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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가끔 그냥 쓰는 일기

4.Jan.2017 :: 아직 정산하지 못했는데, 새해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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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고 싶다. 

사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블로그에 쓰기가 겁이 나기도 한다. 그치만 너무 힘들었다. 12월 3주 쯤에는 일주일동안 집에서 잠만 잤다. 밥 먹고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자고. 깨어있었던 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많은 꿈을 꿨다. 나쁜 꿈도 꿨고, 꿈에 쫓기기도 했다. 

손가락을 크게 베인 게 안 그래도 좋지 않던 내 상태에 불을 지폈다. 병원에 가서 소독하고 붕대 감고 왔을 때 이미 지쳤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마음이 좋지 않을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엄마와의 일이 가장 컸고, 나다의 일도 컸다. 너희가 그만둬도 괜찮아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 잘 안되는 것만 같다. 애들에겐 따뜻하지 않은 폭력적인 태도를 가졌고, 하려고 한 일은 잘 해내지 못한 것 같다. 원망만 쌓였다. 원망만. 그래서 계속 잤다. 느닷없이 울었다. 

그리고 다 싫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고,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에너지를 쓸 힘이 없었다. 

집에서 혼자 밥을 차려먹고, 잠을 자고 있으니 좋았다. 밥은 엄청나게 차려먹었다. 나가고 싶지 않았다. 나가야 했던 날에 왠지 나가기 싫다고 혼자 울었다. 바보같다. 어린 애 같다. 나 근데 도망가고 싶다. 

과거형으로 적지만 지금도 그렇다. 다만,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게 싫은데 해야 한다. 하고 싶다. 하기 싫다. 잘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싫다. 그것도 싫다.

 

작년의 결산을 아직 못 했다. 심지어 31일이 30일인줄 알고 혼자 하루를 보냈다. 밤샘 야근할 계획으로 사무실로 출근했다. 미쳤지. ㅁㅋ언니랑 맥주 한 잔 하다가 언니가 알려줘서 그제야 알았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그런 글을 올렸구나. 그리고 ㅇㅁ가 전화왔구나. 그랬다. 그랬는데 퉁명스레 끊었다. 그 때 이후로 처음 한 통화였는데. 보고싶었는데 화가 났다. 그래서 그랬는데 그냥 다시 전화를 걸었다. 괜히 그랬다. 다시 폭발했다. 지금 통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끊었다. 

전철에서 계속 울었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혼자 집 근처에 앉아서 3-40분을 있다 12시가 되기 전에 집으로 들어갔다. ㅎㅊ이 걱정했을텐데, 근데 잘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뭘 했고, 무슨 생각으로 움직였고, 뭐 그런 거. 

11월 즈음에도 그랬었다. 책언니 가려고 짐 다 챙겨서 가다가 버스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너무 힘들고 머리가 마비된 것 같이 이성적 판단과 행동을 하지 못하는 그런 상태였다. 그래서 그냥 수업 취소하고 ㅂ네 집에 갔다. 

알콜중독자가 될 판이다. 매일 먹진 않지만, 좀 의지하는 것 같은 불안감이 슬 든다. 집에 자꾸 독한 술을 사들고 온다. 소주는 많이 먹어야 하니까, 적게 독한 술. 

 

*

어쨌거나 다시 작년의 결산으로 넘어와보자. 

이건 잠시 비워두고 시간이 날 때 하나하나 써보자. 그러다보면 기분이 좋아질 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웃기게 새해의 다짐은 했다.

우선 책 읽기. 

한달에 소설, 이론서 각 3권 이상씩은 읽자는 작은 목표다.

영화도 한주에 1편은 보고.

더 욕심을 내보자면, 시사주간지랑 씨네21도 매주 읽고 싶다. 할 수 있을까? 

마지막 거는 돈이 필요하려나? 뭐 다른 것도 돈은 필요한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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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Mar.2016 :: 죽음과 삶, 애도와 욕망

*

죽음은 태어나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몰리고 몰려서 도달한 죽음은 그렇지 않다. 09년 이후로 자신이 없어졌고, 우선 눈을 돌렸다. 하루가 지나고 확인했다. 세상의 구성원으로서 밀리고 밀린 사람들을 부여잡지 못한 죄가 없다 말할 자신도 없다.

 

 

*

세월호 2주기가 다가온다. 마음이 하루하루 무겁다.

그 때도 내 죄라고 생각했다. 내 죄라고 말할 순 없지만 내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나라를 이렇게 되기까지 적당히 눈감고 살아왔던 내가.

 

내가 좋아하던 권나무가, 4/16, 17 양일간 2집 발매 콘서트를 한다고 한다. 맘이 괜히 복잡했다.

세월호 추모 앨범 '다시, 봄'에 실린 노래로 올해 대중음악상을 받은 그는 콘서트를 한다.

