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

2009/07/18 14:31 잡기장

 

에미넴 노래 중에 Mockingbird 라는 노래가 있다.

 

에미넴의 엄청난 욕지거리들 사이에 꼭 끼어있는 한 두개의 노래들 중에는 꼭 이 노래처럼 자기 딸한테 주절거리는 노래들이 있다. 에미넴은 어쩔때는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감정을 엄청 실어서 노래 가사를 쓴다는 느낌을 줄 때가 있는 데, 이 노래는 특히 참 구차하다 싶게 딸에게 열심히 설명을 하는 노래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느낀다. 왜 엄마아빠가 왜 헤어졌는 지, 당시 어떤 일들이 배경에 있었는 지 등등을 딸에게 대화하듯이 설명하고 있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참 기분이 묘하다.

 

정말 이렇게 설명해주면 좀 상처 덜 받는 걸까.

나중에 그 딸이 커서 이 노래 가사를 다 알아듣게 되면 (뭐 지금도 알아는 듣겠지만) 막 아버지한테 고마울까. 이렇게 열심히 나한테 설명해주려고 했구나, 이렇게 내가 받은 상처에 대해 사과하려고 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막 감사하려나. 아니면 온 세계에 집안 얘기를 떠들고 다닌 애비가 더 철없게 느껴지고 그 때문에 더 원망을 하게 될까.

 

 

 

에미넴이 처음 등장했을 무렵, 나는 진짜 그 노래들을 혐오했고 비판했다. 하지만 요새는 오히려 그게 누구한테는 비난받을 취향일진 몰라도 노래를 들으면서 대리만족이랄지 공감대를 느끼곤한다. 물론 몇몇 가사들은 여전히 들으면 헐 하는 게 있긴 하지만, 시시콜콜 엄마와 마누라를 욕하면서 소리를 빽빽 지르고 있는 걸 듣고 있노라면 사실 맞아 맞아 할 때도 있다. 특히 거지 같은 부모가 있다는 걸 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더 에미넴의 노래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예전에는 에미넴이 보여주는 구체적인 복수의 세계나 욕설들이 정말 위협적이라고 생각했다면, 요새는 오히려 참 이 사람은 이 정도까지 사랑받고 싶었나봐.. 하고 혼자 맘대로 생각한다. 특히 Kim이라는 노래에서 자기 마누라 역할까지 혼자 다 해가면서 욕을 욕을 하는 걸 듣노라면 무슨 상담할때 빈의자 기법 같기도 하고... 진짜 내가 에미넴에 공감할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나의 부모는 에미넴과는 완전 다르다. 사실 뭐 저렇게 세세한 설명은 커녕 진정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참 아주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Mockingbird를 듣다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 부모가 이렇게 나에게 이렇게 설명해준다면, 나의 분노와 상처는 나아질까. 아니면 결국 이렇게 사과함으로써 지네들이 편하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더 화가 날까. 뭐 어차피 "만약"이라는 얘기니까 어떨지는 모른다. 그치만 분명한 건 그렇게 설명해주는 부모라는 것 자체가 참 낯설다.

 

 

Kim에서는 그렇게 마누라를 죽일듯이 까더니 Mockingbird에서는 딸한테 엄마가 왜 떠날 수 밖에 없었는 지를 설명하려고 하고 엄마는 그냥 잠깐 없을 뿐이다.. 긍까 다시 돌아올거다 라는 뉘앙스를 준다. 이런 두 곡 사이의 갭이 나름 나는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설명이 필요할까.

내가 에미넴 딸내미처럼 어리진 않은 데.. 하긴 뭐 나이 먹었다고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설명을 원할까. 그 모든 지랄같은 과정들을 다 지켜본 나도 그들의 설명이 필요할까. 사과를 받고 싶을까. 에미넴처럼 그들이 노래해주길 바라고 있을까.

 

 

자녀가 어릴때 부모는 그야말로 자녀의 "세계"라서 그 둘이 갈라서면 세계가 조각나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조각남에 대해서 어처구니없게도 죄책감을 갖는다. 내 탓인가봐 생각하면서. 그걸 알고 그러는 지 에미넴은 노래 내내 아빠가 곁에 있다, 아빠가 널 진짜 사랑한다, 넌 사랑받고 있다 막 이런걸 전달하려고 애쓰는 느낌이 든다.

 

 

 

진짜 궁금하다. 헤일리는 나중에 커서 혹은 사춘기때가 되면 이런 아버지한테 열라 감사할까. 아님 뭐 나나 걔나 비슷한 감정을 갖는 건 마찬가지일까. 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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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8 14:31 2009/07/1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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