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나도 끼워줘"

한국 사회의 '우리 모두 코리아, 위대한 코리아'증후군은
개개인 자신이 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행복을 어떻게 찾는지도 배우지 못한 이 사람들은,
어느 특정 대기업의 성과물이나
어느 특정 뛰어난 개인의 성공에
지네들도 묻어가고 싶어하는 것이다.
저기 잘난 '너'와 아무것도 아닌 '나'의 차이를 지워 '우리'라는 자아로 만들기 위해
그렇게나 하나된 정체성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물질적인 축적과 경쟁에서의 우위가 가치있을 뿐
그렇지 못한 것은 저열하고 비루하다고 배워왔기 때문에, 그렇게 체화하고 살고 있기 때문에,
저열하고 비루한 자신을 인정할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묻어가려는 거다.
잘난 놈들한테.
그래서 하나된 공동체 의식을 숭앙하지 않거나 위협하는 놈들을 필사적으로 단죄하는 거다.
저열하고 비루한 자신을 직면하기 싫으니까.

 

가치 다변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한국 사회는 자격지심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콤플렉스 환자들로 꽉 찬 상태를
언제까지고 벗어나지 못할 거다.

 

 

철저하게 상도덕적인 견지에서
상인이 커스터머 뒷욕하고 다닌 것을 커스터머가 알게 되면 화가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또 뒷욕의 대상이 커스터머A일 때
커스터머B는 그다지 실망하지 않지만 커스터머A는 격렬히 분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커스터머A는 더 이상 그 상인의 물건을 사지 않겠지.

 

한국땅에서 장사하는 어떤 이가 한국 사회의 어떤 점들이 역겹고 싫을 수 있다.
그렇다는 발언에 진심으로 화를 내고 배신감과 윤리적 모욕감을 느낀다는 건,
스스로를 강하게 '한국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강하게 '한국'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마치 자기 자신이 직접적으로 까인 것과 같은 강도로 분노한다.
감히 나한테 생글거리고 물건을 팔면서 날 욕했었다니.
** 한국인 님이 열받으셨습니다 *


스스로 지 정체성 지가 정의한다는데 뭐라겠냐마는...
문제는 이 자기정체화의 형태가 옵션이 아니라 진리라는 데 있다.
안 그럴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차단한다.
오지라퍼들이 지겹다.
정말 지치도록 지겹다.
 

트위터로 리트윗하기

근황 공지

업뎃 없이 지내면서
잊을 만하면 올리는 근황 공지 포스팅.

또 미국에 와 있습니다.

또 한 3개월 있다 갑니다.
갈굼당할 막장 마감 민폐 인생이면서
편집자님의 손바닥 안으로 눈물 흩뿌리며 달겨드는 나도,
또 분명 복장이 터질 터인데 그걸 받아주는 편집자님도
어쩌면 변태이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7월 8일 ~ 10월 5일.
역시 저번처럼 핸폰은 로밍.

 


범아, 네가 봄에 만든 스크래치들이 희미하게 아물어 가고.
또다시 붉은 자국 선명한 새 스크래치를 얻게 되리라 생각했는데.
두 달 새 어른이 되었구나. 

 의젓한 척을 할 수 있다니.

 

 

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이런 결말

나보다 한 대여섯 살 정도 더 많은 이들이..
그러니까 영웅본색을 보고 성냥개비를 씹고
천녀유혼을 보고 가슴 두근거리며
홍콩의 애수어린 화려함을 마치 의형제처럼 생각하며
하이틴에서 20대 초반 정도를 보낸 이들이..
장국영이 죽었을 때 '청춘이 끝났다'란 느낌을 받았다고
집단 텔레파시라도 하는 양 뇌까렸지.

 

그 기분.. 나도 이해해.
역시나 홍콩 스타들을 동경하며 사춘기를 보내어 봤으니.

 

근데 이건..
노무현이 죽었다고 해.
자살이란다.
난 믿쑵니다 열렬지지파도 아니었고
그 사람은 내 방에 부로마이드가 걸려있었던 오빠님도 아닌 그저 일개 정치인이지.
그런데 내 기분이 그래.
청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말로 내 '20대 era'는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끝났구나.
그런 기분이 들어.

 

마냥 학생이었던 시절을 뒤로 하고,
희망의 본얼굴이 무엇인지 배신의 뒷모습이 무엇인지,
나, 너, 우리, 그들, 저들, 그 죽일 놈의 새끼들, 저 밉고 서러운 당신들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있다고 여겼던 모든 것이 속절없이 무너져 갔던,
그런 '20대'가.
끝나가나. 끝나간다고는 계속 생각해왔는데,
그래서 키라렌 시타 온, 인사도 했는데.
아아,
이런 식으로 끝내주는구나.
이로써 결말이구나.
막 내리는구나.
정말로 끝.

 

밤을 샜기 때문에
잠시 꿈을 꾸는 걸까 싶기도 했어.
또다시 누가 뒤통수를 남산만한 쇠뭉치로 가격한 듯이.


그렇게 내 20대가 끝났어.

 

 

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