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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 간다는 것

내가 자동차를 소유한지 8년이 조금 넘었다.

그간 내 손을 거쳐간 차가 자그마치 4대가 되는데

모두 주변 사람들이 타다가 폐차 직전에 있던 것을

달라고 해서 타고 다녔었다. 그중 2대는 아내에게 주었다.

그래서 나와 아내가 끌었던 차는 모두 연령이 최소 10년이 넘는

차들이었다.

그러든 차에 내가 몰던 93년식 엑셀의 수리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 큰 마음 먹고 새차를 구입했다.

삐가 뻔쩍하는 새차가 역시 좋긴 하다. 어찌나 조용하고 부드러운지

운전을 하다가 시동을 꺼트리는 경우도 종종있다.

그런데 새차를 손에 넣으니 갈등거리가 생겼다.

 

예전에 헌차를 몰고 다닐 때에는 에어컨을 거의 켜지 않고 다녔다.

아무리 더워도 누군가 동승을 하지 않는 한, 한 번도 켜지 않았었다.

심지어 여름 비오는 날에 차창에 이슬이 맺혀도 히터로 말리기까지

했었다. 그렇게 했던 건 차를 몰고 다니는 것 하나만으로도 내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엄청난데 에어컨까지 켜고 다니면 더 심해질거라는 걱정에서였다.

그런데 새차를 몰고 다니는 요즘 에어컨에 대한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알량한 양심은 지키겠지만,

더위를 참기 위해 차창을 내리면 다른 차들이 내뿜는 매연을 그대로 마시며

주행을 해야 하는데 그게 과연 내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것이고 저렇게 많은 차들이 죄다 켜고 다니는데 나 혼자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갈등하는 나를 바라보며 내가 변해 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 섬뜩해지기도 한다. 사람이 가지는 것이 많아질수록 욕심이 많아지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내적 외적 갈등이 커지면 사회적 모순으로 발전하게 되어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학교 다닐때 운동하는 사람은 무소유의 삶을 살야야 한다던 동기놈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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