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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Jun.2013 :: 갑자기 우울해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쏟아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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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우울하지 않은데, 고민은 털어냈는데 불안이 나를 놔줄 생각이 없나보다.

이유는 알 것 같으면서도 아니고 싶어서 모르는 척 하는 건가? 여튼 나른한 토요일 오후 쓸데없이 크기만한 퀸사이즈 매트리스 위에서 뒹굴거리다가 눈물이 난다. 진짜 그냥 웹서핑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고인다. 뭐지. 뭐가 슬픈 거지? 뭐가 우울한 거지? 뒤지고 또 뒤져봐도 잘 모르겠는데 우선 눈물을 닦았다. 지금 울려면 더 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다시 리버틴즈를 틀어놓고 왓 비케임! 옵더 라이클리 랟~ 하며 힘차게 있을 수도 있는 기분.

 

"갑자기 우울해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쏟아질 때, 달려와 줄 그런사람 어디 또 없을까" 로 시작되는 하와이의 그 남자가 내 꺼였으면을 들으며 위로 받았다. 다들 그런 거지 그럼 그럼. 그런 때가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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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김에 여행이나 떠나볼까. 오늘 하루라도. 한강을 가서 마음껏 돌아다니다 올까. 그런데 덥다. 결국 방안에서 끙끙.

 

진짜 너무 덥다. 이제 좀 선선해졌는데 아깐 죽을 것 같았다. 무슨 태국에 있는 것 같아...

작년에 사두고 따뜻하게 먹긴 좀 이상하던 믈레즈나 티들을 냉침에 들어갔다. 망고 티 진짜 맛있었고, 뭉크티도 맛있었다. 달지 않고 바닐라 향만 난다는 게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늘은 블루베리티를 냉침해 넣어두고 내일 또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지.

 

고모가 준 보온병에 얼음 꽝꽝 얼려넣은 아이스 커피를 담아서 옆에 두고, 다이소에서 산 귀염둥이 분홍 보온컵(?)에는 뭉크티를 한 번 더 우려서 넣어두고. 미친듯이 마시고 있다. 아 방이 한층 더 아늑해지는 순간이다. 

 

어제 밤을 꼴딱 샜다. 용인 오고가며 보온병에 타간 아이스커피를 계속 마셔서 인가 싶긴 하지만, 어쩌겠어 더운 걸. 오늘은 홍차에 커피에 아하하. 그래도 일찍 자고 싶다. 내일은 이사오고 처음으로 일상강좌가 열리는 날이니까. 손님 맞이 해야지.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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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고 싶어서 뭐라도 되겠지를 꺼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김중혁은 진짜 위로가 된다. 소설보단 산문쪽이. 박민규를 읽으며 간질간질함에 울고 웃었고, 가네시로 가즈키를 읽으며 너무 와 닿았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소설들은 대책없이 해피엔딩과 뭐라도 되겠지를 보며 받은 만큼의 위로는 아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김중혁과 술 한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묻고 싶고, 듣고 싶다. 이야기들을.

 

여행가서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미친듯이 읽어내렸지만, 뭐라도 되겠지는 꽁꽁 아껴두고 있다. 사온 날 바로 읽기 즐겁게 읽어나가다가 문득, 아 안되겠다 싶어서 덮어버렸다. 이렇게 다 읽어버리지 말고 많이 힘들 때 한편씩 읽고 싶어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오늘도 한 편만 읽고 다시 덮었다. 루앙프라방에서 사온 아끼는 책갈피를 고이 끼워둔 채로.

 

대신 오랫만에 설계자들을 읽을까 싶다. 작가의 말이 너무 좋아서 그게 가장 인상 깊지만, 책 자체도 좋았었는데. 많이 쓸쓸하고 슬펐어서 다시 꺼내기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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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설레인다. 설레인다는 감정은 사람을 참 즐겁게 해주는 것 같다. 설레임은 가장 긍정적인 감정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기쁨 즐거움보다 사람을 더 간질간질하게 해주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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