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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Sep.2013 :: 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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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진짜 부르기 싫은 제목이야 참) 그니까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를 다시 봤다. 난 이거 보고 우디 앨런에게 관심을 갖게 됐던, 나름 좋아하는 영화였는데 내 말을 기억한 나래가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하는 걸 알려줬다. 이 영화를 봤던 빠이의 테라스와 그 기분과 감상들이 몽글몽글하다. 그냥 하필 그 때에 그 영화를 봤다니 거 참.. ㅋㅋㅋ 다시봐도 웃겼고, 재밌었고, 그 때와는 또 다른 기분. 흐릿해져버린게, 그러다가도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대화가 떠오르는게 이상하다. 현실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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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머리를 비우고 정신을 쏙 빼놓고, 몸을 피곤하게 만들고 싶었다. 사랑방언덕을 등반하고, 영상원에서 나래가 두고 간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한강 구경한다고 월드컵 공원에 진...입했다 길을 헤맸지만 좋았다. 담에 놀러가야지. 그렇게 강을 찾다 멍청이 같이 홍제천을 한참 따라가버렸다. 돌아와보니 고작 4키로면 오는 거리를 한시간이 걸렸다. 바보 멍청이. 일 좀 하다가 맥주마시며 허무주의+도피 본성을 꺼내놓은 덕분에 허벅지는 터질 것 같고, 잠이 부족해 눈이 아픈데 잠이 안온다.

나의 노력은 별 가치가 없고, 노력하긴 했을까? 나의 본성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종종 현실감 없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찾아오는 게 두렵다. 사는 게 재미가 없나보다. 아니 맘에 차질 않나보다. 별 거 없다는 걸, 그냥 사는 거라는 걸 알긴 개뿔. 끊임없이 뭔가 더 특별하길, 더 나은 삶이 있을 것만 같은 건가. 내가 위선이랄까 가식적인가 싶다. 싫다. 참 싫다.

다 부질없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싫고, 애착을 잃어가는 순간들이 싫다. 뭐라도 붙들고 싶은데 그런다고 다시 붙는 건 아닌가보다. 편두통은 끈덕지게 달라붙고, 이질감도 자꾸 찾아오는데 왜 붙들고 싶은 건 안붙들어지나 모르겠다. 술마시는 건 아직 즐거워서 다행이다. 자꾸만 내 세상이 사라지면 좋겠다. 그냥 세상에서 나만 쏙.

그래도 뭔가 해야할 일들을 하고, 슬렁슬렁 살아갈테니까. 휴일이 끝난 사람의 투정으로 남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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