괜한 기대였나. 분명 열릴 것인 집회에 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공연을 하든, 행진을 하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음에 대한 분노와 잊지 않았다는 무언가를 책임 회피와 어영부영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저들에게 보여주는 그 날이니까.

잊혀졌던 것에 노래를.

 

 

*

그럼에도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죽지 못해 산다는 우스갯소리.

새싹을 보며 느끼는 기쁨.

옷이 발송되서 느끼는 기쁨.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며 느끼는 기쁨.

 

 

*

샐러드 새싹이 너무 예뻐서 온종일 틈이 날 때마다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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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을 붙들고 웃고, 혼자 종알거렸다.

정작 키워야 할 게 옆에 있는데 내가 덜 힘든, 더 좋은 것만 키운다. 나는 동물 키우기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혹은 나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 거겠지. 새싹은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일방적일 수 있다.

 

 

*

온종일 맛있는 것들을 먹었다.

내일은 아침에 사과를 갈아먹어야지라고 결심하고 잤다. 그리고 진짜 먹었다.

망좋에서 받아온 치즈가 내일까지라 냉동실에 있는 떡국떡을 데쳐 양파, 파프리카를 볶아 올려 치즈를 얹어 먹었다.

다 너무 맛이 좋았다. 그 맛있음이 너무나 기뻤다. 나의 기쁨은 너무 쉽고 잘 온다. 슬픔보단 기쁨이 가깝다. 

욕망과 욕망과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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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Mar.2016 :: 젊음, 생산적,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분노, 씨발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 은교 대사라고 했었다. 보진 않았지만.

 

요즘 화두 Top 3 안에 드는 것. 젊음과 반짝임. 

 

연결할 키워드들은 나이주의, 꼰대, 늙음, 젊음

청춘에 열정이라는 이름을 강제로 덧대 현실과 구조와 자신들의 탓은 다 지운 채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고 하는 좆같은 소리는 집어 치우자.

하지만, 덷버튼즈를 보면서 느껴진 저 젊은 느낌. 젊음의 느낌. 젊음이 주는 반짝임이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이번에 DB들으면서 느낀 그 거칠고, 반짝반짝임. 악틱 초기랑 립스에서 느껴지던 그 느낌. 

아주 옛날 교무실에서 사랑의 매 다 모아서 교사회의에서 집어 던졌다던 ㅇ의 이야기처럼.

전복과 위반의 반짝임. 패기, 치기, 설익은, 단순, 열정, 기대, 시도, 무모, 뭐 이런 거.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고, 많은 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느낌. 그래서 아닌 걸 아니라고, 그런걸 그렇다고 씨발 내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거.

 

나는 나이가 어린데 반짝임을 가지나? 나이는 어린데 반짝임이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머리는 복잡해지고 마음은 무뎌지고 그런 거 아닌가. 괜스레 어른스러운 척 하려고 사려깊은 척 하는 건가.

물론 사려깊은 건 필요하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관계에 대한 거나. 그치만. 그치만. 해야 할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하는 법을 놓치면 늘 문제가 된다. 그건 그냥 하던 대로 하던 것만 이니까.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내며 살고 싶은걸까에 대해 조금 더 전복적이고 위반의 반짝임을 가지고 움직이고 싶다.

 

 

- 필리버스터 끝나고, 테러방지법 통과되고 페북에 싸지른 글?

다 꼴뵈기 싫다 정말. 아무리 부끄러움이 없어도 바지는 입어야한다니까 이 사람들아. 대체 뭘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무엇에 핏대를 올리는지도 모르겠다.

 

아오 씨발!!!! 뭐하는 새끼들이냐 대체 어제 뭐? 몸싸움 안하고 국회가 성숙해졌어? 정부가 허락한 평화집회 나셨네요 하하하 씨발 차라리 몸싸움을 해라 하하하하 머리가 너무 아프다 극도의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왜 내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건가도 짜증난다ㅋㅋㅋㅋ 씨발

 

기분이 이렇게 더럽구나. 멍하니 화와 무력감과 분노와 두려움과 한심함과 자조와 냉소가 뒤범벅이 되서 그렁그렁하게 1시간을 삭혔다. 진짜 멍했다. 속에 너무 많은 감정이 휘몰아쳐서 대체 내가 왜 이러는지도 정리가 안 됐다. 

