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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Jan.2017 :: 아직 정산하지 못했는데, 새해가 왔다.

*

일기를 쓰고 싶다. 

사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블로그에 쓰기가 겁이 나기도 한다. 그치만 너무 힘들었다. 12월 3주 쯤에는 일주일동안 집에서 잠만 잤다. 밥 먹고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자고. 깨어있었던 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많은 꿈을 꿨다. 나쁜 꿈도 꿨고, 꿈에 쫓기기도 했다. 

손가락을 크게 베인 게 안 그래도 좋지 않던 내 상태에 불을 지폈다. 병원에 가서 소독하고 붕대 감고 왔을 때 이미 지쳤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마음이 좋지 않을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엄마와의 일이 가장 컸고, 나다의 일도 컸다. 너희가 그만둬도 괜찮아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 잘 안되는 것만 같다. 애들에겐 따뜻하지 않은 폭력적인 태도를 가졌고, 하려고 한 일은 잘 해내지 못한 것 같다. 원망만 쌓였다. 원망만. 그래서 계속 잤다. 느닷없이 울었다. 

그리고 다 싫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고,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에너지를 쓸 힘이 없었다. 

집에서 혼자 밥을 차려먹고, 잠을 자고 있으니 좋았다. 밥은 엄청나게 차려먹었다. 나가고 싶지 않았다. 나가야 했던 날에 왠지 나가기 싫다고 혼자 울었다. 바보같다. 어린 애 같다. 나 근데 도망가고 싶다. 

과거형으로 적지만 지금도 그렇다. 다만,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게 싫은데 해야 한다. 하고 싶다. 하기 싫다. 잘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싫다. 그것도 싫다.

 

작년의 결산을 아직 못 했다. 심지어 31일이 30일인줄 알고 혼자 하루를 보냈다. 밤샘 야근할 계획으로 사무실로 출근했다. 미쳤지. ㅁㅋ언니랑 맥주 한 잔 하다가 언니가 알려줘서 그제야 알았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그런 글을 올렸구나. 그리고 ㅇㅁ가 전화왔구나. 그랬다. 그랬는데 퉁명스레 끊었다. 그 때 이후로 처음 한 통화였는데. 보고싶었는데 화가 났다. 그래서 그랬는데 그냥 다시 전화를 걸었다. 괜히 그랬다. 다시 폭발했다. 지금 통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끊었다. 

전철에서 계속 울었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혼자 집 근처에 앉아서 3-40분을 있다 12시가 되기 전에 집으로 들어갔다. ㅎㅊ이 걱정했을텐데, 근데 잘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뭘 했고, 무슨 생각으로 움직였고, 뭐 그런 거. 

11월 즈음에도 그랬었다. 책언니 가려고 짐 다 챙겨서 가다가 버스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너무 힘들고 머리가 마비된 것 같이 이성적 판단과 행동을 하지 못하는 그런 상태였다. 그래서 그냥 수업 취소하고 ㅂ네 집에 갔다. 

알콜중독자가 될 판이다. 매일 먹진 않지만, 좀 의지하는 것 같은 불안감이 슬 든다. 집에 자꾸 독한 술을 사들고 온다. 소주는 많이 먹어야 하니까, 적게 독한 술. 

 

*

어쨌거나 다시 작년의 결산으로 넘어와보자. 

이건 잠시 비워두고 시간이 날 때 하나하나 써보자. 그러다보면 기분이 좋아질 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웃기게 새해의 다짐은 했다.

우선 책 읽기. 

한달에 소설, 이론서 각 3권 이상씩은 읽자는 작은 목표다.

영화도 한주에 1편은 보고.

더 욕심을 내보자면, 시사주간지랑 씨네21도 매주 읽고 싶다. 할 수 있을까? 

마지막 거는 돈이 필요하려나? 뭐 다른 것도 돈은 필요한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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