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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사태를 보는 계급적 관점 1

 

 

통진당 사태를 보는 계급적 관점 1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로 당내 파벌 간의 역관계가 결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모두들 내다보고 있다. 기존 당권파가 약화되고 국참당계 중심으로 새로운 당권파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 시즌2’ 등의 이름으로 통진당 가입 물결이 일어난다면 그것도 NL 당권파에 반대하여 국참당 경향을 강화하는 것으로 귀착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당내 파벌 간 역관계의 변화는 단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당의 성격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수면 위의 이러한 권력 이동이라기보다는 수면 아래 기저에서 진행되고 있는 당의 성격 변화이다. 권력 이동은 이것의 외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구 민노당의 색깔은 급격히 엷어지고 이를 대신해서 국참당의 색깔이 압도적으로 짙어지고 있다. 통칭 ‘진보’ 정당에서 자유주의 정당으로 완전히 넘어가고 있다. 계급적 성격을 기준으로 좀 더 엄밀하게 규정한다면, 개량주의 노동자 정당에서 ‘국민’정당으로의,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에서 공공연한 부르주아 정당으로의 이행이 완성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이미 민노당이 자본가 정치세력인 국참당과 통합하면서 그러한 이행은 시작되었는데, 총선에서의 야권연대에 이어 이번 통진당 사태는 그러한 이행을 결정적으로 재촉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당권파가 밀어붙이고 있는 ‘재창당 수준의 혁신’과 이에 따른 당내 권력 이동에 대해 기존 당권파는 ‘쿠데타’로 간주하여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지만, 무대 위 배우들의 행위 그 배후에서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는 당의 질적 변환, 즉 부르주아 정당으로의 이행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의식하든 못하든 당권파 입장에서도 저항하거나 반대할 수 없다. 아니, 반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참당과의 통합부터 총선 야권연대까지 모든 게 애초부터 당권파 자신들이 일으킨 사업이고 누구보다도 가장 적극적으로 지향해 온 바이기 때문이다. 다만 의회주의를 통한 제도권 진입 열망에 눈이 멀어 그러한 민주대연합 전략노선이 결국은 자신들을 삼켜버리고 있는 이번 사태로까지 이어질 것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뿐이다. 

 

  당권파에게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자본가계급과 손잡는 민주대연합을 위해서 언제든 희생시킬 수 있는 하위 전술이다. 민주대연합은 전략 목표이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그 목표를 위한 수단 중의 하나이다. 수단이 목표와 충돌할 때는 내다버리고 다른 수단을 채택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 중심의 민주대연합 정부로까지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당의 성격 변화도, 즉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버리고 자유주의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 당권파의 민주대연합 전략노선이다. 

 

  다만 그 과정을 자신들이 주도하고 자신들이 결과물의 최대수혜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당내 ‘패권주의’와 ‘비민주성’은 당권파가 결코 놓아버릴 수 없는 자기 권력 근거다. 이번 사태로 이 권력 근거가 철저히 해체될 상황이다. 부르주아 노동자 정당에서 공공연한 부르주아 정당으로의 이행을 완성하고 민주당 중심의 민주대연합정부 전략을 일관되게 밀고 갈 최적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가를 이번 사태가 정리정돈해 준 것이다. NL 당권파보다는, 애국가를 불러야 한다는 국참당계가 미션을 수행할 최적의 주체다! 

 

  당내 패권주의와 비민주성에 대한 단죄와 청산은 이러한 정리정돈을 위한 매개이다. ‘재창당 수준의 혁신’의 방향은 단순히 당내 민주주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매개이고, ‘혁신’의 핵심은 국참당계 중심의 당내 세력 재편을 통한 자유주의 정당/공공연한 부르주아 정당/‘국민’정당으로의 이행의 완성이다. 

 

  결국 통진당 사태의 본질은 이러한 이행을 더욱 더 순탄하게 하고 가속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궁정쿠데타다. 기존 당권파가 이행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워낙 상식 이하의 패권주의와 비민주성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 있어 더 이상 믿고 맡길 수가 없기 때문에 당권 경질이 불가피한데도 평화적 당권 교체에 완강히 저항하니 ‘혁신 비대위’ 등의 기습적인 정변이 동원된 것이다. 이것이 사태의 본질이고 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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