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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의 스타대회, 주최측의 무성의를 지적한다

29일 부산 광안리 '스카이프로리그 2006' 결승전에서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지난 29일 부산 광안리에서 '스카이프로리그 2006' 전기리그 결승전이 열렸다.

언론에서도 경기결과에 대한 보도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어느 하나 4만 명에 달아던 관객들의 실망은 다루지 않았다.

 

SKT T1과 MBC게임 히어로간의 대결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왔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관객의 수는 4만여 명이었고 필자도 그 정도의 수치로 보였다.

 

그런데 이날 경기 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관객들은 경기가 아닌 대회진행에 실망했던 것일까?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다. 바로 비 때문이었다. 비도 보통 비가 아니었다. 필자도 이날 오후 5시 현장에서 스타크래프트의 좋아하는 팬으로서 경기구경을 나섰다. 필자는 친구와 함께 경기 시작 전 한껏 흥이 돋아 응원도구로 신나게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막 1경기의 막이 올리고 T1의 임요환과 MBC게임의 염보성의 대결이 시작되고 몇 분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게임캐스터들도 당황했다. 한 캐스터가 “비가 와도 스타팬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고 얘기했지만 정작 비를 맞아야 했던 관객의 반응은 달랐다. 당시 관객들의 대부분이 우산은 물론 우의를 챙겨오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관객들도 경기진행을 하던 캐스터들도 곧 그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비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기 시작했고 1경기를 숨죽이고 지켜보던 관객들도 웅성대기 시작했다.


옆에서 한 관객이 “우의는 왜 안 나눠주는 거지”라며 얘기했다. 물론 이날 언론보도를 보면 관객들이 대부분 우의를 착용했던 사진을 볼 수 있다.


경기 시작전 양팀 감독들에게 이날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듣고 있는 장면.

 

하지만 이날 주최 측은 우의를 방송관계자들과 스탭들에게 먼저 챙겨줬다. 기자도 그걸 관람석에서 똑똑히 지켜봤다. 관람석에서 필자 바로 앞에 앉아있던 MBC게임 소속 연습생들도 우의를 지급받지 못하고 신문지 등을 머리에 뒤집어썼다.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도 1경기 중 친구가 돈을 주고 사온 우의를 받아 입었다. 이때만 해도 주위의 대부분의 관객들은 필자 친구처럼 돈을 주고 우의를 사거나 신문지를 뒤집어쓰고 게임경기를 지켜봤다. 필자도 광안리 바닷가 백사장에서 치러진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면서 경기보다는 어떻하면 카메라나 핸드폰이 젖지 않을까 고민했을 정도다.

 

하지만 관객의 VIP급들은 대우가 달랐다. 주최측 고위관계자들은 비를 거의 맞지 않았다. 또한 관람석 옆에 천막에 있던 프레스석 기자들도 비를 맞지 않았다. 그들 중 사진기자들 역시 현장사진을 찍으면서 우의를 착용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날 게임대회 주최 측은 관객들이 비를 맞게 내버려뒀던 것일까? 그점에 대해서는 지금 글을 쓰면서도 의문을 느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내리던 비 때문이었을까? 스타크래프트 게임화면을 보여줬던 대회 전면 대형스크린도 부분적으로 깨지고 나오지 않기도 했다. 이것 또한 관객들의 게임몰입에 방해했었다.

 

결국 필자는 이날 내리던 비에 감당못해 1경기를 보고 친구와 황급히 경기장을 빠져나왔고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나오던 중 관람석을 훌터보니 뒷좌석의 대부분이 비어있었다. 이후 우의를 주최측이 나눠줬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인터넷에 올라온 언론보도 기사의 리플을 통해 당시 관객들이 우의를 돈을 주고 샀다는 의견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물론 스타결승전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내리던 비가 대수롭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주최측은 왜 관객들에게 경기도중 우의를 나눠주지 않았던 것과 기자들은 왜 관객들의 그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이런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냐는 점을 꼭 물어보고 싶다.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팬로서의 입장에서 말이다. 이날 프로선수들의 경기는 훌륭했다.하지만 그날 비를 맞은 팬들을 단지 중계방송을 위한 좋은 밑그림으로 생각했다면, 주최측의 반성이 다시한번 필요한 부분이다.

 

p.s. 이 글은 기자가 아닌 스타크래프트의 팬으로서 당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와 미디어다음 블로그기자단 기사 등에 올렸습니다. 비 맞는 관객의 모습은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찍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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