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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랫만에 블로그를 한다. 늘 그랬듯이 도피본능이 꿈틀거릴 때의 내 안식처. 속에 쌓인 이야기들을 말로 꺼내놓는 게 잘 안될 때는 블로그가 최고다. 예전처럼 내 블로그에 친구들이 놀러오는 것도 아닌 지금은 더욱 더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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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스무살이지만 나의 폭풍같던 5년이 지나가고 나니 이제 예전과는 다른 게 많아진다. 점점 바깥으로 꺼내놓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줄어든다. 처음 만난 사람 붙들고 '아니 글쎄 제가요...' 하며 있는 속을 모두 꺼내놓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래서 부끄러운 기억도 많지만 좋은 사람도 참 많이 만났다. 그렇게 사람을 만나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 아니라 즐거운 일이었다. 투사형 인간이라 그런건지 그 사람들에게는 민폐였을지 모르겠다. 사람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 지 잘 모르겠는 요즘은 마음 속의 생각들이 다 부끄러워 내보이고 싶지 않은가보다. 그렇다면 그 때는 멋졌냐? 하면 그 땐 더 이기적이었고, 더 찡찡이었지만 그래도 늘 뭔가 생각하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 선없이 다가가서 말을 걸고 난 당신이 궁금하다고 보채던 나는 조금 풀이 죽어있다. 내가 사람대하는 것에 서툴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의 뇌를 거치지 않는 말들에 누군가가 상처를 받고, 그 상처가 원망으로 돌아온다. 나는 사람을 참 사랑하고 언제나 악의는 없지만 의도치 않은 일들로 뭔가 곤란해지고 미움받는 상황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참 살갑고 선 없이 다가오는 사람으로 사랑받기도 하고, 눈치없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일장일단이 좀 강하다. 요즘은 단점만 남은 기분이라... 반짝임이 없는 기분이라... 차라리 예전처럼 굴고 싶지만 더 이상 잘 안된다.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 개인적 욕망들이 점점 쌓여가면서 부끄러움이 늘고, 자존감이 낮아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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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라고 있는 게 마음이고, 마음이란 흩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는 게 각오이므로 3월이 되고 4월이 되고 5월이 되어 문득 1월의 마음을 잃어버린 걸 깨닫게 되는 순간, (<개그콘서트>의 허경환 버전으로) 아~~~, 이래서 12월이 지나면 13월 대신 다시 1월이 오는구나, 생각하며 쓰다 만 다이어리 찾게 되는 순간이 오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귀를 후비는 이 고요한 1월, 다짐과 계획과 각오의 순간은 결국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고 해도 그 자체로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 모른다.
올해에는 파란색 다이어리를 하나 샀다. 결국 3월을 넘기지 못하고 장렬히 전사한다 하더라도, 쓴 곳보다 빈 곳이 더 많더라도, 뭐 어떤가, 인생이 다 그렇지, 흩어지라고 있는 게 마음이고, 비워두라고 있는 게 노트고, 무너지라고 있는 게 다짐이고, 쓰라고 있는 게 돈이고(이건 아니고), 자랑하려고 사는 게 아이폰이고 (이 건 연수 군이고), 어긋나라고 있는 게 계획이 아니겠는가.
/ 321p, 쓰다 만 지난 다이어리에서 발견한 행복한 순간 - 김중혁
매주 새로운 다짐을 하던 올 초, 김중혁의 말을 되새겼다. 혼자 중얼중얼. 흩어지라고 있는게 마음이고, 무너지라고 있는게 다짐이고, 어긋나라고 있는 게 계획이고 아하하 (작심삼일이 문제라면 삼일에 한 번 다짐하면 되는 거니까. 무너지면 또 그게 다짐이니까 어쩔 수 없는거고) 난 니가 잘 못할 걸 믿는다는 변의 말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나 저것조차 마음이기에 현실은 또 다르다. 내 다이어리는 3월을 넘기지 못하고 장렬히 전사했고, 다짐조차 귀찮아진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나는 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나는 무엇을 하려는 건지.. 나다에서 일을 하는 건지 그냥 우기고 있는 건지, 그렇다면 다른 뭔갈 꿈이라도 꾸는지... 여행을 가고 싶은데 그게 부끄러운지.
