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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Jun.2013 :: 갑자기 텅 빈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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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반 정도 갔었던 마포 수업이 끝나고 첫번째 월요일. 원래는 회의끝나고 이사 진짜 마무리를 하기로 했었다. 도서정리도 하고, 짐정리도 끝내고, 자잘한 일들도 처리하고. 장마를 대비해 밭을 일궈야하니 회의는 내일로 미루자는 카톡이 왔다. 보고 그대로 다시 잤다. 목요일부터 술 마시고 늦게 잤더니 피곤이 그득그득.(어제의 군바리와의 만남에서는 먼저 집에 들어왔다... 미안...)

 

오후까지 퍼자는 건 오랫만이다. 뭐 일찍 일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매일 12시-2시 사이에는 나가야 했으니까 점심 전에는 일어났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이리 늦게 일어나고 나면 기분이 우울하다.(게다가 밖은 흐려!!) 꼼지락꼼지락 안 움직이다 보면 내가 뭘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슉슉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정신차리자고 밥도 챙겨 먹고, 머리도 감고 카페에 가기로 했다. 집에서 일하면 너무 안 될 것 같아서.. 역시나 사무실과 집이 함께 있으면 그건 그냥 집일 뿐, 사무실은 잘 안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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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레 인도에 가고싶다고 마음을 먹고, 내년 초에 한 달 정도 떠나보면 어떨까 싶어서.(사실 진짜 바램은 2달..정도) 나다에서는 휴가 내준다고 했고, 돈은 모아보지 뭐 이런 마음가짐. 괜히 가고 싶지 않다고 나혼자 나를 막 억누르는 것 보다는 꿈도 꾸고 뭐 가능할 수도 있잖아.... 엉엉 그래 나 욕심이 드글드글한가봐

 

예상으로 에어아시아를 타고 뽈뽈 날아가면 가는데 30 돌아올 때 빠이에 들르고 싶은 내 마음을 포함하면 델리-치앙마이-쿠알라룸푸르-한국해서 돌아올 때는 40정도. 우선 오가는데만 70이군요.. 젠장!

 

그럼 이제부터 문제는 생활비인데... 한 최대한 싸게 가면 하루 체제비 만원 안쪽으로 잡고, 그럼 30? 그렇게 인도만 한달을 간다면 90이란 소리고, 두달이 무리라면 한달 반으로 해서 빠이나 돈뎃 가기. 그렇게 보름이면 체제비는 넉넉잡아 30. 그러면 130. 으악.

 

다시 간다면 그치, 루앙프라방도 좋았고 므앙노이도 좋았지만, 그 때의 추억은 뭔가 좀 맘이 아프기도 하고 ㅋㅋㅋ 산에서 길 잃어버린 게 잊혀지지를 않으니... 농키아우에서의 폭우도.. 산 속에 갇히는 줄 알았음... 사실 가장 겁나는 건 라오스에서 그 토나오던 이동. 뭐 그렇다면 인도는 어떨까 싶긴 하다. 그래도 그렇게 산속에만 마을이 있지는 않지 않을까...?

 

돈뎃은 갈려고 길알아보니 방콕나올때는 어차피 마지막인데 싶어 걍 서비스예약했었고, 갈 때는 빡세에서 갔었다. 그리고 방콕에서 우돈찍고 빡세로 넘어가서 가야하는데 음... 빡세는 음 .... 그것도 참 아픈 추억이라 시러... 아파... 만약 다시 가면 그 때 나 치료해준 아줌마 아저씨 집 찾아가서 선물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럴려면 또 거기까지 오토바이 타야하잖아... 그럼 나는... 나는... 소랑... 덜컹덜컹... 음.... 그렇다고 빠이에 갔다가 캐티랑 끼랑 그 까라들을 다시 마주치면 어쩌지.... 그럼 난 이번엔 한국말로 욕을 쏟아줄 수 있을까? 야성아저씨를 마주치게 되면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욕 못하나?

