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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관광까지 취소하는 이유가 뭔가

"평온한 관광까지 취소하는 리유가 뭔가"
 
 
 
▲ 2000여 관광객들은 17일 우중속에서도 구룡연, 만물상, 삼일포 등지를 관광했다.
ⓒ2006 오마이뉴스 장윤선
"민중의 평온한 관광까지 취소한다는 것을 리해할 수 없습니다. 미국도 가진 핵을 우리라도 못 가질 리유가 없습니다. 핵활동은 인민생활과 경제활동에 리용하고자 개발하려는 것이지 결코 한반도의 위협을 만들려는 게 아닙니다. 미국의 고립, 제제, 압박으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그들이 옳은 립장으로 나오면 우리도 옳은 립장으로 나갈 것이며, 그들이 그른 립장으로 나오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핵실험 이후 10일째 되던 17일 오전, 금강산 북측 CIQ에서 만난 북측 고위급 관계자는 한때 금강산관광 취소율이 60%대까지 올라갔던 상황을 좀체 납득하기 어렵다는 태도였다.

핵실험은 북한의 경제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활동인데 지나치게 위기감이 조성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관광은 핵실험과 관계 없는데, 왜 금강산관광이 축소돼야 하는지 오히려 그 이유를 묻고 싶다"며 "금강산은 평온한데 남측이 정세를 앞세워 민중의 평온한 관광까지 취소하면서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측 고위 관계자 "금강산관광, 돈 바라고 진행한 사업 아니다"
만일 외부적 요인(대북 제제조치의 일환)에 의해 금강산관광이 중단되게 된다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이 관계자는 "우리는 남조선 민중들에게 조선 제일의 천하강산인 금강산을 보여주자는 차원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며 "우리민족끼리 6·15시대를 열어나가자는 의미에서 벌이는 금강산관광 사업에서 수입을 바라면서 하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김정일 위원장의 광폭정치 차원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에 동참한 것"이라며 "돈 바라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게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핵실험은 북측과는 대화하지 않으면서 경제적 제제, 압박전술로 나오는 미국에게 굳건한 자위력과 국방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지 결코 남측이나 금강산 관광객들에게 전쟁위협과 안보불안을 조성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금강산 현지에서 9년째 해설원을 맡고 있는 한 여성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 협력사업의 마지막 보루"라며 "만일 두 사업이 중단되게 된다면 남북관계 또한 6·15시대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여성은 "평화는 창조이며 전쟁은 파괴인데 이 세상 어디에서 파괴를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겠냐"며 "우리(북측) 역시 파괴를 원하지 않으며 한반도에 빨리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북측 CIQ에서 통검(통행검사소) 업무를 맡고 있는 30대 군속의 한 여성도 "핵실험은 미국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전쟁 걱정하지 말고 평화롭게 관광이 이뤄지고 있으니 안심하고 놀러오시라"고 말했다.

남측 관광객들의 통행절차를 밟으며 물품단속을 하던 40대의 한 여성은 "요즘 금강산관광이 축소돼 현대아산이 많이 어렵다고 알고 있다"며 "기자들이 정론으로 금강산관광에 대해 보도한다면 노트북을 줄 것이요, 열심히 홍보하지 않는다면 노트북을 주지 않겠다"고 농담 섞어 현재 상황을 우려하기도 했다.

"같은 조선사람끼리 핵실험 무서워하는 건 어불성설"
현대아산의 북측 사업파트너인 명승지종합개발회사의 한 관계자는 "핵실험 때문에 금강산관광이 중단돼야 할 이유는 없다"며 "금강산관광은 민족간의 일로 핵실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못 박았다.

그는 "고양이가 쥐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면 쥐도 막판에는 고양이 뒷다리를 물게 되는 법"이라며 "미국이 지속적으로 대북 경제제제를 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자위적 차원에서라도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금강산 구급봉사대의 한 대원(25)도 "고구려 사람들이 고구려 땅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만들었던 것처럼 핵실험은 조선반도의 방위력을 위한 것"이라며 "같은 조선사람들이 핵실험을 무서워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강산의 사계 중 가장 아름답다는 풍악산의 단풍 절경을 놓치면 평생을 두고 후회하게 될 테니, 예약한 관광 취소하지 말고 꼭 보러 오시라"고 당부했다.

