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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2호(통권10호)] <정세 대담> 유명자,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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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 대담] 

 

유명자,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을 말한다.

 

 

 

이번 <혁명> 2호에서는 재능지부 유명자 지부장과의 정세 대담을 싣게 됐다. 이 대담은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기획되었다.

첫째는 지난 7월 4일 출범한 ‘비정규직 ․ 정리해고 ․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투쟁단’에 대해 알고자 했다. <혁명>은 장투사업장이라 불리는 투쟁영역이 현 노동자투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투쟁 당사자(주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장투사업장이야말로 야권연대 세력들이 강조해 온 반MB 투쟁을 실제로 형성하고 이끈 핵심 동력이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비정규직 ․ 정리해고 철폐 투쟁을 되살려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장투사업장이 아니었으면 ‘희망 시리즈’ 투쟁도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며, 그 규모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공식노조가 하지 못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둘째 <혁명> 2호는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을 주제로 한 이 대담과 함께 쌍용자동차투쟁, 현대차비정규직투쟁을 조명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 세 투쟁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지금보다 더욱 목적의식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럴 때에만 지금 민주노총이 말하고 있는 총파업투쟁이 그나마 현실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독자들에게는 이 세 기사를 함께 읽어줄 것을 권한다.
셋째 노혁추는 최근 “가칭) 노동자 독자 정당 건설 공동행동”을 공개제안 했다. 이 제안의 취지와 목적은 ‘자본가 정당과 단절, 야권연대 반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립’을 이루기 위한 ‘공식기구’를 결성하자는 것이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노동자투쟁, 앞으로 펼쳐나가야 할 모든 노동자투쟁은 ‘자본가 정당과 단절, 야권연대 반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립’을 기치로 해야 한다. 특히 장투사업장이 그 선두에 서서 이를 확산하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MB투쟁을 형성하고, 비정규직 ․ 정리해고 철폐 투쟁을 되살려 냈듯이 말이다.

위와 같은 기획 하에 현재 투쟁사업장 공동투쟁과 관련하여 유명자 지부장의 경험, 문제의식, 판단, 전망을 듣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대담을 위한 질문지를 만들기 전에 먼저 유명자 지부장이 이 시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대략적으로 타진했다. 대담을 위한 ‘질문’ 내용은 거기에 기초해서 정했다. [편집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혁명 : 흔히 장기투쟁사업장(장투사업장)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투쟁사업장들이 있다. 이들 사업장 노동자들이 이토록 오래 투쟁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무엇이고 현안 문제는 무엇인가?

유명자 : 흔히 이명박 정부의 폭압적인 노동탄압과 민주주의 말살로부터 모든 문제를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재 장투사업장 가운데 가장 오래 싸우고 있는 사업장이 코오롱인데 8년이다. 즉 노무현 정부 때 정리해고 되어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등장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김영삼 정부가 시도하다 전국적이고 대중적인 총파업에 밀려 실패한 노동법개악을 다시 추진했고 실제로 노동법이 개악되었다. 이 때 정리해고조항, 비정규직 관련 법안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서 타임오프, 복수노조 등이 시행되면서 많은 현안사업장들이 속출했는데, 이는 노사관계 로드맵,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이라는 일련의 계획 속에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며 자본주의의 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전체 노동자들이 공격 대상이었고 실제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 지금 싸우고 있는 사업장들은 그러한 총자본의 총체적인 공격에도 굴복하지 않고 끈질기게 투쟁하는 것이고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노동기본권 등 모든 문제가 망라되어 있다.

 


혁명 : 각 투쟁사업장들의 상태와 투쟁의 양상은 어떠한가?

유명자 : 대부분의 사업장들이 고립분산적인 투쟁을 하고 있다. 투쟁의 양상 또한 수세적으로 거점농성장을 유지하며 투쟁문화제와 집회를 하는 정도이거나 그나마 농성장도 없이 공장 밖으로 밀려나와 소수의 투쟁대오를 유지하며 지난한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혁명 : 각 단사의 현안 문제가 다른 듯이 보이지만 크게 보면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의 문제로 보인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낼 방법이 있다고 보는가?

