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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30 -- 토요일 오전 늦잠자고 나서..

토요일 오전.
늦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집안에 혼자있더군요.
아침겸 점심을 대충 챙겨먹고 집안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밤이 널려있더군요.

처음본건 아니지만 오전의 따스한 햇살에 널려진 밤을 쳐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하시던 일을 접고 쉬시는 아버지는 아깝다고 하시며 수락산 근처로
거의 날마다 밤을 주우러 다니십니다.
배낭 하나 가득 동전만한 밤을 주워오셔서는 방안가득 널어두십니다.
그리고는 아주 먹을 수 없는 밤만 빼고는 모두 반으로 자르십니다.
한번 말리고 나면 겉껍질이나 속껍질이 잘 까진다고 여기 저기
공간만 있으면 모두 널어 두십니다.
그 다음엔 밤늦은 시간까지 밤을 까는 일을 하십니다.

그냥 먹으면 딱딱해서 이빨이 아플정도로 말려진 밤들은 밥짓기전에
열시간 넘는 동안 물에 불린 다음에 쌀과 함께 솥에서 밥으로 변합니다.
아마 내년 봄까지는 밤밥을 계속 먹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 할일 바빠 한번 도와드린적도 없지만 도움도 바라지 않으실듯 하십니다.
밤엔 눈아프시니까 하시지말라 해도 묵묵히 계속하십니다.
하기야 당신이 즐기시고 좋아하시니 말려 무엇하겠습니까..
옳은건지 모르겠지만 내년에도 그 후에도 밤을 줍고 까는 일을 계속하셨으면 합니다.


가끔 널어둔 밤을 비둘기나 새가 쪼아먹는다고 싫어하십니다.
혼자의 몽상이지만 허수아비를 세워둘까 생각을 해봅니다.
도시에 허수아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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