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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에 관한 개인적 관심사

 

제 18대 대통령선거 바라보기

 

대통령선거운동 기간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전 예비후보의 도움을 받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처음 예상과 달리 경쟁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박근혜 후보의 낙승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역시 선거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알 것 같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며 선거결과에 따른 몇 가지 관심지점을 적어 볼까 한다.

 

    첫째는 당연히 누가 당선될 것인가인데, 언론 등에서 얘기하는 정권심판론, 정권교체 이런 측면에서보다는 확장된 대통령 중심제의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우선으로 두고자 한다. 지금까지 개헌 관련한 권력구조 논의에서 대통령 중심제가 여러 대안들 중 하나로 논의가 되고 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된 역대 대통령을 보면,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그리고 이명박으로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이 번갈아 집권을 해 왔다.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가 당선된다면 그 순환구조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것으로 미국처럼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대통령 중심제에서의 중임제가 아닌 정당 혹은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확장된 중임제의 형식을 한국 대통령 선거의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확장된 대통령 중임제는 물론 제도적 혹은 학문적으로 논의된 바 없는 개념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그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직접 비교대상으로 하기에 조금 무리가 있지만, 프랑스에서 과거 세 차례 등장했던 좌-우 동거정부처럼 시기적 특성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고 앞으로 계속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질 수도 있기에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한 지점이다.

 

   두 번째는 20대의 표심이다. 탈정치적이고 보수화되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동시에 이전 세대보다 훨씬 탈권위적이고 탈물질적인 성향을 가진, 그리고 “독재자의 딸”에 대한 감각이 무딘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88만원 세대의 애환을 달래 줄 수 있는 대통령으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역시 궁금한 지점이다.

 

   세 번째는 호남의 선택이다. 좀 오래 전 얘기이긴 하지만, 과거70년대 선거에서 박정희 후보가 호남에서 얻은 득표율이 40% 이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거 어느 선거 때보다 보수 정당 후보로서 박근혜 후보가 많은 득표를 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네 번째는 대전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대통령 당선자와 동일한 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를 주었던 지역으로서 이번에도 그러한 결과를 나타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첫 경기를 이긴 팀이 우승할 확률이 90%가 넘는다는 통계와 비슷하다.

 

   다섯 번째는 선거 이후 정당체계 재편인데 이미 문재인 후보 측에서 신당에 대한 얘기가 나온 터라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야당들 간의 이합집산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때,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는 좌파세력의 이후 일정을 들 수 있다. 비록 이번 선거에 두 진영에서 후보를 내세웠지만 그 영향력이나 사회적 관심은 많이 적은 편이고 두 진영 모두 당장의 선거 결과보다는 이후 일정을 염두에 둔 출마이기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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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정치의식을 생각한다

사회적 반영으로서의 젊은 세대의 우경화를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과 보수화 현상에 대한 우려 혹은 질타 섞인 평가가 공통의 인식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그건 평가들이 난무하는 중에도 젊은 세대 중 스스로 보수라거나 진보를 자처하고 나서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직접 정치에 입문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기도 하고 정당의 중요 직책을 맡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평가와 현실이 엇갈리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봄직하다. 구체적으로, 젊은 세대의 정치정체성은 무엇이고 이들은 자신의 정치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스스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회 문제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혹은 반대로 이들이 바라보는 기성세대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진다.

   마침 젊은 세대, 특히 대학생들의 정치의식과 정치참여방식을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어 소개하려 한다. 소개하려는 글은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대전지역 연구자네트워크 월담이 지난 11월 10일에 발표한 대전지역 대학생들의 정치사회 의식조사 결과 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이번 조사는 대전시민아카데미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조사는 대전지역 7개 대학에 재학 중인 5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4월 총선 직후 면접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질문 내용은 범위가 좀 넓은 편이어서 조사결과를 모두 소개하기에는 내용이 많아 요점만 간단히 줄여 소개한다.

