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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강병론’의 뒤안

'네트워크 강병론’의 뒤안 [한겨레]2003-02-19 01판 20면 1352자 정보통신·과학 컬럼,논단 네트워크 규모가 커질수록 그 가치와 효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일러 ‘메트컬프의 법칙’이라 한다. 네트워크의 효용가치가 과대 선전되면서 이 용어도 사회 각 방면에서 유명세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스러지는 신경제로 인해 이마저도 각종 기술법칙들과 함께 줄줄이 다 쭈그러들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퇴물의 이 네트워크 찬양론이 최근 미국 매파들에 의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군사 전력 개선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른 이른바 ‘네트워크형 전쟁’(Network Centric Warfare) 때문이다.네트워크형 전쟁은 1998년 신경제 법칙에 눈을 뜬 일부 군사전문가들에 의해 처음 응용돼 제안되었다. 그 중의 한 사람인 국방부 군사력전환국 국장 아서 체브로스키는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네트워크형 전쟁의 아버지”로 치켜세울 정도로 아낌없는 신임을 받고 있기도 하다. 네트워크형 전쟁의 구체적 윤곽은 2000년에 이르러 미 국방부가 전군의 첨단화를 목표로 한 중단기 전력 보강안 ‘조인트 비전 2020’을 펴내면서, 그리고 2001년 국방부 보고서에서 그 자세한 모습이 공개됐다. 구상의 핵심은 네트워크를 이용한 정보 우위다. 내용은 이렇다. 전장을 아군의 통합된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네트워크를 키우면 정보 공유력이 증가한다. 공유가 늘면 정보의 질과 상황인식 능력이 향상된다. 그러면 전투 수행 속도와 효과가 극대화한다. 비약과 단순논리가 묻어난다. 실제 전투 현장의 다양성 등을 무시한 네트워크 정보에 의한 상황 제압론이 얼마나 무모한지 전혀 물음이 없다.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난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구상만큼이나 터무니없다. 마침내 얼마 전 한 군사전문가가 미 육군 군사저널 〈척도〉에서 네트워크 강병론을 허황한 꿈이라고 대놓고 비판했다. 예비역 육군 중령인 존 젠트리라는 이 군사전문 저술가는 기본적으로 정보 네트워크의 통합구조는 그만큼 외부의 가상공격에 취약하고 불안정하다고 본다. 또 정치·심리·조작 등 다양하고 우회적인 적의 반격에 의해 네트워크 능력이 쉽게 악용되고 굴복당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특히 개개 전투 단위들이 무수히 제공되는 정보에 치여 이의 판독과 경중을 따지는 능력이 부재하다면 네트워크 기술은 오히려 전투의 상황 판단에 해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결국 현실적 고려 없는 군사기술 개발에 매달리지 말고 군의 인적 체계와 조직 체계의 질적 개선을 강조해야 한다고 본다. 또 군의 이익이 전체 비용을 넘어설 때만 신중히 해당 군사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충언도 덧붙인다. 네트워크형 강병론을 부추겨 슬며시 천문학적 이득을 취하려는 군산복합체의 꿍꿍이속을 버리라는 뼈있는 말로 들린다. 이광석/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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