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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간 하루

오늘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원고 마감 때문에 치달렸다. 눈이 시려 뜰 수가 없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는지... 이번 우리 학과에 교수 지원자들 중에 낯익은 이름을 봤다. 자칭 정치경제학을 한다고 돌아다니는 양반이다. 이미 수위의 저널에 글을 내고 졸업후 왕성히 활동을 하는 그였다. 예전에 내가 만나본 그는 전혀 정치경제학과 거리가 먼 보수적 생각을 가진 학생에 불과했다. 사람의 사고가 변하는 것이 시간문제라, 그도 늦깍기의 전형으로 보인다. 하지만, 씁쓸한 생각도 앞선다. 과연 그가 무슨 생각으로 정치경제학을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정치경제학을 합네하지만, 과연 나도 그런 타인의 회의적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잡고 살 일이다. 공부는 전투아닌가? 내 삶을 가지런하게 만드는 일이 첫째지만, 바깥의 세상살이와 부딪히고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하려는 마음없이, 수년 세월 이곳에서 도닦으며 살 일이 무엔가. 남 볼 것 없이 내 구린 데부터 정리하자. 밤 늦게는 한때 친했던 고등학교 동창의 전화를 받았다. 4년여 혹독한 정신적 병마와 싸우다 정신이 깨었다고, 새 사람이 되었다고 내게 절규했다. 난 "그 동안에도 넌 정상이었어"라며 위로했다. 오히려 그 때는 전혀 들지 않았던 생각이 오늘 그의 전화를 받고, 갑자기 그가 정상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아니면 내가 온전하지 않던가. 우리 아이가 학교도 못간 채 하루종일 집에서 고열로 시달렸다. 나는 하루 온종일을 밖에서 보냈고, 경래는 집에서 애 치닥거리로 하루를 보냈다. 웨스는 "너희 한국 남자애들은 아시아권에서도 가장 가부장적인 애들이야"라며 비웃었다. 뭐 아직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유학생 와이프의 한탄을 들었다나.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좆같은 소릴 하냐고 했지만, 미국에 와서도 맞고 사는 아줌마와 집에서 뺑이치는 내 아내의 차이는 한 끗 차이 아닐까? 웨스는 오늘 내 글을 봐줬지만, 오히려 난 그의 말에서 내 가려진 치부를 본다. 이래저래 마음이 갈팡지팡이다. 생각도 많았고, 몸도 피곤한 하루다. 이제 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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