테러방지법이든 뭐든 그래 뭐 내 삶에 무슨 영향을 끼칠 거냐. 그래. 그게 문제가 아니라 쟤들이 세상을 얼마나 지들 멋대로 움직이고 휘두르고, 밥 많ㅡ이 먹고 사시냔 말이다. 먹고 사는 거 참 쉬우시겠어들. 자기들의 힘을 보호할, 자기들의 힘을 위협할 모든 것을 찔러버릴 수단을 씐나게 뽑아내고 있는데 뭐 막을 방법이 1도 없다는게 존나 빡이 친다. 그 수단들을 두르고 더 많은 힘을 쥐고, 더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할 텐데. 물론 그 중에 내가 힘을 쥐는 쪽인지 고통스러운 쪽인지는 명백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수단들을 뽑아내겠지.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더 많은 사람이 덜 고통받고 살아갈 세상을 말하는 모든 사람들을 후려칠 뭔가들을 계속해서 뽑아내겠지. 
왜 인간수명 100세 시대를 사는가와 역시 스물셋에 죽어야 하나 하는 크룩핑거적인 생각들을 존나 하며 헤롱대다가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탈조선이나 죽어야지나 다 똑같은 개소리다. 결국 나만 도망치면 뭐 달라지나. 여러분 그래서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어요. 내가 그만두고 말면 구조가 안바뀌고, 결국 다음 사람도 고통받고 다른 곳에 가도 고통스러우니까요. 
존나 떠들어야지. 이 악물고 떠들어야지. '말' 하고 살아야지. 고민하고 목소리 내고 깽판칠 궁리를 해야지. 뭐라도 해야지. 미미하더라도 뭐라도 되겠지. 사람들의 조금은 덜 고통스러운 삶을 위해 뭘 하지 이야기해야지.
내내 이 땅 어디엔들의 돈과 권력앞에 나의 존재 따윈 정말로 하찮은 것뿐이라네 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다시 일하러 앉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십대정치를 틀었다. 그리고 성난 젊음을 듣기로 했다. 연초부터 이런 식이니 정말이지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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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Feb.2016 :: 오늘의 배움과 오늘의 마술

*

나를 바보 취급하는 사람은 싫지만, 귀여워해주는 사람은 좋다. 그러니까 꼰대같이 구는 건 싫지만, 그게 아닌 애정을 주는 사람이 좋다는 얘기다. 그리고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나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따뜻한 눈을 보내주는 사람을 만나면 늘 힘이 난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저렇게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러면 좋겠다. 


오늘 또 좋은 사람의 다정함에 힘을 잔뜩 받고, 내가 최근 몇 달간 사람을 대할 때, 약간의 피곤과 짜증이 베이스로 깔려있던 것 같아 미안해졌다. 늘 말하듯이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게 사람들을 예뻐하지 못한 것 반성. 예뻐하는 마음으로 귀하게 대해야지. 사람 귀한 줄 모르고 성질부리지 말아야지(하고 또 그러겠지만, 더 애정을 담아서 대하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지)

 

나는 다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니까(흩어지라고 있는 게 마음이지!)ㅋㅋㅋㅋㅋ 오늘의 다짐이다!

 

 

*

김목인 2집의 '그게 다 외로워서래'

 

그녀가 말하길
그게 다 외로워서 그래
그가 굳이 옷을 챙겨 입고 라면을 사러 가는 것도
티비를 켜놓고 잠드는 것도
그게 다 외로워서래

 

그게 다 외로워서래
그가 집에 간다 하고 또 다른 데 간 것도
이 시간까지 남아 귀를 기울이는 것도
그게 다 외로워서라네
모두가 끄덕끄덕

 

그 외로움이란 건 말야
남자 친구와도 무관한 것
술을 마셔 봐도 춤을 추어 봐도
블루스에라도 사로잡혔나?
남자들은 자신들이 외로워서 그렇다는 것도 모르고
저기 저렇게 모여 낄낄대며 좋아죽겠데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

 

그게 다 외로워서래
그가 집에 간다 하고 또 다른 데 간 것도
이 시간까지 남아 귀를 기울이는 것도
그게 다 외로워서라네
모두가 끄덕끄덕

 

그 외로움이란 건 말야
여자 친구와도 무관한 것
술을 마셔 봐도 춤을 추어 봐도
블루스에라도 사로잡혔나?
남자들은 자신들이 외로워서 그렇다는 것도 모르고
저기 저렇게 모여 낄낄대며 좋아죽겠데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

 

원래도 좋아하지만, 다른 노래 가사도 좋지만, 이 노래 듣고 콩 했다.

설계자들의 작가의 말을 보고 김언수가 좋아졌던 그 느낌.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 

 

 

*

[오늘의 궁금증] 

저 노래하는 아저씨는 금관악기를 연주하다 노래를 부르다 대체 숨은 언제 쉬는 거지? 

저 정도면 수영을 엄청 잘하겠지? 잠수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오늘의 깨달음] 

건반은 멋진 거구나!

 

GG언니를 만나서 신나게 수다를 떨고, 이야기를 하고, 힘을 받고. 회의해야지 하고 언니랑 헤어졌으나회의가 미뤄지며 다시 나래를 잃어버린 그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데 공연 보던 언니가 왔다. 언니랑 다시 수다. 재밌다고, 돈을 보태줄테니 같이 공연 보러 가자는 말에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Amsterdam Faya Allstars 라는 네덜란드 아저씨들을 구경 갔다. 사실 어차피 길 건너였음.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아저씨들은 힘이 넘쳐났다. 사실 아저씨들은 보고 싶었지만 가야하나 고민했고, 역시나 곤란했지만 짱 멋있었다. 진짜 짱짱짱 멋있었다. 건반은 멋졌다. 너무 신기하고 멋졌다. 소리도 예뻤다.

