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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정보 민들레 홀씨되어

열린 정보 민들레 홀씨되어 [한겨레]2001-04-13 02판 25면 1340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정보란 여러 사람들과 나누면서 사용해보고 실험하고 비판하고 덧붙임으로써 무럭무럭 자란다. 소수에게 집중돼 접근이 안되는 정보는 곧 멍청해진다. 네트워크는 고여 있는 정보를 신선하게 바꿔주는 통로 구실을 했다. 컴퓨터 전문가들이 공동작업으로 이뤄낸 대안의 운영체제인 리눅스 프로그램은 네트워크를 통해 커온 '열린 정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하지만 자본주의 역사에서 정보 소유권에 대한 집착이 지금처럼 심한 적은 없었다. 정보의 '닫힌 모델'이 신경제 가치생산의 근본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대응은 질적으로 상반된다. 리눅스와 같은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국한되지 않는 정보의 사회적 공유론이 체계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닫힌 정보에 숨통을 트는 공유의 정신을 네티즌들 스스로 체득한 결과다. (해커윤리)라는 책에서 페카 하이마넨이 요약한 '열린 자원 모델'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정부나 기업의 개입 없이 인터넷을 통해 개인들이 직접 정보자원들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자는 얘기다. 정보공유론에 대한 동조 움직임은 다양하다. 법학 쪽에서는 미국 하버드 법대 교수인 로런스 레식을 중심으로 '열린 법'이라는 모델이 실험되고 있다. 열린 법은 누구든 상관없이 인터넷상에서 법 초안과 법정 진술문 등을 지적 협업으로 만들어가자는 공개 포럼이다. 교육계의 중요한 변화로는 지난주 발표된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오픈코스웨어' 계획을 들 수 있다. 이미 여러 대학에서 도입한 원격교육 모델이 이용자를 제한하고 이윤논리에 근거한다면, 이 새로운 계획은 모든 이들에게 무료로 접근이 가능하고 다양한 논의들을 생산하는 공유모델에 기반한다. 매사추세츠공대의 이런 열린 교육 모델이 실현되면, 참여의사를 밝힌 940여 교수의 2000개가 넘는 강의 내용과 관련 자료들을 누구나 웹상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1억달러의 비용과 10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는 이 계획의 혁명성은 단지 정보의 공개와 이용이라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원이 공개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배양의 효과가 더 중요하다. 자발적인 이용자들이 주고받는 견해와 비판이 정보의 가치를 증식시키는 것이다. 리눅스의 작은 공유정신이 열린 법, 교육, 저널리즘 등의 다양한 이름을 달고 사회 곳곳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보공유 모델이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지금까지 신경제의 새로움은 구경제에 비해 전혀 새롭지 못했다. 신경제 또한 정보 통제와 화폐 중심이라는 못된 구습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열린 모델의 사회적 실험들은 이 허울뿐인 신경제에서 먼저 고려돼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되묻고 있다. 이광석/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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