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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가끔 그냥 쓰는 일기

22.Sep.2013 :: 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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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진짜 부르기 싫은 제목이야 참) 그니까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를 다시 봤다. 난 이거 보고 우디 앨런에게 관심을 갖게 됐던, 나름 좋아하는 영화였는데 내 말을 기억한 나래가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하는 걸 알려줬다. 이 영화를 봤던 빠이의 테라스와 그 기분과 감상들이 몽글몽글하다. 그냥 하필 그 때에 그 영화를 봤다니 거 참.. ㅋㅋㅋ 다시봐도 웃겼고, 재밌었고, 그 때와는 또 다른 기분. 흐릿해져버린게, 그러다가도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대화가 떠오르는게 이상하다. 현실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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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머리를 비우고 정신을 쏙 빼놓고, 몸을 피곤하게 만들고 싶었다. 사랑방언덕을 등반하고, 영상원에서 나래가 두고 간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한강 구경한다고 월드컵 공원에 진...입했다 길을 헤맸지만 좋았다. 담에 놀러가야지. 그렇게 강을 찾다 멍청이 같이 홍제천을 한참 따라가버렸다. 돌아와보니 고작 4키로면 오는 거리를 한시간이 걸렸다. 바보 멍청이. 일 좀 하다가 맥주마시며 허무주의+도피 본성을 꺼내놓은 덕분에 허벅지는 터질 것 같고, 잠이 부족해 눈이 아픈데 잠이 안온다.

나의 노력은 별 가치가 없고, 노력하긴 했을까? 나의 본성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종종 현실감 없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찾아오는 게 두렵다. 사는 게 재미가 없나보다. 아니 맘에 차질 않나보다. 별 거 없다는 걸, 그냥 사는 거라는 걸 알긴 개뿔. 끊임없이 뭔가 더 특별하길, 더 나은 삶이 있을 것만 같은 건가. 내가 위선이랄까 가식적인가 싶다. 싫다. 참 싫다.

다 부질없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싫고, 애착을 잃어가는 순간들이 싫다. 뭐라도 붙들고 싶은데 그런다고 다시 붙는 건 아닌가보다. 편두통은 끈덕지게 달라붙고, 이질감도 자꾸 찾아오는데 왜 붙들고 싶은 건 안붙들어지나 모르겠다. 술마시는 건 아직 즐거워서 다행이다. 자꾸만 내 세상이 사라지면 좋겠다. 그냥 세상에서 나만 쏙.

그래도 뭔가 해야할 일들을 하고, 슬렁슬렁 살아갈테니까. 휴일이 끝난 사람의 투정으로 남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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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Aug.2013 :: 특강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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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까지 스트레스가 폭발이었다. 수업 준비를 끝마쳐야하는데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2주전ㅋㅋㅋㅋㅋ 야호 미쳤어!ㅋㅋㅋㅋ 우린 정신이 나갔나?ㅋㅋㅋ 뭐 다 안되고 다 하기 싫고 초등부 나 못하겠고 나는 못할 것 같고 ㅋㅋㅋㅋ 막 아 짜증이 막 ㅋㅋㅋ 아 ㅋㅋㅋㅋ 허리도 겁나 아프고ㅋㅋㅋㅋ

 

그치만 막상 월요일. 첫번째 수업이 시작되고 너무 씐난다!!! 애들이 참 좋으다. 재밌다. 뭐랄까 수업은 멘붕의 위험이 꽤 많은 일이지만, 준비는 짜증나고 미추어버릴 것 같지만, 준비했던 이야기를 잘 풀어놓고, 애들이 그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재밌어 해줬을 때의 그 충족감과 뿌듯함(?)이 너무 크다.

 

행사를 잘 치뤄내고 느껴지는 그런 충만감 같은 것. 디자인을 끝내고 완성작이 나왔을 때의 그 마음. 그런 거. 저번주까지는 시간이 미친듯이 안갔다. 물론 내가 한 일에 비해 시간이 너무 빨리가서 미친듯이 쫓기는 맘도 있었지만. 뭔가 그 날은 다가오고, 왠지 이 긴장감이 끝나지 않는 기분에 미칠 것 같았다. 게다가 일 하기 시러1!!!! 으으윽!!!!!!  12-13살이 어떤지도 전혀 감도 안오고ㅋㅋㅋㅋ 보조교사일 때야 뭐 재밌고 그랬지만 우리가 하려는 수업은 어쨌든 새로운 수업이고.. 여덟살을 겨우 이해했더니 젠장ㅋㅋㅋ 갑자기 5-6학년이라니ㅋㅋㅋ 그러다 막상 애들을 만나고 첫 수업이 끝나니 더 이상 무섭지 않다. 말도 되게 잘 들어주고, 귀엽고, 편하고, 나이가 가깝다는 게 어떤 강점인지 확 다가왔다.

 

아직 2번이 남았지만, 겨우 중간 왔을 뿐이지만 재밌었다. 아직까진 다 재밌었어. 애들이 너무 고맙다. 너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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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만나고 있다. 3주정도 되었나? 좋다. 불안불안이 끝나기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단호함에 위축되어있다. 만나다보면, 괜찮아지겠지.

하필 이리 바쁠 때라서. 매일매일 새로운 수업을 해야하는 때라서ㅋㅋㅋ 겁나 활동가스러운 연애를 한단 말을 들었다. 만나서 수업준비 의견 묻고, 나는 일하고 그이는 잤어. 같이 카페가서 노트북 켜고 일했어ㅋㅋㅋ 젠장! 우리 주말엔 꼭 예쁘게 하고 데이트하자고, 일하지 말자고ㅋㅋㅋ 다짐하고 데이트하고. 그게 고작 저번주 토요일인데 다시 만나서 일하고 있다. 일하기로 하고 나는 겁나 블로그나 하고 있고. 그치만 피노키오 메뉴얼이 쫌 짜잉나고. 거짓말 이야기 복잡하고. 아니 사실 맘이 좀 헤이해졌엉. 3번 안망했더니 긴장이 풀렸어ㅋㅋㅋㅋ 그치만 그래도 열심히 준비해야지.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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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July.2013 :: 저는 유리 같은 멘탈의 소유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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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이 시작되었다. 요즘은 매번 나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고 있다. 예전보다 해야할 몫이 늘어났으니까. 늘 피터라던가 초등부에 보조로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첫 날 백업만 했다. 희야가 없었지만 엠건이 같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랫만에 만나는 이들의 훌쩍 자란 모습에 대화를 나누거나 새로 만난 이들과 친해질 겨를이 없다. 특강에서 초등부 수업을 맡았기에... 내가 제안했다. 초등부 책언니 6학년판 만들어서 하면 어떻겠느냐고. 그리고 멘붕!!! 일이 겁나 많아ㅋㅋㅋㅋ 젠장.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건 나에게 맞지 않는데.. 나는 그럼 바로 붕괴하는데...  그렇게 붕괴를 맞이했다.

