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그의 시간을 보상받고 싶어진다.

아이 옆에 누워 있는 그의 얼굴이 너무 까칠하고 조그맣다.

그는 요즘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짬을 내어 알바도 한다.

 

나는 그보다 짧은 시간 알바를 하고 더 많은 돈을 번다.

한 우물을 판 효과다.

그가 나처럼 한 가지 일만 해서 커리어를 쌓았다면

지금 나이에 그는 더 경제력이 있고 일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밤에 일어나 아이가 깨지 않나 맘 졸이며 알바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는 참말 능력이 많은데,

일머리도 있고, 일을 두고 사람 간에 조율도 잘 하고, 집중력도 있고, 무언가 그림을 만드는 능력도 있는데,

그 능력을 발휘할 자리가 그를 찾지 못한다.

 

내가 전교조 교사라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 엄마는

그 지긋지긋한 데 너까지 돈을 주냐고, 차라리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고, 전교조에 주는 돈은 10원도 아깝다고 그랬다.

니 아버지로 충분하다고.

 

내 아빠는 전교조 해직 교사이다.

초창기에 명동 성당에서 단식 투쟁을 하다 쓰러져 병원차에 실려 가는 모습이 9시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해직 기간이 길어 하마터면 퇴직하고 연금도 못 받을 뻔 했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지금도 이해 못하신다.

엄마는 늘 그런 아빠 때문에 종종거렸고 불안해했다.

 

나는 그런 엄마를 닮고 싶지 않았다.

정말이지 밥만 먹고 사는 듯한 엄마는 닮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엄마를 이해한다.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젊음도, 그의 젊음도.

 

하지만 안타깝고 안쓰럽다.

 

이 글을 쓰는 순간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우리가 40대가 되고, 엄마 아빠가 되고, 늙어가면서

자신의 에너지를 불태웠던 시간을

그러나 짊어져야 하는 생계의 무게를

어떻게 안고 가게 될까?

 

이런 글이 오히려 더 힘이 들 수도 있겠지.

 

사랑한다고,

심장이 잡은 손으로 흘러내려 두근거리던, 그런 사랑은 이제 아니어도

그런 당신이 옆에 있어서 좋다고

그런 마음이라고 하면

좀 힘이 되려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