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 제가요] 매스미디어환경과 방송채널시장
-방송채널의 속성과 상업방송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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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그동안 정치 쪽 기사와 칼럼을 주로 써온 기자로서는 다소 뜬금없는 분야의 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마침 불붙기 시작한 트로트 장르에서 일어나는 관심과 유행, 대중문화현상에 대한 소회까지를 폭넓게 밝혀보고자 합니다.】

 

코로나19와 TV시청

코로나19 소식이 여전히 들리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최고 호황을 누리는 업종은 아무래도 매스 미디어계 방송채널업자와 각종 배달업체가 아닐까 합니다. 방송은 재빨리 비대면 프로를 늘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고, 배달과 택배업은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도 웬만한 것은 다 해결할 수 있으니 요즘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서비스 업종으로 자릴 잡았나 봅니다. 외출 자제하기, ‘다중이용시설’ 방문하지 않기 여기다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권하는 사회가 되다 보니 성장 추세를 높이높이 이어갈 것만 같습니다.

그렇다면 매스 미디어계와 TV 시청하기는요? 입시를 앞두고 있는 학생과 취직시험에 다급한 각종 취준생 말고는 귀가 후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아무리 지적 호기심과 지식욕이 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예전처럼 종이책을 통해서만 정보를 취하는 것도 아니고, 내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을 터치하여 읽고 싶고 접하고 싶은 것을 얻는 세상이 된 데다 코로나19는 날개를 달아주는 모양새입니다. 각종 매스미디어 이용은 그래서 우리 몸에 피를 공급해주는 대동맥만큼이나 사회를 관통하는 혈맥이 돼버렸습니다.

정말 시시콜콜한 이야기인데요. 필자가 TV를 켜는 시간은 주로 밤 10시 너머입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면서 맘 편히 있다가 잠에 빠져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TV 프로라는 것이 어디 맘에 맞는 것만 있나요. 채널은 많은데 볼만한 프로가 의외로 적습니다. 인생은 유한하고 시간은 한정돼 있는 인간인지라 마냥 TV만 볼 수는 없고, TV도 가려봐야 하고 나름 절제해야 합니다. 자연히 채널과 방송프로의 선호도는 취향과 여유시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죠. 그래서 TV 시청은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라도 자신에게 유익하고도 최선인 프로를 골라야 하는 것이어서 제약이 만만치 않습니다.

 

매스미디어환경과 방송채널시장

요즘 TV는 ‘영상물 공해 집합소’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방(再放), 삼방, 사방은 기본이고 수개월에서 수년 전 아니 수십 년 전에 제작된 데다 화질과 내용면에서 결코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하던 C급 D급 콘텐츠들까지 안방극장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유는 미디어 환경과 방송 채널업자들의 사정 때문입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1인 미디어에서부터 기존의 거대 방송국들까지 각종 영상물이 홍수를 이루다 보니 이에 뒤질세라 플랫폼 사업자들도 난립하고 있습니다. 허나 질적인 수준은 이를 못 따르고 있고요. 방송계 사정은 그야말로 외화내빈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딱 그 모양 그 지경입니다.

그 많은 채널에게 “방송시간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우나?” 질문을 해보면 짚이는 것이 허다히 떠오릅니다. 그들 중에는 콘텐츠의 질과 품격은 뒷전이고 시간을 때우고 송출에만 급급한 곳이 꽤나 많습니다. 이 세계에서도 적당히 현상 유지나 하다가 권리금이나 받고 채널을 팔아넘기려는 얍삽한 장사꾼 심리가 없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요. 이것저것 합리적인 의심을 하며 저질 콘텐츠를 경계해야 할 이유는 널려있기만 합니다.

방송미디어 업계는 살벌한 정글의 세계입니다.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도태됩니다. 아시다시피 방송 채널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작 능력이 있던지 좋은 작품을 사들일 자본과 안목을 갖춰야 합니다. 이른바 영상물 제작에는 자본과 제작 여건이 필요하고 창발 적 의지와 영감이 따라줘야 합니다. 자본이 투입돼야 각 분야별 전문팀이 꾸려지고 이들이 저마나 씨줄과 날줄이 되어 온갖 창의적이고도 특별한 직조물을 생산해내는데 공헌을 해냅니다. 이후 시장에 나간 작품들은 평작, 히트작, 대박, 초대박 작품 등으로 가치가 매겨집니다. 초대박 상품은 엄청난 재화를 창출해내는 요술 양탄자라 할 수 있지요.

