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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주제의 글을 쓰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메모를 해 둔다.
젊은 세대, 특히 20대의 보수화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87년부터 96-97투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들은 어떠할까?
이들을 우선 87체제 세대라고 하자.
02대선 12대선 지지율변화
노무현 이회창 문재인 박근혜 문-노 박-이
20대 62.1 31.7 65.8 33.7 3.7 2
30대 59.3 33.9 66.5 33.1 7.2 -0.8
40대 48 48 55.6 44.1 7.6 -3.9
50대 40 58 37.4 62.5 -2.6 4.5
60대이상 35 64 27.5 72.3 -7.5 8.3
위의 대선결과를 기준으로
세대별 지지율 변화를 보면 02년 당시 20대를 제외한 전 세대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들 김대중과 노무현을 연속해서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87체제 세대들은 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을까? 그렇다고 이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96-97 투쟁기를 학생신분으로 겪었을 확율이 높은 당시 20대는 10년 후 30대가 되어서 민주당 후보에 대해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12년의 20대는 02년의 20대가 보여 주었던 지지율보다 더 많은 지지를 표했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 후보에 대한 친밀도 하락? 대안정당의 부재? 나이 먹어감에 따른 자연스러운 보수화?
18대 대선 관전기
선거 전 관심을 두고 있는 지점에 관해 글을 쓴 바 있는데 이제 선거결과만을 두고 관전결과를 정리해 본다.
첫째, 당선자와 관련해 박근혜 후보가 당선이 되었다. 이로서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게 되었다. 앞서 짚어 보았던 확장된 대통령 중임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용어의 사용에 있어 중임제보다는 연임제가 더 정확한 듯하다. 용어에 관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지만 우선은 ‘확장된 대통령 연임제’로 수정하여 두기로 한다.
두 번째, 20대의 투표에 관해서는 역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그런데 아래 표 1과 그림 1과 같이 20대의 상대적 투표율은 낮았지만 증감율에 있어서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많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표 1. 역대 대선에서의 연령대별 투표율 변화
|
02대선 |
07대선 |
12대선 |
연령대별증감 |
20대 |
57.9 |
49.4 |
65.2 |
7.3 |
30대 |
67.55 |
54.9 |
72.5 |
4.95 |
40대 |
76.3 |
66.3 |
78.7 |
2.4 |
50대 |
83.7 |
76.6 |
89.9 |
6.2 |
60대이상 |
78.7 |
76.3 |
78.8 |
0.1 |
※2002년과 2007년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각 년도 자료, 2012년도는 방송3사 출구조사 자료
20대의 투표율 증가 자체는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야당 후보에 긍정적 현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연령대별 선거인 수의 증감을 살펴보면 다른 양상을 볼 수 있다. 아래 표 2와 그림 2에서와 같이 20대와 30대의 선거인 수와 전체 선거인 수에서의 비율이 모두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아짐을 알 수 있다. 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절대 선거인 수와 그 비율이 낮아짐으로써 투표율 증가효과는 반감되었던 것이다. 반면, 50대와 60대에서는 그 절대 수와 비율이 20대와 30대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표 2. 연령대 별 선거인 수, 비율 변화
|
02대선 |
07대선 |
12대선 |
20대 |
8,106,862 |
7,930,379 |
7,330,714 |
23% |
21% |
18% |
|
30대 |
8,790,697 |
8,627,865 |
8,155,003 |
25% |
23% |
20% |
|
40대 |
7,844,964 |
8,479,249 |
8,813,045 |
22% |
23% |
22% |
|
50대 |
4,527,243 |
5,811,899 |
7,780,332 |
13% |
15% |
19% |
|
60대이상 |
5,721,763 |
6,804,126 |
8,428,748 |
16% |
18% |
21% |
|
합계 |
34,991,530 |
37,653,519 |
