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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사태]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에서 완연한 부르주아 정당으로의 이행을 재촉하다

 

 

[통진당 사태]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에서

 

완연한 부르주아 정당으로의 이행을 재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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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통진당 사태는 과연 통진당이 어떤 성격의 정당인가, 어느 계급의 정당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자본가 정치세력인 국참당과 통합한 통진당은 더 이상 ‘진보’정당이 아니라는 문제 제기는 이미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문제와 관련하여 일찌감치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진보’냐 아니냐는 기준만으로는 통진당의 계급적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는 데서 불충분하다. 통진당이 그렇다고 보수 정당도 아니고, 민주당 같은 공공연한 부르주아 정당이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단지 규정이 문제가 아니라 통진당에 대한 혁명적 노동자계급의 실천적 태도를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애매한 ‘진보’성 여부가 아니라 명확히 계급적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에 기대어 자본주의 체제에 복무하는 정당

 

  과거 레닌은 사민주의 정당을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현재 유럽의 사민당, 사회당, 노동당 같은 당들이 그러한 정당들이다. 노동자 대중, 특히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 자본주의적인 노선과 정책을 펼 뿐만 아니라 첨예한 계급투쟁 고조기에 자본주의 질서를 유지, 수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모순적인 규정이 붙여진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영국 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독일 사민당 같은 유럽의 대표적인 사민주의 정당들이 취하는 정책과 행보를 보면 이러한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이라는 규정은 레닌 시절 못지않게 지금도 유효하다.

 

  그렇다면 통진당은 이러한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과 비교할 때 어떠한가? 이 문제에 대한 답으로 바로 가기 전에 먼저 남한의 부르주아 지배체제가 어떠한 역사적 위치에 놓여 있는지부터 말해야 한다. 위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의 부르주아 지배체제에 비교할 때 남한의 부르주아 지배체제는 여전히 불안정한 지배체제이다. 서유럽의 부르주아 지배체제는 기본적으로 미국처럼 양당 지배체제로서 안정적인 자본주의 지배질서를 유지해 왔다. 다른 것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노동조합운동이 역사적으로 취약하여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이루지 못하고 민주당 지지로 전락함으로써 서유럽 같은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조차도 존재하지 못해 왔다. 미국의 민주당은 남한의 민주당처럼 공공연한 부르주아 정당이며, 노동조합운동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 미국과 서유럽의 이러한 차이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지만, 일단 공히 양당 질서를 통해 안정적인 부르주아 지배체제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한과는 다르다. 서유럽에도 우익 부르주아 정당(영국 보수당, 프랑스 대중운동연합[사르코지 정당], 독일 기민당)과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미국처럼 자본주의 질서를 유지, 수호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사민주의 정당들은 부르주아 지배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남한 부르주아 지배체제의 불안정과 야권연대

 

  남한도 군사독재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이행하면서 구 ‘제3세계’ 나라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르주아 지배체제를 구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미국이나 서유럽과 비교할 때 부르주아 지배체제가 여전히 유동적이고 불안정하다. 남한의 지배계급은 미국처럼 노동조합운동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 같은 당도 못 가지고 있고, 그렇다고 서유럽처럼 공공연한 부르주아 정당은 아니면서도 부르주아 지배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도 못 가지고 있다. 통진당이 바로 이 간극을 메꾸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무엇보다 야권연대를 통해서 민주당과 한 세트가 되어 조직 노동자들까지 체제내화 시키고 부르주아 지배체제의 한 축을 담당할 참이었다. 통진당+민주당의 야권연대 블록은 미국의 민주당과도, 서유럽의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과도 다르지만, 부르주아 지배체제를 안착시킬 제3의 유형으로서 남한판 양당 체제의 구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이번 통진당 비례선거 부정 사태가 터졌다. 이 사태는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자본가 정치세력과 한 몸이 되면서 거듭 우향우하다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먼저 남한 부르주아 지배체제의 안정화라는 이러한 맥락에서 통진당의 계급적 성격을 규정해보자. 통진당 이전의 민주노동당과 지금의 통진당은 구 민노당 계열이 ‘당권파’를 형성하고 있는 등 그 외관에서 연속성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계급적 성격에서 결코 같은 당이 아니다. 자본가 정치세력인 국참당이 주요 구성부분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구 민노당은 기본적으로 서유럽 사민주의 정당들처럼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이었다. (물론 서유럽과는 달리 민주당을 제끼고 제1야당이 되거나 스스로 집권할 만큼 남한 부르주아 지배체제의 한 축을 이루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국참당과 통합한 통진당은 더 이상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이 아니다. 그렇다고 민주당 같은 완연한 부르주아 정당도 아직 아니다. 불안정하지만 여전히 노동조합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규정한다면,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에서 공공연한 부르주아 정당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상태에 있는 당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이행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 것이냐만 남았다. 즉 국참당과의 통합,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등, 자본가 정치세력과 한 몸이 되어가면서 노동자 기반을 얼마나 급속히 잃어버릴 것인가의 문제만 남았다는 것이다. 울산과 창원에서의 패배 등, 총선 결과가 이미 노동자 기반이 이탈하는 추세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탈하는 노동자 기반

