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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3 -- 김연아, 스포츠 그리고 고려대

신문을 보니 온통 김연아 기사다.
김연아가 세계 피겨 선수권에서 1등을 하고 나니까 언론들은 그이를 따라 다니며 국민이 알 필요 없는 것까지 시시콜콜 보도에 열을 올린다. 김연아가 우승 못했으면 무슨 기사를 실을지 걱정될 정도다.

김연아는 지난해 10월에 수시 2학기에 체육 특기자 전형으로 고려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합격했다. 그리고 어제가 첫 등교하는 날이다. (체육 특기자 전형도 맘에 안 든다. 왜냐하면, 한 가지만 잘해서 대학에 들어가고 메달 몇 개 따고 졸업시켜주는 제도는 스포츠 기계를 만드는 제도지 교육제도라고 말할 수 없다.) 그것도 한 달 만에 첫 등교하는 날이다.

김연아는 대학 총장실에서 학생증을 받고 총장이 직접 안내해 주는 것에 따라 교내 중앙도서관까지 갔다. 거기서 3권의 책을 빌리고 한 시간 남짓 학교에 머물다 떠났다.

김연아가 한 일은 별로 없다. 뒤늦게 학교 와서(요즘 대학교는 한 달에 한 번 등교해도 되나? 그것도 출석이 아닌 등교 말이다.) 학생증 받고 (그것도 총장한데 직접) 도서관에서 책 빌리고 (어느 신문엔 빌린 책 3권의 제목도 실려 있다.) 잠깐 캠퍼스 거닐다 간 것 뿐이다. 그런데 온통 김연아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듯 기사가 나간다.

사실 스포츠가 상업화한 것이 새삼스런 이야기도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엔 국민이라는 접두어가 한 개씩 붙어서 은연중에 민족주의의 감성을 자극한다. (심지어 국민노예라는 별명이 붙은 야구 선수도 있다.)

문제는 민족주의는 아직도 이성을 마비시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발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민족주의와 전체주의는 ‘좀 더’와 ‘좀 덜’의 차이일 뿐이다.) 눈치 빠른 스포츠 프로모터들은 재빨리 스포츠와 민족주의를 결합시킨다. 최홍만이 일본에서 이종격투기 대결을 할 때 경기 며칠 전 서울 거리엔 “최홍만, 독도를 사수하라”라고 쓰인 현수막이 내걸리기 까지 했다. 그리고 미국 슈퍼볼 영웅 하인즈 워드는 우리가 그토록 거리감을 두고자 하는 혼혈인이지만 MVP에 선정되고 나서는 거의 광풍에 가까운 바람이 일었다. 갑자기 “한국계”가 유일한 끈인 양 끈질기게도 물고 늘어졌다. 이것은 성공한 이들만 ‘골라서’ 환영하는 스포츠로 인한 이성 마비 현상이다. 이럴 때 특히 언론은 집단적 이성 마비를 부채질 한다.

잘 나가는 김연아가 질투 나서 이러는 게 아니다. 그이가 얼음판에서 흘린 땀은 그 얼음판 보다 클 것이고, 직업까지 팽개치고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해준 부모의 노력은 가히 짐작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아를 마냥 좋아할 수 없는게 김연아를 이용해서 한 판 “쇼”를 벌인 고려대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대부분의 신문에서 김연아의 기사를 실었지만 어느 신문의 사회면 구석에는 ‘치졸한 고려대’라는 제목으로 이른바 ‘출교생’ 7명에 대하여 무기정학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법원에서도 무효로 판결난 퇴학처분에 대해 어떻게 해서든 본때를 보여주려 안간힘 쓰고 있는 치졸한 고려대 기사와 김연아를 보디가드하고 있는 고려대 총장의 사진이 오버랩 된다.

정말 싫다.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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