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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 전환",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다!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 전환>,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다!
 

‘우선 전환’ / ‘단계적 해결’로

 

요구안을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


 

  8월 26일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확대간부회의의 ‘투쟁하는 조합원의 정규직 전환을 우선 쟁취한다’는 결정사항이 지회 내외적으로 계속해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처음에 이 결정사항은 투쟁대오의 이탈을 막고 투쟁불참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투쟁 동참을 끌어내기 위한 내부적 투쟁지침을 세우는 차원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곧 논쟁이 촉발되면서 이 결정사항이 단순한 내부 투쟁지침이 아닌, ‘투쟁하는 조합원 우선 정규직 전환’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요구안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 동안 지회의 확고한 투쟁 원칙이었던 불법파견 6대 요구안에서 벗어난 새로운 요구가 지회의 대 사측 요구로 추가 제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나아가 이 ‘우선 전환’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해 무원칙한 논리들이 동원되면서 확간 결정사항이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하나의 노선으로까지 발전하는 위험성마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이 ‘우선 전환’ 요구를 둘러싼 논쟁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필요를 느낀다. 결론부터 말해서, 이 ‘투쟁하는 조합원 우선 정규직 전환’ 요구는 <불법파견 특별교섭 6대 요구안>의 기본 정신이라 할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 전환’ 방침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며, 6대 요구의 핵심인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 요구를 사실상 후퇴시키는 것이다.

 

  지회는 ‘투쟁하는 조합원 우선 정규직 전환’ 요구가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수정하거나 축소한 것이 아니다”(지회 해투위 교육자료, ‘투쟁하는 조합원 우선 정규직 전환’은 왜 올바른가?)라고 해명하며, “파업파괴자에 대한 뚜렷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고 확간 결정사항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우리는 지금 지회 입장에서 비조합원과 투쟁불참 조합원에게 투쟁 동참을 강제하고 투쟁을 확대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서 파업파괴자들에 대한 제재와 단죄가 필요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아니, 지금 투쟁 대오의 정비를 위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파업파괴자에 대한 뚜렷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왜 ‘우선 전환’이라는 새로운 대 사측 요구로 표현되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우선 전환’ 요구에 대해 “단계적 해결의 모색”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 원칙의 훼손이라는 점은 분명히 나타난다.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 전환>과 “단계적 접근”은 양립불가능하다.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화 대상자를 누가 그 어떤 자의적 기준으로 가를 수 있다는 것인가? 불법파견 인정에 따라 일시에 대상자 전원 정규직 전환 하는 것 말고는 다른 ‘해결책’이나 ‘접근법’은 있을 수 없다. 투쟁하는 조합원들이 투쟁에 나선 것도 이러한 원칙과 목표를 실제로 쟁취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며, 그리고 이것이 아니고서는 그 어떤 것도 지회 투쟁의 동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투쟁하는 조합원 우선 전환’으로 요구를 축소한다고 해서 사측이 수용할 여지가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환상이다. 절대 수용할 리 만무하지만, 만약 사측이 수용할 경우라면 지회가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방식(이후 남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투쟁을 하지 않게 만드는 식으로)으로만 수용할 것이다.

 

  투쟁하는 자가 쟁취하는 것은 맞고, 투쟁 없이 쟁취 없다는 것도 맞다. 그래서 정규직 전환은 실제로 투쟁하는 자가 쟁취할 것이며, 지회는 투쟁불참 조합원이나 비조합원이 이 점을 각인하고 투쟁에 동참하도록 단호히 제재하고 단죄해야 한다. 그 때문에 지금 특히 “파업파괴자에 대한 뚜렷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우선 전환’요구와 단계적 해결 모색으로 제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투쟁대오를 단단히 하기 위해서라면 파업파괴자에 대한 단호한 징계와 함께 투쟁의 결의를 분명히 하는 것이면 되지, 왜 대 사측 요구를 후퇴시켜야 하는가. 

 

  애초 지회가 <불법파견 특별교섭 6대 요구안>의 하나로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세우고, 이를 정규직 지부에게 원하청의 공동요구로 관철시킬 때 그 요구는 ‘우선 전환’ 같은 단계적 해결 모색 따위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의지와 방침을 담고 있던 것이었다.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 전환>이라는 원칙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이 원칙이 자의적으로 재단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다.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 요구는 무엇보다도 “불법파견”에 따른 대 사측 요구이다. 정규직 전환의 기준이 “불법파견”이라는 사실 이외에 다른 기준이 있을 수 없다. 조합 가입 여부나 투쟁 참여 여부를 새로운 추가 기준으로 제시해선 안 된다. 이는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 전환> 방침에 스스로 혼선을 초래하고, 사측에게 불법파견 인정을 피해 갈 다른 여지를 제공하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실제로 8월 투쟁 과정에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현실적 조건을 들어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요구를 포기하고 조합원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해야 한다는 압박이 지회에 끊임없이 가해져 왔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8/26 확간회의에서는 정규직 타결 국면과 함께 투쟁의 전망이 어둡다는 판단 하에 급기야 ‘조합원 우선 신규채용’으로 요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비록 신규채용 아닌 정규직 전환을 고수하는 것으로 그나마 결론 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우선 전환’ 결정은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 전환 원칙이 이런 압박 속에서 언제든 포기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더라도, ‘우선 전환’ 결정을 “노동자 원칙에 충실한 요구”라고 강변하는 것은 명백히 궤변이다. “파업파괴자에 대해 뚜렷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이런 맥락에서 볼 땐 옹색한 정당화이다. 투쟁하는 자가 투쟁불참자나 투쟁파괴자들까지 책임질 수는 물론 없다. 투쟁하는 자가 정규직 전환을 쟁취할 것이다. 그러나 대 사측 요구를 ‘우선 전환’으로 후퇴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 전환 원칙을 훼손하고서 투쟁을 확대 강화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요구안의 무원칙한 후퇴를 되돌려야 한다. 그래서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요구를 비롯한 불법파견 6대 요구안이 변함없는 대 사측 요구임을 사측에게, 그리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분명히 해야 한다. 투쟁불참자와 비조합원에 대해 ‘투쟁하는 자가 쟁취한다’는 방침을 단호히 세워 투쟁 대열을 다시 정비하고 결사항전의 태세를 다지자.

 

  이후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열리더라도 사측의 태도 전환을 기대하여 확간 이전의 투쟁 기조를 변경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이후 사회적 연대투쟁과 대선 등 예상되는 유리한 정세를 들어 ‘장기전’으로 가자는 것은 결과적으로 투쟁 주체의 무장해제를 부추기는 논리밖에 안 된다. 시간이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투쟁을 박아야 할 때 박지 않는다면 아무리 유리한 정세가 예상된다 하더라도 결국은 사회적 여론에 기대는 방향으로 투쟁방향을 왜곡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다. 전국적인 노동자 연대투쟁으로, 사회적 연대투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쟁하는 조합원들 주체들에 의해 투쟁의 초점을 만들어내야 한다.

 


2012년 9월 5일
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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