40,507,843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각 년도 자료
그림 2. 연령대 별 선거인 수 변화 추이
이에 더해 후보 지지율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 결과는 아래 표 3과와 같이 살펴볼 수 있다. 표 3은 2002년의 16대 대통령선거와 이번 19대 대통령선거에서의 연령대별 지지율 변화를 각 년도 언론사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표 3. 연령대별 지지율 변화
|
02대선 |
12대선 |
지지율변화 |
|||
|
노무현 |
이회창 |
문재인 |
박근혜 |
문-노 |
박-이 |
20대 |
62.1 |
31.7 |
65.8 |
33.7 |
3.7 |
2 |
30대 |
59.3 |
33.9 |
66.5 |
33.1 |
7.2 |
-0.8 |
40대 |
48 |
48 |
55.6 |
44.1 |
7.6 |
-3.9 |
50대 |
40 |
58 |
37.4 |
62.5 |
-2.6 |
4.5 |
60대이상 |
35 |
64 |
27.5 |
72.3 |
-7.5 |
8.3 |
※2002년 결과는 MBC 출구조사 결과, 2012년 결과는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결과를 보면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당선자에 비해 20, 30, 40대에서 지지율이 증가했고 박근혜 후보는 이회창 후보에 비해 20, 50, 60대에서 지지율이 증가했다. 전체적으로는 문재인 후보가 8.4%, 박근혜 후보가 10.1% 지지율 상승을 보였는데 이는 전체 투표율이 상승한 효과라 할 수 있다. 당락을 결정지은 원인을 이 표를 기준으로만 보면 언론과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것과 같이 50, 60대의 지지를 박근혜 후보가 더 많이 받은 결과가 작용했음을 알 수 있는데, 동시에 문재인 후보는 반대로 이 연령대에서 노무현 당선자에 비해 지지율이 낮아졌다. 특이한 지점은 박근혜 후보의 경우 30, 40대에서는 이회창 후보보다 지지율이 낮아진 반면 20대에서는 2%의 상승률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20대가 보수화 되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겠고 세대간의 역사적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대의 정치적 태도를 평가할 때 세대론과 연령론을 들 수 있는데 세대론은 코호트분석이라고도 하며 특정 세대가 겪은 공통된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연령론은 연령이 높아감에 따라 그 세대의 정치적 태도가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중심으로 설명을 한다. 50대 이상은 보릿고개, 새마을운동을 경험한 세대이고 30, 40대는 그보다는 민주화운동이라는 사회적 경험이 더 크게 남아 있지만 20대는 그렇지 않다. 물론 이들이 IMF라는 경제적 위기와 취업이라는 현재적 어려움을 맞고 있지만 각 후보에 대한 평가기준은 이전 세대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20대의 보수화보다는 세대의 사회화 과정에서 겪은 역사적 경험의 차이가 반영된 것으로 이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리하자면 20대의 투표율이 높아졌지만 50대와 60대의 투표율과 선거인수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 한계가 있었고 20대의 표가 박근혜 후보 쪽으로 일부 이동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지역구도가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비록 전남, 북 지역에서 박근혜 후보가 두 자리 수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이보다 특히 대구, 경북 지역의 박근혜 후보로의 표결집이 강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지역구도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한 선거였다.
네 번째, 대전지역의 투표결과인데, 비록 근소한 표 차이였지만, 박근혜 후보가 49.95%, 문재인 후보가 48.7%를 얻어 대전지역은 이번 선거 역시 당선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다섯 번째, 선거 이후 정당 개편 전망으로 야권의 개편 물살이 거세어 질 것으로 보인다. 친노계의 일보 후퇴가 예상되지만 과거와 같이 동교동계가 다시 떠오르기 보다는 안철수를 중심으로 친노계가 반등을 꽤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안심(安心)이 아직은 안개 속이라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섯 번째, 좌파진영의 이후 진행 방향인데 가닥을 잡기가 더 어렵다. 김소연, 김순자 두 후보가 출마했지만 득표율에 의미를 두기도 어렵고 현장의 결집을 이루지도 못했다. 현장에서 정치세력화를 준비 중인 여러 세력들과 이들 후보를 중심으로 모였던 세력들, 그리고 진보신당의 물리적, 화학적 결합이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이루어질지 난감한 상황이다.
