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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우익의 ‘더러운 거래’

신종 우익의 ‘더러운 거래’ [한겨레]2003-04-02 01판 20면 1283자 정보통신·과학 컬럼,논단 지난주 미국 매파의 한 권력 실세가 국방부의 정책자문집단인 ‘국방정책위’ 위원장 자리를 물러났다. 국방정책위는 골수 우익들의 중요한 실력행사 통로로 알려져 왔다. 이런 자리를 리처드 펄이란 인물이 눈물을 머금고 물러선 데는 사연이 있다.뇌물 추문 펄위원장의 낙마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과 함께 펄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좌우하는 이른바 ‘네오콘’의 핵심에 있다. 네오콘이라 하면 다자간 외교 협상에 기초한 현실론이나 방어적 안보 개념을 중심으로 삼던 과거 우익들과 달리 미국의 도덕적 상에 세계를 꿰맞추기 위해 무력도 불사하는 제국주의의 신종 우익들이다. 레이건 정부 시절 국방차관보를 지내며 실력을 자랑했던 펄은 9·11 테러가 나기 이전부터 이라크 침략을 종용해왔고 이번 침략의 조기 종결론을 주장하며 한껏 언론에서 바람을 잡아왔다. 그런데 펄펄 날던 펄이 뇌물 수수 혐의로 덜미를 잡혔다. 도산에 처한 글로벌크로싱 회사의 광통신을 중국의 한 회사에 넘기는 브로커 구실을 맡으며 엄청난 돈을 챙기려다 언론에 발목을 잡혔다. 본인은 무고하다고 하지만 정책위 위원장 자리를 십분 이용해 국방부에 압력을 넣어 이 회사의 자산 처분 허가권을 얻으려 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편, 국토 방위·보안 분야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는 부시 행정부의 왜곡된 ‘뉴딜’ 사업에 연고를 가진 펄과 같은 매파들이 그 떡고물에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같은 국방정책위 위원으로 있는 헨리 키신저 등과 함께 근래 보안관련 벤처 회사를 차렸다. 지난 1월에는 이 회사의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덤비면서 ‘이란-콘트라 스캔들’의 핵심에 연류됐던 중동 무기상과 식사를 하다 발각돼 그가 꾸미는 ‘더러운 거래’의 실체가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사태가 이쯤 되자 자진 사퇴를 청해 더 큰 잡음을 막고자 하는 정치적 계산이 섰던 모양이다. 2001년 자신을 임명했던 럼스펠드에 누가 되지 않겠다며, 그리고 현 이라크 침략에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며 매파들에게 충정어린 고별사를 남기고 떠난다. 못내 아쉬웠던지 펄은 정치적으로 자신의 “좌익 정적들의 음모”에 당했다고 투덜거린다. 국방예산 ‘떡고물’ 찾아서… “펄 혼자만이 아니다.” 최근 〈비즈니스위크〉의 기사 제목이다. 전시 체제를 조성하며 국가 권력집단의 자문 구실을 통해 실력을 행사하고 이권을 챙기는 우익 매파들의 일부 계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펄을 비롯해 명분없는 침략을 꾀하고 그에 기대어 사익을 취하는 ‘미꾸라지’들이 권력집단의 도처에서 물을 흐리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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