 

자람은 자람대로 멘붕이었고, 혼자 가고 있는 마포는 A랑 B랑 미쳐버리겠는 몇 주였다. 한시간 반 동안 온갖 폭언을 듣는다. 너 싫어, 너가 죽었으면 좋겠어. 너가 없으면 좋겠어. 너 때문에 괴로워. 너랑은 친구도 아냐. 맞고 싶냐? 다음주에 좀 맞을 줄 알아. 너 좀 맞아봐야 되겠구나. 내가 왜 너 말에 대답해야돼? 손대지마. 시끄러워. 그리고 던지고 때리고 아아.. 저번주에는 마포에서 수업하는데 여덟살들 앞에서 두번이나 엉엉 울었다. 그 전주부터 자기랑 놀지 않기 때문에 화가난다고 화를 내고 방해하는 A가 저번주에는 더 했다. 그림책 한권을 읽는데 1시간이 걸렸다. 다른 이야기는 개뿔. B는 내가 A랑 있는 동안 혼자 있어야 하는 걸? 자꾸 나에게 죽었으면 좋겠다는데 너무 못 견디겠어서 엉엉 울었다. B가 나를 달래고, A는 우는 척 하지 말라고 비웃는다. 눈물 닦고 다시 어떻게든 해보려다 반복되는 말들이 나를 후벼판다. 진심이고 진심이 아닌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너무 못 견디겠어서 다시 울어버렸다. B가 A에게 조근조근 이야기 한다. "A야.. 너가 울고 있을 때 누가 그렇게 하면 좋겠어?" "A야 누가 너한테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하면 좋겠어?" 둘 다에게 미안해서.. B에게 고마워서 부끄러웠다. 그렇게 끝나고 A의 한마디에 부끄러워서 울며 집으로 돌아갔다.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싶어하는 A는 불을 꺼버린다.  B가 부탁한다. "A야 미안한데 불 좀 켜주면 안돼?" 정말 예쁘게 말한다. 그러자 A가 불을 켜준다. 아마도 올해의 명대사 5위 안에 들 B의 한 마디. "A야. 너는 이렇게 착한데 왜 자꾸 나쁜 척 해?" 엉엉. 엉엉. 나는 진짜 못난 사람인 것 같아. 진짜 나쁜 사람인 것 같아. 너는 너무 좋은 사람이구나. 말을 걸기 위해 고민하고 방법을 찾았을 B의 마음에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나같은게 뭐라고. 뭘 하고 있는 거니 정말.

 

 

이번주는 나름 고민을 하고 갔고, 처음부터 수업을 좀 흔들고 그냥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A가 기분이 조금 좋은 상태였고, 책에 관심도 가져줬다. 먼저 와있던 B와 A는 재미없어 하는데 우리 어떻게 해야 할까? 이야기를 했더니 또 애써준다.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A의 이야기를 들을 때 시간과 집중이 필요해서 늘 B가 기다려줬다. 하지만 오늘은 같이 말해버린다. 미안하다. 너도 힘들지..

 

그대로 집에 와서 오늘은 그런 멘붕은 아니었고 나름 재미도 있었으니까 웃다가 변에게 저번주 이야기도 하고 하다가 부천 이야기도 나오고, 나다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건 결국 나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힘들었다. 나의 이기심의 문제인 것 같아서. (나의 노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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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라는 것도 알고, 이렇게 고민하는 시간들이 도움이 될 거라고도 생각하지만 힘들었다. 회의 전까지 잠깐 누워있는다는게 잠이 들었다. 초저녁에 든 선잠이 늘 그렇듯이 뒤숭숭한 악몽(?)이었다.

 

http://blog.jinbo.net/JJeongYul/240

 


깨서 엉엉 울고 싶고 부끄럽다. 내 꿈은 언제나 이렇게 노골적일 수가 없어. 내 속이 너무 부끄러워져. 내가 가진 최근의 죄책감들이 폭ㅋ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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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멘탈이 너무 약하다. 요즘 한참 듣던 김일두의 괜찮은 사람을 떠올리면서, 저는 유리같은 멘탈의 소유자에요... 엉엉.

 

요즘 만나고 있는 이가 주는 고민들이 꽤 된다. 관계의 책임과 허상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들. 즐겁기도 즐겁고 따스하기도 하지만, 연애 인문학 교재에 쓰인 말처럼 연애를 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떠오른다. 금사빠의 특징이라던데. 그래서 또 내가 싫다.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못된사람인 것 같아서. 슬펐다.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좀 냉소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갑자기 그거 나쁜 것 같아졌다. 그렇다고 환상을 쫓을 자신은 없다. 그게 없다고 생각하면 냉소가 되어버리는 건 이분법인것 같아. 대안을 찾아야지. 그리고 잘 만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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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Jun.2013 :: 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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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멘붕에 빠졌다. 이제 안그럴줄 알았는데 좀 다르다. 멘붕이다. (데미지는 좀 적어졌지만)이전까지 했던 고민들은 여전하고, 몇가지가 추가 되었다. 아하하.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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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에 휩싸인 내가 결국 퍼즐을 꺼냈다. 나에게 퍼즐이란? 메디테이션. 노래를 틀어놓고, 퍼즐을 맞추다가 기타를 쳤다가 노래를 불렀다가 잉여력이 폭발했다. 어제 제대로 못놀았던 난다가 두리반에 밥먹으러 가자고 나를 끌어내줬다. 같이 칼국수도 먹고 빙글빙글 거렸다. 언제나 아름다운 두리반 닭칼국수에 동동주 :)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도 듣고... 우리 아쉬운데 입가심으로 맥주나 한잔 할까? 하고 쿠스코를 향해 살랑살랑 걸어갔다. 가는 길에 어떤 언니가 팔고 있던 옷들중에 둘이 하나씩 건져내고 신나서 더 빙글빙글. 맥주를 마시다가 페북을 보고는 난다에게 물었다. "저이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그랬더니 귀염둥이 난다는 음...음...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는 일은 어려운 것 같아. 어쨌든 짐작이지 직접 들은 게 아니잖아. 라고 한다. 그러게 좋은 말이다. 나는 참 지레짐작하곤 했는데. 물어야 할 때도 있을 텐데..  아 힘났어! 좋은 사람.

