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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독점 노리는 '닷넷'

무자비한 독점 노리는 '닷넷' [한겨레]2001-05-26 05판 12면 1302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인터넷 역사의 1단계가 월드와이드웹의 발전이었고 2단계가 닷컴 사업모델의 등장과 형성이었다면, 3단계는 따로 존재했던 모든 디지털 장치들을 하나로 엮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닷넷(.NET) 시대로 요악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 크레이그 먼디가 얼마 전 뉴욕 대학의 경영대학원에 연사로 초청돼 이른바 '닷넷' 구상으로 제시한 밑그림의 대강이다.닷컴 종사자들이라면 필독서로 읽었을 케빈 켈리의 (신경제의 신법칙) 10개항 중에는 '멍청한 것들을 서로 연결하라'는 내용이 있다. 보잘 것 없는 디지털 장치들도 서로 연결시키면 똑똑해지고 그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는 신경제 특유의 네트워킹 효과다. 닷넷 구상은 바로 이 법칙에 충실하다. 컴퓨터에 휴대전화.개인정보단말기(PDA).가전제품 등이 유무선으로 상호 연결된다. 소비자는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접속.관리하는 통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기업도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여기까진 그럴 듯하다. 그러나 멍청한 기계들을 똑똑하게 묶으려면 표준의 통합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닷넷 구상은 그 중심 구실을 마이크로소프트가 맡겠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독점적 이윤확보의 한계, 저작권 체계를 위협하는 국제적인 정보공유 모델의 흐름 등은 마이크로소프트쪽이 닷넷 구상에 더욱 집착하게 하는 요인이다.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이 정보자유의 정신에 입각해 만든 프로그램 저작권 '그누공공라이선스'를 먼디 부회장이 강연에서 표적삼아 공격한 것도 이런 위기감에서 나왔다. 닷넷이 완성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 이윤원은 프로그램 상품 생산에서 정보 서비스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인터넷을 자신의 운영체제들에 기반한 상업적 서비스의 거대 영역으로 통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영구적 시장 독점을 위한 완벽한 청사진이다. 누구나 마이크로소프트에 일상적으로 서비스 사용료를 세금처럼 물어야 하는 때가 올 것이란 예측은 그리 과장이 아니다. 희망은 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에 적대적인 다른 기업들은 좀더 현실적이고 경쟁적인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아이비엠의 기업간 전자상거래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도 닷넷 전략에 대응한 열린 기술의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반마이크로소프트 전선은 이 회사의 독점적 횡포에 시달리며 자연스레 형성된 면도 있지만, 정보의 나눔과 열림의 정서가 가장 큰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남다른 점은 네티즌의 이런 새로운 정서에 전혀 아랑곳없이 냉혈한 상업적 이윤모델을 목표를 향해 독불장군식으로 나아가는 '무대포 정신'에 있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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