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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뮤지컬후기.

 

 

 

 

요즘 새로 이사한 집이 너무 좋아서 왠만하면 저녁약속을 잡지 않고, 집에 와서 뻗어버린다.

딩굴딩굴.

후루룩후루룩. 자박자박. 휘리릭~퐁!  사브작-사브작- 쿵!   내 방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행위들.

 

처음으로 '제.대.로' 분리된 널찍한 나만의 공간에서 살게되니깐 너무너무 신이 난다.

마음껏 춤을 춰도 이젠 더이상 발꼬락을 찧지 않아도 되고, 맘에 혼자서 술을 마셔도 엄마는 모른다.

얏호-

 

 

쨋든, 그러하여 새해결심중하나인 '일주일에 한번이상 술마시기'는 이번주에 파토가 날 위험에 처해있었는데 어제 간만에 홍대까지 진출하여 뮤지컬을 보고 좋은 사람들과 술까지 홀짝였더랬다.

 

그러니깐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였다.

 

1월중순부터 여기저기서 'ㅇㅇㅇ 뮤지컬한대'라는 소식들이 들려왔다.

수다떠는 중간에, 문자로, 쪽지로 등등등-

 

그게 한 두명이 아니어서 처음엔

"왜이렇게 요즘 주위에 뮤지컬공연한다는 사람이 많지?"라고 얼핏 생각했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네 명모두가 같은 인디극단 사람이었던 것이다. 맙소사-

 

그.럼.에.도.불.구.하.고.

 

집이 너무 좋았던 이 처자는 사실 뮤지컬이고 뭐고 오늘도 빨리 집에 들어가서 내 방안에서 예술혼을 불태워보리라-  설레이고 있었는데, 우탕탕쿵탕 어쩌다보니 같이 태권도를 한 사람들이 다 그 뮤지컬을 보러갈 예정이라고 하여 얼레벌레 따라가버리고 말았다.

 

 

두둥-

 

 



그런데, 보러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한 오십번쯤 들었을만큼 반짝이는 공연이었다.

물론 아마추어극단이어서 음향이라던지 발성같은 부분에서 살짝 아쉽다-란 생각이 든 적도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저렇게 반짝거릴 수 있다니! 하면서 감탄 또 감탄했다.

 

한 막이 끝날때마다 소리지르고 박수치고, 특히나 아는 사람이 나왔을 때는 놀라움과 감동을 한꺼번에 느끼면서 연신 '우와-'를 연발할 수 밖에 없었다.

 

끝나고 나서 같이 이야기를 하는데, 곰보할매를 맡았던 언니가 '오늘 관객이 너무 훌륭했다'면서 호응이 너무 좋아서 배우들이 흥분해서 공연해버렸다고 말하는데 괜히 나도 어깨가 으쓱-  으하하하-_-b

 

 

 

상담소 사람들과 까페로 옮겨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는데,

이번이 지하철 1호선 공연을 네번 째 보는 거라는 ㅇㅇ는 자신이 봤던 공연들에 대해서 얘기했고,

96년도, 이방희가 '걸레' 역할을 했을 때 보았다던 ㅇㅇ는 이 뮤지컬을 보다보면  '남성' '운동권'의 시각으로 본 것이 너무 느껴지지 않냐며 '선녀'나 '걸레'캐릭터의 구성을 보면서 그 시각이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진다며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며 살짝 자신의 마음을 말했고,

그에비해 나는,

-_-

안경 캐릭터를 하셨던 분이 입었던 구김이 살짝 있는 면바지의 환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허우적.허우적.

-_-b 가열찬 비난을 받았더랬다.

사실 안경캐릭터가 딱히 미친듯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사실 난 좀 좋기도한듯, 일단 찌질하잖아 우앙), 안경캐릭터를 분하신 남성분이 입었던 그 면바지는 정말이지 캐릭터에 딱! 이어서 나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훈늉할 수 있지?

저런 의상소품하나에도 드러나는 게 진짜 간지지!

 

아마 '안경'씨가 대사를 한 마디도 안했더라도, 나는 그의 면바지 때문에 그를 이해했으며 그 캐릭터에 감동을 받았을 거라고 감히 오바해본다 (응?-_-)

 

 

아, 이얘기를 하려는게 아니고 원래는 아마추어극단 '판'의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으며 내가 감동을 받았던 캐릭터들을 이야기하며 그들의 반짝였던 면모를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었네 -_-

 

 

사실 어젠 '안경'씨의 면바지와, 그리고 함께 뮤지컬을 관람한 ㅇ양의 파격적인 헤어스타일때문에(완전 섹시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ㅋㅋㅋㅋ) 다른 것들이 내 뇌리에서 약간 빠이빠이한 상태랄까.

 

 

하아.

 

  

원래 무슨 말을 하려고 '쓰기'를 눌렀는지 까먹어버렸다!

음.

아, 어제 공연을 보면서 나도 다시 퍼포먼스를 하고 싶다는 욕망에 다시 불끈-하기도 했었고,

또 이렇게 훈늉한 공연을 보면서 후원금을 별로 안낸 것에 대해서 미안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몇달동안 완전 열심히 준비해서 이 모든 대사와 춤을 완벽하게 외웠는데 단 하루! 밖에 공연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쉽기도 했다.  친한 친구나 가족 중에 하필 오늘 다른 일이 있어서 못 봤다면 정말정말 아쉽겠다-0-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기술이 발달해서 캠코더 이런걸로 찍어서 씨디로 굽기도 하고 이런 모양이더만,

아무래도 공연의 감동은 현장에서 직접봐야 후끈 달아오르는 것이 아주 제 맛인데.

 

암튼 ,

열악한 상황이었을텐데 멋진공연 보여준 인디극단 '판'에 감사.

짝짝짝. 담에 또 공연하면 후원금 만히 낼게효.

 

 

 

공연 후, 수많은 지인들에게 축하를 받고, 그리고 내 자신에게도 벅차오를 만큼의 만족을 느끼며 맞는 밤은 정말이지 아름답다는 걸.        함께 땀흘린 사람들과 홀짝이는 맥주 한잔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들의 지난 밤이 초큼 궁금하기도 하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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