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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 떡

노트북을 켰더니 무선 인터넷이 잡힌다. 이게 웬 떡. 정말 오랜만에 인터넷이란 것을 한다.

 

서울 시댁에 있다. 여름 내내 연수를 들어야 하는데 시부모님이 아이를 봐 주신다 하셔서 말걸기와 홍아와 방학 동안 시댁으로 이사를 왔다.

 

나는 2급 정교사인데(학교나 대학원에서 받는 교사 자격증은 2급 정교사 자격증이다.)

경력이 3년 이상이 되면 1급 정교사 연수를 받을 수 있게 되고

이 연수를 받으면 1급 정교사가 된다.

1급 정교사가 되면 호봉이 오르고, 연수 때 받는 점수는 평생을 따라다닌다고 한다.

 

평생 한 번은 들어야 하는 연수고, 아이가 어렸을 때 받는 것이 좋다는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연수를 신청은 했는데, 오아, 이거 너무 힘들다.

 

방학 전에 무리일까 싶어서 취소를 하려다 장학사와 트러블이 있었고, 결국 에이 그냥 하고 말자, 하고 시작을 했는데,  연수가 끝나가는 지금에 와서는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 하지만, 힘들다.

 

아침 9시부터 5시 20분까지 수업, 조교는 계속 출석체크를 하고, 같이 수업을 듣는 쌤들은 교수가 언급한 보조 자료들도 찾아가며 공부를 하는 분위기, 출퇴근도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데다가,

점심 시간엔 유축을 해야 한다. 이 융통성 없는 주최측이 유축할 공간은 마련해 줘도, 수업 시간은 못 빼준단다.

그래서 매일 김밥이나 빵을 먹으며 동시에 유축을 한다.

병원에 간다고 없는 병도 만들어 결석을 하기도 하긴 하지만, 자주 빠지긴 좀 어렵고.

당분간 김밥은 안 먹을 것 같다.

 

저녁에라도 쉬고 싶지만, 아가 있는 집에서 쉰다는 말은 사치.

 

시부모님은 2돌이 안 된 손녀(내게는 조카)도 같이 보시는데, 저녁에 집에 오면 두 분 얼굴에 '아 정말 힘들다'는 말이 빼곡히 쓰여 있다. 조카가 홍아를 본 후 샘을 내며 아이짓을 하는데, 옆에서 보면 정말 힘이 든다.

 

그러니 나는 6시 30분 넘어 집에 오자마자 씻는 둥 마는 둥 옷을 갈아 입고

홍아 젖을 물리고

나 저녁 밥을 먹고

홍아 목욕을 시키고

이불을 펴고 모기장을 치고

조카와 홍아랑 좀 놀아주다

홍아를 재우면

하루가 간다.

 

하루가 가는가 하면 아직도 홍아는 밤에 두세번은 일어나 젖을 먹고, 젖 먹는 것과는 달리 또 두어번은 일어나 끼잉거리다 잔다.

 

흠.. 쓰다보니 갑자기 울컥.

 

나는 용하게 학교일과 집안일과(이건 어머님이 거의 다 해주셔서 별일도 없긴 하지만) 아이 보는 일을 해 내고 있다. 오아 기특하다. 이 힘은 어디서 오누.

 

개학하면 엄마, 아빠가 오셔서 봐주시기로 하셔서 좀 쉬겠거니 기대를 했는데

웬걸, 이모가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엄마는 바로 또 간병을 하러 가셔야 한다.

한 달 쯤 간병을 하다 온 엄마에게 나 좀 봐 달라는 말도 사치일 테고.

 

9월부터 1년 휴직을 하는데 일단 학교를 안 가면 좀 쉴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땐 잘 기고 걸을 홍아 이유식도 해 주고 하느라 오히려 더 힘이 들라나.

 

지나면 추억이려니 하고, 또 홍아의 웃음에 뽕 맞은 듯 힘이 솟아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엄마를 완전히 알아봐 눈이 마주치면 온몸으로 웃는데 행복이 마구마구 솟아 오른다.

 

이 맛에 이런 나날을 버틸 수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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