 

난다는 참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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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입고 룰루랄라 하는 걸 난다가 찍어줬다.

오른쪽 사진은 최근 찍은 사진중에서 가장 편안하게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어서 마음에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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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랑 만나기로 했던 게 금요일.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나는 먼저 들어와 잠들었다. 그런데 새벽 네시쯤 눈이 번쩍. 바깥이 시끌시끌하다. 애들이 들어왔구나. 그런데 어떤 여자가 안녕하세요. 그런다. 어 저건 뭐지. 수수다! 잠도 깨버렸겠다 수수랑 수다떨기. 수수가 참 보고싶었어.

 

그렇게 수수는 1시간 후 자러 가고, 나는 잠이 안와서 책이나 보자 하고 미스터 모노레일을 집었다. 전에 화성에서 엄마 기다리느라 도서관 갔던 날 보다 잤던 기억. 앞부분은 좀 아리까리했는데 그래도 재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빌려왔다. 한편의 거대한 농담을 써낸 기분이라더니 진짜 좀 그렇다. 이게 뭐하자는 건가 싶었는데 그 황당무계한 다음 내용이 또 궁금해서 술술 읽었다. 뭔가 박민규가 떠오르는 구석이 있었다. 허허허 내내 실소를 터트리다 마지막 장을 넘겼다. 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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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런던아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외의 소설 속 모든 이야기는 허구다."

젠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이거 한권을 다 읽고 허허거리다 잠도 잘 잤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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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가장 많이 웃어버린 부분. 동사라니... 김중혁의 센스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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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Jun.2013 :: 갑자기 텅 빈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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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반 정도 갔었던 마포 수업이 끝나고 첫번째 월요일. 원래는 회의끝나고 이사 진짜 마무리를 하기로 했었다. 도서정리도 하고, 짐정리도 끝내고, 자잘한 일들도 처리하고. 장마를 대비해 밭을 일궈야하니 회의는 내일로 미루자는 카톡이 왔다. 보고 그대로 다시 잤다. 목요일부터 술 마시고 늦게 잤더니 피곤이 그득그득.(어제의 군바리와의 만남에서는 먼저 집에 들어왔다... 미안...)

 

오후까지 퍼자는 건 오랫만이다. 뭐 일찍 일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매일 12시-2시 사이에는 나가야 했으니까 점심 전에는 일어났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이리 늦게 일어나고 나면 기분이 우울하다.(게다가 밖은 흐려!!) 꼼지락꼼지락 안 움직이다 보면 내가 뭘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슉슉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정신차리자고 밥도 챙겨 먹고, 머리도 감고 카페에 가기로 했다. 집에서 일하면 너무 안 될 것 같아서.. 역시나 사무실과 집이 함께 있으면 그건 그냥 집일 뿐, 사무실은 잘 안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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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레 인도에 가고싶다고 마음을 먹고, 내년 초에 한 달 정도 떠나보면 어떨까 싶어서.(사실 진짜 바램은 2달..정도) 나다에서는 휴가 내준다고 했고, 돈은 모아보지 뭐 이런 마음가짐. 괜히 가고 싶지 않다고 나혼자 나를 막 억누르는 것 보다는 꿈도 꾸고 뭐 가능할 수도 있잖아.... 엉엉 그래 나 욕심이 드글드글한가봐

 

예상으로 에어아시아를 타고 뽈뽈 날아가면 가는데 30 돌아올 때 빠이에 들르고 싶은 내 마음을 포함하면 델리-치앙마이-쿠알라룸푸르-한국해서 돌아올 때는 40정도. 우선 오가는데만 70이군요.. 젠장!

 

그럼 이제부터 문제는 생활비인데... 한 최대한 싸게 가면 하루 체제비 만원 안쪽으로 잡고, 그럼 30? 그렇게 인도만 한달을 간다면 90이란 소리고, 두달이 무리라면 한달 반으로 해서 빠이나 돈뎃 가기. 그렇게 보름이면 체제비는 넉넉잡아 30. 그러면 130. 으악.

 

다시 간다면 그치, 루앙프라방도 좋았고 므앙노이도 좋았지만, 그 때의 추억은 뭔가 좀 맘이 아프기도 하고 ㅋㅋㅋ 산에서 길 잃어버린 게 잊혀지지를 않으니... 농키아우에서의 폭우도.. 산 속에 갇히는 줄 알았음... 사실 가장 겁나는 건 라오스에서 그 토나오던 이동. 뭐 그렇다면 인도는 어떨까 싶긴 하다. 그래도 그렇게 산속에만 마을이 있지는 않지 않을까...?

 

돈뎃은 갈려고 길알아보니 방콕나올때는 어차피 마지막인데 싶어 걍 서비스예약했었고, 갈 때는 빡세에서 갔었다. 그리고 방콕에서 우돈찍고 빡세로 넘어가서 가야하는데 음... 빡세는 음 .... 그것도 참 아픈 추억이라 시러... 아파... 만약 다시 가면 그 때 나 치료해준 아줌마 아저씨 집 찾아가서 선물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럴려면 또 거기까지 오토바이 타야하잖아... 그럼 나는... 나는... 소랑... 덜컹덜컹... 음.... 그렇다고 빠이에 갔다가 캐티랑 끼랑 그 까라들을 다시 마주치면 어쩌지.... 그럼 난 이번엔 한국말로 욕을 쏟아줄 수 있을까? 야성아저씨를 마주치게 되면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욕 못하나?

 

빠이의 장점은 스쿠터를 룰루랄라 거리며 모뺑도 가고 캐년도 가고 아트 인 차이에서 노닥거리기도 하고, 파티도 구경다니며 슬렁슬렁 거릴 수 있다는 점. 미친듯이 망고로 배를 채우며 기쁘게 맥주를 마실 것. 무슬림베이커리에서 바나나케이크를 냠냠거릴 것. 너무나 그립고, 보고싶은 것들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단점은 내 인생에서 가장 바이얼런스 했던 인간들을 다시 마주칠 수도 있다는 것. 젠장! 그렇기 때문에 코라팟이라거나 내 추억이 담긴 장소들에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점! 아 추가로 니코가 떠오를 가능성이 200프로라는 점.

