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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5호] 유럽 위기와 전 유럽적 노동자혁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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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위기와 전 유럽적 노동자혁명 전략

 

양효식


 

 

  이명박 정부가 2012년 경제위기 본격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예산의 70%인 198조원을 상반기에 풀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2012년 상반기에 일차로 “자금경색과 실물경기 둔화”가, 그리고 이어서 “자본유출과 실물경기 침체”가 예상되어 여기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2009년에도 예산의 70%를 상반기에 쏟아 부은 바 있다. 당시에는 그렇게 해서 자금경색으로 인한 은행도산 사태나 외환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도 과연 그렇게 해서 넘어갈 수 있을까?

 

 

유로존 위기와 2012년 한국

 

  2009년 당시보다 지금은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사정이 훨씬 더 안 좋다. 2009년과 달리 지금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각국 자본가 정부들 자신들이 거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어 더 이상 재정을 쏟아 부을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국가부채 위기에선 벗어나 있지만 올해 상반기에 만기 도래가 집중되어 있는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특히 유로존 위기가 파국으로 치닫는 등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제2차 신용경색”이 발발하여 자본 유출, 즉 유럽계 자금이 한국에서 대거 이탈하면 은행들의 급격한 자금경색 사태가 벌어지고 이것이 1천조원 가계부채 뇌관에 불을 당겨 부실 은행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2009년처럼 정부 재정투입으로 과연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위기에서 한발 비껴나 상대적 안정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한편 금융위기에 더해 실물경제 위기가 사태를 더욱 폭발적으로 만들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긴축으로 인해 실물경제도 2008년-09년처럼 급격한 하강이 예상된다. 세계대공황 제2라운드 돌입(이른바 더블딥 불황)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과 미국이 “더블딥 불황”에 돌입하면 이것만으로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로선 실물경제 추락이 불가피하다. 그런 상황에서 만일 여기에 더해 부동산 거품 및 거대한 은행 부실을 안고 있는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한국경제는 금융파탄과 산업공황이 겹치면서 말 그대로 대파국을 맞을 수 있다. 바로 이것이 현재 유포되고 있는 “2012년 한국경제 직격탄”설의 실체다.

 

  현재 다가오고 있는 파국의 진원지는 이명박 정부도 지목하고 있는 것처럼 유럽이다. 한 진보 경제연구소(새사연)가 내걸고 있는 구호처럼, “2012년 경제, 유럽을 알아야 보인다.” 유로존 위기의 향방이 2012년 한국경제에도 결정적이다.1) 그러나 한국 경제만이 아니라 한국 혁명에도 결정적이다. 유럽 위기에 대한 유럽 노동계급운동의 대응 여하에 따라 경제위기만이 아니라 혁명적 위기도 곧바로 한국에 ‘전염’되어 올 수 있다.

 

 

재정동맹과 긴축

 

  애초 그리스 부채 위기에서 시작된 유로존 위기가 현재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 유럽만이 아니라 세계경제 자체가 다시 2008-09년 같은 “대불황(Great Recession)”으로 빠져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특히 심각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설상가상으로 유럽 각국 정부들은 은행과 채권시장과 신용평가사들, 즉 한 마디로 금융자본가들이 요구하는 정책을 앞 다퉈서 집행하고 있다. ‘금융 안정화’ 정책의 필연적 결론인 혹독한 긴축 프로그램은 유럽 노동자계급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공황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유럽 재정동맹(fiscal union) 논의를 위해 지난 12월 8-9일에 있은 브뤼셀 EU정상회담의 결정사항을 보자. 각국의 구조적(즉 경기적 요인을 제외한)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0.5%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3%를 넘는 가맹국에 대해서는 가혹한 제재를 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지출을 늘려서 경제회복을 꾀한다는 케인스주의적인 방법은 이제 더 이상 쓰지 않고, 대신에 국채 등 금융자본가들에게 빌린 정부부채를 모두 갚아주기 위해 복지비 등 정부지출 삭감과 간접세 인상 등 서민증세, 공공자산 매각을 단행한다는 결정이다.

 

  결과는 공공부문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일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정부지출 규모를 제한하는 규정을 아예 유럽 각국의 헌법 조항으로 집어넣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단기적인 비상조처를 넘어 장기적으로 금융과두제와 부자들을 위해 경제를 재편하겠다는 뜻이다. 독일 총리 메르켈이 “우리는 위기를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로 이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바로 이런 의도를 담고 있다.