유명자 :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투쟁사업장은 물론 전체 노동진영에 대한 총자본의 총체적이고도 파상적인 공격은 장기간 치밀한 전략 하에 입체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노동진영 역시 이에 맞서 총노동전선을 치고 대응했어야 하는데 이것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오히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지고, 대공장과 중소사업장이 갈라지고, 지역 연대도 붕괴되면서 각개격파 당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너무 뻔한 소리 같지만 노동자는 하나라는 정신으로 단결과 연대의 기풍을 재건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현재 투쟁사업장으로 분류되는 주체들이 먼저 공동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에 입각한 실천들을 모색하고 있다.

 


혁명 : 각각 진행되고 있는 투쟁 사업장들만의 현안 요구들이 있는데 공동투쟁은 가능한가?

유명자 : 언뜻 투쟁의 원인, 투쟁 대오의 조직력, 업종의 특성, 투쟁 기간이 각각 다르기에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노동자들도 자본가들처럼 단결하지 않으면 모두 각개격파 당할 수밖에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기억하고 공동투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 대부분이 처음 투쟁 시기에는 해당 자본을 상대로 하는 대응전술을 주로 고민한다. 물론 이러한 전술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점차 투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서면 노동자들은 투쟁 속에서 현재 투쟁의 의미를 깨닫고 의식의 변화 ․ 발전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의식의 성장 속에서 개별 자본과의 투쟁을 넘어서는 또 다른 문제의 근본원인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다른 투쟁사업장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올해에만 ‘희망 발걸음(뚜벅이)’, ‘희망 광장’등의 공동투쟁을 경험한바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주 다시 10여 개의 투쟁사업장이 모여 ‘정리해고 ․ 비정규직 ․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투쟁단’을 발족시키고 힘찬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혁명 : 이번 공동투쟁이 이루어진 과정이 궁금하다.

유명자 : 올해 초 전개된 ‘희망 발걸음(뚜벅이)’, ‘희망 광장’ 투쟁 이후, 이들 공동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좀 더 결의 있고, 밀도 있는 투쟁의 흐름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있었다. 평가회의, 토론회, 간담회 등을 진행했으나 쉽지는 않았다. 그러다 지난 6.16일 ‘함께 걷기’ 투쟁이 진행된 날 몇몇 투쟁사업장 대표자들이 모여 다시 한 번 공동투쟁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면서 공감대를 확인하게 되었고, 더 많은 투쟁사업장들과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해보자는 의견이 제안되어 투쟁사업장 대표자와 단체 활동가들 30여명이 1차 토론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난 7월 4일 ‘비정규직 ․ 정리해고 ․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투쟁단’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하여 뜻을 같이 하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결의로 공동투쟁의 깃발을 올렸다.

 


혁명 : 공동투쟁에 대한 투쟁사업장들의 결의 수준은 어떠한가?

유명자 : 아직은 투쟁사업장 주체들마다 공동투쟁의 취지와 의미를 공감하는 데 있어 온도차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모두 공동투쟁의 필요성만큼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또 지난 두 번의 공동투쟁을 경험한 단위들의 인식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볼 때 공동투쟁이 진행될수록 처음 공동투쟁을 경험하는 단위들도 빠르게 의식의 전환이 있을 것으로 본다.

 


혁명 :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벌이는 공동투쟁의 목표는 무엇인가?

유명자 : 공동투쟁단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조탄압 분쇄를 통해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공동투쟁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결국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따라야 하고 이는 개별자본과의 관계를 넘어 정치권력의 문제를 제기한다.

 


혁명 : 올해 두 차례의 공동투쟁을 통해서도 많은 투쟁사업장의 현안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지난 주 시작한 공동투쟁단의 활동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동행동의 성과를 무엇이라 보는가?

유명자 : ‘희망 광장’투쟁에서도 그러했듯이 이번 공투단 역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이러한 투쟁계획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미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공동투쟁을 통해 정치적으로 많은 각성을 했다. 또한 공동투쟁을 경험하기 이전보다 보수야당은 물론 이른바 진보정당의 본질에 대해서도 더 명확하게 알게 되면서 진정으로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갈망과 고민이 깊어지게 된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과는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다 널리 알려낼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예전보다 더 큰 연대를 이끌어 내게 되었고 이를 통해 다시 주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혁명 : 긍정적인 지점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면 지난 공동투쟁의 경험에서 아쉬웠던 지점은 무엇인가?