정리하면, 이번 선거를 통해 앞으로 대선에서 지역적으로는 충청도와 대구․경북 세력과 연합의 고리를 만들지 못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세대적으로는 비록 20대의 표가 일부 분산되기는 했지만 30, 40대의 기반이 있기 때문에 50대, 60대 이상의 결집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50, 60대의 결집은 보수결집이라기 보다는 “박근혜”로의 결집 경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세대의 이후 선거에서의 변화는 가능해 보인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도 나타났듯이 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그리고 20대의 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과거와 같이 진보세력에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스마트폰의 확대는 젊은 층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장년세대도 함께 이용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선거운동의 방식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와 같이 계급별, 세대별, 지역별로 특성화한 공약을 유권자집단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홍보를 활용한 선거운동 방식의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투표 방식에 있어서도 전자투표를 일부 도입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재외 국민 투표도 그렇지만 20대의 경우 군 입대뿐만 아니라 대학진학을 위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의 부재자투표만으로는 이들의 참정권을 모두 보장해 주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부분적인 전자투표도입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여겨진다.
제 18대 대통령선거 바라보기
대통령선거운동 기간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전 예비후보의 도움을 받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처음 예상과 달리 경쟁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박근혜 후보의 낙승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역시 선거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알 것 같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며 선거결과에 따른 몇 가지 관심지점을 적어 볼까 한다.
첫째는 당연히 누가 당선될 것인가인데, 언론 등에서 얘기하는 정권심판론, 정권교체 이런 측면에서보다는 확장된 대통령 중심제의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우선으로 두고자 한다. 지금까지 개헌 관련한 권력구조 논의에서 대통령 중심제가 여러 대안들 중 하나로 논의가 되고 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된 역대 대통령을 보면,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그리고 이명박으로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이 번갈아 집권을 해 왔다.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가 당선된다면 그 순환구조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것으로 미국처럼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대통령 중심제에서의 중임제가 아닌 정당 혹은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확장된 중임제의 형식을 한국 대통령 선거의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확장된 대통령 중임제는 물론 제도적 혹은 학문적으로 논의된 바 없는 개념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그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직접 비교대상으로 하기에 조금 무리가 있지만, 프랑스에서 과거 세 차례 등장했던 좌-우 동거정부처럼 시기적 특성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고 앞으로 계속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질 수도 있기에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한 지점이다.
두 번째는 20대의 표심이다. 탈정치적이고 보수화되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동시에 이전 세대보다 훨씬 탈권위적이고 탈물질적인 성향을 가진, 그리고 “독재자의 딸”에 대한 감각이 무딘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88만원 세대의 애환을 달래 줄 수 있는 대통령으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역시 궁금한 지점이다.
세 번째는 호남의 선택이다. 좀 오래 전 얘기이긴 하지만, 과거70년대 선거에서 박정희 후보가 호남에서 얻은 득표율이 40% 이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거 어느 선거 때보다 보수 정당 후보로서 박근혜 후보가 많은 득표를 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네 번째는 대전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대통령 당선자와 동일한 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를 주었던 지역으로서 이번에도 그러한 결과를 나타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첫 경기를 이긴 팀이 우승할 확률이 90%가 넘는다는 통계와 비슷하다.
다섯 번째는 선거 이후 정당체계 재편인데 이미 문재인 후보 측에서 신당에 대한 얘기가 나온 터라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야당들 간의 이합집산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때,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는 좌파세력의 이후 일정을 들 수 있다. 비록 이번 선거에 두 진영에서 후보를 내세웠지만 그 영향력이나 사회적 관심은 많이 적은 편이고 두 진영 모두 당장의 선거 결과보다는 이후 일정을 염두에 둔 출마이기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사회적 반영으로서의 젊은 세대의 우경화를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과 보수화 현상에 대한 우려 혹은 질타 섞인 평가가 공통의 인식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그건 평가들이 난무하는 중에도 젊은 세대 중 스스로 보수라거나 진보를 자처하고 나서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직접 정치에 입문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기도 하고 정당의 중요 직책을 맡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평가와 현실이 엇갈리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봄직하다. 구체적으로, 젊은 세대의 정치정체성은 무엇이고 이들은 자신의 정치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스스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회 문제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혹은 반대로 이들이 바라보는 기성세대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진다.