 

돈뎃의 장점은 해먹에 누워 씨판돈을 바라보며 한가하게 있다가, 이번에는 기필코 비닐봉지에 담배를 넣어 입에 물고 개헤엄을 치던 오빠들을 구경만 하지 않을 것! 완전 나도 수영수영 물놀이물놀이!!! 책도 읽고 한가하게 노닥이기. 그리고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도 돈뎃이 가장 예뻤어. 나는 물이 좋아요.... 거기에 팔 다 까지고 서러워했던 아쉬움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점. 단점은 빡세에 들러야 한다는 것. 그래서 참파삭의 악몽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 애들이랑 같이 가고 싶다는 것. 스쿠터는 못 탄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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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다방에서의 이호석 공연을 보고 돌아와서 느낀 점. 역시나 퀄리티가 볼때마다 상승해서 당황스러움...ㅋㅋㅋ 녹음보다 라이브가 훨씬훨씬 좋아. 처음이랑 두번째는 보게 된 게 너무 신기하고 좋고 해서 뭔가 남겨두고 싶었다.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그치만 이호석 공연을 볼 때에는 좀 더 내가 맘 편하게 조용히 느낄 수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서 다 놓고 갔다. 맨몸으로 달랑달랑 가서 구석에 앉아 생글생글 기뻐하며 그냥 봤다. 막 봤다. 렌즈를 통하지 않고, 눈으로 담으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냥 보려고 했다.

 

좋았다.

 

비록 위에 앉으신 여자분들이 하이힐을 달랑달랑 뻗고 계셔서 불안했지만, 크림치즈와 빵가루를 밑으로 자꾸 보내주셨지만. 밑에서 바라보기 조금 민망한 상황들이 연출되었지만...  아 그리고 나는 가방을 두고 왔지만 ㅋㅋ(다음날 눈을 번쩍! 뜨고 7011타고 찾아왔다. 뭔가 멍했다. 아침부터 뭐람. 가까워서 좋네 뭐,)

 

루나틱은 하도 공연을 띄엄띄엄하니까 막판엔 무조건 카메라 들고 갔는데. 오늘치를 잘 간직해서 언제일지 모를 다음 공연까지 버틸 양식 삼으려고....ㅋㅋㅋ 그치만 영상은 잘 안찍었다. 그러면 내가 편하게 못 보니까. 그래서 참 아쉽다. 성균오빠가 부르던 그대 내품에랑 재영오빠가 불렀던 라구요(엄마 나 공연중이야..효드럼과) 그때 그건 좀 챙겨뒀으면 좋았을 텐데.. 다들 잘 사시겠지 뭐. 성균오빠 술집은 꼭 가보고 싶은데 말이죠...

 

이러다 이호석도 공연을 점점 덜 하려나...? 남몰래 듣고 싶은 마음 접어줄 수 있으니 참 잘되셨으면 좋겠는데. 과거에 슬모스를 감사한 줄 몰랐던 일이 경험으로 남아 안심이 안 된당 ㅋㅋㅋ 왜 홍대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가게는 잘 없어지는 걸까...? 뭐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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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카페에 앉아 블로그에 조잘조잘을 한참 해댔다. 이젠 일해야지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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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Jun.2013 :: 소울없이 알콜가득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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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가 결혼했다. 내 주변에서 처음으로 결혼하는 내 친구였다. 이런 젠장. 강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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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일반 코스프레하자며 팔짱끼고 낄낄. 바보야 일코를 하려면 니가 내 팔짱을 끼면 어떡해ㅋㅋㅋ 강남 결혼식이라니 왠지 자꾸 쫄게 되어서 쫄지 않으려고 노력. 오랫만에 얼렁뚱땅 흥신소를 복기하며 "부자는, 자신감이야!" 를 외쳐대기. 아 정말 얼렁뚱땅 흥신소는 우리의 마음 속 명언집ㅋㅋㅋㅋ

 

막상 결혼식을 보는데 헐 진짜 코스요리 먹으면서 보는 연회장이다. 짱이네 헐헐. 그런데 친구가 걸어나오는 걸 보며 왠지 눈물이 울컥했다. 울었다 엉엉.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정말일까.

 

확실한 건 결혼식은 참 쓸데없는 짓으로 가득 차있는 것. 그래서 음 안 하고 싶어졌어. 뭐 저런 걸 하고 있나 싶다. 역시 결혼식을 한다면 양화대교에서 고고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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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니 나와 낮에 한량짓을 하던 패거리가 망원시장 초입에서 네시부터 막걸리를 들이붓고 있다. 이런 만취자들. 오자마자 사랑을 퍼부어주시는데 뭐야 너네 미친거야?ㅋㅋㅋ 요즘 나 술 취할 때 까지 안마신다고 졸라 자기들이 슬픔의 쓰레기통이냐며 지랄하길래 막 열심히 마셨다.ㅋㅋ 좋아 마셔주지. 지금까지 나다에서 술마실 때 너희 페이스대로 마시면 나는 만취하고 중간에 쓰러져 잘테니까... 체력 안배를 잘 해서 오래 이야기 하고 버티며 술을 안먹는 거 였는데... 좋아 마셔주지. 막걸리가 참 맛있었다. (와인보다는 아니지만..)코스요리보다 더. 참 안좋아하는 술인데 사카린 맛이 거의 없이 맛났어.

 

가자마자 나에게 사랑한다고 니가 제일 예쁘다고 미친듯이 말하는 만취자들. 쏘울없이 알콜가득한 말들이 난무한 자리였다. 참 공허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고마워 사랑해줘서. 그렇지만 결혼하자고 프로포즈 열 번 넘게 하는 건 좀 곤란했어.ㅋㅋㅋㅋ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위장결혼식을 해야하는 거니!!

 

비틀비틀 집으로 돌아와서 갑자기 춤추고ㅋㅋㅋ 하와이 노래 틀어놓고 엄마는 진짜 짱인 것 같다고 칭찬하고, 내 방에 물건 다 그대로 놓고 짐만 빼서 나가라고 하고... 방을 내놓으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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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해서 잠들었고, 일어나자마자 일상수업하는 이들이 고기파티를 외쳐서... 중딩들 고기파티에 동참해줬다. 아니 고기를 구웠다. 그렇다. 고기 세근을 심지어 돼지갈비로... 오목한 프라이팬에... 그치만 청소도 너무 열심히 하고 갔어 사랑스러워! 기요미들.

저녁 때 온 고딩들을 보니 작년 캠프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왠지 피곤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 캠프ㅋㅋㅋ 아 그 때도 연대에서 개 덥게 특강을 3주? 겁나 빡세게 끝마치고.. 토론회까지 끝마치고... 일상수업 캠프에 따라갔다. 가서 처음 만난 중딩들과 인사하고... 고기를 구웠다. 목살 11인분이었나.... 그렇지... 고기를 구웠지.... 내가 고기를 다 굽고 나니 이미 중딩들은 소맥을 섞어 마시고 개 취해 있었지... 그래서 나는 졸린데 진짜 졸린데 애들이 자꾸 안 자고 그래서 나도 못 자고... 자라고 막 부탁하고ㅋㅋㅋㅋ 캠프에서 애들한테 자라고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게다가 남자놈들이 은근히 같잖게 굴어서 헐 거리며 돌아온 기억.

