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15.Feb.2016 :: 오늘의 배움과 오늘의 마술

*

나를 바보 취급하는 사람은 싫지만, 귀여워해주는 사람은 좋다. 그러니까 꼰대같이 구는 건 싫지만, 그게 아닌 애정을 주는 사람이 좋다는 얘기다. 그리고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나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따뜻한 눈을 보내주는 사람을 만나면 늘 힘이 난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저렇게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러면 좋겠다. 


오늘 또 좋은 사람의 다정함에 힘을 잔뜩 받고, 내가 최근 몇 달간 사람을 대할 때, 약간의 피곤과 짜증이 베이스로 깔려있던 것 같아 미안해졌다. 늘 말하듯이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게 사람들을 예뻐하지 못한 것 반성. 예뻐하는 마음으로 귀하게 대해야지. 사람 귀한 줄 모르고 성질부리지 말아야지(하고 또 그러겠지만, 더 애정을 담아서 대하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지)

 

나는 다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니까(흩어지라고 있는 게 마음이지!)ㅋㅋㅋㅋㅋ 오늘의 다짐이다!

 

 

*

김목인 2집의 '그게 다 외로워서래'

 

그녀가 말하길
그게 다 외로워서 그래
그가 굳이 옷을 챙겨 입고 라면을 사러 가는 것도
티비를 켜놓고 잠드는 것도
그게 다 외로워서래

 

그게 다 외로워서래
그가 집에 간다 하고 또 다른 데 간 것도
이 시간까지 남아 귀를 기울이는 것도
그게 다 외로워서라네
모두가 끄덕끄덕

 

그 외로움이란 건 말야
남자 친구와도 무관한 것
술을 마셔 봐도 춤을 추어 봐도
블루스에라도 사로잡혔나?
남자들은 자신들이 외로워서 그렇다는 것도 모르고
저기 저렇게 모여 낄낄대며 좋아죽겠데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

 

그게 다 외로워서래
그가 집에 간다 하고 또 다른 데 간 것도
이 시간까지 남아 귀를 기울이는 것도
그게 다 외로워서라네
모두가 끄덕끄덕

 

그 외로움이란 건 말야
여자 친구와도 무관한 것
술을 마셔 봐도 춤을 추어 봐도
블루스에라도 사로잡혔나?
남자들은 자신들이 외로워서 그렇다는 것도 모르고
저기 저렇게 모여 낄낄대며 좋아죽겠데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

 

원래도 좋아하지만, 다른 노래 가사도 좋지만, 이 노래 듣고 콩 했다.

설계자들의 작가의 말을 보고 김언수가 좋아졌던 그 느낌.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 

 

 

*

[오늘의 궁금증] 

저 노래하는 아저씨는 금관악기를 연주하다 노래를 부르다 대체 숨은 언제 쉬는 거지? 

저 정도면 수영을 엄청 잘하겠지? 잠수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오늘의 깨달음] 

건반은 멋진 거구나!

 

GG언니를 만나서 신나게 수다를 떨고, 이야기를 하고, 힘을 받고. 회의해야지 하고 언니랑 헤어졌으나회의가 미뤄지며 다시 나래를 잃어버린 그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데 공연 보던 언니가 왔다. 언니랑 다시 수다. 재밌다고, 돈을 보태줄테니 같이 공연 보러 가자는 말에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Amsterdam Faya Allstars 라는 네덜란드 아저씨들을 구경 갔다. 사실 어차피 길 건너였음.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아저씨들은 힘이 넘쳐났다. 사실 아저씨들은 보고 싶었지만 가야하나 고민했고, 역시나 곤란했지만 짱 멋있었다. 진짜 짱짱짱 멋있었다. 건반은 멋졌다. 너무 신기하고 멋졌다. 소리도 예뻤다.

 

 

*

 

뭐랄까 약간 마술같았다. 약간 몽롱하고, 영화같은 느낌. 마치 몇년 전 간만에 홍대를 걷다 썬데이펀치랑 스타트라인 이름을 보고 무작정 빵에 들어갔던 때처럼. 계획에 없었던 공연이었으니까. 난 언니를 만나고 집에 가서 일을 해야지 했었던 건데.

 

추운 바깥에서 들어간 지하는 좁았고, 노란 기분이었다. 그 작은 무대에서 외국인 아저씨들이 복작복작하게 서서 연주를 하고 춤을 추고 있었다. 공간 안에는 따뜻하고 풍요로운 느낌의 소리가 가득했다. 앞으로 가서 건반소리가 너무 예뻐서 신기해서 열심히 쳐다봤고, 무거운 가방과 잠바를 벗고 흔들흔들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공간이 작아서인지 소리가 커서인지 공연 내내 (나무바닥 같았는데)바닥이 진동하고 흔들거렸다. 무대에는 볼록거울이 있었고, 그 거울엔 관객이 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앵콜을 할 때, 키보드랑 드럼이 객석으로 도망치고 다른 한국 사람들을 그 자리에 앉혔다. 드럼 아저씨는 드럼 옆에서 퍼커션 연주를 했고, 키보드 아저씨가 누군가 그 누군가는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장얼 건반이라고 언니가 말해줬다 에게 F F 하며 코드를 알려주고 엔지니어 석에 앉았다. 그리고 금새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대신 앉은 키보드는 엄청 화려한 연주를 했고, 연주가 옳았는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멋지고 자연스러웠다. 객석에서는 몸을 워낙 크게 비틀거려 뭐지, 취객인가 나를 조심하게 했는데 심지어 코러스도 넣었고, 그걸 보며 키보드 아저씨는 객석에서 춤을 췄다. 

 

언니의 막차는 끊겼고, 우리 집에 가기로 했고, 앵콜은 계속 되고. 그러다 아저씨들이 느닷없이 관객들에게 씨디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우리 노래 다운받아봤자 우리가 받는 돈은 졸라 얼마 안 되거든? 그냥 씨디를 나눠줄께! 가져 가져!" 라고 말하면서 자꾸 나눠줬다. 한참 나눠준 후에도 지인으로 보이는 외국인 여성분이 뒤에서 씨디를 더 가져와 빈손으로 서있는 나에게 씨디를 쥐어주고 갔다. 잠깐 언니랑 이야기를 하는데 내 머리에 뭐가 떨어져 깜짝 놀랐다. 액체나 그런 건가 싶어서 놀라 보니까 다시 무대로 돌아간 키보드 아저씨가 누군가에게 던진 씨디였다. 그렇게 뒤에서 10,000원에 판매되던 씨디는 공간 안을 마구 돌아다녔다. 덕분에 씨디가 생겼다. 

 

끝까지 공연을 보고 언니랑 나와서 아 멋지다. 아 멋지다. 계속 멋지다고 말하면서. 7011을 탔다. 버스를 타는 내내 아 멋지다. 아 멋지다. 계속 말하면서 초코우유를 하나 물고 집으로 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