마침 젊은 세대, 특히 대학생들의 정치의식과 정치참여방식을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어 소개하려 한다. 소개하려는 글은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대전지역 연구자네트워크 월담이 지난 11월 10일에 발표한 대전지역 대학생들의 정치사회 의식조사 결과 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이번 조사는 대전시민아카데미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조사는 대전지역 7개 대학에 재학 중인 5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4월 총선 직후 면접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질문 내용은 범위가 좀 넓은 편이어서 조사결과를 모두 소개하기에는 내용이 많아 요점만 간단히 줄여 소개한다.
우선, 정치이념에 관련해서 좌․우 이념에 관해 질문을 했는데 대체로 좌파(좌파+중도좌파)적 성향이 우파(우파+중도우파)에 비해 그 비율이 약간 높게 나타난 가운데 중도좌파와 중도우파를 합한 비율이 75%에 이르러 중도적 성향도 보였다. 이중 스스로 좌파 혹은 우파라고 규정한 응답자들 중 객관적으로 지표화된 질문에 대한 응답과 비교했을 때 약 30% 정도가 다른 이념성향인 것으로 나타나서 좌․우 구분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권위주의․탈권위주의에 대한 분석에서는 75%의 학생들이 탈권위주의적인 면을 보여 주었고, 정치참여에 대한 태도에서도 참여한 경험이 있거나 앞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온라인 행동이나 오프라인 행동 모두에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정부나 정치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산업사회적 태도를 나타내는 물질주의와 후기산업사회적 태도를 나타내는 탈물질주의에 관한 분석에서는 탈물질주의적 태도를 가진 학생들의 비율이 21.7%로 물질주의 15.4%에 비해 더 많았다. 탈물질주의자들은 대체로 계급대립 혹은 경쟁의 차원보다는 인권, 표현의 권리, 환경 등을 더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결과만으로 판단할 때 대전지역 대학생들은 꽤 급진적인 정치의식을 갖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사회쟁점에 관한 질문을 했을 때는 다소 혼란스러운 결과들이 있었다.
몇 가지 쟁점들에 관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우선, 보수적 측면을 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학생들은 배아줄기 세포연구는 적극 이루어져야 하고, 국가보안법과 사형제도는 유지되어하며,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건설되어야 하고, 원자력 발전소도 유지 또는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개인주의 측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도서 가격 규제는 완화되어야 하고, 연예인의 사생활은 언론의 무차별 폭로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인터넷에서의 악성 댓글이나 허위 사실유포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하고, 외국에서 활동 중인 선수의 국가대표 경기 출전은 본인의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이런 결과는 이들의 개인주의를 이기적 태도라기보다는 기본권의 옹호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로는 좌파적 입장을 보인 경우도 있다. 4대 강 개발은 환경파괴의 문제를 낳기 때문에 진행하지 않았어야 했고,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운임면제는 계속되어야 하며, 등록금은 선별적이 아닌 일률적으로 인하되어야 하며, 대중문화콘텐츠에 대한 심의기준은 완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많았다.
이렇게 사회적 쟁점들만 놓고 보면, 앞의 이념 구분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학생들이 좌파적이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좌파라기보다는 자유주의 혹은 자유주의적 탈권위주의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성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특성이 민주화를 경험했던 기성세대에게는 우경화의 현상으로 받아 들여 질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들이 왜 이러한 특성을 가지게 되었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일반적 이해와 같이, 자본주의의 심화를 들 수 있다. 자본주의가 일 국가를 넘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경제 위기나 미국의 경제 위기는 그 해당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경제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그 위기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이 앞서 정치참여의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다 생존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른 측면에서는 좌파 정치의 붕괴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서 좌파 정치의 붕괴는 저항의 대리자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그나마 좌파정당으로서 규모와 의제를 담당하던 민주노동당이 붕괴되고 이에 따른 노동조합 차원의 현장의 정치가 혼란에 빠져 듦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학생들의 높은 참여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파트너의 부재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서 1%도 되지 않는 현실이 이를 대변한다.
