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혼자선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아

 

네이버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카페에 올린 글.

 

 

아파트 단지 안 조그만 수퍼에서 길냥이를 머무르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다리가 하나 없는 삼색이였는데, 수퍼 아주머니가 맘이 좋으셔서 창고 한켠에 자리를 내줬고
삼색이는 거기서 새끼도 낳았어요.
수퍼 손님들이 가게 앞 테이블에서 펴놓고 먹다 나눠주는 음식들 받아먹고,
아주머니도 뭔가 내주는 거 같고, 그렇게 지내고 있었어요.
삼색이는 그렇다치고.. 거기서 태어난 노랑무늬 아가는, 완전히 인간친화적이죠.
사람이란 자길 귀여워해주고, 먹을 걸 주는 존재로 알아요.
정확히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작년 가을 초입 무렵 태어나지 않았었나 싶어요.
 
저는 친구랑 같이 지낼 때엔 고양이를 데리고 살아본 경험이 있지만
지금은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앨러지성 천식이 심한 남동생이 있는지라,
동물을 들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해서..
걔네가 먹거리고 환경이고 뭐 그다지 최상이지는 않으니 약간 걱정은 되었지만
첨부터 정 주질 말자..란 심정으로 그냥 오다가다 모습이나 보고 그랬죠.
아주머니가 그 정도 해주시는 것도 정말 다행한 일이니까요. 정말 이뻐해 주신 건 사실이고.
 
헌데.. 며칠 전 보니깐 수퍼가 폐업을 했더라구요.
후에 동네사람에게 들어보니 가게 주인이 바뀐 거 같았습니다.
저희 집에서 그 수퍼가 창 밖으로 보이는지라 계속 내다봤는데,
어미는 며칠째 보이지 않았고.. 아가는 계속 거기에서 살고 있더군요. 가게 주인은 없어졌어도.
아가는 사실 거기 외엔 모를 겁니다.
나서부터 거기에서 지냈으니.
자는 자리는 창고 구석이고, 끙아는 옆 화단에서 하고, 오가는 사람들이 밥 주는 거고.
그렇게만 알고 있겠지요.
 
폐업한 걸 본 이후로 계속 걱정이 되는 겁니다, 보는 저는..
어제 창고 쪽으로 가봤더니 참치캔(인간용;) 서너개만 뒹굴고 있고..
사람이 돌보질 않는 장소가 돼버렸으니 조금씩 쓰레기도 늘어버리고..
 
그래도 누군가들이 먹을 걸 조금씩 적선하고들 있는 것은 분명해보였습니다.
포장용 플라스틱 그릇에 뭔가를 담아준 흔적도 있고.
저도 오늘, 쓰레기 봉투 들고 나가 널려진 캔과 쓰레기들 치우고,
스뎅 그릇 하나 놓아주고 거기다 급한대로 마트에서 사온 사료 좀 담아줬어요.
사람 소리 나니깐 금방 고개 빼꼼 내밀고 나와 또 무릎으로 막 올라오려 들고,
밥 담아주니깐 얼른 고개 처박고 잘 먹더군요..
 
그러고 있는 동안에도 동네 사람들이 여러 명 왔다 갔습니다.
하교 시간마다 고양이랑 한참 놀다 가는 여학생들,
학원 가는 길에 걱정이 되어서 보러 온 엄마와 딸,
지나가던 동네 꼬마 등등요.
걱정하고 이뻐해주는 사람들이 많긴 해요.. 저도 그 중 한 사람이겠고요.
하지만.. 휴우.
 
어째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절대로 길에선 살 수 없는 애고..
맘 같아선 어디 좋은 곳에 입양시켰으면 좋겠는데,
제가 데리고 와 임시로라도 케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 그것도 어렵게 느껴지고..
남자애라 중성화수술이 시급하거나 하진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일까요..
 
맘이 쓰여서 일이 손에 안 잡히네요.ㅜ_ㅡ 에휴
어쩌면 좋을까요..
 
 
 
임보처 구해서 입양 시켜야 되지 않겠냐는 리플도 달렸다.
내일 날 밝으면 사진이라도 좀 찍어서 그렇게 해볼까 생각은 하고 있는데,
늘 아수라장;인 탁묘게시판 사정을 익히 봐온지라
집으로 데려온 것도 아닌 저런 상태의 냥이를 잘 데려가 줄지 솔직히 의문이다..
 
왜 하필 바로 내다보이는 집 앞이어가지고..
왜 괜히 가서 쓰다듬고 그래버려가지고..
니미인생.
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