 

빠이의 장점은 스쿠터를 룰루랄라 거리며 모뺑도 가고 캐년도 가고 아트 인 차이에서 노닥거리기도 하고, 파티도 구경다니며 슬렁슬렁 거릴 수 있다는 점. 미친듯이 망고로 배를 채우며 기쁘게 맥주를 마실 것. 무슬림베이커리에서 바나나케이크를 냠냠거릴 것. 너무나 그립고, 보고싶은 것들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단점은 내 인생에서 가장 바이얼런스 했던 인간들을 다시 마주칠 수도 있다는 것. 젠장! 그렇기 때문에 코라팟이라거나 내 추억이 담긴 장소들에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점! 아 추가로 니코가 떠오를 가능성이 200프로라는 점.

 

돈뎃의 장점은 해먹에 누워 씨판돈을 바라보며 한가하게 있다가, 이번에는 기필코 비닐봉지에 담배를 넣어 입에 물고 개헤엄을 치던 오빠들을 구경만 하지 않을 것! 완전 나도 수영수영 물놀이물놀이!!! 책도 읽고 한가하게 노닥이기. 그리고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도 돈뎃이 가장 예뻤어. 나는 물이 좋아요.... 거기에 팔 다 까지고 서러워했던 아쉬움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점. 단점은 빡세에 들러야 한다는 것. 그래서 참파삭의 악몽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 애들이랑 같이 가고 싶다는 것. 스쿠터는 못 탄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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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다방에서의 이호석 공연을 보고 돌아와서 느낀 점. 역시나 퀄리티가 볼때마다 상승해서 당황스러움...ㅋㅋㅋ 녹음보다 라이브가 훨씬훨씬 좋아. 처음이랑 두번째는 보게 된 게 너무 신기하고 좋고 해서 뭔가 남겨두고 싶었다.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그치만 이호석 공연을 볼 때에는 좀 더 내가 맘 편하게 조용히 느낄 수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서 다 놓고 갔다. 맨몸으로 달랑달랑 가서 구석에 앉아 생글생글 기뻐하며 그냥 봤다. 막 봤다. 렌즈를 통하지 않고, 눈으로 담으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냥 보려고 했다.

 

좋았다.

 

비록 위에 앉으신 여자분들이 하이힐을 달랑달랑 뻗고 계셔서 불안했지만, 크림치즈와 빵가루를 밑으로 자꾸 보내주셨지만. 밑에서 바라보기 조금 민망한 상황들이 연출되었지만...  아 그리고 나는 가방을 두고 왔지만 ㅋㅋ(다음날 눈을 번쩍! 뜨고 7011타고 찾아왔다. 뭔가 멍했다. 아침부터 뭐람. 가까워서 좋네 뭐,)

 

루나틱은 하도 공연을 띄엄띄엄하니까 막판엔 무조건 카메라 들고 갔는데. 오늘치를 잘 간직해서 언제일지 모를 다음 공연까지 버틸 양식 삼으려고....ㅋㅋㅋ 그치만 영상은 잘 안찍었다. 그러면 내가 편하게 못 보니까. 그래서 참 아쉽다. 성균오빠가 부르던 그대 내품에랑 재영오빠가 불렀던 라구요(엄마 나 공연중이야..효드럼과) 그때 그건 좀 챙겨뒀으면 좋았을 텐데.. 다들 잘 사시겠지 뭐. 성균오빠 술집은 꼭 가보고 싶은데 말이죠...

 

이러다 이호석도 공연을 점점 덜 하려나...? 남몰래 듣고 싶은 마음 접어줄 수 있으니 참 잘되셨으면 좋겠는데. 과거에 슬모스를 감사한 줄 몰랐던 일이 경험으로 남아 안심이 안 된당 ㅋㅋㅋ 왜 홍대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가게는 잘 없어지는 걸까...? 뭐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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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카페에 앉아 블로그에 조잘조잘을 한참 해댔다. 이젠 일해야지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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