이 현대판 요술 양탄자는 극장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뿐 아니라 유튜브와 넷플릭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또는 멜론이니 기존의 빌보드 차트를 막론하고 거침없이 유영(遊泳)하는 괴력을 발휘합니다. 요술 양탄자를 많이 가진 업자들일수록 천문학적인 부와 영예를 거머쥐게 되겠지요.

 

나쁜 채널, 나쁜 방송

예컨대 매스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업계 사람들은 늘 ‘대박 칠 꿈’을 꿉니다. 그러려면 아이디어든 자본이든 투자가 선행돼야 하겠습니다만 주야장천 같은 작품을 우려먹기만 하는 곳이 있다 보니 이런 곳은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입니다. 그 끝은 인수합병되거나 문을 닫는 수순이 될 것입니다. 상당히 친숙하다고 생각했던 채널이 어느 날 번호가 확 바뀌어 있거나 채널 이름은 똑같은데 기존의 포맷은 온데간데없이 낯설고도 엉뚱한 프로그램만 돌려대는 채널을 볼작시면 영락없이 문제가 발생한 나쁜 채널과 나쁜 방송이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채널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금쪽같은 시간 버려가며 굳이 더럽고 무섭고 야비하며 잔혹하기까지 한 영화로 몸과 마음에 음습하고도 부정적인 기운을 드리우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폭력과 낭비를 조장하거나 선악에 대한 판단력을 무디게 하는 프로, 맥락과 필연성도 없이 황당한 스토리에 스케일만 강조하는 영화에 유료채널을 표방하며 끼어드는 성인물까지 결코 건전한 영상물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취향과 착각은 자유라서 판단하는 관점이 다 같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그럼 ”뭘 주로 보느냐?”라는 질문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검증된 명작을 소재로 만들어진 콘텐츠, 국악 채널, 각종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채널, 예술과 관련한 프로를 만나는 경우엔 정말이지 TV라는 문명의 이기에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란하지 않고 허풍스럽지 않고 뒤틀린 가치관으로 세상을 호도하려 들지 않는 이야기라면 흠이 될 리 없습니다. 이름께나 알려지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나와 웃고 떠드는 프로보다는 어렵게 뜬 사람이나 새롭게 조명 받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분명 가치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경계해야 할 방송 채널은 세뇌 성 홍보 방송을 너무 자주 하는 곳, 뻔뻔할 정도로 편향된 방송, 한 번 뜬 프로라 해서 한도 끝도 없이 우려먹는 행위를 노골적으로 반복하는 방송사입니다. 시청자들은 볼만한 프로를 찾아 헤매는 술래와 같습니다. 브라운관을 보며 숨은 그림을 찾아 헤매는 헌터와 같습니다. “어디 좋은 프로 없을까?” 수준 높은 콘텐츠를 골라보려 채널 돌리기를 반복하는 수고를 반복합니다. 그런데 이런 수고는 누가 보상해 줄지, 이는 개인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대단한 전파낭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각종 순위 장사에 뛰어든 플랫폼사업자들의 폐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뭐든 순위 매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성상 순위 장사를 하는 사업시장 역시 확장 일로에 있는 것 같습니다. 순위 플랫폼사업자들은 시청자들과 팬심을 이용하여 경쟁을 부추기며 유료 방문을 하도록 자극합니다. 서로 자기가 선호하는 연예인이나 가수에게 ‘투표하라!’는 식의 ARS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겁니다. 

올바른 비평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보고 즐겨야 할 방송프로의 수준과 유익한 미디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건전하고도 올바른 비평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 트로트가 대세라며 방송가는 온통 트로트 열풍으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채널 사업자 중에는 트로트를 아예 사골 뼈 우리듯이 우려먹고 또 우려먹으려 작정을 하는 통에 고개가 절로 흔들어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한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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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2 22:07 2020/09/0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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