 

  통진당에서 노동자 기반이 날라간다면 통진당은 부르주아 지배체제의 안정화에 별 효용 가치가 없는 존재가 된다. 통진당이 야권연대에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노동자 기반을 더욱 더 잃게 되고, 이에 따라 의회주의 정당으로서 통진당은 더 야권연대에 의존하고 목을 매개 될 것이다. 악순환이 계속된다. 통진당은 더욱더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나아가 흡수 통합의 길로 빨려들어 가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 · 정치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이 모순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다. 현 재정위기 하의 서유럽처럼 자본의 위기 전가 공격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지지가 기존 개량주의 정당으로부터 보다 좌익적인 세력들(프랑스 대선에서 멜랑숑 돌풍이나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의 대승)에게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통진당처럼 더 우경화한다면 노동자 기반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물론 통진당을 지지하는 노동조합 관료들이 이러한 이탈을 막는 데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고 실제로 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제 통진당 비례선거 부정 사태가 터진 상황에서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사태가 보여주는 핵심은, 국참당과는 달리 어쨌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현실태라고 해서 노동조합의 배타적 지지까지 누렸던 구 민노당이 얼마나 노동자계급과는 거리가 먼 세력이 쥐락펴락하고 있던 정당인지 그 속살을 적나라하게 들춰냈다는 것이다. 이정희, 이석기, 김재연 등 이른바 경기동부연합을 비롯한 당권파가 오로지 의석 확보를 위해 부르주아 정치인으로서의 상품성을 키우는 데 주력해 온, 노동자들과는 완전히 별 세계의 집단이라는 것이 이번에 충격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선거 부정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비민주성과 패권주의는 그러한 부르주아 정치의 결과로서 야기된 것일 뿐이다.

 

 

자본가 정당과 손잡는 야권연대와 의회주의의 필연적 결과물

 

  이 상황에서 민주노총 지도부를 비롯한 통진당 지지 노동조합 관료들이 더 이상 무슨 명분으로 노동자들의 이탈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들 자신이 배타적 지지 몰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모두 불신임을 당해 끌려내려와야 할 상황인데 말이다. 통진당 사태가 설사 분당으로 결말나지 않고 국참당 계열이 당권파가 되어 봉합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하더라도 이제 통진당은 2000년 민노당 창당으로 시작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그 어떤 긍정적 유산도, 그 어떤 자취와 흔적도 남아 있지 않는 완연한 부르주아 정당으로 최종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국참당과의 통합으로 시작된,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에서 공공연한 부르주아 정당으로의 이행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것은 야권연대 강화를 통한 민주당의 위성정당화, 나아가 흡수 통합의 길을 재촉할 것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각종 언론들이 이번 통진당 사태를 이용하여 노동자들 사이에 정치 혐오증을, 나아가 노동자 정치도 똑같다는 환멸을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계급의식 있는 노동자들은 ‘민노당/통진당의 정치는 노동자의 정치가 아니다, 그것은 부르주아 정치의 일부이며 자본가 정당과 손잡는 야권연대와 의회주의의 필연적 결과물이다!’라고 당당히 외친다.   

 

 

  야권연대, 의회주의와 단절하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나서야 할 때다. 진정한 노동자 정당, 혁명적 노동자 정당 만들어서 부르주아 지배체제를 박살내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노동해방 세상,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자! 

 

 

2012년 5월 10일

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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