   우선, 정치이념에 관련해서 좌․우 이념에 관해 질문을 했는데 대체로 좌파(좌파+중도좌파)적 성향이 우파(우파+중도우파)에 비해 그 비율이 약간 높게 나타난 가운데 중도좌파와 중도우파를 합한 비율이 75%에 이르러 중도적 성향도 보였다. 이중 스스로 좌파 혹은 우파라고 규정한 응답자들 중 객관적으로 지표화된 질문에 대한 응답과 비교했을 때 약 30% 정도가 다른 이념성향인 것으로 나타나서 좌․우 구분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권위주의․탈권위주의에 대한 분석에서는 75%의 학생들이 탈권위주의적인 면을 보여 주었고, 정치참여에 대한 태도에서도 참여한 경험이 있거나 앞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온라인 행동이나 오프라인 행동 모두에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정부나 정치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산업사회적 태도를 나타내는 물질주의와 후기산업사회적 태도를 나타내는 탈물질주의에 관한 분석에서는 탈물질주의적 태도를 가진 학생들의 비율이 21.7%로 물질주의 15.4%에 비해 더 많았다. 탈물질주의자들은 대체로 계급대립 혹은 경쟁의 차원보다는 인권, 표현의 권리, 환경 등을 더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결과만으로 판단할 때 대전지역 대학생들은 꽤 급진적인 정치의식을 갖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사회쟁점에 관한 질문을 했을 때는 다소 혼란스러운 결과들이 있었다.

    몇 가지 쟁점들에 관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우선, 보수적 측면을 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학생들은 배아줄기 세포연구는 적극 이루어져야 하고, 국가보안법과 사형제도는 유지되어하며,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건설되어야 하고, 원자력 발전소도 유지 또는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개인주의 측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도서 가격 규제는 완화되어야 하고, 연예인의 사생활은 언론의 무차별 폭로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인터넷에서의 악성 댓글이나 허위 사실유포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하고, 외국에서 활동 중인 선수의 국가대표 경기 출전은 본인의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이런 결과는 이들의 개인주의를 이기적 태도라기보다는 기본권의 옹호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로는 좌파적 입장을 보인 경우도 있다. 4대 강 개발은 환경파괴의 문제를 낳기 때문에 진행하지 않았어야 했고,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운임면제는 계속되어야 하며, 등록금은 선별적이 아닌 일률적으로 인하되어야 하며, 대중문화콘텐츠에 대한 심의기준은 완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많았다.

   이렇게 사회적 쟁점들만 놓고 보면, 앞의 이념 구분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학생들이 좌파적이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좌파라기보다는 자유주의 혹은 자유주의적 탈권위주의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성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특성이 민주화를 경험했던 기성세대에게는 우경화의 현상으로 받아 들여 질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들이 왜 이러한 특성을 가지게 되었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일반적 이해와 같이, 자본주의의 심화를 들 수 있다. 자본주의가 일 국가를 넘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경제 위기나 미국의 경제 위기는 그 해당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경제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그 위기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이 앞서 정치참여의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다 생존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른 측면에서는 좌파 정치의 붕괴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서 좌파 정치의 붕괴는 저항의 대리자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그나마 좌파정당으로서 규모와 의제를 담당하던 민주노동당이 붕괴되고 이에 따른 노동조합 차원의 현장의 정치가 혼란에 빠져 듦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학생들의 높은 참여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파트너의 부재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서 1%도 되지 않는 현실이 이를 대변한다.

   이렇게 보았을 때 학생들의 보수화 혹은 우경화는 그들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반영으로서 우경화 혹은 보수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젊은 세대가 보수화되어 간다고 한탄하기에 앞서 사회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좌파 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당장의 대선에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는 해결방안의 중심이 아닐 것이고 과거 민주노동당을 만들 때보다 더 중장기적 시각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전의 엄숙하고 무거운 좌파가 아니라 탈권위주의적인 밝고 기동성 있는 정체성(이것이 사민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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