 

 

*

 

뭐랄까 약간 마술같았다. 약간 몽롱하고, 영화같은 느낌. 마치 몇년 전 간만에 홍대를 걷다 썬데이펀치랑 스타트라인 이름을 보고 무작정 빵에 들어갔던 때처럼. 계획에 없었던 공연이었으니까. 난 언니를 만나고 집에 가서 일을 해야지 했었던 건데.

 

추운 바깥에서 들어간 지하는 좁았고, 노란 기분이었다. 그 작은 무대에서 외국인 아저씨들이 복작복작하게 서서 연주를 하고 춤을 추고 있었다. 공간 안에는 따뜻하고 풍요로운 느낌의 소리가 가득했다. 앞으로 가서 건반소리가 너무 예뻐서 신기해서 열심히 쳐다봤고, 무거운 가방과 잠바를 벗고 흔들흔들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공간이 작아서인지 소리가 커서인지 공연 내내 (나무바닥 같았는데)바닥이 진동하고 흔들거렸다. 무대에는 볼록거울이 있었고, 그 거울엔 관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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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을 할 때, 키보드랑 드럼이 객석으로 도망치고 다른 한국 사람들을 그 자리에 앉혔다. 드럼 아저씨는 드럼 옆에서 퍼커션 연주를 했고, 키보드 아저씨가 누군가 그 누군가는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장얼 건반이라고 언니가 말해줬다 에게 F F 하며 코드를 알려주고 엔지니어 석에 앉았다. 그리고 금새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대신 앉은 키보드는 엄청 화려한 연주를 했고, 연주가 옳았는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멋지고 자연스러웠다. 객석에서는 몸을 워낙 크게 비틀거려 뭐지, 취객인가 나를 조심하게 했는데 심지어 코러스도 넣었고, 그걸 보며 키보드 아저씨는 객석에서 춤을 췄다. 

 

언니의 막차는 끊겼고, 우리 집에 가기로 했고, 앵콜은 계속 되고. 그러다 아저씨들이 느닷없이 관객들에게 씨디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우리 노래 다운받아봤자 우리가 받는 돈은 졸라 얼마 안 되거든? 그냥 씨디를 나눠줄께! 가져 가져!" 라고 말하면서 자꾸 나눠줬다. 한참 나눠준 후에도 지인으로 보이는 외국인 여성분이 뒤에서 씨디를 더 가져와 빈손으로 서있는 나에게 씨디를 쥐어주고 갔다. 잠깐 언니랑 이야기를 하는데 내 머리에 뭐가 떨어져 깜짝 놀랐다. 액체나 그런 건가 싶어서 놀라 보니까 다시 무대로 돌아간 키보드 아저씨가 누군가에게 던진 씨디였다. 그렇게 뒤에서 10,000원에 판매되던 씨디는 공간 안을 마구 돌아다녔다. 덕분에 씨디가 생겼다. 

 

끝까지 공연을 보고 언니랑 나와서 아 멋지다. 아 멋지다. 계속 멋지다고 말하면서. 7011을 탔다. 버스를 타는 내내 아 멋지다. 아 멋지다. 계속 말하면서 초코우유를 하나 물고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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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Feb.2016 :: 창피함

아직 나는 겁쟁이고, 여전히 서툰 멍청이다. 사람 좀 볼 줄 아나 싶었지만 한참 멀었다 하하하. 내가 한방 먹었다고 쓰는 글이긴 한데 좋게 말하면 나는 쉽게 믿고, 쉽게 실망한다. 쉽게 좋아하고, 쉽게 미워하는데 문제는 오래 미워하질 못한다. 대체로 온정이 넘쳐나시는 바람에 내가 본 좋은 것 요만큼은 끝까지 믿는다. 그래서 언제나 누군가를 포기하질 못 해왔다. 어우 등신. 고 작은 희망은 마치 산타같은 걸지도 모르는데. 그치만 사람을 믿지 않으면 대체 무슨 힘으로 이 세상을 계속 살아간단 말인가.

 

여성주의에 대해 말하고, 남성중심주의를 비판하는 남성은 얼마든지 배반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단 글을 페북에서 스쳐보게 됐다. 입 밖으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가와 실제로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관계 맺고 살아가는 가 사이의 괴리가 적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진짜 좌파는 주변 사람에게 따뜻하지 않을까. 관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까. 알란 릭맨이 죽었을 때, ㅈㅋ랑 나랑 왠지 밑도 끝도 없이 그 사람을 칭찬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었지만, 좌파였으니까? ㅋㅋㅋㅋ 50년만에 혼인신고를 했던 게 죽음을 앞두고 였다니. 여튼 좋은 사람이었을 것 같았다 왠지. 