이렇게 보았을 때 학생들의 보수화 혹은 우경화는 그들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반영으로서 우경화 혹은 보수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젊은 세대가 보수화되어 간다고 한탄하기에 앞서 사회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좌파 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당장의 대선에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는 해결방안의 중심이 아닐 것이고 과거 민주노동당을 만들 때보다 더 중장기적 시각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전의 엄숙하고 무거운 좌파가 아니라 탈권위주의적인 밝고 기동성 있는 정체성(이것이 사민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새누리당의 큰 승리로 총선이 끝났다.
이로써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집권세력은 대선에 날개를 달았고
야권연대를 무기로 선거에 나섰던 민주통합당은 고지탈환에 실패하면서 선거가 마무리되었다.
진보신당이 1.14%로 1.20%를 받은 기독당에도 밀린 것은 안타까운 결과였다.
야권연대 최대 피해자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야권연대라는 프레임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자유로운 선택지를 두고 많은 득표를 할 수 있었겠지만
그로인해 보수의 집결력이 높아졌고 나름 진보라는 사람들은 야권연대로 쏠리면서 선택의 대상에서
제외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총선은 끝이 났고 대선경쟁으로 전환이 되었다.
그런데 대선경쟁에서도 야권은 박근혜를 필두로 하는 새누리 군단의 질주를 저지하기에는 힘이 부쳐 보인다.
총선을 거치면서 한미FTA 수정 혹은 폐기론은 꺽여 버렸다고 할 수 있고
복지 논쟁에서도 새누리나 민주나 비슷한 입장으로 정리되어 버렸다.
4대강 역시 새누리의 승리로 더 이상 유효한 패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적어도 4개강에 설치된 보가 붕괴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경제 문제 역시 민주당이 새누리보다 앞선 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권 심판론은 더 이상 선거의 무기가 될 수 없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대선에서 쟁점이 될 만한 것들은 총선을 거치면서 모두 정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권으로서는 털어 버려야 할 짐은 모두 털어버렸고 야권으로서는 더 찔러 볼 구석을 만들지 못한 선거가 되었다.
이제 대선은 인물경쟁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검증이 끝난(강점, 약점이 모두 드러난)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군의 경쟁에서 유리한 쪽은 전자다.
다만 후자가 얼마나 더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어 당길 수 있는 미래비젼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지 미지수이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든 지역주의 구도를 남은 짧은 기간동안 흔들어 놓을 수 있는가 역시 대선구도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인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 판짜기
-민주노총 배타적 지지방침 폐기와 올바른 노동자 정치실현을 위한 대전지역 토론회 참관기-
지난 1월 30일 대화동 복지관에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대한 토론회가 열린다기에 오랜만에 바깥나들이에 나섰다.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를 하루 앞둔 시기였기에 어떤 주장들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간 학교에만 갇혀 지내다가 보니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고 싶었다. 토론회 장에는 30여 명이 함께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친근한 얼굴들이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몇몇 학생들의 모습은 신선함으로 다가 왔다.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15분정도 늦게 시작한 토론회는 5명의 발제자들의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이어졌고 밤 10시 가까이 되어 끝이 났다. 5명의 발표 중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한 금속노조 대전충북 김기덕 지부장의 호소에 가까운 발표는 인상적이었고 진보교연을 대표해 나온 충남대 양해림 교수의 발표도 흥미 있게 들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조금은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었다. 현 상태를 진단하는 부분에서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현상적이고 감성적 진단이 더 많았고 향후 전망에 관해서는 당위적인 측면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과거 민주노동당 출범 당시와 민주노동당이 활동하던 시기 중간 평가 등에서 자주 들었던 내용들이 되풀이 되는 듯 했다. 총선과 대선의 정세를 분석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과도한 기대가 엿보이기도 했다. 물론 현재 한나라당(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었다고 한다.)과 이명박 정권이 죽을 쑤고 있고 민주통합당의 기세가 확대되고 있기는 하지만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등장할 많은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정강, 정책을 확 바꾸어 그 자체로는 민주통합당과 다를 바 없는 정당이 되었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지만 일부에서 예상하는 데로 민주통합당의 일방적 승리로 귀착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아직은 더 많아 보인다. 어쩌면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진행되었던 16대 총선 정도의 구도로 짜여 질수도 있다. 그 정도면 여전히 영남과 호남을 양분하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서로 나눠 갖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고 이는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의 완승이라고까지 말하기 어려운 결과가 될 것이다.