 

여름에 고기를 굽는 건 참 덥당. 더워. 고기 시러... 아니 고기 좋앙....

 

그래도 진짜 맛있었던 고기는 2010년쯤? 12월 31일에 나다에서 애들끼리 모여 했던 대청소. 하나 둘씩 발견되는 지옥. 썩어가는 냄새. 까매지는 목구멍. 미쳐가는 정신. 옥상달빛의 가장 쉬운 이야기를 틀어놓고, 행복이란 뭘까?에 고기!!! 로 대답해가며 핑계를 만들었다. 우리는 먼지를 많이 먹어서 삼겹살로 정화해야한다며... 그렇게 서교지하시장에서 사다 구웠던 삼겹살 ㅋㅋㅋㅋ 그리고 매실주ㅋㅋㅋㅋ 그리고 1월1일을 폐인으로 맞이했던 기억. 아 아름다웠던 기억. 왜 사진이 없어졌지...

 

 

*

엠건이랑 새로운 수업 준비하다가... 그러지 말고 우리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자... 해야되는 거 말고 ㅋㅋㅋ 그러다 결국 맥주먹자!!! 한강!!! 맥주!!! 그렇게 엠건은 녹취를 풀고나서 가기로 했는데 나에게 무정도시를 보라고 줬다. JTBC라서 음 음 거리다가 그래도 엠건과 함께 대화를 나눠보지 뭐, 그리고 느와르라 내가 좋아할 것 같다잖아. 그런데 헐 이게 뭐지. 10분 보고 토할 것 같아. 이런 끔찍한 연기를 하는 여자라니... 그리고 그 남자친구라니... 이입이 안되어.. 대사를 그렇게 치는 건 진짜 아니잖아.... 헐....

 

시리우스가 보고 싶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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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un.2013 :: 아, 블로그 주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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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블로그를 하기 시작하면 한동안은 바짝 하니까 블로그 주간인가보다. 대체로 패턴이 같다.

 

1. 뭔가 심심하고 외롭고 우울하고 머리는 아프고 막 그럴 때 블로그 컴백을 한다.

2. 어디가서 말 못 했던 것들을 좀 훅 털다보면 어느새 생각이 이어지고 또 이어져서 (나도 몰랐던)내 속을 턴다.

3. 워낙 고민주간이 한계를 찍을 때 블로그를 찾으니까 곧 고민이 털린다.

4. 아 이제 고민도 털렸겠다 다시 즐거운 삶을 살아야지! 하는 조증으로 넘어가려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온다.

5. 그 상황에서는 글도 많이 쓰고 즐겁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허해진다.

6. 그런데 대충 다음 고민 전까지는 즐겁게 산다. 어디선가 태클이 들어오지만 않는다면.

 

지금은 한 6까지 찍은 것 같다. 그래도 블로그 주간은 참 감사하다. 손으로 쓰는 것 보다 수정도 쉽고 오래오래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컴퓨터가 편한 나는 기계의 노예인가. 블로그는 음 뭔가 긁어오기도 편하다. 따로 파일로 저장해놓으면 언젠가 맥을 지우고 깔고를 반복하다가, 혹은 외장하드를 날린다거나 하는 과정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사라진 지금껏 내가 썼던 글들.... (물론 블로그에 옮겨놓은 걸 후회하기도 한다. 예전 글은 짱 부끄러우니까.) 

 

그치만 진블은 검색 비허용이 안되는게 단점인 것 같다. 한 4년 전? 블로그를 시작하던 그 무렵에는 친구들이랑 같이 다 진블을 하니까 메인에서 서로 보고 들어가고, 뭔가 소통의 공간으로 사용했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지금은 사적공간으로 인식된다. 딱히 누가 보지도 않고, 딱히 누가 관심갖지 않는 그런 열려는 있지만 눈에 안 띄는 그런 공간이면 좋겠다. 왜냐. 부끄러웡.

 

그렇다면 글을 다 비공개로 써!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관심병이기 때문에... 누군가 들어와서 글을 보고 한마디 건네준다면 좋겠다는 맘이 있다..... (쳇, 부끄러워 하질 말던가 부끄러우면 숨기던가 부끄럽지 않게 글을 쓰던가!!!)

 

게다가 청소년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해 검색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좀 끊이질 않는데 짱 부끄러... 아니 그거 그냥 '모난라디오에서 청소년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해 이야기 해야하는데... 뭘하지?' 하는 메모였는데... 심지어 뭘 할지는 나오지도 않을텐데...!!! 미안해요 들어온 여러분. 아, 설마 이것도 뜨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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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을 좀 되게 열심히 읽었더니 재밌었다. 그렇지만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게 캔맥주주간이 머리에 남는다. 래생이 변기에서 폭탄 발견하고 캔맥주 10박스를 주문하는 그거. 방법도 적혀있다. 우선 냉장고에 최대한 많이 들어갈 수 있도록 냉장고를 비우고, 맥주를 먹을 수 있는 만큼 다 넣고, 배가 고프지도 부르지도 않기 위해 오징어와 땅콩정도를 구비한다. 그리고 마신다.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신다. 토하고 토하고 또 토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계속해서 맥주를 마실수 있는 상태가 온다. 그렇게 며칠간 마시고 또 마신다. 마지막맥주를 마시고는 다음날 집 밖으로 나간다.

 

아 정말? 저러면 그 후로 다시는 맥주를 못 먹을까봐, 그리고 몸을 바닥까지 버리는 짓이니까 할수는 없지만 죽기 전에 한 번쯤 해보고 싶다. 사람은 자기파괴적인 것에 흥미를 느끼나?ㅋㅋㅋ 것보단 아무 생각없이 취해있고 싶은 건가?

 

그래서 그냥 나는 조만간 캔맥주'주간'은 아니고 캔맥주의 '하루'를 만들어야지. 아니다 한 이틀? 그렇게 집에서 혼자(혼자가 중요하다!!) 캔맥주를 먹고 또 먹고 또 먹는거지. 자다가 일어나서 또 마시고... 아 두근거린다. 생각하는데 문득 이미 해봤다는 걸 깨닳았다. 그것도 '하루'아니고 한달쯤?(물론 래생처럼 고통스레 마시는 게 아니라 그냥 계속 마셨던 때.) 작년의 코라팟과, 재작년 가장 방탕하던 시기 소사카바나에서 하하. 올해도 한번 해야하는 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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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하는 건 여름은 생맥주의 계절이라는 것.

