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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는 죽지 않는다?

신경제는 죽지 않는다? [한겨레]2001-04-21 04판 12면 1315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신경제의 경기 침체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른 모양이다. 전체 지면의 반절 이상을 줄인 디지털경제지 (비즈니스2.0)의 몸부림은 애처로울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잿더미에서 날개를 펴고 일어서는 불사조를 표지로 삼았다. 이른바 '신경제 불사조론'이다.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오늘에 되새기자는 취지다.그나마 한 경제 전문가의 주장이 현실적이다. 마이클 만델은 (인터넷 공황의 도래)란 책에서, 구경제의 호황과 불황의 주기적 반복 경향을 일컫는 '경기순환'에 대해 신경제 고유의 '기술순환'이란 개념을 가지고 설명한다. 그는 기술순환을 팽창과 수축 국면으로 나누고, 지금이 후자에 해당한다고 얘기한다. 기술 정체, 벤처자본의 고갈, 낮은 생산성, 투자 저조, 바닥을 치는 주식시장 등은 수축의 징후다. 그는 닷컴의 급속한 팽창이 그만큼 수축과 침체를 거세게 몰아간다고 본다. 신경제에는 경기순환이란 없고 영구적 호황만 존재한다며 구경제와의 질적 차이를 부르짖던 논자들에 비하면 진전된 논의다. 신경제 현실에 대한 좌파 내부의 논의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지난주말 미국 뉴욕에서는 미국내 거의 모든 진보적 인사들이 참여하는 '사회주의자 학술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대회에서 다뤄진 신경제 관련 소주제는 50년 이상 발행해온 진보지 (월간평론) 최신호에서 이미 대회의 예비 작업을 겸해 소개된 적이 있다. 잡지는 '신경제: 신화와 현실'이란 제목을 달고 신경제 논리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시도했다. 신경제 신화를 깨려는 방향은 크게 둘이다. 첫째는 신경제가 신산업혁명이라 칭할 정도로 생산성의 증대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초창기 산업혁명에 비해 디지털 기술의 생산성 기여도가 오히려 적었다고 본다. 둘째는 신경제에도 자본주의의 경기순환은 여전히 작동한다고 여긴다. 컴퓨터 정보체계가 시장 통제력을 증대하여 불황과 침체를 제거할 거란 믿음이 팽배했지만, 비합리적 과잉 투자에 이은 위기 상황은 구경제와 전혀 다르지 않은 시장의 비예측성을 뜻한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만델이 신경제의 고유 논리로 적용한 기술순환 개념도 전통적인 경기순환의 틀 안에서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신경제도 구자본주의의 연장선에 서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월간평론)의 필자들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정보와 인터넷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 경제적 가치를 과대 해석해 새로운 경제 현실로 입론화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한 유력한 디지털 경제지의 불사조론이 '개그'로 보이는 연유는 아직도 이를 못느낀 채 여전히 신경제론의 꿈과 희망에 갇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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