발제에 나선 단체들의 이후 전략에 있어서도 당장의 총선과 대선에서 현장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구체화되어 있다기보다는 각자가 처한 현실에서 희망사항을 발표하는 정도였다. 그간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실패했다면 그 구체적 내용과 대안이 제출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실천방향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추상적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출마를 고민하고 울산지역 대다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와 같은 현장 정치운동의 보수화 현상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늙은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운동의 혁신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 민주노총의 정치활동은 마치 이빨 빠진 맹수가 스스로 사냥을 할 수 없어 손쉬운 죽은 고기를 찾아다니는 형국이다.
이날 토론회와 이전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었던 토론회의 내용들과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는 소식을 기준으로 판단을 해 보면 이제 한국 사회에서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정당 창당의 흐름은 만들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기우이길 바라지만. 한편으로 권영길 의원이 총선 이후 노동정치 재편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며 일단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여타 정치조직을 물리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으로 귀착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분란의 싹이 돋아날 것이다. 완전무결한 대책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과제에 대해 실천적 합의지점을 찾기보다는 지역에서 1999년 민주노동당 창당을 둘러싼 토론회 이후 13년 만에 다양한 집단이 모여 정치를 주제로 공개토론을 했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겠다. 그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내용에 있어서 민주노동당이라는 민주노총 주도의 정당에 대한 제 세력들의 입장을 밝히는 수준에서 다양한 정치적 지향을 갖고 민주노동당의 해체에 따른 대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로 전환되었다는 점과 주최가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활동가들로 바뀌었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노동자 정치운동이 후퇴했다기보다는 일보의 전진은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 본다. 총선과 대선을 경과하면서 지역에서 다시 정치토론의 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가운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제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현 시기 노동자 정치운동의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이 오리무중(五里霧中)인 상황에서 가져 본다.
기획에서 출간까지 꼬박 3년의 작업이었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사실 힘들기 보다는 글을 쓴다는 것이 지겨워서) 던져버리고 싶었던
그 책이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역사를 기록한다는 부담감은 어떤 글을 쓰는 것보다 힘든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부담을 안고 이 책에서는 1980년 중반 무렵부터 민주노총 대전본부와 충남본부로 분리되었던
2001년까지의 기록을 인터뷰와 자료들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상세하게 다루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데 급급하다가 보니 주요한 결정이 이루어졌던
배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이점이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특히, 지역에서 형성되었던 현장의 정파조직의 형성과 활동 그리고 정파의 존재가
지역본부 운영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못했다. 이 부분은 2001년 이후 지역에서
중심적으로 살펴보아야 하는 지점이기도 한 관계로 대상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단초적 현상들에 대해서라도 다루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2005년과 같은 지역본부 임원선거 파행이 또 다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더욱 그렇다.
다음에 다시 이 부분을 다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아쉬움은 뒤로 하고 잊혀가는 역사의 기록을 남겼다는 것에 우선 위안을 삼는다.
