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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요즘 아빠와 메일로 서로 감정 상하는 내용들을 전하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도 자꾸 생각이 나고 마음이 쓰인다.

특히 홍아 젖을 물리면 마음으로 혼자 막 싸우고 있고 그런다.

이쁜 젖을 줘야 하는데...

 

지금도 밤에 홍아 젖을 먹이다가, 아 그렇구나, 하고 생각이 난 게 있다.

너무 중요한 문제라 기록해 둬야겠다.

 

아빤 홍아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홍아의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하고 홍아를 키우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하신다.

그런데 본인이 직접 할 수 없으니 내게 그 역할을 요구하신다.

홍아 소식 못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괴로우니 그 마음에 공감해 달라신다.

 

나는 아이 키우고 나 먹고 살기가 바뻐 그 요구에 아빠 원대로 응할 수가 없다.

그런데 머리 속에는 자꾸 아빠 소리가 들린다.

 

아빠에겐 효도의 문제지만

내겐 자유 의지의 문제이다. 내 마음의 거리를 지키는 문제이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내 자유 의지는, 내 마음의 거리는

누가 지켜주는 게 아니라

내가 지킬 수 있다는 거다.

 

자꾸 내 삶에 들어오지 말아요, 라고 말하기보다

내가 스스로 의연하게 거리를 지키면 되는 거다.

 

나는 아직 독립을 못 했구나.

그리고 원하는 것은

나를 그냥 두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서는 것이로구나.

 

이게 잘 될진 모르겠다.

 

나는 남의 마음에 공감을 잘 한다.

그 덕에 타인과 좋은 관계도 맺고 살면서 얻게 되는 것도 많지만

마음이 너무 휘둘린다.

 

이제 서른 네 살이나 되었는데

그걸 계속 남 탓 할 수는 없다.

 

어떻게 독립을 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내 선택의 문제임을 깨달은 것이, 뭐랄까,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정신을 확 깨게 한다.

 

이런 요지의 장문의 편지를 아빠께도 전했다.

내가 제일 독립을 해야 할 이이기에.

그가 내 본 뜻을 이해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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