀려서건 아주 잘 반영하는 편이다)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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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치적 성향이라는군..

2006/12/17 17:13

Your political compass

Economic Left/Right: -8.13
Social Libertarian/Authoritarian: -4.77

Authoritarian
Left





















Right
Libertarian

 

 

   내가 일상에서 권위와 체계라는 요소를 아주 배재하고 있지는 않나보다.

 

   나름 잼있는데.

 

   이걸 해봤으면 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친구가 이걸 해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가 사실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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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격이 이랬나??

2006/12/16 03:11
BAABA
겁이 많아 거물이 될 싹을 제거해 버리는 타입

▷ 성격
이런 식으로 살아야 세상으로부터 칭송 받는다는 걸 보여주는 견본과 같은 소유자로 잘못을 물을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사람들에게 칭송을 들으면서도 그다지 출세하지 못하는 타입이 매우 많습니다. 그와 같이 이 타입의 일생도 상당한 실력을 하찮은 결과로 끝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세상의 평판이나 소문을 너무나 지나치게 의식하는 소심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쓸데없는 걱정으로 인한 열등감까지 더해져 결국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반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타입입니다. 게다가 목적지향보다는 의리와 인정을 우선시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더욱 자기실현에 브레이크를 겁니다. 결국 세상 사람들이 '어째서 저렇게 능력 있는 사람이 저 정도밖에 안 되는 걸까? 라고 미심쩍어 하는 정도의 결과밖에 남기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열등감을 제거하고 인생에 대해 더욱 긍정적이 될 수 있다면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타입입니다.


▷ 대인관계 (상대방이 이 타입일 경우 어떻게 하연 좋을까?)

연인, 배우자 - 껍질을 벗기고 속을 잘 살펴보면 거물이 될 수 있는 상대입니다. 일찍 투자해 보십시오. 상대방을 배려하주는 마음과 지성이 매우 풍부한 사람입니다.

거래처고객 - 흠잡을 것 없는 상대입니다. 안심하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사 -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것은 매우 복 받은 것입니다. 다만 이런 상대는 부장 이상의 직위에 오를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상사를 중역으로 밀어 올리고 자신이 그 뒤를 이어볼 생각이라면 재고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동료, 부하직원 - 잠자코 내버려 두어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다루기 쉬운 상대입니다. 일로 너무 중압감을 주지 않도록 하십시오. 정신적으로 무너질 위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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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로 반갑지 않은데.....

 

 그리고 늘상 이런 성격으로 살지 않는담에야

 

 이런 성격이 어느 사회에서건 별로 좋은 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다.

 

 평소에 이런 성격이었던 사람이 한번 폭발하거나 안 좋은 모습을 보이면

 

 이런 사람이 명랑 화끈한 사람보다는, 그걸 수습할만한 당당함과 권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좋은 인상을 남기기 쉽상이다. (사실 당당함보다도 권력의 문제이지)

 

 그리고 세상의 평판이나 소문을 '지나치게' 인식하는 것은 나에게 붙일만한 얘기는 아닌것 같다.

 

 세상에는 안 그런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나보다 더 그런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러나 어쨌든 나름 테스트의 결과이기 때문에!

 

 이런 성격인 나를 보완하여 가도록 해야겠다.

 

 결국은 맘편하게, 조금은 내 맘대로 과감하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그다지 높게 살 필요 없는,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가볍게 휙휙넘겨

 

 버리면서 사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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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치다

2006/11/26 00:11

절대로

 

약해지면 안된다는 말대신

 

뒤쳐지면 안된다는 말대신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마야 '나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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