 

근 몇년 간의 내 인생 목표가 말하는 거랑 다르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이었는데. 내가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사는 것. 내가 사는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 공과 사를 분리하지 않는 것, 입만 동동 뜬 사람이 되지 않는 것. 

다들 그렇게 살면 좋겠다. 창피하지 않은 삶. 부끄럽지 않은 삶. 적어도 그 창피함의 무한루프에 빠지지 않는 것 정도. 어린왕자에 나오는 주정뱅이의 말을 이젠 이해하는 주정뱅이가 되긴 했지만, 그게 삶의 태도가 되어버린다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을까.  

술을 먹어서 창피하고, 창피해서 다시 술을 먹고, 그래서 또 창피하고. 그 루프를 하나는 끊어야 탈출할 수 있을텐데. 우선 술을 먹지 말던가, 창피해하지 말던가ㅋㅋㅋㅋㅋ 내 삶을 그대로 두고보지 못하고 계속 부끄러워하는 것은 얼마나 힘들어. 그럼 부끄러워하지 말던가 그러질 말던가. 물론 언제나 실패하고 말거다! 맘 먹은대로 살 수 있을리가 없잖아ㅋㅋㅋ

하지만, 그래도 맘을 먹고 해보는 거지. 그리고 안 되면 앞으로는 또 안 그러려고 하면 되지. 라는 이런 낙천적 태도를 기반으로 한 사고이긴 하다. 

(사실 난 요즘 창피함과 부끄러움에 다시 아ㅡ 자살해야지 라고 중얼중얼 거리는 나날을 보낸다 젠장ㅋㅋㅋㅋ 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ㅋㅋㅋㅋ 탈출해야지 어서... 팔목을 보며 진정하려 노력중이다.

 

물론 이 모든 것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자기합리화를 잘 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 

정신승리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어쨌든 몸을 마음을 움직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거지.

 

그리고 그럼 내가 뭘 어쩌고 싶은 건지. 뭘 하지 않아야 하고, 어떤 행동이 나를 힘들게 하는 건지 잘 파악해야 할텐데, 그게 늘 참 귀찮다. 들여다 봐야 하니까. 들여다 보기는 언제나 힘들고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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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Dec.2015 :: 2015년의 몇가지 메모

2015년엔 아무 글도 쓰지 않았구나.

왜 그랬을까, 이유는 안다. 공개할 수 없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내 이야기라면 상관없지만, 온전한 내 이야기만일 수 없는 것들이니까. 그래서 일기장에 썼다. 일기장에 혼자 적어뒀고, 혼자 봤다. 물론 그것도 많지는 않다. 그 중 공개할 수 있는 메모 하나 정도. 올해는 끔찍했도다.

 

요 무렵 클럽데이에서 레이지본을 보고, 내가 나왔다며 박씨가 찾아서 보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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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카페에 엄마랑 아들이랑 이모랑 와서 가족 회의를 한다. 이모가 조카를 잘 설득해서 학교에서 뭐가 힘들면 그만두게 해주겠다. 선생도 막상 학교 나오면 선생 별거 아니라고 막 얘기해준다.

엄마랑 아들은 사이가 안좋다. 엄마는 자기도 할아버지한테 엄청 맞고 살았다고 이야기하고. 애는 엄마 기준에 자기를 맞추지 말라고 하고. 그래서 자기가 집을 나간거라고.

이모가 엄마도 완벽하지 않고 다 실수한다고 이야기하니 엄마가 화를 낸다. 너 왜 자꾸 왔다갔다 하냐고. 이모에게 조용히하라고 한다.

그러자 이모가 말했다. “언니는 화가 나면 ㅇㅇ이를 때릴 수 있고, 화를 낼 수 있지만 얘는 그럴 수가 없잖아. 둘의 관계가 평탄하지 않은데 내가 뭐가 왔다갔다 해”

결국 이모가 화가나서 나갔다. 이모가 아들편을 들자 엄마는 화를 냈고, 이모가 가버렸다. 아들이 막 울면서 엄마한테 이야기를 한다. 왠지 슬프다.

그래도 아들은 이모의 말이 도움이 됐을 거다. 엄마에게 이모가 했던 말을 다시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요기는 내가 블로그로 돌아오게 된 페이스북 글들 

 

이 바쁜 시기에 흥청망청한 나흘을 보냈다ㅡ 온종일 잠만자던 이틀이 지나 술마시고 아침에 잠드는 이틀을 보냈다. 삶이 어두웠는데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나가 죽을 거라고 주정부리면 I proud of you 라며ㅋㅋㅋㅋ 괜찮다고 말해주고, 느지막하게 일어나 서로의 멍청함에 낄낄거리고, 함께 술마시고 춤추는 노래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12월에 할일을 잔뜩 쌓아두고 정신 못차리고 있다보니 벌써 열흘 남았다. 흥청망청 나흘은 나에게 부끄러움과 즐거움과 큰 위로를 남겨줬다.

