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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e세상]정보 접근의 건강 비법: 각자의 링크들을 다양화하기

정보 접근의 건강 비법: 각자의 링크들을 다양화하기 이광석(뉴미디어 평론가) 지난 해 요맘 때일까? 농구로 살을 털어내던 기억이 난다. 그도 무리해선지 허리가 짱하 며 갑자기 쓰러져 얼마간 일절 운동을 삼갔다. 그리곤 어렵사리 내쫓은 군살들이 얼씨구나 하고 내 몸, 특히 배에 집중해 다시 자리를 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몸 의 위기가 다시 찾아오며 시작한 것이 조깅이다. 그런데, 이 운동은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나랑 상관은 없지만, 열심히 해서 '네모' 가슴 등 기하학적 몸을 만드는 뿌듯함도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자리를 맴맴 돌기만 한 다. 투자 시간에 비해 살이 확 빠져나가는 느낌도 적다. 그럼에도 잃는 것만큼 득도 크다. 나같이 15여년을 넘게 니코틴을 갈아 마셔 호흡 계통이 엉망인 골초들에겐 조깅은 회생의 광천수와 같다. 게다가 무슨 큰 기량이 없어도 주위 눈치볼 일없다. 갈 수 있는 길만 있다면 어디든 간다. 튼튼한 다리만 있으면 비싼 도구를 동반할 필요도 없다. 배 나온 조깅 초보가 독자들에게 '건강비법'입네하고 어설픈 구라를 풀려고 이리 조깅의 장광설을 띄운 게 아니다. 뛰며 걷는 조깅을 하다보니 직업상 깨친 게 하나 있어서다. 몸을 다스리려는 조깅 습관과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 능력을 키우려는 현대인의 정서 구조가 꼭 닮았다는 점이다. 현대인의 정보 취사 방식은 온과 오프(on/off) 모두에서 원하는 정보원에 연결하는 링크 (links)의 과정이다. 링크 선택과 방식에 따라 정보 효율은 달라진다. 이에 대해 조깅 환경은 비유적으로 많은 것을 알려준다. 어느 길을 자신의 조깅 코스로 삼느냐에 따라 장기적으로 는 심폐 등 신체 기능, 정서상의 치유, 예상치 않은 지인들과의 만남 등 효과가 틀리다. 강 변, 캠퍼스, 산길, 아파트 등 동네 주위, 시내 거리 등 달릴 장소 선택의 경우수는 무수히 많 다. 선택한 코스에 따라 벌어지는 조깅의 스타일도 많은 것을 얘기한다. 천천히 그리고 빨리 걷는 사람, 천천히 그리고 빨리 뛰는 사람, 애들을 싣고 밀며 뛰는 사람, 개를 끌고 뛰고 걷 는 사람, 연신 옆사람과 잡담하는 사람, 홀로 혹은 같이 뛰며 걷는 사람, 헤드폰을 끼고 연 신 라디오를 듣는 사람, 윗통을 벗고 뛰는 사람, 살 태우려 뛰는 사람, 살을 남에게 보이기 위해 나온 사람, 조깅 코스의 경치에 반해 나온 사람, 등등. 어떤 코스를 끼고 각자 목적을 갖고 걷고 달리는 고유의 개성은 정보와 지식을 취사 선택하여 흡수하는 각각의 링크 방식 과 비슷하다. 문제는 현대인의 정보 링크가 한번 구축되면 바꾸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이미 개인 정 서에 따라 그 링크가 선호되고 확장되기 때문이다. 정보 습득의 링크 가짓수는 늘지만 원하 는 것만을 집중해 선호하는 경향을 지닌다. 한번 조깅 코스가 정해지고 습관이 들면 익숙해 져 조깅 방식을 바꾸기가 힘들긴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정보 편식마냥 동일 거리 동일 코스 의 시간 단축에 대한 집착만 생긴다. 필자 개인의 온/오프 정보 링크를 살펴보자. 우선 인터넷에서 거의 매일 습관적으로 찾는 사이트는 <한겨레신문>, 영국 진보지 <가디언>, 주간지 <빌리지보이스>, 월간지 <먼쓸리 리뷰>, 인터넷 시사지 <살롱> 등이다. 현실에선 일간지 <뉴욕타임스>, <파이넌셜타임스>, 주간지 <네이션>, <오스틴크로니클>, <비지니스위크>, 월간지 <비지니스 2.0>, <와이어드 >, 격월간지 <뉴레프트리뷰>를 구독하고 있다. 가만보면 편향성이 두드러진다. 직업상 읽는 인터넷 관련 정보지를 빼면 정치 시사지가 전부다. 따져보니 과거 10여년간 내 정보 링크는 전혀 변한 게 없다. 오직 비슷한 취향의 정보 링크만 온/오프 모두에서 늘었다. 동일 코스에선 거의 변화가 없는 조깅의 특성은 이와 비슷하다. 같은 배경의 코스를 맴돌 며 얻는 자극은 극히 미미하다. 의도치않게 조깅 상대의 노출에 맞닥뜨리는 등 음란 정보의 유혹에 시달리거나, 개에게 물리고 개똥을 밟는 등 스팸의 덫에 치이거나, 말동무를 만나 의 외의 정보를 얻거나, 반대쪽에서 뛰는 이성과 감정적 교감을 갖는 것 등을 빼면 큰 변화와 자극은 없다. 오직 익숙한 환경의 반복과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날씨의 변화뿐이다. '데일리 미(daily me)', '협송(narrow-casting)', '원클릭(one-click)' 기술 등은 인터넷 이용 자들이 보길 원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디지털 기법이다. 취향과 기호에 부합한다 는 명목으로 이러한 맞춤형 정보기술들은 개인의 조깅 코스를 한 곳에 붙잡아두려 한다. {리퍼블릭닷컴(republic.com)}이란 책의 저자인 카스 선스타인(Cass Sunstein)같은 이는 맞 춤기술에 지배될수록 민주주의의 다양성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제 공하는 파편화되고 개별화된 정보 서비스에 길들여진 소비자는 점점 현실의 다양한 층위를 두루 살필 능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개인용 맞춤기술이 주는 사고의 협소화가 사회적 관심 사의 보편적 공유를 막는다는 논리다. 10여년이 넘게 내 정보 링크들에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은 그의 진단이 지나친 비약이 아 님을 일깨운다. 저마다의 코스가 한번 정해지면 바꾸기가 힘들고, 한 곳에서 뛰고 걷다보면 새로운 우발적 경험을 얻기가 힘들어진다. 시쳇말로 환경이 자신을 좀먹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보 습득의 방식도 문제다. 과체중 비만형이 오직 살빼려는 욕심에 무작정 급하게 뛰다간 탈이 난다. 준비 운동 없이 뛰어도 문제다. 이는 과욕이 지나쳐 정보에 체하고 허우 적대는 꼴이다. 그래서, 정보 습득의 유연성을 위해 각자가 지닌 온/오프 정보 링크망의 질적 점검이 필 요하다. 혹 편식이 심해 너무 한가지 '맞춤' 정보에 목을 매는 것은 아닌지, 다시 말해 달려 도 꼭 한곳만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를 봐야 한다. 조깅처럼 마음먹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현대의 정보 링크다. 질적으로 고급의 링크에 머리를 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링크를 발굴하고 다변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링크의 편식으로 정신의 비만까지 불러 야 쓰겠는가. (아름다운 e세상, 200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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