대전지역 민주노조운동사 (부제) 1980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발전과정과 주요 노동자 투쟁 |
박노영, 민병기, 김도균, 이정림, 이상용 지음 한울아카데미 / 2011-11-10 발행 / 신국판 / 양장 / 408면 / 36,000원 ISBN 978-89-460-5392-2 93330 분야 : 정치·국제관계, 사회학 |
- 목 차 -
발간사
머리말
제1부 대전지역 민주노조운동의 전개와 발전 1980~2001년
제1장 대전지역 노동운동의 객관적 조건
제2장 대전지역 민주노조운동의 태동과 형성 1980~1988년
제3장 대전지역 민주노조운동의 성장과 정치세력화 1989~2001년
제2부 대전지역의 주요 노동자 투쟁
제4장 조폐창 통합에 맞선 한국조폐공사 노조의 투쟁
제5장 새로운 노동운동, 대전지역 과학기술자 노동운동
제6장 1997년 총파업과 대전성모병원 민주노조의 투쟁
제7장 호텔 리베라,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754일의 투쟁
제8장 둔산자동차운전전문학원 민주노조 설립 투쟁
제9장 한국타이어, 끝나지 않은 투쟁
부록_대전지역 노동운동사 편찬위원회 명단
참고문헌 및 구술자료
미디어충청, 2011.10.17
노동자정치와 진보정당 생존의 길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2주 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대전광역시당 위원장들을 대상으로 통합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 무산되고, 진보신당에서는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이 부결된 직후라 각 위원장들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통합 관련한 이들의 언급을 요약하면 이렇다. 김창근 민주노동당 대전광역시당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 무산된 것을 안타까워하는 입장이었고 김윤기 진보신당 대전광역시당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의 양보정신은 인정하지만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했던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두 정당의 통합문제가 직면한 문제를 단순화시켜보면 국민참여당으로 모아지고, 이에 대한 두 정당의 서로 엇갈리는 입장이 정리되지 않는 한 통합논의는 이후에도 제자리를 맴돌 듯하다.
그런데, 이 두 정당의 통합논의와는 별개로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선거를 앞두고 야당대통합이 한편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제 두 당의 통합보다 양대 선거를 앞두고 진행될 정당재편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로 관심이 전환될 듯하다. 주요 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정당들은 언제나 합종연횡을 벌여 왔지만 야합이라 평가받았던 1991년의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 등이 주도한 3당 합당을 제외하고는 그 나물에 그 밥의 격으로 진행되어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그 첫 신호는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출마가 될 듯하다. 박원순 변호사의 시장출마는 일회성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둔 야당개편으로 향하는 출발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그 주체는 기존의 정당이 아닌 시민운동세력이 될 것이다. 만일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면 야권 개편은 시민운동세력이 강력한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고 당선되지 않더라도 “혁신과 통합” 등 민주당 주변 집단과 연합하여 야권 개편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혁신과 통합” 측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의석안배를 미끼로 통합제안을 던지기도 했다. 이러한 시민운동세력의 제도권 정치로의 진입시도는 2000년 낙천낙선운동을 이끌었던 총선시민연대 이후 최대의 정치실험이 될 것이고 그것이 성공하면 시민운동세력이 새로운 제도권 정치의 주체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초대받지 못하는 손님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혁신과 통합”의 김기식 공동대표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두 정당의 가치가 사라져 가고 있고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조직된 노동자들의 정치력에 대한 의구심이 선거를 거듭할수록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표를 얻지 못해 선거에서 지는 사태는 울산을 비롯한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시민운동세력에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그리고 민주노총은 버리는 패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신호는 민주당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야권대통합을 주장하며 반한나라 구도를 만들고자 해 왔지만 최근 주요 통합대상으로 두었던 민주노동당에 내밀었던 손길을 거두어들이고 있는 듯하다. 인제 군수선거 후보에 대해 양보하지 않으려는 태도나 서울 시의원선거에서 이미 야권 단일 후보로 추대된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한 중앙당의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박원순 후보 선대위를 민주당 중심으로 구성해 민주노동당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비록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시민운동진영의 도전에도 직면해 있지만 수십 년간 다져온 조직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조직력은 이들에게 있어서 덤일 뿐이다.