 

 

유럽의 쌍둥이 위기

 

  유럽 ‘정상’들은 이런 심대한 결과를 내포하는 결정들을 어떠한 국민투표 절차도 생략한 채 자신들끼리의 협정 서명으로 마무리지어버렸다. 이러한 합의가 정상들 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거의 만장일치였다는 사실은 이들 선출된 정치인들이 99% 국민들이 아니라 1% 자본가계급의 압력에 좌우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금융자본가들, 거대기업의 사주들 및 CEO들 같은 한 줌도 안 되는 1%들이 브뤼셀에 모여 긴급행동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두 개의 위기가 지금 동시에 터져 나올 상황이기 때문에 유럽의 노동자계급을 (그리고 중간층도) 희생양으로 하여 이 두 위기를 해결할 비용을 치르도록 이제 1%들이 나서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선전포고를 발하고 전투대형으로 돌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위기 중 첫 번째는 국가부채 위기이다. 몇몇 유럽연합 나라들은 2008년 공황 이전에도 이미 대규모 부채를 안고 있었는데 여기에 더해 2008년 이후부터는 세수가 급감하고 실업수당이 급증하는 상황까지 맞게 되었다.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와 수출 부양을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해 온 미국과는 달리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로존 가맹국들은 유로화를 단일 통화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 통화 가치를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봉쇄되어 있는 조건이었다. 경제성장의 전망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이제 이 나라들은 채권시장에서 초고금리로 차입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다. 새로 대출을 받지 못하면 기존 부채를 갚을 수 없는 것이 이들 나라가 처한 조건이다.  

 

  두 번째 위기는 2008년 리먼 사태 당시와 같은 “신용경색”이다. 은행들이 지금 현금을 쌓아둔 채 대출을 중단하고 있는데 앞으로 회수 전망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국채 매입을 통해 정부에 자금을 빌려주고서 상환 받지 못할까봐 지금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식 매입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지금 제2차 공황이 어른거리면서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볼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서다.

 

  12월 1일 유로존 은행들이 파산을 모면하려고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하룻밤 새 80억 유로를 빌렸다. 이와 동시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주도 아래 5개국 중앙은행들이 “비상조처”를 통해 은행들이 자금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전례없는 극적인 개입은 은행들이 이미 서로 간에 대출을 중단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즉 어느 은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요 은행 하나가 파산 상태에 와 있다는 것, 그래서 은행들 서로 간에 믿을 수가 없어 타 은행에 단기대출조차도 섣불리 해주었다간 떼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상황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세계대공황의 출발점이 된 지난 1차 신용경색 사태의 최초 징후들이 (2007년 초에) 나타난 지 5년도 안 된 상황에서, 그리고 2008년-09년 ‘대불황’ 이후 4년도 안 된 상황에서 “2012년에 다시 반복될 사태는 출연배우들은 다르지만 엔딩[결말]은 전편만큼이나 무서울” 것이라며 월스트리트저널이 두려움을 표시했는데 여기에는 조금의 과장도 없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이 두 위기가 세계의 많은 나라들을 다시 대불황으로[즉 세계대공황 2라운드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번에는 위기의 촉매가 된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부 증권)와 주요 은행 및 헤지펀드의 붕괴였다면, “이번에는 촉매가 유럽일 것이다.” 왜냐하면 “유로존 국가부채 위기와 은행권 위기가 지금 투자자들이 유로화와 유로 지대의 존속에 점점 더 의문을 제기하는, 그 같은 체제 위기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과 유럽연합 전체에서 패권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독일-프랑스계 자본가들은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다. 유로화가 붕괴하면 독일은 유로화에 붙박이로 딸려 있는 환율 상의 이점 -- 유럽 시장을 상대로 하는 독일의 거대 수출 대기업들에게 그 동안 막대한 이득을 안겨준 --  을 잃어버릴 것이다. 

 

  탈유로화 세계는 유럽 국가들 간의 적대적 경쟁과 지정학적 불안정을 첨예하게 만들 것이고 보호무역주의를 향한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세계무역을 급격히 수축시키고 세계의 정치 경제적 갈등에 기름을 부을 것이다. 유럽 내 동맹관계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같은 글로벌 강대국들의 영향력 다툼이 격렬하게 전개될 것이다.
 

 

 

노동자계급운동 내에서 제출되고 있는 “해결책들”

 

  현 세계대공황과 자본주의 체제 위기의 심화는 노동자계급의 권력 장악을 정치 일정에 빠르게 올려놓고 있다. 현재 유럽은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잡고 이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가장 선두에 있는 지역일 것이다. 아마도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보다 적어도 한 발은 더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유럽에서 노동자계급은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문명임을 세계의 여타 지역에 입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위기에 대한 노동계급운동 내 잘못된 대응들이 지금 횡행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고 지도력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지 못하면 오히려 사회주의가 아니라 야만으로 가는 길을 닦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위험성도 가장 높을 수 있다.  

