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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2 -- 방태산 산책길

방태산 산책길

역시나 무모한 산책이였다.
자연을 경외한다고 하면서도 살짝 얕잡아본 잘못의 댓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
하물며 비가 온다고 한걸 알면서도 강행한 무모함은 무슨 변명도 필요없으리라.
하지만 살아서 돌아 왔고 밑도 끝도 없는 긍정성을 기반으로 마무리는 해야겠다.

경운기가 다닐만하다고 봐야 맞겠다.
그렇게 넓지도 좁지도 않은 숲속 길을 계속 걸어갔다.
날씨가 좋다면 최고의 산책길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시작할 때 부터 시작된 빗줄기는 정말 한 번도 그치질
않고 내내 앞길을 가로 막는다. 이젠 정말 물이 무섭다.

냇물을 건너기를 너댓번.
여섯번째 쯤 왔을 때 다리가 유실되어 인간 사슬로 서로 손을 잡고 건너야 했다.
물 속에서 한 번 넘어지면 끝이다.
"사진을 찍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먼저 건너가서 하나라도 돕자. 한 번 물에 빠진 몸은 오들오들 떨려왔지만
눈치 볼 수가 없다. 배낭을 내려놓고 다시 물로 들어갔다.
내 몸 하나 버티기도 힘든 삐쩍 마른 몸이지만 일단 물속에서라도 있어야한다.
그래도 나를 믿고 손 내미는 사람이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건너서 30여명의 사람들이 모두 건넜다.
"이제부터 제발 다리야 나오지 마라."

앞서가던 사람이 뛰어간다. 무슨 일일까? 불길함이 현실로 맞아떨어지는 두려움.
다리가 유실된 곳이 10미터 정도 될까싶은데 냇물이 성난 듯 휘몰아 친다.
도저히 건널수 없는 상황.
일행중에 한 사람이 산을 넘자는 의견으로 다시 온 길을 돌아가 산을 넘기 시작했다.
바로 옆은 뭐든 삼킬 듯한 냇물이 흐르고 계곡을 따라 숲속을 헤쳐가야 했다.
드디어 길을 찾았고 유실된 다리를 계곡을 돌아서 건널 수 있었다.

겨우 산을 내려와 식사를 하고 몸을 녹였다.
이제 서울로 갈 시간.
버스를 타고 가는데 어째 이상하다.
차량을 통제하는 경찰들이 있는데 경찰우의는 입었는데 신발은 슬리퍼다.
"지방이라 그런가? 신기하다"싶다.
바로 옆은 내린천의 거친 물살이 흐르고 도로는 강변을 따라서 있다.
조금 가다보니 강물이 범람해서 도로가 침수되어 있다.
어어~ 하는데 벌써 버스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침수된 도로로 들어간다.
깊어보이지는 않지만 침수된 도로가 100미터는 될 듯한데...
결국 차 밑으로 뭐가 걸린 듯 꽝하더니 시동이 꺼진다.
"헉! 이건 또 뭐야~"
몸의 모든 털이 일어나는 느낌이다. 여기서 시동이 안걸리면 진짜 완전 고립이다.
운전석 옆을 보니 내린천의 거친 물살이 날 보고 있는 듯 싶다.
별의별 상상이 다 든다. 버스가 물에 뜨던가? 그러다 버스가 쓰러지면 어떻하나?...
시동을 다시 걸어본다.  시동이 걸린다. 천천히 후진을 한다.
차창밖의 전봇대가 서서히 앞으로 간다. 차가 후진을 하는구나.
천천히 천천히 침수된 도로를 벗어난다.



오늘 하루만 새치가 반은 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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