낮술은 두배쯤 더 잘 어울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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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Jun.2013 :: 갑자기 우울해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쏟아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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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우울하지 않은데, 고민은 털어냈는데 불안이 나를 놔줄 생각이 없나보다.

이유는 알 것 같으면서도 아니고 싶어서 모르는 척 하는 건가? 여튼 나른한 토요일 오후 쓸데없이 크기만한 퀸사이즈 매트리스 위에서 뒹굴거리다가 눈물이 난다. 진짜 그냥 웹서핑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고인다. 뭐지. 뭐가 슬픈 거지? 뭐가 우울한 거지? 뒤지고 또 뒤져봐도 잘 모르겠는데 우선 눈물을 닦았다. 지금 울려면 더 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다시 리버틴즈를 틀어놓고 왓 비케임! 옵더 라이클리 랟~ 하며 힘차게 있을 수도 있는 기분.

 

"갑자기 우울해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쏟아질 때, 달려와 줄 그런사람 어디 또 없을까" 로 시작되는 하와이의 그 남자가 내 꺼였으면을 들으며 위로 받았다. 다들 그런 거지 그럼 그럼. 그런 때가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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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김에 여행이나 떠나볼까. 오늘 하루라도. 한강을 가서 마음껏 돌아다니다 올까. 그런데 덥다. 결국 방안에서 끙끙.

 

진짜 너무 덥다. 이제 좀 선선해졌는데 아깐 죽을 것 같았다. 무슨 태국에 있는 것 같아...

작년에 사두고 따뜻하게 먹긴 좀 이상하던 믈레즈나 티들을 냉침에 들어갔다. 망고 티 진짜 맛있었고, 뭉크티도 맛있었다. 달지 않고 바닐라 향만 난다는 게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늘은 블루베리티를 냉침해 넣어두고 내일 또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지.

 

고모가 준 보온병에 얼음 꽝꽝 얼려넣은 아이스 커피를 담아서 옆에 두고, 다이소에서 산 귀염둥이 분홍 보온컵(?)에는 뭉크티를 한 번 더 우려서 넣어두고. 미친듯이 마시고 있다. 아 방이 한층 더 아늑해지는 순간이다. 

 

어제 밤을 꼴딱 샜다. 용인 오고가며 보온병에 타간 아이스커피를 계속 마셔서 인가 싶긴 하지만, 어쩌겠어 더운 걸. 오늘은 홍차에 커피에 아하하. 그래도 일찍 자고 싶다. 내일은 이사오고 처음으로 일상강좌가 열리는 날이니까. 손님 맞이 해야지.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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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고 싶어서 뭐라도 되겠지를 꺼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김중혁은 진짜 위로가 된다. 소설보단 산문쪽이. 박민규를 읽으며 간질간질함에 울고 웃었고, 가네시로 가즈키를 읽으며 너무 와 닿았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소설들은 대책없이 해피엔딩과 뭐라도 되겠지를 보며 받은 만큼의 위로는 아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김중혁과 술 한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묻고 싶고, 듣고 싶다. 이야기들을.

 

여행가서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미친듯이 읽어내렸지만, 뭐라도 되겠지는 꽁꽁 아껴두고 있다. 사온 날 바로 읽기 즐겁게 읽어나가다가 문득, 아 안되겠다 싶어서 덮어버렸다. 이렇게 다 읽어버리지 말고 많이 힘들 때 한편씩 읽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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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도 한 편만 읽고 다시 덮었다. 루앙프라방에서 사온 아끼는 책갈피를 고이 끼워둔 채로.

 

대신 오랫만에 설계자들을 읽을까 싶다. 작가의 말이 너무 좋아서 그게 가장 인상 깊지만, 책 자체도 좋았었는데. 많이 쓸쓸하고 슬펐어서 다시 꺼내기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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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설레인다. 설레인다는 감정은 사람을 참 즐겁게 해주는 것 같다. 설레임은 가장 긍정적인 감정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기쁨 즐거움보다 사람을 더 간질간질하게 해주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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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Jun.2013 :: 고민을 털어냄과 동시에 찾아온 SK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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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글을 쓰고 나면 뭔가 며칠 안에 고민을 털게 된다. 묵히고 묵히다가 답답해서 쓴 거니 털릴 때가 되었던 건지, 글을 쓰면서 정리를 거쳤기 때문인지ㅡ 여튼 뭔가 그렇다. 이번에 쌓여있던 이래저래 나는 뭘 하고 싶은 거지? 하는 그런 고민들, 내가 뭘 할 거지? 이런 고민들. 대강 털었다. 야호

 

언제나 고민은 화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냥 맘을 살짝 비우고 한차례 털어내기. 이번에 고민한 만큼만 정리하고 조만간 다시 찾아오면 그 때 또 다시 고민해야지. 확실한 답을 찾는 건 뭔가 말도 안되고 허황된 짓인 것 같다.(그래서 철학을 보면 왜 저러는지 솔직히 이해가 잘 안 간다...) 그러면서 또 답이 있다고 믿고 머리 싸맨채 엉엉 거릴테지만..... 우선은 한 차례 털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다시 기뻐하며 스카스카하게 살아야지.

 

이번에는 내가 즐겁게 살기 위해서 나다 일을 해야한다는 말에 동의하기로 했당ㅋㅋㅋㅋㅋ 아니 그게 사실이고 뻥이고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붙잡아볼 말이 필요한 거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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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결론은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 될 것 같다는 것. 내가 사랑받고 싶은 마음 조금만 접어두고, 여덟살을, 주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모든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해야지. 엄청 오그라드는 개소리 같지만 겁나 이성적으로 내린 결론이당.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걸? 이라고 생각하고 보니 김언수가 또 떠오른다.

 

 

한밤중의 이 고요한 숲을 거닐고 있으면 내가 몹시 외로움을 타는 인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외로움의 힘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에게 사람을 사랑하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열렬히 그리워하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게 아마 내가 가진 재능의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소설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재능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설이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배웠고 여전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세상을 향해 멋지게 냉소를 날리는 것이, 실험적이고 참신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힘이 바로 문학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안다. 다행이다. 모두 다 이 숲의 덕택이다. 그리고 여전히, 나에게, 사람을 사랑할 힘이 있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그러니 충분하다. 이 숲을 거닐고, 더 외로워져야겠다.

