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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21
    대학생들의 정치의식을 생각한다
    하늘소-1

대학생들의 정치의식을 생각한다

사회적 반영으로서의 젊은 세대의 우경화를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과 보수화 현상에 대한 우려 혹은 질타 섞인 평가가 공통의 인식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그건 평가들이 난무하는 중에도 젊은 세대 중 스스로 보수라거나 진보를 자처하고 나서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직접 정치에 입문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기도 하고 정당의 중요 직책을 맡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평가와 현실이 엇갈리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봄직하다. 구체적으로, 젊은 세대의 정치정체성은 무엇이고 이들은 자신의 정치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스스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회 문제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혹은 반대로 이들이 바라보는 기성세대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진다.

   마침 젊은 세대, 특히 대학생들의 정치의식과 정치참여방식을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어 소개하려 한다. 소개하려는 글은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대전지역 연구자네트워크 월담이 지난 11월 10일에 발표한 대전지역 대학생들의 정치사회 의식조사 결과 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이번 조사는 대전시민아카데미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조사는 대전지역 7개 대학에 재학 중인 5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4월 총선 직후 면접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질문 내용은 범위가 좀 넓은 편이어서 조사결과를 모두 소개하기에는 내용이 많아 요점만 간단히 줄여 소개한다.

   우선, 정치이념에 관련해서 좌․우 이념에 관해 질문을 했는데 대체로 좌파(좌파+중도좌파)적 성향이 우파(우파+중도우파)에 비해 그 비율이 약간 높게 나타난 가운데 중도좌파와 중도우파를 합한 비율이 75%에 이르러 중도적 성향도 보였다. 이중 스스로 좌파 혹은 우파라고 규정한 응답자들 중 객관적으로 지표화된 질문에 대한 응답과 비교했을 때 약 30% 정도가 다른 이념성향인 것으로 나타나서 좌․우 구분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권위주의․탈권위주의에 대한 분석에서는 75%의 학생들이 탈권위주의적인 면을 보여 주었고, 정치참여에 대한 태도에서도 참여한 경험이 있거나 앞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온라인 행동이나 오프라인 행동 모두에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정부나 정치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산업사회적 태도를 나타내는 물질주의와 후기산업사회적 태도를 나타내는 탈물질주의에 관한 분석에서는 탈물질주의적 태도를 가진 학생들의 비율이 21.7%로 물질주의 15.4%에 비해 더 많았다. 탈물질주의자들은 대체로 계급대립 혹은 경쟁의 차원보다는 인권, 표현의 권리, 환경 등을 더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결과만으로 판단할 때 대전지역 대학생들은 꽤 급진적인 정치의식을 갖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사회쟁점에 관한 질문을 했을 때는 다소 혼란스러운 결과들이 있었다.

    몇 가지 쟁점들에 관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우선, 보수적 측면을 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학생들은 배아줄기 세포연구는 적극 이루어져야 하고, 국가보안법과 사형제도는 유지되어하며,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건설되어야 하고, 원자력 발전소도 유지 또는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개인주의 측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도서 가격 규제는 완화되어야 하고, 연예인의 사생활은 언론의 무차별 폭로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인터넷에서의 악성 댓글이나 허위 사실유포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하고, 외국에서 활동 중인 선수의 국가대표 경기 출전은 본인의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이런 결과는 이들의 개인주의를 이기적 태도라기보다는 기본권의 옹호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로는 좌파적 입장을 보인 경우도 있다. 4대 강 개발은 환경파괴의 문제를 낳기 때문에 진행하지 않았어야 했고,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운임면제는 계속되어야 하며, 등록금은 선별적이 아닌 일률적으로 인하되어야 하며, 대중문화콘텐츠에 대한 심의기준은 완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많았다.

   이렇게 사회적 쟁점들만 놓고 보면, 앞의 이념 구분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학생들이 좌파적이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좌파라기보다는 자유주의 혹은 자유주의적 탈권위주의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성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특성이 민주화를 경험했던 기성세대에게는 우경화의 현상으로 받아 들여 질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들이 왜 이러한 특성을 가지게 되었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일반적 이해와 같이, 자본주의의 심화를 들 수 있다. 자본주의가 일 국가를 넘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경제 위기나 미국의 경제 위기는 그 해당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경제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그 위기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이 앞서 정치참여의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다 생존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른 측면에서는 좌파 정치의 붕괴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서 좌파 정치의 붕괴는 저항의 대리자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그나마 좌파정당으로서 규모와 의제를 담당하던 민주노동당이 붕괴되고 이에 따른 노동조합 차원의 현장의 정치가 혼란에 빠져 듦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학생들의 높은 참여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파트너의 부재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서 1%도 되지 않는 현실이 이를 대변한다.

   이렇게 보았을 때 학생들의 보수화 혹은 우경화는 그들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반영으로서 우경화 혹은 보수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젊은 세대가 보수화되어 간다고 한탄하기에 앞서 사회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좌파 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당장의 대선에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는 해결방안의 중심이 아닐 것이고 과거 민주노동당을 만들 때보다 더 중장기적 시각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전의 엄숙하고 무거운 좌파가 아니라 탈권위주의적인 밝고 기동성 있는 정체성(이것이 사민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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