시간을 이렇게 보내버린 것에 대한 후회를 하기는 늦었다! 
이미 시간은 갔어! 이제부터 일하면 되는 거지! 
저는 이제 워킹모드로 불타오르겠습니다! 
망나니+천둥벌거숭이는 다시 넣어두겠습니다!

p.s. 나의 망나니+천둥벌거숭이 주간을 견뎌내 주고 보살펴 준 나다+나다wom 등 주변의 모두에게 고맙고 미안 :) 

- 2015/12/21

 

요즘 올해 들어 가장 일하기 시름 상태에 도달했다ㅡ 이렇게 일하기 싫어서 페북에 글을 싸지르는 내가 너무 낯설다. 대체 얼마만인가. 망했어 망했어. 심지어 블로그가 하고 싶어진다. 블로그가 하고 싶을 땐 세 가지 정도 이유가 있다. 심지어 지금은 세가지 다 해당된다! 젠장!

1)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정리되지 않았는데 머리가 복잡하다. 조울이 널을 뛴다)
2) 써야할 글은 싫고 아무거나 쓰고 싶다. 
(그렇다. 매우)
3) 덕질을 하고 싶다. 
(언니네 신보에 모노톤즈에 드라마에 립스에... 현재 내 블로그는 2012년 영국남자들 잔뜩 쟁여놓은 후 아무런 덕질도 하지 않았다!)

= 한참 생각을 해보니까 결국 딴짓을 하고 싶은 것 같다.

- 201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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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Oct.2014 :: 첫 문신

2년정도 고민했었다. 문신을 하고 싶은데 어떤 걸 해야할지.

어떤 걸 해야 후회하지 않을지. 뭐든지 금방 질리는 내가 뭘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

쇄골에 레터링을 하고 싶었다. 스페인어를 좋아했을 때 스페인어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실패했다. 나는 스페인어를 잘 할 수 없었다. 검증이 불가능하니 선뜻 엄두가 안났다.

결정된 문장의 내용은 같았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10대 어느 날 버스에서 다이어리에 그런 말을 적었다. 사람들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건 이전의 나를 부정해야 하기 때문인가. 라는 내용이었다. 변한다는 건 이전까지의 나를 부정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든 것 같다는 것을 새삼 나 스스로 깨달았기에 오래 기억되는 이야기기도 하다.

나는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이었다. 지금까지의 내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에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변하지 않으려고 하는 나를 내가 아직 용납할 수 없다. 아니 자주 그러긴 하지만 최소한 그러면 안된다고는 생각은 있다. 

그리고 유물론에서 모든 것이 변한다는 말을 했다. 맞다. 변해야한다. 촛불 무렵, 혁명이 일어나면 집회가 없는 세상이 올까? 생각하고 웃던 나에게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어떤 세상이던 집회가 없는 세상은 무서운 세상일 거라고. 반대가 없는 세상은 무서운 세상일 거라고 했다.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젠 조금은 알겠다. 변하지 않는 세상은 무서운 세상일 거다. 

변한다는 건 꼭 좋은 것만은 아닐 거다. 그 변화가 좋아질 건지 나빠질지는 모른다. 하지만 변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정도일 뿐. 안되도 하는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모든 건 변한다. 생각도 변하고 상황도 변하고 모습도 변한다. 시간이 지나가면 내가 가진 과거도 변하고 추억도 변한다. 그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산다면 자꾸 고집쟁이가 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변하는 걸 인정하고 그에 맞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변화에 맞춰 나를 또 변화시키면서. 도망치지 않고, 고민하면서.

 

πάντα χωρεῖ καὶ οὐδὲν μένει

모든 것은 변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

 

변이 수업 때 이야기 해줬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번 담글 수 없다고 했던 헤라클레이토스.

그 사람의 말은 이미 책에 실린 것이라 검증이 필요 없으니 골랐다. 플라톤 책 어딘가에 있는 걸 그리스어 원본도 찾아보고 나름 애썼다. ㅈㅋ가 ㅈ2라는 말을 꺼내서 울었다. 사실 쫌 쪽팔렸다. 나도 그리스어에 헤라클레이토스같은 고대 철학자 말을 새기는 게 좀 부끄러웠다.