 

- '설계자들' 작가의 말, 김언수

 

설계자들 마지막 작가의 말에 적혀있던 김언수의 이 말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처음 읽는데 눈물이 왈칵 났었다. 소설이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말하는 이 사람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사람을 사랑하는 힘이 문학이라는 것에 이사람이 생각하는 문학, 예술은 나의 그 것과 같구나 하는 기분.

 

김중혁은 뭔가 아 이아저씨 재밌겠는데? 싶고, 뭔가 나랑 비슷해!!! 하는 느낌으로 그 말들이 다 너무 웃기다. 인생선배의 개똥철학을 듣는 기분에 아! 한다면, 김언수의 말은 그냥 내 깊은 곳에 짠하다. 좀 더 낮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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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hro 2집이 퍼플에 들어왔다고 문자와서 이사 온김에 사러갔다. 향뮤직에서는 리버틴즈를 구입! 그런데 향뮤직 중고 씨디를 뒤지다가 SKA-P 라이브앨범을 발견했다. 그렇게 좋아할 정도로 잘 알진 못하지만, 스카밴드 찾던 시절 이름 좀 봐왔던 기억에 (게다가 DVD포함인데 5,000원이라니!) 구입해 보았다. 별 큰 기대 없이 스카스카 신나겠지 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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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앨범을 틀어두고 아침에 누워서 멍~ 하니 앉아있는데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 1번 트랙에서... El Pueblo Unido Jamas Sera Vencido! 응?! 설마 설마 하는데 또 말한다! 아니 스페인의 스카밴드는 이정도는 공연때 외치고 그러는 건가? 싶은데 너무 재밌어서 하하. 그렇게 신났다가 나가서 엠건이랑 회의하고 들어와서 일시정지 해두었던 앨범을 다시 재생시켰다. 7번트랙... 그런데 노래가 끝나고 갑자기 보컬이 낮은목소리로 낯익은 노래의 앞소절을 부른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벨라 챠오를 부르기 시작한다.

 

헐! 이게 뭐지! 짱 멋있어! 그 순간 별 관심 없다 그냥 뭐 그런가 보지 했던 스카피가 관심 폭발로 변했다. 제목을 검색해보았다.. 하하하.... 이게 뭐야 ㅋㅋㅋㅋ 벨라챠오 불렀던 그 노래 제목이 Vals del Obrero노동자의 왈츠. 신나서 모든 가사를 구글번역기에 돌리기 시작했다. 가사 짱이네염. 단결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는 심지어 노래 가사에 집어넣은 것이었고, 가사가 거의 투쟁가 수준이다. 제목이 부끄러움인데 가사가 투우사 욕하는 내용에 Carlo Guliani라는 2001년 G8집회에서 경찰이 쏜 총으로 사망했던 청년에게 바치는 노래도 있다.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첫 페이지에 현재 터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글을 올려놓았다. 터키는 혼자가 아닙니다.라고. 와 이사람들 뭐야뭐야. 이번엔 위키에 들어가봤다.

 

첫 줄이 "정치적으로 분류 할 수 반체제 음악 그룹입니다." (구글 번역의 허접함...) 막 웃다가 쭉 보니 2005년에 한번 해체했었는데 고별공연의 모든 수익을 아르헨티나에 있는 스페인왕국의 점령 이후 고통받고 있는 빈민 구호 단체에 기부했단다. 아 이사람들. 뭐지 첨바왐바냐...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한에서는 가사와 멘트들에 Hasta la Victoria!승리하는 날까지! Resistencia !저항! Revolucion! 혁명! Libertad!자유! 이런 말들이 범람을 한다... 게다가 노래도 좋아. 아하하...

 

이번달 목표를 잡았다! 스카피 노래가사를 번역하겠다. 스페인어 사전을 붙잡고 검색을 해서라도... 안되면 의영이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하하.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호준오빠가 좋아요 눌러서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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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May.2013 :: 여러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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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랫만에 블로그를 한다. 늘 그랬듯이 도피본능이 꿈틀거릴 때의 내 안식처. 속에 쌓인 이야기들을 말로 꺼내놓는 게 잘 안될 때는 블로그가 최고다. 예전처럼 내 블로그에 친구들이 놀러오는 것도 아닌 지금은 더욱 더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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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스무살이지만 나의 폭풍같던 5년이 지나가고 나니 이제 예전과는 다른 게 많아진다. 점점 바깥으로 꺼내놓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줄어든다. 처음 만난 사람 붙들고 '아니 글쎄 제가요...' 하며 있는 속을 모두 꺼내놓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래서 부끄러운 기억도 많지만 좋은 사람도 참 많이 만났다. 그렇게 사람을 만나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 아니라 즐거운 일이었다. 투사형 인간이라 그런건지 그 사람들에게는 민폐였을지 모르겠다. 사람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 지 잘 모르겠는 요즘은 마음 속의 생각들이 다 부끄러워 내보이고 싶지 않은가보다. 그렇다면 그 때는 멋졌냐? 하면 그 땐 더 이기적이었고, 더 찡찡이었지만 그래도 늘 뭔가 생각하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 선없이 다가가서 말을 걸고 난 당신이 궁금하다고 보채던 나는 조금 풀이 죽어있다. 내가 사람대하는 것에 서툴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의 뇌를 거치지 않는 말들에 누군가가 상처를 받고, 그 상처가 원망으로 돌아온다. 나는 사람을 참 사랑하고 언제나 악의는 없지만 의도치 않은 일들로 뭔가 곤란해지고 미움받는 상황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참 살갑고 선 없이 다가오는 사람으로 사랑받기도 하고, 눈치없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일장일단이 좀 강하다. 요즘은 단점만 남은 기분이라... 반짝임이 없는 기분이라... 차라리 예전처럼 굴고 싶지만 더 이상 잘 안된다.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 개인적 욕망들이 점점 쌓여가면서 부끄러움이 늘고, 자존감이 낮아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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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라고 있는 게 마음이고, 마음이란 흩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는 게 각오이므로 3월이 되고 4월이 되고 5월이 되어 문득 1월의 마음을 잃어버린 걸 깨닫게 되는 순간, (<개그콘서트>의 허경환 버전으로) 아~~~, 이래서 12월이 지나면 13월 대신 다시 1월이 오는구나, 생각하며 쓰다 만 다이어리 찾게 되는 순간이 오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귀를 후비는 이 고요한 1월, 다짐과 계획과 각오의 순간은 결국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고 해도 그 자체로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 모른다.