유명자 : 우선 조직된 민주노조운동의 지원이 많이 부족했던 지점이다.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조직노동자 운동의 역사와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이 이만큼 전진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민주노총은 투쟁의 구심이기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투쟁을 회피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렇게 민주노총이 보수화되고 관료적으로 변모하면서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운동에 대해 지지와 지원을 모색하기보다는 공식적인 기구를 통한 결의 여부부터 따지고 들어오고 그렇지 못하면 지원대상에서 배제하거나 못 본 체하기까지 하는 지점이 정말 아쉬웠다. 투쟁사업장 노동자들 모두 민주노총 조합원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다음으로 큰 판에서의 투쟁경험 부족으로 투쟁기획이나 투쟁전술 생산에 투쟁사업장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 한 지점이다. 당장은 부족하고 엉성하더라도 그러한 경험을 직접 했을 때 더 많이 배우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투쟁사업장 동지들은 평소에 묵묵히 맡은 일을 다 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서로 궂은일에 앞장서는 모습, 그리고 투쟁 상황에서 결코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 등을 통해 아쉬운 지점과 약점을 훌륭하게 극복해 냈다.  

 


혁명 : 이번 공동투쟁단 활동을 계기로 공동투쟁에 결합한 단위사업장 노동자들이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는가?

유명자 : 무엇보다도 승리의 경험을 통해 공동투쟁의 의의를 실감했으면 좋겠다. 만일 이번 공동투쟁으로도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 짓지 못한다 할지라도 공동투쟁의 경험을 발판으로 노동자들이 고통 받는 근본적인 원인, 자본과 한 통속인 정부와 국가기구의 본질에 대해 명확히 파악해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혁명 :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공동투쟁은 투쟁사업장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널리 확산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는가?

유명자 : 일단 눈에 띄는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희망뚜벅이 때 세종호텔 동지들이 승리를 경험했다. 세종호텔은 그 직전까지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이었다. 하지만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한 후 어느 사업장보다 모범적으로 연대투쟁에 결합하고 있다.
  또 공동투쟁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전체 노동자계급에게 전파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은 우리 사업장에 현안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는 모든 노동자들의 삶에 직접적이고 심대한 타격을 가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노동자는 없다. 이들에게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에 맞서 싸우면서 체득한 경험을 온몸으로 알려내고, 꿋꿋하고 끈질기게 싸워나가는 모습을 통해 모든 노동자들이 투쟁할 수 있고 투쟁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투쟁의 의의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혁명 : 다시 이번 공동투쟁단의 문제로 돌아가서 질문을 하겠다. 공동투쟁단의 하루 마무리 일정이 대한문에서의 투쟁문화제라고 알고 있다. 이렇게 결정된 데에 이유가 있는가?

유명자 : 현재 쌍용자동차 투쟁은 노동과 자본 양쪽 모두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작년 한진중공업 투쟁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니 오히려 그 때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두 투쟁 모두 자본주의 체제에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정리해고 철폐와 맞닿아 있지만 쌍용차 투쟁은 현재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고 더 오랜 시간 동안 완강하게 싸워 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자본가정당들이 정리해고 요건강화 운운하며 본질을 비껴가려 하지만 그것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기에 보다 근본적인 답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서로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것이 한진중공업이든 쌍용자동차이든 누구의 승리로 결판나느냐에 따라 다른 많은 투쟁사업장의 결과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역시 서로가 잘 알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작년 광화문 KT 앞에서의 공동투쟁에 결합한 사업장들이 각자 자신들의 사업장 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한진중공업 문제해결에 거의 대부분의 역량을 투여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한문에서의 마무리 일정을 결의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요한 이유는 이러한 노동자계급 고유의 계급적 연대의식과 실천의 강화를 통해 현재 쌍차범대위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쌍용자동차 투쟁을 다시 노동자들이 중심에 서는 투쟁으로 변모시켜 나가는 데 있다.