하지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했다. 내용은 안부끄러웠다. 만물은 유전한다고 하면 웃기지만, 저 내용은 2년간 고민했는 걸. 그리고 저 정도는 지키고 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타투를 하게 된 건 다 날토때문이다. 늘 하고 싶었지만, 왠지 찾아가기 무서워서 못 가고 비쌀까봐 못가고 그랬다. 마치 미용실가면 늘 혼나듯이 혼날까봐도 무섭고, 내 몸에 새기는 건데 누군가에게 쫓기고 눈치보며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날토가 타투를 배우겠단 소리는 몇년 전부터 했었고, 하다 말았었는데 어느새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그 사이 또 배웠단다. 가격도 덜 부담되고, 친구니까 편하기도 하고. 심지어 우리집이랑 10분 거리인 염창에 있다. 집들이겸 놀러가 언니랑도 인사하고, 날을 잡고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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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니까. 내 타투니까. 미리 그리스어 폰트도 잔뜩 찾아서 글씨를 고르고, 날토와 만나 크기를 정하고, 수정할 부분을 수정했다. 도안을 정하는데만 1시간. 전사지로 위치 잡는데 1시간이 걸렸다. 살이 약해서 전사지로 찍은 걸 지우는 동안 빨갛게 부어올라서 날토가 걱정을 했다. 살이 부으면 잉크를 안먹는단다. 그걸 5번쯤 찍고, 겨우 자리를 잡았다. 왼쪽 쇄골에 예쁘게 자리 잡았다. 이제 시술만 하면 된다.

 

이미 2시간이라 배가 고파 컵라면을 사와서 나눠먹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시작하는데, 아프다! 커터칼로 살을 긁는 듯한 느낌이다. 뭐 놀랐긴 하지만 죽을만큼은 아니었다. 쇄골이 워낙 아픈 곳이기도 했다. 다른 곳은 덜 하다니까. 처음엔 긴장해서 1시간을 보냈다. 선만 땄다는데 나는 이미 너무 신기하다. 이게 뭐람. 진짜 내 몸에..??? 한번 쉬고 다시 시작했다. 이젠 슬 적응이 되서 막 졸립다. 그렇게 1시간정도를 더 하고 작업을 마무리했다. 

살이 더 이상 잉크를 안 먹는다니 다음에 다시 와서 하잔다. 나는 또 와서 아프기 싫으니 그냥 하자고 했지만 안된단다. 신기해서 거울을 몇번을 봤다. 어색해서 예쁘고 뭐고 구분도 안간다. 사진을 몇개를 찍어보지만 어색하다. 이게 정말 내 몸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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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척 사진을 찍어봤지만 어색한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설레고 들뜬다. 강화도로 돌아갔다. 따끔따끔하다. 비판텐을 사서 발랐다. 잘 무렵이 되니 빨갛게 부었던 게 좀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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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신 :: πάντα χωρεῖ καὶ οὐδὲν μένει | 왼쪽 쇄골 아래 | 날토 | 1.Oct.2014

 

예쁘다. 예쁘다. 날토는 아직 서툴지 않을까 하고 어느정도 각오 했던 게 있는데 완전 예쁘다. 약간 불균형한 부분이 있지만, 글씨체도 워낙 손글씨체고 해서 잘 어울린다. 사실 그 자체로도 난 만족스럽다. 예쁘다. 곧 리터칭 하러 갈텐데 빨리 끝내고 잘 자리잡으면 좋겠다.

 

이게 다 되면, 언니에게 꽃 섬그림도 받아야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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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Jan.2014 :: 새해 첫 글이 우울하다

왠지 맘이 힘들다. 싱숭생숭의 시기가 지나고, 자꾸만 눈물이 나는 시기가 와버렸다.

그냥 운다. 또 운다. 왜 우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결국 2014년도 감정조절을 제대로 못해내는 걸까?

 

아마 감정기복을 조절하고 평온하게 컨트롤하지는 못할테니까 주변에 폭발시키는 것만이라도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뭐 티야 나고, 불편하겠지만. 붙들고 울지는 말자는 것 정도.

 

초등부 수업이 끝났다. 마지막 날 눈을 떴을 때 이대로 죽어야하나. 이대로 짤리는 건가. 뭐 이런 생각들에 휩싸였다. 수업이 끝나고 1주일의 만남을 즐겁게 마무리 하며 놀았지만, 난 기쁘지가 않다. 후련하지도 않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고. 화가 난다.

 

그렇게 주말을 내내 힘들게 보냈다. 맘이 너무 힘들었고, 또 힘들었는데 힘들다고 말할 사람이 없었다. 말하지 않아야지 했지만 말 할 사람도 없어서 그냥. 그냥 잤다. 이런 식의 도피성 수면이 반복되고 있다.

 

잘한 일은 아니지만, 아슬아슬한 기분으로 나름의 SOS를 보냈지만 그 신호는 어딘가에 흩어져버렸다. 나만 힘든 건 아닌 게 분명하지만, 순간 순간 기껏 아닌 척 하던 마음들이 왈칵 쏟아져 미움 받아버렸다.

 

말들은 목 끝에서 멈춰버리고 눈물은 자꾸 흐른다. 토할 것 같다.

결국 2014년의 다짐은 실패하고, 2013년의 후회는 반복된다.

 

 

*

연말의 여행들은 강행군이었고, 즐거웠다. 생일은 한껏 챙김받고, 사랑받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좋다. 고맙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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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Dec.2013 :: 게토밤즈가 짱짱이라고!