소사카바나 쫑파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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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1개월쯤 살았던 사랑하는 소사카바나. 24시간쯤 남았다. 망원동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그 집에 살기로 했다. 잘 모르겠다. 집은 너무나 좋고, 분란도 이제 뭐 별 생각 없다. 그렇지만 그 곳에 사는 게 자꾸 부담스럽다. 그럼 참 열심히 살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 그리고 지금 내 속을 모르겠을 이 때에 그 곳에 산다는 것. 아빠가 돈을 빌려주면 연희동쪽 옥탑을 찾아볼까 고민도 했다. 지금도 하고 있지만 청소하고 온 오늘, 그 동네 참 좋긴 좋다. 집도 참 좋다. 여러모로 싱숭생숭하다. 소사카바나는 요즘 아카시아 냄새가 진동하고, 이제 나는 이곳에 올 일이 거의 없을테고, 다시금 홍대합정이 집 앞이 될테고, 사무실에 살테고, 집은 참 좋고.. 거 참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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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일을 찾아야지라며 근질근질 놀자병이 도져있을 무렵, 이사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그 날 아마 우리는 집을 계약했고, 아침에 망원으로 급히 걸어가던 도중 그린플러그드를 가기 위한 사람들이 잔뜩 줄서있는 메세나폴리스를 보았다. 어 아? 내가 잘못봤나? 저기 저 이호석이 내가 아는 그 이호석이겠지? 보라색 현수막에 그린플러그드와 연계해서 메세나폴리스에서 공연을 한다며 박효신 김조한이 적혀있고(간만에 보는 자보아일랜드도 나온다고!) 그 옆에 미니콘서트 어쩌구 저쩌구 이호석이 적혀있다.
최근 루나틱이 잠정해체중이라 루나틱만큼 보고싶은 밴드도 공연도 없었지만 유일하게 이호석이 보고싶었다. 뭔가 설명 안 되지만 너무 좋은 그 목소리로 예쁜 기타소리랑 같이 있는 공연을 보면 (루나틱과는 좀 결이 다르겠지만 양창근처럼 슬프지는 않지만) 위로가 될 것 같았다. 위로받고 싶었다. 그런데 심지어 오늘 마침 합정역에서! 하필 이호석이! 공연을 한다니 이런 우연은 너무나 고마울 뿐.
집을 계약하고 이래저래 우울한 마음을 좀 안고 회의가 끝나니 6시 반. 우선 달려보자며 떡볶이도 거절하고 합정역으로 뛰어갔으나 이런 젠장. 장소도 안 적혀있는데 그 누구도 이호석의 공연에 대해 모른다. 현수막은 저리도 대문짝하건만!_! 쳇 망했네 집에나 가자.. 하고 담배피우러 가다가 발견했다. 이호석... 15분을 헤맸지만 결국 발견했다 히히 :) 효랑 앉아서 노닥거리던 그 야외무대에 이호석이 노래를 하고 있다. 보고싶었던 마음과 헤매었던 끝에 발견한 기쁨이 더해져 (어차피 사람도 많지 않으니까) 앞으로 슉슉 내려가 앉아서 반짝반짝 감상했다. cayman islands 할 때 들어가 앉아 보는데 아 울 것 같이 기쁘다. 박수도 막 열심히 치고, 하와이랑 남몰래 듣기에 없는 모르는 노래도 듣고 와 신난다. 막상 호석님은 몰래 한 공연이라고 굉장히 부끄러워 하셨다.
나는 맥주를 사다가 벌컥벌컥!_! 아 온갖 낭만이 충족된다! 초여름 밤의 야외 공연에 맥주 한 캔!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두번 공연이면 나야 기쁘니 기다렸고 시작 되었다. 사실 첫번째는 좀 실수가 많아 안타까웠는데 두번째는 훨씬 좋았다. 안했던 노래도 부르시고 더 안정적이고, 피부가 따끔거려요라는 노래는 영상을 잃어버려 슬프다. 신나서 맥주도 더 사다마시고 하하. 마지막에 남은 관객은 나랑 외국인 남자분과 섭외하신 분. 그 언니가 맥주도 나눠주셨다. 앵콜로 듣고 싶은 노래 물어보길래 시골길 쌈바를 외쳤는데 기타가 어렵다고 거절당했다 ㅋㅋㅋ 단독공연 때 MR틀고 춤 추신다고...
공연이 끝나고 섭외하신 분이 옆에 매장 매니저라 맥주마시고 가라고.. 아 앉아서 아하하하... 하하하... 술을 조금 마셔 알딸딸하기도 하고, 조합이 참 묘해서... 앤드류와 호석님과 언니까지 이래저래 이야기 하고 끊임없이 나오는 안주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좋아하는 뮤지션에게 집값이나 물어보고...ㅋㅋ 부동산 추천받고.... 뭔가 즐거워서 이상한 말들을 하고 온 것 같아 참 부끄럽지만 재밌는 공연과 재밌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나는 뭔가 이미 맥주를 막 마셨고... 언니는 사진을 참 여러번 찍어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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