올해에는 파란색 다이어리를 하나 샀다. 결국 3월을 넘기지 못하고 장렬히 전사한다 하더라도, 쓴 곳보다 빈 곳이 더 많더라도, 뭐 어떤가, 인생이 다 그렇지, 흩어지라고 있는 게 마음이고, 비워두라고 있는 게 노트고, 무너지라고 있는 게 다짐이고, 쓰라고 있는 게 돈이고(이건 아니고), 자랑하려고 사는 게 아이폰이고 (이 건 연수 군이고), 어긋나라고 있는 게 계획이 아니겠는가.

/ 321p, 쓰다 만 지난 다이어리에서 발견한 행복한 순간 - 김중혁

 

매주 새로운 다짐을 하던 올 초, 김중혁의 말을 되새겼다. 혼자 중얼중얼. 흩어지라고 있는게 마음이고, 무너지라고 있는게 다짐이고, 어긋나라고 있는 게 계획이고 아하하 (작심삼일이 문제라면 삼일에 한 번 다짐하면 되는 거니까. 무너지면 또 그게 다짐이니까 어쩔 수 없는거고) 난 니가 잘 못할 걸 믿는다는 변의 말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나 저것조차 마음이기에 현실은 또 다르다. 내 다이어리는 3월을 넘기지 못하고 장렬히 전사했고, 다짐조차 귀찮아진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나는 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나는 무엇을 하려는 건지.. 나다에서 일을 하는 건지 그냥 우기고 있는 건지, 그렇다면 다른 뭔갈 꿈이라도 꾸는지... 여행을 가고 싶은데 그게 부끄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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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카바나 쫑파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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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1개월쯤 살았던 사랑하는 소사카바나. 24시간쯤 남았다. 망원동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그 집에 살기로 했다. 잘 모르겠다. 집은 너무나 좋고, 분란도 이제 뭐 별 생각 없다. 그렇지만 그 곳에 사는 게 자꾸 부담스럽다. 그럼 참 열심히 살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 그리고 지금 내 속을 모르겠을 이 때에 그 곳에 산다는 것. 아빠가 돈을 빌려주면 연희동쪽 옥탑을 찾아볼까 고민도 했다. 지금도 하고 있지만 청소하고 온 오늘, 그 동네 참 좋긴 좋다. 집도 참 좋다. 여러모로 싱숭생숭하다. 소사카바나는 요즘 아카시아 냄새가 진동하고, 이제 나는 이곳에 올 일이 거의 없을테고, 다시금 홍대합정이 집 앞이 될테고, 사무실에 살테고, 집은 참 좋고.. 거 참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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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일을 찾아야지라며 근질근질 놀자병이 도져있을 무렵, 이사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그 날 아마 우리는 집을 계약했고, 아침에 망원으로 급히 걸어가던 도중 그린플러그드를 가기 위한 사람들이 잔뜩 줄서있는 메세나폴리스를 보았다. 어 아? 내가 잘못봤나? 저기 저 이호석이 내가 아는 그 이호석이겠지? 보라색 현수막에 그린플러그드와 연계해서 메세나폴리스에서 공연을 한다며 박효신 김조한이 적혀있고(간만에 보는 자보아일랜드도 나온다고!) 그 옆에 미니콘서트 어쩌구 저쩌구 이호석이 적혀있다.

최근 루나틱이 잠정해체중이라 루나틱만큼 보고싶은 밴드도 공연도 없었지만 유일하게 이호석이 보고싶었다. 뭔가 설명 안 되지만 너무 좋은 그 목소리로 예쁜 기타소리랑 같이 있는 공연을 보면 (루나틱과는 좀 결이 다르겠지만 양창근처럼 슬프지는 않지만) 위로가 될 것 같았다. 위로받고 싶었다. 그런데 심지어 오늘 마침 합정역에서! 하필 이호석이! 공연을 한다니 이런 우연은 너무나 고마울 뿐.

집을 계약하고 이래저래 우울한 마음을 좀 안고 회의가 끝나니 6시 반. 우선 달려보자며 떡볶이도 거절하고 합정역으로 뛰어갔으나 이런 젠장. 장소도 안 적혀있는데 그 누구도 이호석의 공연에 대해 모른다. 현수막은 저리도 대문짝하건만!_! 쳇 망했네 집에나 가자.. 하고 담배피우러 가다가 발견했다. 이호석... 15분을 헤맸지만 결국 발견했다 히히 :) 효랑 앉아서 노닥거리던 그 야외무대에 이호석이 노래를 하고 있다. 보고싶었던 마음과 헤매었던 끝에 발견한 기쁨이 더해져 (어차피 사람도 많지 않으니까) 앞으로 슉슉 내려가 앉아서 반짝반짝 감상했다. cayman islands 할 때 들어가 앉아 보는데 아 울 것 같이 기쁘다. 박수도 막 열심히 치고, 하와이랑 남몰래 듣기에 없는 모르는 노래도 듣고 와 신난다. 막상 호석님은 몰래 한 공연이라고 굉장히 부끄러워 하셨다.

나는 맥주를 사다가 벌컥벌컥!_! 아 온갖 낭만이 충족된다! 초여름 밤의 야외 공연에 맥주 한 캔!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두번 공연이면 나야 기쁘니 기다렸고 시작 되었다. 사실 첫번째는 좀 실수가 많아 안타까웠는데 두번째는 훨씬 좋았다. 안했던 노래도 부르시고 더 안정적이고, 피부가 따끔거려요라는 노래는 영상을 잃어버려 슬프다. 신나서 맥주도 더 사다마시고 하하. 마지막에 남은 관객은 나랑 외국인 남자분과 섭외하신 분. 그 언니가 맥주도 나눠주셨다. 앵콜로 듣고 싶은 노래 물어보길래 시골길 쌈바를 외쳤는데 기타가 어렵다고 거절당했다 ㅋㅋㅋ 단독공연 때 MR틀고 춤 추신다고...

공연이 끝나고 섭외하신 분이 옆에 매장 매니저라 맥주마시고 가라고.. 아 앉아서 아하하하... 하하하... 술을 조금 마셔 알딸딸하기도 하고, 조합이 참 묘해서... 앤드류와 호석님과 언니까지 이래저래 이야기 하고 끊임없이 나오는 안주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좋아하는 뮤지션에게 집값이나 물어보고...ㅋㅋ 부동산 추천받고.... 뭔가 즐거워서 이상한 말들을 하고 온 것 같아 참 부끄럽지만 재밌는 공연과 재밌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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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뭔가 이미 맥주를 막 마셨고... 언니는 사진을 참 여러번 찍어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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