나다wom 이번 잠 못드는 밤은 게토밤즈 검은나로 글을 써야지 결심했다. 좋은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늘 아니라 불안해. 이런 거.

 

근데 게토밤즈는 들을수록 너무 짱짱이다. 원래도 짱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장난아니다 ㅋㅋㅋㅋ

 

연대에 대해서 외치는 우리 여기 모여 ㅋㅋㅋㅋㅋㅋ 모순된 자유는 법에 의해 통제된데... 난 비록 약하지만 우리는 강하다네!!!!

 

이런 젠장할은 진짜 짱짱이고.

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당한 대가 일하는 자 따로 있고, 돈 버는 자 따로 있지 이런 젠장할! 당하는 건 항상 나인가! 머리 어깨 무릎 성한 곳이 없어!!!!!!!!!!!!!!!!!

 

뭐 말은 이래도 실천은 어떤지 모르지만.... 거기까진 좀 모르겠지만 여튼 좋긴 좋다.

 

게토밤즈를 1년만 일찍 알았어도 공연도 볼 수 있었을텐데 하하 젠장 나는 늦었다. 

 

정말 씨발 세상이 좇같아서 음악을 시작했던 이들이 있을까?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고 메세지를 전달하고 다 필요없고 씨발 그냥 좇같다고!!!! 하면서. 갈기던 사람들.

 

아아... 칼럼엔 이런 말을 쓸 수 없어서.. 페북에도 쓸 수 없어서. 블로그에 쓰는 수 밖에 없다.

 

그냥 갑자기 게토밤즈를 들으면서 게토밤즈에 대한 글을 쓰니까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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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Nov.2013 :: 끙끙

글쓰기가 싫으니 다시 블로그로 찾아왔다. 서문은 인문학 잡지라고 하기엔 부끄럽단 이야기를 쓰려나. 칼럼은 좋은사람이 아닌 것 같단 그 불안에 대해 말해볼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블랑꼬를 안 열었다. 저 무거운 노트북 지고 와 놓고 열지도 않고 엄마 데스크탑으로 감자별을 보다가 블로그나 뒤적뒤적.

 

 

*

그냥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할 일들은 주렁주렁 열리고, 그래서 요즘 주말이 좋다. 참 좋다. 푹 자고 뒹굴뒹굴. 감자별도 보고, 간식도 먹으며 침대에서 뒹굴뒹굴. 몸은 점점 안좋아진다. 운동 하네 하네 해놓고 대체 언제쯤 정말 하게 될까나. 피로가 많이 쌓인건지 잘 때마다 끙끙이다 정말. 

 

얼굴이 자꾸 빨갛게 일어나는 걸로 스트레스도 받았고, 아빠가 걱정하는 것도 속상했는데. 그냥 이제 포기하는 걸로. 희야말대로 요모양으로 살면서 어디 할 말이 있겠는가 허허. 대신 집에와서 엄마가 요즘 쓴다는 걸 막 썼더니 쪼꼼 가라앉은 기분. 뭐지 플라시본가?

 

 

*

내가 이상한 건지 그래도 되는 건지 그럴 법 한건지 예민한 건지. 혼란스러워서 끙끙 거렸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누굴 탓해야하는 건지 어떤 이야기부터 꺼내야하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너도 밉고 너도 밉고 다 미워지는데 그러면 내가 나쁜 사람인 것만 같아서. 그래서 미워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데 왜 하필 둘다 나에게 연락을 해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하필.

 

웃으며 볼 시간도 그리 많지 않은데 만나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기 싫다. 몰라 짜증난다. 짜증. 짜증. 화. 화. 그냥 처음부터 괜찮은 걸로 넘겨야되나 생각하지 말 걸. 내가 이렇게 불편할 거면 그냥 이야기 다 풀 걸. 젠장

 

전화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울고 또 우는 건 언제까지 계속될까. 사람답게 이야기 할 수는 없나. 내가 싫어진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이야기 해나갈 수 없는 게 아닌데,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을 할 수가 없으니 눈물만 난다. 말을 할 수 없게 하지 말아달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감정이 순간 너무 격해져서 심장이 쿵쿵 거리고, 그렇게 몇시간 쯤 잠을 못 자며 멀뚱멀뚱 게임을 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미친 사람 같다. 그 순간의 감정이 너무 격하다. 감정폭주라며 낄낄거리던 것들은 우울이었다면, 요즘은 감정이 너무 격한 순간들이 자꾸 있다. 그 속에서 그냥 감정의 범람 속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그래서 이제 그런 순간이 다 지난 후에 차분히 생각해보자고 마음 먹었었는데 잘 안된다. 그냥 그 순간에는. 별일없이 산다고 생각하면서 뭔가 자꾸 폭발이다. 화가 난다. 뭐 때문에 이러는 건지 속에 뭐가 쌓여있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어디부터 풀어야 이런 일들이 안생기게 할 수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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