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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라는 곳에서 살기

 

4일 오후 3시 서울역에 도착했다.

 

이제 내가 살던 부산을 떠나 한동안 서울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활동 때문에 올라왔지만 ,'너무 섣부른 결정을 한게 아닐까' 하는 후회도 들고,

'서울지리 하나도 모르는 부산촌놈이 어디서 미아가 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러나 이왕 올라온거 한달은 살아봐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게 마음을 잡아맸다.

 

주섬주섬 챙겨온 옷가지들이 든 비닐백을 손에 쥐고 

서울역 주변을 시작으로 해서 이리저리 방을 구하러 다녔다.

 

그런데 들고간 옷가지들이 무거웠던지, 이내 비닐백 손잡이가 찟어졌다. 

그래도 방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틀어진 비닐백을 부여잡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낯익은 건물이 없는 곳을 걸으니 기분이 참 묘하다.

 

처음 찾아간 고시원이라는 곳,

생각보다 엄청 열악했다.

 

좁은 방은 둘째치고, 이미 그곳에 정착한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고시텔 좁은 계단에서 담배를 몰아피우는 것을 보니

너무 안타까워 보였다. 

 

두번째 찾아간 곳은 깨끗하고 안정되게 보였다.

방값도 아까 갔던 곳보다 쌌다.

 

'그래, 이곳에서 당분간 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15일치를 계약했다.

 

그리고 나서 나의 방에 들어가 봤다.

총무가 전에 쓰던 사람이 깨끗하게 썼다고 얘기해 준다.

 

창문은 없지만 작은 텔레비젼이 방에 있었다.

텔레비젼에서 나는 사람소리를 들으니 살 것 같다.

 

공동부엌에서 누가 밥 먹는 소리가 들린다.

누가 화장실에서 씻는지 물소리도 들린다.

 

순간 긴장감이 픽하고 풀린다.

그렇게 나의 서울 첫 하루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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