 

  유럽 노동계급운동 내 전통적인 개량주의가 문제이지만, 현 유로존 위기와 관련하여 좌익민족주의가 계급투쟁에 미치고 있는 파멸적인 위험성도 못지않게 심각하다. 개량주의 세력들은 EU의 개혁과 함께 긴축 대신 유로본드(유로존 나라들의 공동 국채)의 발행을 통한 재정동맹의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재정통합이 새로운 유럽 제국주의 강대국으로(그것도 일체의 민주적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노골적인 금융과두정으로) 가는 일대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눈을 감거나 은폐하고 있다.

 

  한편 노동계급운동 내 좌익민족주의나 중도주의 세력들은 자국 정부에게 국가부채 상환 정지 및 긴축 프로그램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물론 옳은 요구이다. 그러나 이를 넘어 이들 세력은 EU를 탈퇴하고 옛 “독립적인” 자국 통화로 복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반(反)독일 감정에 호소하여 민족주의적인 데마고기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다시 민족경제로 후퇴할 경우 명백히 전체 유럽 경제의 급격한 수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을 무시한다. ‘독립적인’ 자본가 국가들 -- 그 각각은 경쟁적으로 더 혹독한 긴축과 재정감축을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계급이 지배하는 -- 을 얼기설기 누벼 놓은 체제가 노동자계급의 대안일 수는 없다.

 

  사실 유럽연합/유로화 블록이 형성되게 된 전 과정 자체가 오래 전에 맑스주의자들이 지적했던 모순, 즉 유럽의 생산력이 너무 협소한 유럽 국가들의 경계 안에 가두어져 질식되고 있었던 모순의 결과였다. 그러한 경계를 다시 복구시키는 것은 생산력이 붕괴하고 지금보다 실업이 더 가중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것은 정말 말 그대로 반동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한편, 반복되는 자본주의 위기는 이 체제가 노동자 민중들의 널부러진 잔해를 밟고 서서 일시 생명을 연장하는 것 말고는 출구가 없음을 보여준다. 각국에서 한결같이 자본가들과 그들의 정부들은 공공부문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교육과 의료 등 복지비 삭감, 연금 감축 및 폐지, 힘겹게 쌓아올린 단협의 파괴 등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 말살에 나서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천국/ 노동의 지옥을 수립하는 것이 바로 위기에 대한 저들의 해결책이다.

 

  이와 같이 유럽 전역에서 노동계급운동은 1930년대 이후로는 접해 본 적이 없는 거대한 규모의 역사적 공격에 직면해 있다. 자본가들의 공세에 맞서 방어선을 치고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적인 전지구적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노동계급운동의 강령과 조직과 지도력을 발본적으로 새롭게 다시 세워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메르켈-사르코지의 재정동맹 안과 금융자본가들 및 “전문가들”에 의한 각국 예산 통제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반대를 현재의 교육, 의료 등 사회보장 및 복지 삭감 저지투쟁과 결합시켜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재정동맹에 대한 각국 국민투표(referendum) 실시 요구가 중심 요구가 되어야 한다. “이 재정동맹 조치들을 법제화할 지 여부는 국민들이 결정해야 한다.” 전 유럽에 걸친 국민투표 실시 캠페인이 오는 몇 달 간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데, 이는 무엇보다 국민투표가 유럽 금융과두제의 EU 프로젝트 핵심에 깔려 있는 ‘민주주의 후퇴’ 기도를 폭로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유럽연합 조약(EU Treaty)이든, 각국 법령이나 헌법에 대한 그 어떤 “균형예산” 개정조항이든 이것들은 가장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토론 뒤에 국민들에 의해 직접민주주의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결정 없이 정부나 의회가 이것들을 채택해선 안 된다. 각국 예산도 EU 관료들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제출해서 승인 받아야 한다.

 

  이 투쟁의 일부로, 재정동맹 안과 각국 긴축 프로그램에 대한 전 유럽적 규모의 저항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를 놓고 토론할 회의체(집담회 등)로 유럽 전체의 모든 노동운동과 좌파, 혁명 세력, 반자본주의 세력들이 결집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일국적으로 고립된 투쟁으로 후퇴하거나, "독일-프랑스가 지배하는 EU에 맞서" 반동 민족주의 세력들과 동맹을 맺거나 하는 것에 반대하고 이를 대신할 진보적 대안이다.

 

  이 같은 집담회에서 대안적 유럽 건설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유럽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 가운데 긍정적인 것(국경 폐지, 더 큰 통합)은 지켜내는 한편 반대로 잘못된 것(자유시장, 비민주적 기구·제도들)에는 도전을 감행하는 그러한 투쟁을 어떻게 전개할 수 있을 것인가? 보다 민주적인 해결책은 유럽연합 전역에서 비례대표제에 의해 최고 헌법제정회의를 직접 선출하는 것이다.