세 번째 신호는 노동운동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문제를 두고 지도부 내에서도 이견이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통합에 찬성하는 일부 조합원들은 현장 조합원의 70% 가까이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해 찬성한다는 어느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노동조합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국회의석 몇 개를 더 얻을 것인가 하는 편협한 ‘정치공학’에 빠져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이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면 현장에서의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이미 파탄이 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에서 비교적 급진적인 자유주의 세력이 친노동자성을 내세우며 제도정치의 주체로 등장할 경우 급격한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96․97 노개투에서 분출되었던 현장의 열정이 대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신호들이 정리되는 시점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현상들 중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노동이 배제된 채 정치구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지점이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재편과정에서 존재감을 잃게 되면 길게는 1988년 백기완 선본에서부터 짧게는 1997년 국민승리21에서 이어져온 노동자정치세력화의 흐름이 단절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견되는 이런 상황은 민주노동운동진영과 이를 기반으로 했던 진보정당 진영이 소수의 조직된 노동자와 몇 안 되는 국회의석의 달콤함에 빠져 미래를 대비하지 못했던 것에 기인하는,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 할 것이다. 분당 이후에도 그러했고, 통합을 논의하는 현재도 크게 바뀐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분당을 각오하고 혁신에 대한 요구를 외면했던 이들이나 밖에 나가 얼어 죽을 각오로 뛰쳐나갔던 이들이 이제 다시 합치자고 하니 황망할 뿐이다. 서로의 감정을 앞세워 등을 돌린 세력들이 다시 합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현재의 국면에서 서로의 감정을 누르고 주장을 조금씩 양보해서 다시 합친다고 하더라도 그 동거기간은 그리 오래 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도무지 커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작은 파이를 놓고 누가 더 먹을 것인가 하는 투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죽지 않으려면 합쳐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의 주장에 선 듯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그렇다면 근원적 문제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언급한 바 있다. 다름 아닌 ‘대동단결’바로 이 묻지 마 식 통합주장은 분단이후 한국 사회를 둘로 나누고 있는 레드컴플렉스처럼 진보진영을 둘로 나누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된 국민참여당과 합당의 문제를 확장하면 이 문제로 귀결이 된다. 차가운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구었던 96·97 노개투의 함성에도 불구하고 제도정치권의 협상놀음에 쓰라린 패배를 맞본 이후 결정된 민주노총의 노동자 독자정치세력화에 대한 결정으로 민주노동당이 창당되었다. 그 과정에서 전국연합 등 민중진영의 동참도 이루어냈다. 이로써 더 이상 비판적 지지의 주장이나 야권단일화론으로 진영 내 혼란이 없을 것 같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했다. 끊임없이 그 망령에 시달려야 했고 심지어 야당의 승리를 위해 정확하게는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는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압력을 받기도 했다.
이제 노동자 정치와 진보정당이 살아남을 길이 무엇인가라고 던진 이 글의 제목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급진적인 분리, 재편을 통한 각자의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고 더 간략히 하자면 통합이 아쉬운 사람들은 그 사람들끼리 ‘수(數)의 정치’를 쫓아 떠날 때라는 것이다. 오래전 이재오, 김문수가 그랬던 것처럼, 가장 최근에는 진보신당을 탈당한 이른바 노·심·조와 “혁신과 통합”으로 이적한 박용진처럼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 보이며 떠나야 한다. 이는 ‘진보순혈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현재까지 강력한 보수주의 세력에 맞서기 위해 뭉쳐야 했던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로 인해 정치적 다양성이 억눌려 왔고 그 속에서 패권이 자라났던 것 역시 사실이다. 민주노총도 진보정당이 흔들리면 노동 현장이 흔들린다는 협박으로 옭아매려 해서는 안 된다. 일부의 주장대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에 찬성하는 조합원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협박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뒤집어 말하면 현장의 건강성이 무너진 결과가 진보정당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말이다.
이제 그 오래된 속박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켜야 할 때이다. 그 후에 현재의 구도를 모두 해체하고 새판을 짜야 한다. 선거가 코앞인데 그렇게 할 시간이 없다고 하지 말자. 통합한다고 해서 현 체제로 치르는 선거와 달라질 것은 없다. 선거 후에 다 풀어놓고 새로운 판을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 그때 새로운 판은 지금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그때는 ‘정치공학’이니 하는 말장난은 집어 치우고 자기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판이 되어야 하며, 지금과 같이 통합이라는 미명하에 상대방을 억압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해 배반하지 않는 정치의 기틀을 세우고 배반당하지 않는 민중의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윗세오름 가는 길(1)
윗세오름 가는 길(2)
윗세오름 가는 길(3)
성산 일출봉 옆 산책로
지난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난생 처음 제주도를 다녀 왔다.
11월 말, MB는 '굴욕적 평화'는 화를 부른다고 일성을 내 뱉었다.
그리고 일주일, 한미 FTA 수정협상이 타결되었다.
그에게 '굴욕적 평화'의 기준(혹은 의미는)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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