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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낯선 디지털 예술

아직은 낯선 디지털 예술 [한겨레]2001-04-06 04판 25면 1334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미술관이나 화랑이 예술 작품을 불구로 만드는 닫힌 공간이란 부정적 인식이 늘 있었다. 프랑스의 기 드보르 같은 작가는 이렇게 박제화한 예술 공간에 반기를 들고 대중의 일상 삶에 예술을 병합.폐기하자는 급진적 주장을 펴기도 했다.요즘 현대 예술의 전시 환경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을 높여줄 신선한 변화가 일고 있다. 전통적 미술관들이 물리적 장소에 상관없이 인터넷을 통해 미적 표현물을 전시하는 기획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010101: 기술 시대의 예술'(www.sfmoma.org/010101/)이 그 예다. '010101'은 2001년 1월1일 정오라는 가상공간에서의 전시 기점과 디지털 코드의 상징적 조합에 의한 예술 실험이라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이어 미술관 전시도 병행하고 있다. 전시작들은 전통의 미술 도구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장비들을 이용해 인간의 새로운 디지털 오감을 자극한다. 한국 작가 이불씨의 설치 작품을 포함해, 출품작들은 첨단 기술의 새로운 도구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머리에 쓰는 스캐닝 장치를 이용해 시각의 움직임에 따라 만들어진 그림, 시청각 디지털 장치를 이용해 실제 사물들을 가상화하는 작업, 반대로 컴퓨터 작업을 통해 가상을 현실로 구성한 작품, 입력 프로그램에 따라 구동하는 컨베이어에 작품을 자동 생산하는 조각 장비, 마치 컴퓨터 게임과 같은 서사 구조와 형식을 빌린 웹기반 작품 등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매체 기법들을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 예술의 흐름에서 디지털의 자유로운 속성만큼이나 미학적 표현 수단이 더없이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온라인 전시물의 여유있는 감상이 초고속 인터넷 장비, 성능 좋은 컴퓨터, 각종 그래픽 연동 프로그램을 가진 관객에게만 허용된다는 점은 난제로 남는다. 힘에 부치는 컴퓨터들은 사이트의 초입에서 맥없이 먹통이 된다. 무료 입장 대신 이용자의 경제적 능력이 예술 관람의 1차 조건으로 버티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접속의 불균형이 생기면 디지털 예술은 좀처럼 일반인들의 손에 잡히지 않는 0과 1의 조합에 불과하다. 관람 중에는 다른 장벽에 가로막힌다. 사이트에 친숙하지 못한 이용자들은 낯선 인터페이스에 애를 먹는다. 뒤늦게 익히는 컴퓨터에 대개가 중압을 느끼듯, 전시 페이지의 전체 구조에 적응하는 데도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관객은 인터넷에서 경험하는 여러 제약에서 예술 수용의 또 다른 닫힌 구조를 느낄 공산이 크다. 게다가 80년대부터 사이버문화의 극단에서 주목받았던 다양한 전위예술가들을 전시에서 전혀 접할 수 없는 데서도 반쪽 잔치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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