 

  이 같은 기관은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의 요구를 집중시킬 거대한 초점이 될 것이다. 말하자면, 노동자운동이 다음과 같이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제정회의가 유로화 및 유럽중앙은행의 진로(노동자 민중의 통제 아래 가져다 놓는)를 결정하라!”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의료 및 복지 시스템을 현행 개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에 맞춰 헌법으로 보장하라!”             

 

  헌법제정회의는 또한 유럽의 주요 은행들 및 금융센터들의 (무상) 국유화를 포고하고, 모든 실업자들을 흡수할 공공사업 계획을 내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몇 세기에 걸쳐 유럽 제국주의에 의해 철저히 수탈당한 구 식민지 나라들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노동과 자원을 동원하고 유럽 이민금지법을 철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헌법제정회의는 사회주의 유럽합중국의 기초를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세방침이 결코 통상적인 선거나 국민투표 절차 같은 것에 의해 그렇게 간단히 실행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직 전 유럽적 차원의 혁명 또는 일국 혁명들의 확산의 부산물로서만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혁명은 긴축 및 자본 독재에 대한 전 유럽적 차원의 거부 운동으로부터 발전해 나와야 할 것이다.

 

  일국적으로 고립된 국가 및 그 민족국가 통화체제로의 복귀가 아니라, 이것이 유럽 노동자운동의 전략적 침로가 되어야 한다. 민족적 고립주의 전략은 ‘루저’ 민족이 반독일 또는 반프랑스 국수주의로 빠져드는 끔직한 결말로 이어질 위험성을 띠고 있다. 이미 그리스공산당(KKE) 같은 스탈린주의 전통에 있는 좌파들과 몇몇 나라들의 좌익 사민주의 세력들이 이 방향으로 전면적으로 나섰다. 이것이 일반화된다면 노동자운동 전체가 분열되고 치명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노동자운동은 국제주의적이고 혁명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며 각 민족국가 지배계급의 단지 노리개감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어떤 유럽인가?

 

  유럽의 99% 노동자 민중은 1% 자본가 부자들의 범죄적 돈벌이 놀음을 위해 단 1유로의 비용도 치러선 안 된다. 서민들이 아니라 이 기생충들이야말로 “잔인한 증세”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만일 이들이 자본을 해외로 빼돌리려고 하면 곧바로 몰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은행에 대한 노동자 통제를 수립하고 은행 영업비밀 폐지를 단행해야 한다. 은행을 무상 국유화해야 한다. 노동자들과 중간계급의 예금 및 연기금은 보호한다. 은행들을 노동자 민중의 민주적 통제 하에 단일 국영은행으로 통합 집중시켜야 한다.

 

  각국 노동자 민중들의 저항을 하나로 묶어세우기 위해서는 긴축에 반대하는 기존의 24시간 또는 48시간 시위성 파업을 공장과 직장을 멈춰 세우는 무기한 총파업으로 전면화 일반화시키고 고조 상승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무기한 총파업으로 긴축과 삭감을 자행하는 정부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기술관료와 금융전문가들이 아니라 노동자 대표자들의 평의회에 기반한 정부를 세워야 한다. 노동자정부라면 어떠한 강령을 실행할 것인가?

 

  노동자정부는 일체의 긴축 계획들을 폐기할 것이다. 금융자본가들에 대한 국가부채 상환을 거부할 것이다. 은행 및 금융사 등 수탈자들을 수탈하고 1% 기생충들의 사적 소유를 몰수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비상플랜 기금을 조성하여 모든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공급하고 만신창이가 된 공공서비스를 새롭게 재건하고 학교와 병원, 공공주택을 지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30년으로 만연한 불평등을 바로 잡고,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에 대처할 프로그램을 곧장 가동시킬 것이다.

 

  일국 경계 내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노동자운동 내 이러한 환상 유포에 대한 비타협적 투쟁이 필요하다. 자본주의는 유럽 경제를 통합시키기 시작했지만, 자본가들 자신들은 그 과정을 완성할 수가 없는 일국적 민족적 계급이다. 그 완성을 위해 노동자계급은, 긴축에 반대하는 투쟁 속에서 만들어질 노동자평의회와 여타 대중투쟁기관들에 기반들 둔 사회주의 유럽합중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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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주>

 

1) <<혁명>>은 지난 2011년 8월의 창간준비 1호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이 유로존 위기를 중심으로 현 위기에 대한 분석과 전망 글을 실어 왔다. 아래 글들을 참조하시오.
창간준비 1호, <현 국가부채 위기와 자본주의 체제 위기>.
             2호, <더블딥 우려? 이미 자본주의 체제 위기>.
             3호, <파국으로 치닫는 세계자본주의>.
             4호, <유로존 위기와 세계대공황 제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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