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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에게 소중한 것, 해방의 조건과 열쇠

  판타지 소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마법사를 대포의 판타지적 표현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에서 근원이야 다양하지만 여튼 괴상한 힘으로 빛과 바람과 불꽃을 만들고 하늘을 움직이고 땅을 진동시킨다. 결국 이 힘은 대부분 전쟁 등의 살상에 집중되어 사용된다. 그 압도적이고 비생산적인 파괴력! 심지어는 악마의 소환이나 세계의 멸망 등 도대체가 무의미한 짓거리-핵무기 개발과 비슷할 정도로-에 일생을 바치는 마법사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들이 화염구를 만들어 선량한 이웃을 구워버리는 대신 이웃에게 줄 빵을 구워낸다면, 이들이 악마를 소환하는 시간에 잔치에 쓰일 돼지 고기를 소환한다면, 이들이 마법검을 만들어낼 땀으로 마법 농기구를 만들어낸다면, 반란 농민을 학살하느라 심신이 피곤한 기사를 치료하는 대신 반란 농민을 부활시키는데 그들의 영혼마저 바친다면 그 세상은 좀 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물론 그것은 진실로 판타지에 불과하다. 오늘도 가난하고 힘없는 이웃의 머리 위에 떨어질 집속탄을 위해서 엄청난 양의 돈이 허공에 증발하고 있지 않는가? 그 돈이면 굶주리는 이들에게 유용한 양식을 줄 수 있건만.


아무리 주인공이더라도 버스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서는 곤란합니다

 

  간만에 생산적인 분야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마법사를 다룬 만화책을 발견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만화에서는 마법사가 사람의 염원을 들어주는 마법을 사용한다. 짧은 이야기-얇은 책으로 두권 정도-의 주된 내용은 국가 공무원인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 수습 기간을 밟고 있는 유메라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람의 염원을 들어준다는 것, 그것에 관한 몇 가지 물음을 작품은 던진다. (나름대로 생각해보자. 판타지의 탈을 쓴 무협지보다 더 상상력에 근거한 설정과 질문에.)

 

  약간 벗어난 이야기를 해보자. 과연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마법사가 있다면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과연 작품과 같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그것이 사용될까? 마법사들이 이라크에 파병되어 무협적 판타지처럼 하늘을 가르며 땅을 뒤엎지는 않을까? 효율적인 노동력 공급을 위해 사람들을 세뇌하고 좀비로 만드는 일에 종사하지는 않을까? 혹은 정보 경찰의 앞잡이가 되어 사람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고 일상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다니지는 않을까? 마법에 의해 생산량이 극도로 늘어난다고한들 그것이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질까? 지금도 인류 전체가 배터지게 먹고 남을 식량(1인당 3500kcal의)이 해마다 생산되고 있음에도 수백만의 어린이가 굶어죽고 수 억의 인류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데?

 

  전구의 발명은 인류를 어둠으로부터 해방시켰다. 그와 동시에 인류를 추가 근무와 주야 맞교대 근무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원자력은 방사능 치료를 통해 사람을 살리는 동시에 그와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음의 공포 혹은 그 자체로 내몰고 있다. 휴대폰은 공간을 초월하여 사람들을 연결하는 동시에 시공을 초월하여 사람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괴물로 작동하고 있고, 눈부신 생산력의 발전은 거대한 낭비와 파괴로 사라지고 있다.

 

  과학을 비롯한 기술의 발전은 그 자체로 해방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해방의 조건을 만들어 줄 따름이다. 해방의 열쇠는 그 발달한 생산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그것을 계획하고 통제하는 자가 누구인가에 달려있다. 마법이건 과학이건 그 무엇이건 그 모든 해방의 조건을 진정한 해방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자들은 누구인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경쟁하는 한 줌의 무리들인가 아니면 자신들의 필요를 위해 세계적인 생산을 통제할 수 있는 조직된 직접 생산자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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