▲ 금강산의 가을단풍. 17일 아침 일찍 산에 오른 사람들은 갑자기 내린 비로 온몸을 적시기도 했다.
ⓒ2006 현대아산
▲ 금강산옥류관. 평양옥류관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이곳에선 '냉면'이 단연 인기를 끌었다. 냉면 값은 12달러.
ⓒ2006 오마이뉴스 김정훈
▲ 견진 스님이 팔순 노모의 효도관광을 위해 금강산관광에 나섰다.
ⓒ2006 오마이뉴스 장윤선
관광객들 평온한 가운데 여행길... 정치쟁점화 불필요
"사람 없어서 너무 좋아!"
금강산 노천탕에서 알몸취재

17일 오후 금강산 외금강 만물상과 구룡연, 삼일포 관광 등에 나섰던 관광객들은 갑자기 내린 비로 온몸이 흠뻑 젖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젖어버린 관광객들은 금강산 온천장에서 피로를 풀었다.

현대아산 관계자에 따르면, 금강산 온천장은 매월 한번씩 음기와 양기를 보충한다는 차원에서 남탕과 여탕을 바꿔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루에 한번씩 남탕과 여탕을 바꾼다. 온천장 노천탕에서도 '아줌마'들 사이에는 단연 북한 핵실험과 금강산 관광이 입도마에 올랐다.

"사람 없어서 너무 좋아! 학생들 바글바글 했어봐. 이렇게 조용한 가운데 온천을 즐겨? 말도 안 되지. 북한이 암만 핵실험한다고 해서 우리같은 민간인들을 뭐 어떻게 하겠어요?"
청주에서 8명이 단체로 관광 온 띠모임 계원들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얼굴에 주름 하나라도 없애기 위해 이렇게 노력한다"며 한바탕 웃었다.

노천탕에서 만난 여성 관광객들은 저마다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안개가 자욱한 세존봉과 수정봉에 둘러싸여 자연을 감상하며 온천을 즐겼다. 50도의 천연온천수를 사용하는 금강산 온정리의 온천장 요금은 성인 12달러, 아동 10달러.
이날 금강산을 방문한 관광객 790명을 포함해 총 2000여명이 머물고 있던 현지도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보수언론들이 금강산관광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과 달리 아무런 위협적 징후 없이 관광이 지속되고 있었다.

새벽 6시부터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 현대아산 휴게소에 나와 발권 절차를 밟은 금강산 관광객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서울 분위기와 자못 다른 표정이었다.

