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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해고를 해고하라

닷컴해고를 해고하라 [한겨레]2001-03-30 01판 25면 1293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경우없는 해고통보' '비인간적 대량해고' '노동자 정서의 절대 무시'현재 벌어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닷컴 해고의 특징이다. 전자우편을 이용하거나 대형 회의실에서 갑자기 불러 직원을 내쫓는 방법은 그나마 점잖은 축에 든다. 해고된 사실조차 몰랐다가 엉뚱한 경로를 통해 확인하거나 통보 뒤 몇 분 안에 신속히 짐을 싸야 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휴가나 출장을 간 사이에 자리를 정리하는 것도 흔히 일어나는 풍경이다. 이렇게 회사 밖으로 던져진 미국 닷컴 노동자만 지난 10개월간 적어도 6만5천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경기 침체와 불투명한 전망을 타고 닷컴 기업의 무분별한 해고 경쟁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주는 일반적으로 해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는다. 과연 의도한 대로 이뤄질까? 가끔은 맞지만 대개는 아니다. 최근 발표된 경영자문회사들의 조사 결과는 오히려 해고의 부정적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머서경영컨설팅은 대량 감원을 행한 기업 중 70% 가량이 해고 뒤 5년간 이윤을 증가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베인앤드컴퍼니도 대량 또는 반복적인 감원이 3년 이상 해당 기업의 시장 성과를 떨어뜨린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경량화가 살아남은 직원들의 사기 저하, 과중한 업무, 정상적 의사소통의 단절 등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악화시킨다는 분석이다. 경제분석가들은 닷컴 기업들의 해고 발표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서 벗어난 해당 기업의 초단기적인 선전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런 회사에는 주식 투자자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것과 아예 투자를 멀리하라는 조언까지 하고 있다. 감원 발표를 통한 주가 상승 혹은 부양 효과란 마치 근육 강화제와 비슷해서 순식간에 이전보다 더 악화한 상태로 되돌린다고 본다. 결국은 해고가 문제 해결의 능사가 아니란 얘기다. 연일 터져 나오는 감원의 회오리 속에서 경기 둔화와 회복의 징후만을 재려 한다면 서글픈 일이다. 완전히 추락하는 노동자들의 사정은 아랑곳없다. 수치로 환산된 경제 진단에서 살아 숨쉬는 노동에 대한 감정 평가는 여전히 부실하다. 게다 닷컴 기업들의 비상식적인 해고 경향은 노동자를 신경제의 가장 중요한 지적 자산으로 떠받들고 사내 가족주의를 외치던 시절을 민망하게 만들고 있다. 그토록 기업들이 경청해 마지않던 보수적인 경제 전문가들의 목소리마저 닷컴 해고에 비판적이라면, 이에 더욱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한 경제 분석가가 토하는 자성의 한마디 말은 요즘같은 때에 그 의미가 명쾌하게 다가온다. "닷컴 해고를 해고하라." 이광석/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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