 


혁명 : 지난 공동투쟁에서 아쉬웠던 지점으로 민주노총의 역할을 꼽았는데 이번 공동투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가?

유명자 : 솔직히 투쟁사업장(특히 장투사업장)은 총연맹이나 산별연맹 등 상급단체에게는 ‘굳은살에 박힌 작은 가시’와 같다. 크게 아프지 않으니 굳이 빼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다가 가끔 한 번씩 돌아보는 존재라고나 할까? 장투사업장 문제가 어떤 계기로 인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를 때나 혹은 투쟁 주체들의 고강도 투쟁이 있을 때 뒤늦게 수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작년 희망버스에 대한 결합과정과 실천이 그러했고 현재 쌍차 대한문 분향소 투쟁에 대한 결합과 실천 역시 그러하다. 그나마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처럼 전국적 쟁점을 형성하지 못하는 장투사업장들에 대한 태도는 더욱 심각하다.

 


혁명 : 그렇다면 민주노총과 각 산별연맹이 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유명자 : 투쟁사업장들이 지난 ‘희망광장’ 투쟁을 전개했을 즈음과 쌍용자동차 동지들이 대한문 분향소를 설치하던 시기는 4. 11. 총선과 맞물리는 시점이었다.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조직된 민주노조 상층간부들은 현장노동자들로부터 한참 멀어진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지지 방침을 밀어붙이고 반MB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총선에 올인 하면서 민주통합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운동에까지 발 벗고 나섰지만 ‘희망광장’에도, 대한문 분향소가 침탈당했을 때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식의 잘못된 실천 때문에 이른바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진보정당들이 참패를 했고 그나마 당선된 후보 가운데 현장노동자 출신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따라서 민주노조 상층간부들은 현재의 정치와 그에 입각한 실천을 일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공동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엄호하고 소속 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을 첫 번째 사업과제로 삼아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정작 현장이 붕괴되는데 무슨 진보정당 운동이 가능하며 어떤 노동자들이 그 진보정당을 지지할 것인가?

 


혁명 : 민주노총의 8말9초 총파업에 대해 투쟁사업장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유명자 : 속된 말로 이른바 ‘뻥파업’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 6월말 경고총파업도 당시 총파업을 전개하던 건설노동자 대오가 없었다면 제대로 된 경고조차 불가능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나마 화물노동자와 건설노동자들이 선도적으로 투쟁에 나서면서 규모와 내용면에서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큰 성과다.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총파업 돌입의 기운을 불러일으켜야 하고 그러한 실천에 복무하고자 투쟁사업장들이 앞장서서 이번 공동투쟁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과 각 산별연맹들은 이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반드시 힘 있는 총파업을 전개해 나가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다시 예전처럼 국회일정이나 선거일정에 맞춰 투쟁돌입과 그 수위를 조절하면서 노동자들을 동원수단으로 치부한다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혁명 : 마지막으로 현재 투쟁사업장을 둘러싼 연대의 움직임에 대한 평가지점은 무엇이며 그 속에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어떤 실천을 전개해야 한다고 보는가?

유명자 : 작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를 통해 홀연히 등장한 ‘희망버스’로 대변되는 ‘사회적 연대’의 기운은 아직도 건재하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투쟁주체들이 이 흐름을 견인해내지 못한다면 2008년 촛불처럼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험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 연대’는 노동의제를 확산시켜 내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일조할 수는 있지만 노동의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 자발성으로 폭발한 힘은 훈련되고 조직되지 않으면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자발성을 현안문제를 해결하는데 정확하게 투여하고 철저하게 세상을 바꾸는 데 복무하게 만드는 것은 조직된 노동자운동의 몫이다. 장투사업장 노동자들은 지난한 투쟁과정 속에서 단련되어졌기에 그러한 역할을 맡는 데 적임자다. 물론 이들 장투사업장 노동자들도 자발적인 아래로부터의 투쟁으로부터 배워야 하고 무엇보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와 만나야 한다.
이번 공동투쟁단의 실천을 통해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는 데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었으면 하고 노동자계급투쟁의 선봉을 자임하는 노혁추를 비롯한 정치조직들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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