허영희(59·농업)씨는 "국가가 허용하는 관광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여행길에 나섰다"며 "위험하다면 정부가 나서서 막았겠지만 아무런 위험요소가 없기 때문에 국가가 허락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팔순 노모와 함께 효도관광에 나선 견진 스님(조계종 신원사)도 "관광을 정치쟁점화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북한 핵실험은 남북 생존권과 평화를 와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지혜롭게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견진 스님은 "미국과 북한이 서로 대화의 테이블로 나와 하루 속히 타협점을 찾기를 바란다"며 "한반도에 전쟁의 기운이 걷히고 빨리 평화 무드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부부동반 계모임으로 금강산관광 길에 오른 박옥헌(56·주부)씨는 "아무리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이라도 평범한 민간인을 억류하는 일이 발생하겠냐"며 "중국이냐 금강산이냐 고민 많이 했는데, 그래도 중국을 돕는 것보다 북한을 돕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금강산관광을 강행하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씨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쉽게 발발할 것 같지 않다"며 "아무리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고 미국 맘대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하지만 주변국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군사적 행동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북한에 같은 혈족이 살고 있는 한 금강산관광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인 스콧이 17일 금강산 외금강 만물상 코스에 올랐다. 스콧은 삼선암 아래에 마련된 노점 면세점에서 북측 판매원들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에 대해 묻고는 술잔 2개를 샀다.
ⓒ2006 오마이뉴스 김정훈
▲ 금강산 외금강 삼선암에서 관광객들에게 전설을 설명해주는 한 해설원이 비를 맞고 내려오는 관광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또 오십시오, 다시 만나요"라며 빗길에 조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2006 오마이뉴스 장윤선
▲ 금강산에서 나는 자연산 땅콩을 팔고 있는 면세점 직원. 관광객들은 많았으나 상품이 많이 팔리지 않아 "땅콩 사세요"라고 호객행위도 했다.
ⓒ2006 오마이뉴스 김정훈
금강산 찾은 한 미국인 "동양의 매력 넘치는 명산"
집에서 '간 큰 여자'라는 놀림까지 받으면서 금강산관광을 강행했다는 이희순(44·주부)씨도 "내심 두렵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막상 금강산에 와보니 설악산과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이 든다"며 "남북간 군사분계선을 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조치들이 조속히 없어져 좀더 간편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왔다는 스콧 갈치크(32)는 "금강산은 동양의 매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명산"이라며 "비가 오지 않았다면 더욱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날씨를 탓하기도 했다. 이날 금강산에는 스콧 이외에도 서양인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서양화가 송태관(52)씨는 "금강산에 와보니 그림 소재가 너무 많다"며 "다음번엔 아예 화폭을 들고와서 금강산에 앉아 그림을 그리면서 사생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예총의 임장수 화백도 "전쟁이 나겠냐"며 "두번째 금강산 관광 길에 올랐으니 다음번엔 그림을 통해 금강산전을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도 서울 주재 상사 주재원 20여명이 다녀갔다"며 "핵실험이 벌어진 이후지만 외국인들의 관광은 축소되거나 취소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객 중에는 건강상이나 개인적 사정으로 여행을 취소했다가 당일 다시 와서 북측 CIQ를 통과하지 못하게 될까봐 노심초사한 사람들도 있었으나 모두 통과됐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11월 17일이면 금강산관광이 11주년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북측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초창기 같았으면 명단에 없는 관광객들은 CIQ에서 도로 짐을 싸야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사정을 봐준다"고 변화된 상황을 체감한다고 설명했다.

금강산은 이날 아침 9시 5분부터 후둑후둑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기 시작하면서 오후 4시 13분 북측 CIQ를 통과할 때까지 간헐적으로 비가 쏟아졌다. 빗속에서도 금강산 온정리에서 빨래하는 아낙과 서래질에 바쁜 농부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파랑 우산을 쓰고 어디론가 쏜살같이 사라지던 '빗속의 여인'도 만날 수 있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쌀과 비료의 인도적 지원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동시에 중단된 이산가족면회소도 주황색 골조들만 기둥을 세운 채 공사가 중단돼 관광객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이번 주말 금강산관광 완전 정상화"
[인터뷰] 김영현 현대아산 금강산사무소 총소장

▲김영현 현대아산 금강산사무소 총소장
 
김영현 현대아산 금강산사무소 총소장은 17일 "22일인 이번 주말을 고비로 금강산관광이 완전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65%에 달하는 취소율을 보였던 금강산관광이 10%대 미만의 취소율을 보이자 김 총소장은 금강산의 단풍이 절정에 달하는 이번 주말을 계기로 금강산관광이 완전 정상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현 총소장은 이날 "9일 오전 방송뉴스를 보고 우리측이 먼저 북측에 알려줬다"며 "금강산에 와있는 북측 실무자들은 핵실험 자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금강산에 와 있는 북측 실무자들조차 핵실험에 대해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측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위에서 하는 일이라 잘 모른다고 말했다"며 "거짓으로 속이는 게 아니라 정말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고 전달했다.

김 총소장은 "서울에서 위기감이 조성되는 것과는 달리 금강산은 아주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관광이 지속되고 있다"며 "남북이 함께 실무를 처리하고 있는 금강산 현지는 핵실험 전이나 후나 변함없이 협력적 관계 속에서 관광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핵실험으로 남쪽만 소란스러웠던 게 아닌가 싶다"며 "핵실험 이후 관광객이 줄어든다는 소식을 접한 북측 관계자들은 오히려 남측을 겨냥한 게 아닌데 왜 이런 정세가 됐느냐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2-3일 안에 금강산관광객이 예년수준으로 회복된 것에 대해 "핵실험 사태가 벌어졌지만 사재기 같은 게 없어진 것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위기 속에서도 남북경협이 지속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안보불안이 줄어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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